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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공일치/S.C.I. -Holding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65화

by hyuny07 2019. 8. 18.

마법 살인범 20. 폐막

 

백치는 발걸음을 서둘러 경찰청 1층으로 내려갔다.

 

밖으로 나오라는 쌍둥이의 연락 때문이었다.

 

뭔가 선물이 있다고 했는데…….

 

그런 그의 뒤를 SCI 팀원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을 반짝이며 따라왔다.

 

경찰청 밖으로 나오자 작고 귀여운 노란색 폭스바겐 한 대가 백치와 팀원들을 맞았다.

 

하얗고 동글동글한 엽기 토끼 인형이 양쪽 차 문에 몇 개씩 매달려 있었다.

 

한참 동안 눈을 깜박이다 백치는 쌍둥이를 돌아보았다.

 

이거~~ 내꺼야?!”

 

그래~~”

 

쌍둥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돈 많이 벌게 해줬으니깐, 그에 대한 보답이야~~”

 

쌍둥이의 말에 백치는 얼굴을 구겼다.

 

선물 받아 좋긴 한데, 한편으로는 뭔가 불만 가득한 얼굴이었다.

 

주위에선 S.C.I.팀원들이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웃고 있었다.

 

바이 위탕이 쌍둥이를 보며 감탄했다.

 

어쭈 제법인데~~ 이 차 타고 가면 경찰 이미지가 제대로 망가지겠어?!”

 

나는 이거 싫어~~”

 

백치가 작은 소리로 투덜거렸다.

 

쌍둥이는 서로를 돌아본 뒤 다시 백치를 바라보았다.

 

그럼 어떤 스타일이 좋아? 이것저것 따져보고 너랑 가장 잘 어울리는 거로 고른 건대~~”

 

백치는 코끝을 찡그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멀리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지프가 보였다. 손가락으로 지프를 가리켰다.

 

나는 저런 스타일이 좋아, 큰 거. 남자다운 거 말이야.”

 

.”

 

사람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남자다운이라는 말이 백치 입에서 나오다니 너무 웃겨!

 

쟌 자오는 바이 위탕의 옆구리를 찌르고 눈짓으로 달려오는 지프를 가리켰다.

 

지프가 사람들 앞에서 멈춰 섰다.

 

곧이어 문이 열리고 운전석에서 한 사람이 내려섰다. 왼손에 깁스하고 있었다.

 

조정이었다.

 

백치는 활짝 웃으며 조정 쪽으로 달려갔다.

 

물론 조정에게 달려간 것은 아니다. 그의 용건은 차 뒷좌석에 앉아 있는 리스본한테 있었다.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서로를 돌아보고서 조정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야?”

 

조정이 백치에게 물었다.

 

백치는 리스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아니고……저기…….”

 

이쪽으로 다가오는 바이 위탕과 쟌 자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사실은 이러했다.

 

조정에게 경찰청으로 오라고 연락한 건 백치가 맞지만, 그건 모두 쟌 자오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쟌 자오도 그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생각 못 했다.

 

조정은 자신 앞에 선 두 사람을 보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당신들이 뭘 의심하고 있는지 아는데……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증거부터 제시해야죠!”

 

증거가 없으면 자신의 양심을 속이고 살인범을 감싸려고?!”

 

코웃음 치며 물어오는 바이 위탕에게 조정은 쓴웃음을 지었다.

 

당신이 나 같으면 어쩔 것 같은데?!”

 

순간 바이 위탕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는 조정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 채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당신이라면 이미 10년 전에 말했어!”

 

……

 

그런 대답이 나올 거라고는 예상 못 한 듯 조정은 눈을 크게 뜨며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점점 험악해지자 쟌 자오는 눈짓으로 바이 위탕에게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바이 위탕은 알겠다는 듯 눈을 깜박이고서 백치를 끌로 뒤로 물러났다.

 

두 사람이 따로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쟤 성격이 원래 그래요.”

 

쟌 자오가 미소 지으며 조정에게 말했다.

 

날카로운 송곳 같죠.”

 

그의 말에 조정은 고개를 저으며 쟌 자오를 바라보았다.

 

괜찮습니다. 그것보다는 당신이 바늘을 숨기고 있는 게 더 견디기 어렵네요.”

 

그 말에도 쟌 자오는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당신은 나한테 증거가 있다는 걸 알잖아요. 바로 백치요!”

 

조정의 눈가가 꿈틀했다.

 

그건 증거가 아니라 추측에 불과한 거 아닙니까?!”

