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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공일치/S.C.I. -Holding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63화

by hyuny07 2019. 8. 2.

마법 살인범 18. 해방

 

나 사과 먹고 싶어.”

 

호화롭기 짝이 없는 1인 병실, 조정은 푹신한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그런 그의 옆에서 백치는 팔짱을 낀 채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며 서 있었다.

 

다리를 건들거리며 앉아 모습에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렸다.

 

잠시 후, 조정의 눈앞으로 빨간 사과 하나가 내밀어졌다.

 

조정은 사과와 백치를 번갈아 보았다. 사과와 백치가 어딘가 닮은 것 같았다.

 

껍질 깎아줘~~”

 

백치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의 시선이 사과에서 조정의 얼굴로 옮겨갔다.

 

……질에 영양이 많아.”

 

조정은 백치의 말에 눈을 굴리며 잠시 생각하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작게 잘라줘~~~”

 

백치는 이를 갈며 과도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사과가 마치 조정이라도 되는 듯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베고, 베고~~ 깎고~~ 또 깎고~~

 

조정은 사과를 상대로 칼을 휘두르고 있는 백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등 뒤에서 한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저기, 치치야. 나는 사과가 먹고 싶은 거지, 사과즙이 먹고 싶은 게 아니야~~~”

 

그렇게 부르지 마!”

 

백치는 사과를 접시 위로 내던지며 소리쳤다. 그리고는 접시 채 조정 앞으로 내밀었다.

 

조정은 접시를 잠시 내려다보더니 몸을 앞으로 내밀며~~”하고 입을 벌렸다.

 

어이없는 그의 행동에 당황한 백치는 멀뚱멀뚱 눈만 깜박이며 조정을 바라보았다.

 

저번에는 이마에 뽀뽀하고, 머리를 쓰다듬더니. 이제는 먹여 달라고?!

 

하지만 어딘가 익숙해……

 

이쑤시개로 사과 한 조각을 꽂아 조심스럽게 그의 입에 던져 넣었다.

 

흡족한 얼굴로 맛있게 사과를 씹어 먹는 조정의 얼굴을 백치는 자세히 뜯어보았다.

 

아무리 봐도 정말 닮았어~

 

또 줘.”

 

조정이 다시 입을 벌렸다.

 

백치는 허둥거리며 다시 사과를 꽂아 그의 입 앞에 내밀었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고민에 정신이 쏠려 있어 그의 반사 신경은 다소 느려져 있었다.

 

게다가 우연인지 일부러 그런 것인지 조정은 자신 앞에 내밀어진 사과와 백치의 손을 동시에 입에 머금었다.

 

!”

 

손가락에 닿는 따뜻하고 미끄덩한 감촉에 화들짝 놀란 백치는 벌떡 일어났다.

 

손에 든 이쑤시개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조정을 쏘아보았다.

 

왜 그래?”

 

조정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빨리 줘, 아직 다 안 먹었잖아.”

 

~~!!”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다. 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자신은 열나 죽겠는데 사과를 기다리며 태연스럽게 앉아 있는 조정의 얼굴은 달라진 게 하나 없어 보였다.

 

——, 우연인 건가?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군거야?

 

순진한 백치는 자신의 과민반응으로 결론을 내리고는 스스로를 꾸짖으며 다시 자리에 앉아 이쑤시개에 사과를 꽂아 내밀었다.

 

그러면 힘들지 않아?”

 

조정이 웃으며 물었다. 백치는 지금 팔을 뻗어야 간신히 닿는 자리까지 멀찍이 떨어져 앉아 있었다.

 

좀 가까이 와. 내가 물을까 봐 무서워서 그래?!”

 

조정이 비웃었다. 발끈한 백치는 잽싸게 엉덩이 걸음으로 조정의 곁으로 바싹 다가왔다.

 

, 누가 무서워한다고 그래?!”

 

이러면 좋잖아~~”

 

그러면서 조정은 슬쩍 백치와의 거리를 좁혔다.

 

사과를 집기 위해 고개 숙인 백치의 동그란 이마가 보였다. 조정은 그 이마를 향해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그의 입술이 백치의 이마에 닿는 순간, 백치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쳐드는 동시에 한 손으로 이마를 가렸다.

