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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공일치/S.C.I. -Holding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48화

by hyuny07 2019. 4. 27.

마법 살인범 03. 귀신

(수위 약간 있습니다)

 

1212, 아침 830. 경찰청 S.C.I. 사무실.

 

회의실에는 고도의 긴장이 감돌고 있었다.

 

팀원들은 저마다 심각한 눈빛으로 테이블 위에 놓인 사건 현장 사진들을 쏘아보고 있었다.

 

공손이 마지막으로 회의실에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손천의 검시 보고서가 들려 있었다.

 

"어떻습니까?"

 

공손이 자리에 앉기를 기다렸다가 바이 위탕이 다급하게 물었다. 모두의 시선이 공손에게 쏠렸다.

 

지금 그들이 원하는 것은 딱 한 가지였다.

 

어제와 오늘, 두 사건의 살인범이 동일 인물이 아니라는 쟌 자오 말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공손은 미간을 찡그린 채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두 사람이 맞아."

 

팀원들이 쟌 자오의 말을 못 믿어서가 아니었다.

 

백 퍼센트의 신뢰 속에서도 팀원들은 혹시나 하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쐐기를 박는 법의학자의 결론에 일시에 기운이 쭉 빠지는 것 같았다.

 

공손이 설명했다.

 

"장진진의 시체 절단면은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쪽으로 향해 있어. 다시 말해 살인범은 오른손잡이라는 거야."

 

잠시 허공을 응시하던 공손이 다시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손천은 오른쪽 아래에서 왼쪽 위쪽으로 향해 있어. 다시 말해 살인자는 왼손잡이라는 거야. 게다가 상처의 깊이도 서로 달라."

 

", 두 범인의 힘이 다르다는 겁니까?"

 

"맞아!"

 

공손은 고개를 끄덕이고 덧붙였다.

 

"장진진의 상처는 얕지만, 손천의 상처는 깊어."

 

"그게 무슨 뜻이죠?"

 

왕조가 물었다.

 

"살인자의 체격이 다르다는 겁니까?"

 

공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상처의 깊이를 다르게 만드는 요인은 사실 많아.

게다가 손천은 어린 아이였고, 장진진보다 제압하기 쉬웠겠……."

 

잠시 망설이는 표정을 짓던 공손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자오 군의 의견에 동의해. 첫 번째는 초보자, 두 번째는 베테랑."

 

조호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왜요?" 하고 물었다.

 

"많은 해 동안 범죄를 저지르지 않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죽인 게 어린애라서요?"

 

바이 위탕은 회의가 진행되는 내내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 손에 있는 단서가 너무 적어. 일단 단서 수집을 우선으로 하고 모두 따로따로 움직인다.

 

왕조와 장용은 유치원 주변을 탐문 수색해서 목격자가 있는지 알아보고, 마한은 공사 현장을 살펴봐.

조호와 서경은 피해자 가족을 방문해서 그들의 사회적 관계를 조사해.

 

공 선생은 이전의 그 사건들의 검시 보고서를 전부 찾아서 대조 부탁드립니다.

고양이랑 백치는 오후에 예전 사건 기록을 다 찾아보고, 장평은 마법진에 담긴 메시지를 찾아봐.

 

나는 이전에 이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을 찾아 상황을 묻도록 하지. 일단 오늘은 이렇게 따로따로 행동하고,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와서 합치는 거로. ok?"

 

"."

 

대답과 동시에 팀원들은 제각기 흩어졌다.

 

장평은 키보드를 두드리는데 몰두했고, 공손은 자료실로 달려갔다.

 

쟌 자오와 백치는 책과 신문의 바닷속으로 빠져 일반 사람이라면 혀를 내두를 정도의 무시무시한 속도로 글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바이 위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별일 없이 각자 맡은 일을 해나가는 것을 보면서 사무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1층에 내려갔다.

 

경찰청의 1층은 일반적인 사건을 처리하는 곳이다.

 

민사 분쟁, 단순 소동, 미성년자의 일탈, 마약, 좀도둑질……

 

"문 형사님."

 

바이 위탕은 어수선한 사무실로 들어가 한참 심문한 것을 기록하고 있는 노인을 불렀다.

 

"! 바이군!"

 

문 형사라고 불린 노인은 바이 위탕을 알아보고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왜 여기까지 온 게야?"

 

"바쁘십니까?"

 

바이 위탕이 웃으며 물었다.

 

"안 바빠, 안 바빠. 설사 바쁘다고 해도 바이 군이 왔는데 놓아야 하지 않겠나?"

 

문 형사는 방긋 미소 지었다.

 

그리고 옆에 있던 경찰을 손짓해서 불러 그에게 일을 맡겨놓고 바이 위탕을 응접실로 데려갔다.

 

"무슨 일이기에 이 늙은이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하러 왔어?"

 

의자에 앉는 바이 위탕을 향해 문 형사가 물었다.

 

뽀얀 김이 올라오는 전기 포트의 물을 찻잔에 따랐다.

 

"~~ 묻고 싶은 게 좀 있어서요. 10년 전, 마법 연쇄 살인 사건을 조사했던 사람이 누구……."

 

거기까지 말했을 때, 갑자기 '쨍그랑' 하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바이 위탕은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가장 먼저 눈이 띈 것은 내용물을 쏟을 채 바닥을 뒹구는 빈 찻잔이었.

 

조금 전 문 형사가 차를 따라 들고 오던 것이었다.

 

괜찮으십니까?”

 

바이 위탕은 서둘러 문 형사에게 다가갔다.

 

가장 먼저 위험한 전기 포트를 치우고 문 형사를 부축해 의자에 앉혔다.

 

창백하게 질린 문 형사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 난 괜찮아. 이거 참, 창피하군. 나이가 드니 금방 이렇게 충격에 약해졌단 말이야."