 

맞아요!”

 

쟌 자오는 허무할 정도로 단번에 인정했다.

 

그래서 당신이 함께해 줘야 해요.”

 

거절하죠.”

 

조정은 몸을 돌렸다. 리스본을 데리고 가려는 듯 손을 들었다.

 

등 뒤에서 쟌 자오가 불쑥 말했다.

 

이미 그가 통제력을 잃었다는 건 알죠?”

 

……그게 무슨?”

 

손천의 죽음이 이미 그에게 통제력이 없다는 걸 말하잖아요.”

 

쟌 자오는 정면을 바라본 채 마치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는 곧 다시 살인을 저지를 거예요. 당신이 그의 시야에서 벗어 난지 하루가 지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이미 그는 억누를 수 없을 테니…… 다시 손천 같은 피해자가 나오겠죠.”

 

조정의 얼굴에 긴장의 빛이 감돌았다.

 

그가 쟌 자오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하루를 넘으면…… 어떻게 됩니까?!"

 

쟌 자오의 눈이 커졌다.

 

설마, 이미 하루를 넘긴 건가요?”

 

조정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쟌 자오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렇다면 이제 당신에게 남은 선택은 두 가지뿐이에요. 우리를 도와 그를 잡든지, 아니면 피해자가 나오는 걸 넋 놓고만보고 있던지.”

 

조정은 무언가 중얼거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몸을 돌려 자신의 차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내비게이션과 비슷하게 생긴 것을 꺼내왔다.

 

쟌 자오가 눈짓하자 바이 위탕은 S.C.I.팀원과 함께 두 사람 곁으로 다가왔다.

 

위성 추적기?”

 

특수 전자기기에 정통한 쌍둥이가 그것의 정체를 단박에 알아보았다.

 

조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에 산 겁니다. 저도 그의 행동이 신경 쓰였기 때문에 몰래 그에게 붙여 두었죠.”

 

그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몇 번 기기를 조작하자 찾는 이의 위치가 표시되었다.

 

[S 시의 공동묘지]

 

그때였다.

 

등 뒤에서 무언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갔다.

 

서류 뭉치가 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가운데 노방이 서 있었다.

 

파랗게 질린 얼굴이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왜 그러십니까?”

 

사람들의 머릿속에 나쁜 예감이 스쳤다.

 

……노진이…….”

 

노방의 목소리가 떨렸다.

 

노진이 오늘 친구들이랑 손천을 성묘하러 간다고…….”

 

당장 출동해!”

 

바이 위탕이 소리쳤다.

 

그는 쟌 자오, 노방과 함께 차를 타고 앞장섰고, 조정은 차에 리스본과 백치를 태우고 그들의 뒤를 따랐다.

 

……여러 대의 차가 줄지어 S 시의 공동묘지로 출동했다.

 

 

공동묘지 정상에 도착하자 곧바로 아이들의 비명이 들렸다.

 

……산 아래 공터에서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등을 맞댄 채 둥글게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주위를 그림자 하나가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바이 위탕은 예리한 눈으로 사태를 파악했다.

 

그림자는 자신의 손목을 칼로 그어 피를 조금씩 흘리며 아이들 주변에 마법진을 그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손이 뒤로 묶인 채 울고 있었지만, 다행히 부상자는 없어 보였다.

 

숨을 죽인 채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아이들과 거리가 가까워졌다.

 

그때 한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조용히 자신들 주위로 좁혀오는 경찰들이 보자 아이는 바이 위탕에게 황급히 고개를 젓더니 눈짓으로 그림자의 허리를 가리켰다.

 

……아이는 노진이었다. 노진의 눈짓을 따라 그림자의 바지로 시선을 옮긴 사람들은 바지에 숨겨놓은 총을 발견했다.

 

바이 위탕은 모두에게 흩어지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때였다. 그림자가 하하하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이미 경찰이 다가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 아이들에게 겨누자

 

쟌 자오가 서둘러 앞으로 나왔다.

 

더 이상의 저항은 소용없어요. 집사 양반.”

 

나이보다 건장한 체격의 그림자는 바로 조정의 집사였다.

 

어떻게 불러야 하지?”

 

바이 위탕이 물었다.

 

……조몽(赵蒙)……

 

노인이 입을 열었다. 감정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고개를 돌려 한쪽에 서 있는 조정을 보며 미소 지었다.

 

저는 도련님을 20년 동안 모셔온 사람입니다. 그런데 저를 경찰에 팔아넘기신 겁니까."