 

그는 조정을 매섭게 노려보며 황당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어디 아파?! 왜 뽀뽀하는 거야?!”

 

네가 귀여우니까 그렇지~~”

 

조정은 멀쩡한 팔을 내밀어 백치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백치는 황급히 그의 손을 쳐내며 몸을 뒤로 뺐다.

 

……바보야! 거기에는 뽀뽀하면 안 돼!”

 

~~”

 

조정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럼 다른 곳에 뽀뽀해야겠네~”

 

그는 곧바로 자신의 말을 실행에 옮겼다.

 

조정의 입술이 백치의 입술 위로 겹쳤다.

 

!!!!!

 

백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커질 대로 커진 눈으로 코앞까지 닿아있는 조정을 바라보았다.

 

하하~~~”

 

조정은 놀란 토끼처럼 동그래진 눈으로 멍하니 자신을 보고 있는 백치와 눈이 마주치자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달칵-’

 

그때였다.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던 진필이 두 사람의 모습에 놀라 굳어버렸다.

 

이도 저도 하지 못한 채 그는 문 앞에 서서 백치를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백치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게다가 그것은 점점 범위를 넓혀가며 귀~ ~ 게다가 손끝까지~

 

그 모습을 보며 조정은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이 꼬맹이 엉덩이까지 빨개져 있을지도 몰라~~~

 

조정의 웃음은 그칠 줄 몰랐다.

 

백치는 문득 정신을 차렸다. 그는 로봇처럼 !’ 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손에 든 접시를 조정의 머리 위로 쏟았다.

 

그리고는 문을 쾅 닫고 병실을 나가더니 전속력으로 복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백치야~~ 어디가?”

 

문 앞에 서 있던 장용이 의아하다는 듯 멀어져 가는 백치를 불렀다.

 

하지만 지금 백치에게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장용도 그의 뒤를 쫓아갔다.

 

병원 아래층까지 쏜살같이 내려간 백치는 쓰레기통 옆에 떨어진 포장지를 발로 밟으며 욕을 해댔다.

 

더러운 바퀴벌레! 죽어! 죽으라고!!”

 

심상치 않은 그의 행동에 장용이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 괜찮아?”

 

숨을 헐떡거리며 고개를 돌린 백치는 울상을 지었다.

 

더 이상 여기 있고 싶지 않아요. 빨리 경찰청으로 돌아가요.”

 

어린 아이 같은 그의 모습에 장용은 3초 정도 멍해지고 말았다.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눈만 껌벅거리던 그는 문득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그래~~~!!”

 

장용은 입가의 흘러나온 침을 소매로 닦으며 차키를 꺼냈다.

 

젠장, 너무 귀엽잖아~~’

 

 

 

다 웃었냐?”

 

진필은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조정을 향해 눈을 흘겼다.

 

넌 어린애도 아니면서 왜 자꾸 저 꼬마를 괴롭히는 거야!?”

 

저 녀석 재밌지 않아?”

 

그렇게 대답하며 큭큭 하고 웃은 조정은 만면에 웃음을 띄운 채 머리에 붙은 사과를 하나씩 떼어냈다.

 

진필의 시선이 조정의 손으로 향했다.

 

의사한테 물어보니깐 적어도 두 달은 쉬어야 한 다더라.”

 

그의 말에도 조정은 대수롭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가 테이블 위의 과도를 만지작거렸다.

 

네 손이 얼마나 비싼지는 알아?!”

 

진필이 심각한 얼굴로 소리쳤다.

 

한 방 맞은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칼까지 꽂혀와?!”

 

동시에 조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는 외투를 챙겨 들고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너 어디가?!”

 

자신을 지나쳐 문가로 가는 조정의 뒤에 대고 진필이 다급하게 물었다.

 

바람 좀 쐬게.”

 

조정이 무심하게 대꾸하며 문을 열었다.

 

의사가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고! ……정아!”

 

등 뒤에 대고 연거푸 소리치는 진필을 깨끗하게 무시한 채 조정은 유유히 복도를 걸어 나갔다.

 

S.C.I. 사무실 안.

 

백치는 분위기가 이렇게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구나, 하고 새삼 깨달았다.

 

옆에서 장평이 입을 뻐끔거리며 손가락으로 쟌 자오의 사무실을 가리켰다.

 

그쪽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쟌 자오의 사무실을 들여다보았다.

 

바이 위탕과 쟌 자오가 소파에 고개를 기댄 채 곤히 잠들어 있었다.

 

너 얼굴이 왜 그렇게 빨게?!”

 

고개를 돌린 백치의 얼굴이 새빨개져 있자 장평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 아무것도 아니에요~~”

 

백치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소파에 잠들어 있는 두 사람을 보자 갑자기 지난번 차 안에서 두 사람이 키스했던 것이 떠올랐다.

 

쿵쿵쿵 뛰는 심장이 곧 터질 것만 같았다.

 

………………

 

다음 날 오전, 팀원들의 기분은 한결 상쾌했다.

 

요 며칠 사이 많은 일이 일어났지만, 다행이게도 이미 많은 진전을 이루어 이제 남은 할 일이라고는, 범인을 심문하고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뿐이었다.

 

바이 위탕이 사람들을 회의실로 불러 막 회의를 시작하려던 순간, 노방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바이 군, 정보가 나왔습니다.”

 

정보?!”

 

예상치 못한 그의 말에 바이 위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난번에 안경요랑 동명을 찾으라고 지시했잖습니까.”

 

노방이 말했다.

 

아무리 뒤져도 없길래, 출입국 기록을 살펴봤더니 두 사람은 이미 5년 전에 미국으로 건너갔다고 나왔습니다. 그 뒤로는 들어오지 않다가 한 달 전에 갑자기 동명이 귀국하고. 그리고 마침 그쪽에서 방금 연락이 왔는데…….”

 

그게 무슨 소리예요?”

 

노방을 말을 끊고 쟌 자오가 물었다.

 

안경요와 동명이 안 죽었다는 거예요?!”

 

?!”

 

노방도 깜짝 놀랐다.

 

, 안 죽었어요~~”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의 두 눈이 마주쳤다. 쉽사리 말이 나오지 않았다.

 

쟌 자오는 노방에게로 성큼 다가갔다.

 

그럼 이솜은요?”

 

쟌 자오가 다급하게 물었다.

 

조사해 주시면 안 될까요?! 당시에 진짜 이솜을요!”

 

노방은 자신에게 다급한 얼굴로 부탁하는 쟌 자오에 잠시 멍해졌다. 오랫 동안 그를 알아왔지만 그가 이렇듯 다급하게 무언가를 부탁하는 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노방은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황급히 몸을 돌렸다.

 

, 제가 당장 찾아보겠습니다!”

 

점심때가 다 되어갈 때쯤, 노방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찾았어요. 이솜은 H 시에 살고 있습니다.”

 

국내에 있다고?!”

 

바이 위탕이 경악했다.

 

맞습니다.”

 

노방이 말했다.

 

그리고 조금에 동명이 전화로 자수한다며 당시의 일을 털어놨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솜과 안경요를 체포할 수 있어요.”

 

잠깐만요!”

 

장평이 불쑥 끼어들었다.

 

그렇다면 서가청은 실제로 아무도 안 죽인 건데…… 왜 감옥에 가려는 거죠?!”

 

그의 말에 쟌 자오의 고개가 번뜩 들렸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로 뛰어 들어가서는 책상 위의 서류를 펼쳐 그 안에 있던 사진 한 장을 꺼내 들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바이 위탕이 서둘러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고양아, 무슨 일이야!?”

 

지금은 내 추측에 불과하니깐, 일단 서가청이 확인해 줄 때까지 기다려!”

 

그리고는 서둘러 취조실로 들어가 문을 닫아 버렸다.

 

테이블과 의자가 전부인 취조실에 서가청이 조용히 앉아 심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그녀에게 주어진 일이란 재판과 감옥에서 인생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그녀는 여한이 없었다.

 

만약 복수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평생 증오에 시달리며 살았을 것이다.

 

복수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앉아 있던 그녀는 갑자기 쳐들어온 쟌 자오에 깜짝 놀랐다.

 

쟌 자오가 테이블 위에 사진을 올려놓고 손가락으로 사진을 가리키며 빠르게 물었다.

 

원한은 원한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한 사람이 이 사람인가요?!”