 

그의 물음에 아이들을 가만히 응시하던 조정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수하세요.”

 

허허~~”

 

헛웃음을 터트린 조몽은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을 돌아보았다.

 

운도 좋군. 배신만 당하지 않았다면 죽었다 깨어나도 못 찾았을 것을."

 

노인의 빈정거림에 쟌 자오가 차갑게 웃었다.

 

우쭐대는 것도 정도껏 하시죠. 조정이 당신을 찾을 수 있도록 돕긴 했지만, 당신이 범인이라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어요.”

 

?”

 

조몽은 눈썹을 치켜떴다.

 

어떻게 나인 걸 알았지?!”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아주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어요.”

 

쟌 자오가 말했다.

 

얽히고설킨 사건에 현혹되어 살인자의 행위가 일종의 진화라고 판단한 거죠. 그래서 줄곧 당신을 의심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사건이 정리되고 나서야 우리는 사실 그것이 진화가 아니라 퇴화라는 것을 깨달았죠.”

 

?!”

 

조몽의 얼굴이 굳었다.

 

퇴화!?”

 

, 퇴화요!”

 

단호하게 못을 박은 쟌 자오는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연쇄살인범의 진화는 그의 살인 행위를 보면 알 수 있어요. 그들은 대상을 선택하고, 자신의 철학을 범죄 행위 안에 담죠. 사실 이런 살인범의 신체는 대부분 절정에 있을 때예요하지만 갈수록 대상에게서 무작위성이 느껴지고 범죄도 단순해지죠.

이건 살인범의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한 마디로 당신이 늙었다는 거예요!"

 

조몽의 눈에 분노가 번뜩이는 걸 보면서 쟌 자오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십 년은 50세 이하에게는 별 차이가 없어요. 하지만 그 이상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죠. 예전에는 대상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십 년이 지난 지금 당신은 이미 일흔 가까이 됐어요. 어린 아이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제압할 수 없죠. 게다가 당신은 마법진 그림을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조건에도 충족해요.”

 

그리고 말이야~~”

 

바이 위탕이 말을 이어받았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당신은 줄곧 국내에 있다가 십 년 전에 사고로 조정의 부모가 둘 다 사망하자 그를 보살피기 위해 해외로 나갔어. 모든 가능성이 제거되자 사실이 드러났지!"

 

게다가 당신은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어요!”

 

쟌 자오가 말했다.

 

바로 백치를 공격한 거죠!”

 

조몽은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야?!”

 

쟌 자오가 말했다.

 

"당신을 의심하고 있던 차에 백치가 공격당하자 나는 왜 그를 공격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어요. 결국 찾아낸 답은 단 한 가지, 바로 백치가 당신에 대해 알고 있었던 거죠!

 

지금은 모든 경찰이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어요. 작은 단서에도 모두 민감하고, 예리하게 반응하죠. 하지만 백치와 관련된 건 없었어요. 그럼 뭘까요? 바로 예전이라는 거예요!

그는 자신도 모르게 당신이 범인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었고, 당신은 백치를 다시 만났을 때, 그의 기억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그의 존재가 위협적이었죠! 십 년 전에 있던 일들은 이미 백치에게 확인이 끝났어요. 내가 어떤 질문을 했을 것 같아요?"

 

조몽은 씁쓸하게 웃었다.

 

내가 마법진을 그리는 동안 놀기 좋아하는 리스본은 곧잘 나를 방해했지. 날도 마찬가지였어. 녀석은 내가 그린 마법진 위에 벌러덩 누웠고, 마르지 않은 마법진의 잉크가 고스란히 찍혔지.

지우려 했지만 쏜살같이 도망치는 바람에 그것을 쫓아 도서관까지 가야 했지. 저 꼬마 녀석이 리스본과 놀고 있더군. 게다가 거기에는 도련님도 계셨어……

 

하지만…… 나는 전혀 기억이 안 나요~~”

 

백치가 멍하니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조몽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쟌 자오를 돌아보았다.

 

쟌 자오가 빙그레 웃자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눈치챈 그는 이를 갈았다.

 

감히 날 속여……이 자식……

 

어째서?”

 

조정이 쟌 자오 앞으로 나왔다.

 

어째서 사람들을 죽였습니까?”

 

조몽은 조정을 보더니 갑자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왜냐면…… 조작 도련님이 떠나고 나서 인생이 너무 지루해졌거든요.”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어리둥절했다.