 

서가청은 슬쩍 사진 속 인물을 보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내 복수와는 상관없어요. 그는 단지 내 명리사일 뿐이에요.”

 

그녀의 말은 쟌 자오를 따라 취조실로 들어온 바이 위탕도 들었다.

 

그는 테이블 위의 사진을 보았다. 예상대로 조작이었다.

 

이 사람한테 상담받은 건 얼마나 됐죠?”

 

쟌 자오가 물었다.

 

삼 년 좀 더 됐어요. 묘지에서 동명이 뉘우치는 소리를 듣고 나는 갈등이 되었어요. 복수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말이에요. 그때 마침 친구 중 한 명이 같이 명리사를 만나러 가자고 해서그래서 알게 됐어요.”

 

동명이 뉘우치는 소리를 들은 건 언제였죠?”

 

쟌 자오가 빠르게 물었다.

 

……삼 년 전에요……

 

서가청이 대답했다.

 

당신은 어떻게 그들을 죽인 거죠?”

 

그러면서 쟌 자오는 한숨을 내쉬며 의자를 가져와 앉아 서가청을 똑바로 응시했다.

 

자세히 말해보세요.”

 

…….”

 

서가청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흐릿해졌다.

 

나는…….”

 

그들을 죽인 것은 맞지만, 죽인 방법은 기억이 안 나는 건가요?”

 

쟌 자오는 사진을 자신 앞으로 끌어당기며 말을 이었다.

 

그거 알아요? 동명은 한 달 전에 귀국했어요. 그전에는 계속 외국에 나가 있었구요. 만약 당신이 그의 참회를 묘에서 들었다면, 그건 아마 최근이었을 거예요.”

 

……그게 무슨…… , 나는…….”

 

서가청은 미간을 찌푸린 채 이마를 짚었다.

 

왜 기억이 안 나지…….”

 

쟌 자오는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벗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그걸 고개 숙인 서가청의 눈앞까지 들이밀었다.

 

당신이 이 시계를 쳐다보는 순간 모든 것이 1시간 뒤로 돌아갑니다.”

 

시계를 쳐다보는 서가청의 얼굴이 멍해졌다.

 

그녀는 시계에 시선을 고정한 채 천천히 회상하기 시작했다.

 

하루 전에는....”

 

일주일 전에....”

 

한 달 전에는....”

 

쟌 자오는 천천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그녀의 말을 끄집어냈다.

 

점점 뒤로 갈수록 서가청은 혼란스러운 듯 보였다.

 

쟌 자오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

 

서가청의 고개가 번쩍 쳐들렸다.

 

~! 생각났어요. 맞아, 맞아!! ……저는 한 달 전에 그 남자를 만나러 갔다가…… 그가 나한테 무슨 말을 했는데…….”

 

바이 위탕은 서가청의 변화를 지켜보며 의자에 앉았다.

 

그때 너는 잠에서 깨는 순간, 뭔가 계획이 다 세워져 있는 상태에서 일어났겠지. 거기에 이솜과 안경요, 동명까지 네 손에 죽어 있었어. 이제 너는 이솜으로 가장해 다음 계획까지 완성하기만 하면 됐어. 그래서 넌 이날 뒤로 뭘 했지?”

 

그날 뒤로 나는 이솜을 가장해 같이 살 사람을 찾고 집을 임대했어요.”

 

서가청이 기억을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에게 연락해서……그런 다음에……."

 

그런 다음에 당신은 곧바로 공려평에게 이 명리사를 소개해 줬어요. 안 그래요?”

 

쟌 자오가 말했다. 서가청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 뒤로 당신은 습격당했고, 당신의 계획은 중단됐어요. 당신은 감시당했고 심영은 죽었어요. 마지막에는 심잠만 남았죠. 그리하여 당신은 어제 마지막 복수를 하러 갔던 거 아닌가요?”

 

서가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하지만……

 

틀림없어.”

 

바이 위탕은 열쇠를 꺼내 그녀의 손목에 채워져 있던 수갑을 풀었다.

 

너는 공려평을 데리고 명리사에 가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그럼 저는……

 

서가평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나는 언니 대신 복수했는데……

 

쟌 자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진진과 공려평이 죽고, 심영도 죽었어요. 심잠은 중상을 입고 지위도 명예도 잃었죠동명이 자수하겠다고 말했으니 이솜과 안경요도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거예요.