 

——조작 도련님……

 

나는 줄곧 조작 도련님 곁에 있었지.”

 

조몽이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분이 성장하시는 걸 쭉 지켜보면서 몇 번이고 감탄했는지 몰라. 정말 그분은 천재셨어. ……하지만 그랬던 도련님이 잡혀가시고 나니 사는 것이 지루한 날들의 연속이었지.

 

그래서 나는 도련님이 남기진 메모들을 읽으며 연구하기 시작했고, 거기서 마법진도 발견한 거야. 그거참 재밌더군~~”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의 눈이 마주쳤다.

 

조몽이 조작과 그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면 그에게서 당시에 있었던 일에 대해 캐낼 수 있을 것이다.

 

그 뒤로 살인을 시작했는데죽이기도 참 많이 죽였지. 하지만 그 만큼 인생이 너무 지루해서…….”

 

조몽의 시선이 조정에게로 향했다.

 

도련님은 성장하실수록 조작 도련님을 점점 많이 닮아가셨습니다. 그것이 저의 기쁨이었죠. 조작 도련님이 못다 하신 꿈을 도련님이 이룰 수 있도록 하려 했는데…… 제 의도를 알아차리진 어르신께서 당신을 데려가셨죠. 그런데…….”

 

잠시 말을 끊고 조몽은 음산하게 웃었다.

 

세상 참 공평합디다. 부부가 한꺼번에 교통사고를 당하다니~~ 다시 당신을 돌볼 수 있게 된 나는 정말 말 그대로 당신을 키웠습니다. 해외에서 당신을 키웠던 10년 동안은 살인보다 더 재밌었습니다. 하지만…….”

 

조몽은 미간을 찡그렸다. 그의 얼굴에 슬픈 기색이 떠올랐다.

 

"도련님은 분명 조작 도련님을 많이 닮으셨죠. 하지만 때로는 너무 다르셨습니다. 말투가 비슷한가 싶다가도 다라고, 행동이 닮았나 싶다가도 다르고. 그러다 보니 다시 살인이 관심이 쏠리더군요. 특히 누군가가 졸렬한 수법으로 내 범죄를 모방한다는 걸 발견했을 때는……

 

조몽은 가레낀 듯 걸걸거리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더 이상 뒷말을 잇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명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이는 노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주름진 인간의 몸뚱이는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그는 이미 완전한 귀신의 형태였다.

 

총 내려놔!”

 

조정이 불쑥 소리쳤다.

 

그는 턱을 살짝 치켜뜨고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으로 조몽을 바라보았다.

 

조몽은 멍해졌다.

 

……조작 도련님……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지금 조정의 모습은 확실히 조작과 너무 닮아 있었다.

 

총 내려놓고 이리 와!”

 

조정이 다시 말했다.

 

그러자 마치 마력이 이끌리듯 조몽은 그의 말을 따라 바닥에 총을 내려놓기 위해 몸을 숙였다. 바이 위탕이 그에게 수갑을 채우기 위해 한 발 앞으로 다가갔다.

 

그때였다. 멀리서 바람을 타고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먼 산비탈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조작이었다.

 

빛을 등지고 선 그는 후광 때문에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그가 조몽을 보며 그의 행동에 반대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는 것이다.

 

그가 조몽을 향해 빙그레 웃었다.

 

……

 

조몽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귀신에 홀린 듯한 모습으로 총을 아이들에게 겨누었다.

 

!”

 

곧바로 총소리가 공동묘지에 울렸다.

 

아이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몇 발의 총성이 더 들리고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바닥에는 머리가 관통당한 조몽이 죽어 있었다.

 

총을 내리며 바이 위탕이 손을 들자 경찰들이 급히 아이들 곁으로 뛰어가 놀란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안아 들고 달랬다.

 

그가 총을 집어넣고 언덕을 돌아봤을 때는 이미 조작이 사라지고 난 뒤였다.

 

쟌 자오는 급히 어디론가로 달려갔다. 바이 위탕도 서둘러 그 뒤를 쫓았다.

 

고양아, 기다려~~”

 

조작은 여유로운 걸음으로 언덕 아래의 길을 걷고 있었다.

 

맞은 편에서 차 한 대가 다가왔다.

 

몇 미터 앞에서 멈춘 차를 조작은 동그래진 눈으로 바라보았다. 차 주인을 아는 눈치였다.

 

곧이어 차 문이 열리고 가죽 구두에 고급 정장을 입은 중년 남성이 내렸다.

 

상당히 동안인 얼굴이었지만, 무표정한 얼굴에선 그 만의 연륜이 느껴졌다.

 

상대를 확인한 조작은 그쪽으로 발을 서두르더니 열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서서 가만히 그를 보며 웃었다.

 

안 올 줄 알았는데~~”

 

그 말에 남자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심각한 얼굴로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나를 찾은 이유가 뭐야?!”

 

네가 보고 싶어서~”

 

조작이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없어?”

 

있지.”

 

조작의 물음에 남자는 한참 동안 말없이 그를 응시했다. 이윽고 그는 목소리에 힘을 담아 차갑게 말했다.

 

이제 좀 내 아들한테서 떨어져!”

 

하하~~~”

 

조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걔가 네 친아들이라고 확신해? 계천(启天)?”

 

계천이라 불린 남자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으며 차 문을 열었다.

 

비록 내 친아들은 아닐지라도 너한테 충고할 수는 있지. 그러니 좀 떨어져!"

 

그리고는 차에 올라타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멀어져가는 차를 보며 조작은 짓궂은 장난이 성공한 아이처럼 활짝 웃더니 슬쩍 흙담 쪽으로 시선을 던지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사라졌다.

 

흙담 뒤,

 

쟌 자오는 넋이 나가 있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바이 위탕이 걱정스러운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두 사람……방금 무슨……"

 

혼란스러운 것은 바이 위탕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쟌 자오를 잡아당겨 자신의 품에 꼭 안았다.

 

고양아, 생각하지 마.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

 

쟌 자오는 두 손이 새하얘질 정도로 바이 위탕의 옷을 움켜잡았다.

 

저 두 사람 말뜻은…….”

 

 

크리스마스 날.

 

예정에도 없던 눈이 내리며 말 그대로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이십 년에 걸친 장기 미제 사건을 멋지게 해결한 S.C.I.팀은 포증에게 삼 일간의 포상 휴가를 받았다.

 

팀원들은 제각기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집으로 돌아갔고, 조호는 제요와 함께 천유의 간병을 위해 병원으로 갔다.

 

마한은 집 앞에 불쑥 나타난 진가이를 어이없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이고 머리야~~

 

진가이의 팬이었던 동생 마힌이 진가이에게 자신의 오빠를 팔아넘겼던 것이다.

 

게다가 마한의 어머니는 이 십여 년을 기다린 끝에 마한이 드디어 어여쁜 ''을 데려왔다고 기뻐하며 자기 아들을 손쉽게 팔아 넘겼다.

 

이때부터 진가이는 당당하게 집 안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공손은 다짜고짜 쌍둥이에게 납치를 당해 어디론가로 끌려갔다눈을 뜨자 커다란 석상 같은 바이 유탕이 자신을 보며 멍청하게 웃고 있었다.

 

백치는 크리스마스에 내내 아기를 돌보면서 자신을 구하고 일상 생활이 불가능한 조정에 리스본까지 돌봐야만 했다.

 

하루 전, 크리스마스이브.

 

거리를 수놓는 화려한 조명과 반짝이며 흩날리는 눈꽃들……

 

바이 위탕은 온천 별장의 앞 계단에 혼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사건이 해결된 직후, 쟌 자오는 휴가를 내고는 혼자 있고 싶다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사건을 해결했다는 홀가분함과 바이 유탕에게 받은 비행기조차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양어깨와 머리 위에 눈이 수북이 쌓여가고 있었고, 세찬 바람은 살을 벨 듯했지만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 뒤로도 한참을 제자리에 앉아 있던 바이 위탕은 문득 멀리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그림자를 보고는 벌떡 제자리에서 일어났다.

 

계단에서 성큼 내려와 그쪽으로 달려갔다.

 

가로등의 어두침침한 불빛 때문에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바이 위탕은 코앞까지 다가온 쟌 자오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 모두 머리며, 옷에 눈이 잔뜩 쌓여 있어 조금 우스꽝스러웠다.

 

쟌 자오는 눈을 부릅뜨고 놀라 넋이 나간 바이 위탕에게 소리쳤다.

 

뭘 봐? 나 처음 봐?!"

 

……나는……

 

바이 위탕은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

 

추워죽겠네~~”

 

쟌 자오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무슨 택시가 그렇게 안 잡히냐, 운전 안 하는 사람은 어떻……"

 

하지만 바이 위탕에게는 이미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가 쟌 자오를 와락 껴안았다.

 

고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