만약 이것이 당신이 복수라고 부르는 것이라면, 나는 그 결말이 이미 충분히 비참하다고 생각해요.”

 

그의 옆에서 바이 위탕이 냉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받았다.

 

이게 당신의 명리사가 당신에게 준 선물이야. 당신은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완벽하게 원한을 갚았어. 오늘부터 해방이야~~”

 

내가……해방……

 

서가청은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난 더 이상 원한을 짊어질 필요가 없는 거예요?”

 

그래요.”

 

쟌 자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더 이상이 원한을 짊어질 필요가 없어요. 하지만 대신 다른 것을 짊어져야 해요.”

 

다른 거?”

 

서가청은 어리둥절했다.

 

제요와 천유는 당신을 구하려다 죽을 뻔했어. 지금도 천유는 병원에 누워있고.”

 

바이 위탕이 무표정한 얼굴로 서가청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공려평의 한 살배기 아기는 이제 고아야. 그리고 공성이라고 있는데, 그가 뭐 때문에 복수하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확실한 건 그가 당신을 도와 당신의 언니를 죽인 두 명을 죽였다는 거야. 거기에 가장 무고하게 죽임을 당한 손천도 잊어선 안 돼.”

 

……그래서 내가 짊어질 건……죄책감? 참회?……

 

서가청은 다소 혼란스러워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죠?

 

쟌 자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신이 짊어질 것은 언니의 목숨을 빼앗아간 사람들처럼 죄책감이나 참회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이 당신에게 갖는 원한이죠. 아마도 이게 [원한은, 원한으로 풀어야 한다] 의 진정한 의미일 거예요.”

 

………………

 

취조실을 나온 바이 위탕은 쟌 자오의 부탁에 따라 그와 함께 S 시의 공동묘지로 차를 몰았다.

 

작은 묘비로 다가가자 그 앞에 한 사람이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마치 아기를 재우기 전 읽어주듯 부드럽고 가벼운 목소리였다.

 

다가오는 발소리에 그는 책에서 고개를 들고 쟌 자오와 바이 위탕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걸음이 앉아 있는 인물의 바로 앞에 멈춰 섰다.

 

쟌 자오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가장 먼저 보인 건 그의 손에 들린 책 제목이었다.

 

어린 왕자

 

그의 뒤편에 세워진 묘비에는 손천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손천은 당신의 계산 밖이었어요. 안 그래요?”

 

쟌 자오가 물었다.

 

조작은 손천의 사진을 안쓰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누구도 모든 것을 계산에 넣을 수는 없지. 모든 것은 항상 우리의 예상을 조금씩 빗나가기 마련이니까.”

 

조작이 자리에서 일어나 쟌 자오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래서 사람이 제일 재밌는 장난감인 거야.”

 

그리고는 묘비 앞에 책을 내려놓고 두 사람을 지나쳐 걸어갔다가 문득 발을 멈추고 다시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어서 내 앞에 있는 악마를 잡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내가 먼저 잡으면~~ 더 큰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깐~”

 

그리고는 유유히 몸을 돌려 떠나갔다.

 

쟌 자오는 묘비 앞에 놓인 책을 집어 들었다.

 

어린 왕자

 

그가 무기력하게 웃으며 바이 위탕을 돌아보았다.

 

바이야, 어렸을 때 본 어린 왕자 기억나?”

 

그의 질문에 바이 위탕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억나하고 대답했다.

 

그럼 조종사가 왜 이야기를 시작했는지는 기억나?”

 

쟌 자오가 다시 물었다.

 

……왜냐하면 그는 어른들의 세계에서 말이 통하는 사람을 찾을 수 없어 외로웠기 때문…….”

 

바이 위탕이 쟌 자오를 돌아보았다.

 

고양아, 너 지금 무슨 생각해?”

 

내 생각에는 그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같아……

 

쟌 자오는 잠시 뜸을 들였다. 그의 시선이 조작이 사라진 방향으로 향했다.

 

손천이 왜 걸렸는지 말이야. ——악마는 모두 비현실적인 환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의 다음 목표가 어린아이라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