 

바이 위탕은 그가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기운을 차렸는지 문 형사의 창백했던 얼굴도 한결 좋아졌다.

 

"모두 십여 년 전의 일이야."

 

문 형사가 난처한 표정을 내보이며 말했다. 바이 위탕이 슬쩍 떠보듯 물었다.

 

"문 형사님, 왜 이렇게 과민 반응하시는 겁니까?"

 

"……."

 

문 형사는 허 찔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자네는 정말 아버지와 똑같이 예리하구먼!"

 

문 형사는 허허, 하고 옅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바이 위탕은 그 웃음에 마주 웃는 대신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이야기를 요구하는 바이 위탕의 시선에 문 형사는 웃음을 거두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경찰의 성은 위(), 이름이 위영(卫永)이네……. 그가 이 연쇄 살인범을 조사한 지 몇 년이 지났을 무렵, 그의 약혼녀가 마법 살인범에게 죽임을 당했다네.

 

그 후로 그는 단독 조사를 진행하면서 미친 듯이 밤낮없이 캐고 다녔어. 그런데 말이, 그 살인자가 어느 날 갑자기 10년 전에 증발한 듯 모습을 감췄고, 위영의 행동은 더욱 과격해졌지…….

 

상부의 지시를 어기고 제멋대로 조사를 진행하다가 결국 경찰 배지를 내놔야 했다네."

 

문 형사가 미간에 주름을 깊게 판 채 말을 이었다.

 

"한 사람이 이 사건을 담당하는 시간은 비교적 짧았어. 담당 경찰이 중간에 계속 바뀌거나 아니면 나처럼 별로 전력을 다할 마음이 없었지. 아무튼 처음부터 끝까지 쫓아다닌 건 위영 밖에 없어."

 

"그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

 

문 형사는 잠시 침묵했다.

 

"구체적으로 나는 잘 알지 못한다네. 나중에 들리는 바로는 탐정사무소를 차려서 계속 추적하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지."

 

"그럼……."

 

바이 위탕이 다시 물으려 할 때였다. 갑자기 응접실 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 형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갔다.

 

소란의 주범은 단박에 눈에 띄었다.

 

경찰 몇 명이 불량해 보이는 남자를 의자에 눌러 앉히기 위해 필사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험악한 인상의 남자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고,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맞은편의 여자를 향해 쉴 새 없이 욕을 퍼붓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여자도 지지 않고 욕을 퍼붓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발음이 명확하지 않고 몸을 휘청거리는 거로 보아 술에 취한 듯했다.

 

편한 카우보이 차림의 여자는 자신이 지금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녀의 곁에서 애 땐 얼굴의 여학생 두 명이 그녀의 양쪽 팔을 힘겹게 붙잡고 말리고 있었다.

 

바이 위탕은 그 두 여학생을 알고 있었다. 바로 제요와 천유였다.

 

"뭐 하는 겐가?!?"

 

문 형사가 위압적인 기세로 소리치자 그제야 양쪽 모두 조용해졌다.

 

"술 취한 저 여자가 사람을 때렸단 말입니다!"

 

불량해 보이는 남자가 머리를 감싼 채 억울하다는 듯이 외쳤다.

 

"내 갈 길을 잘 가고 있는데 갑자기 저 여자가 튀어나와서는 머리를 술병으로 내리쳤다는 거 아닙니까! 인신공격 당했다구요!"

 

"가만히 좀 있어!"

 

한쪽에서 경찰 한 명이 그를 누르며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그녀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아무 이유 없이 때렸다고?!"

 

"경찰 나리도 보셨잖습니까? 저 여자가 술이 꽐라가 돼서……."

 

남자는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경찰에게 억울함을 토로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한쪽에 서 있던 바이 위탕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 남자는 헉 숨을 삼키더니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남자의 시선을 따라 고개 돌린 제요는 그제야 바이 위탕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이 위탕의 시선이 그녀에게 따져 묻고 있었다.

 

'너 버릇 고친 거 아니야? 어째 또 말썽 피우냐?'

 

"아니야!"

 

제요는 서둘러 그의 말을 막고 억울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누가 아침부터 난동부리냐고. 우리랑 같이 사는 사람이 어젯밤에 안 돌아와서, 그래서…… 걱정돼서 술집으로 찾으러 갔다가 휘말린 거라고."

 

제요의 말에 천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얼른 말을 이어받았다.

 

"맞아요! 우리는 여자 혼자면 불리할까 봐 경찰 따라 온 거라구요."

 

상황파악이 완료된 바이 위탕은 고개를 끄덕이고 남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괜찮습니까?"

 

"……그럼요……."

 

남자가 자세를 바로 하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모두 제가 조심하지 않은 탓이죠. ……하하."

 

갑자기 변해버린 남자의 태도에 제요와 천유는 놀랍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경찰들은 남자의 태도 변화에 이유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

 

건달들을 포함해 조폭 두목까지. 모두 바이 위탕의 미움을 사지 않기 위해 몸을 사렸던 것이다. 그러니 이런 동네 불량배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괜찮습니다. 저기 모두 오해한 거예요, 오해. 그러면 저기……저는 이만."

 

남자는 어딘지 불안한 기색을 보이며 주춤주춤 몸을 일으켰다.

 

"잠깐."

 

바이 위탕이 밖으로 향하던 남자를 불러 세웠다.

 

놀란 남자는 등을 바짝 세웠다. 천천히 고개 돌리는 그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바이 위탕이 남자에게로 성큼 다가가 "당신, 뭘 그렇게 두려워하지?" 하고 묻더니 지갑에서 지폐 몇 장을 꺼내 남자에게 건넸다.

 

"상처 치료하고 돌아가시죠."

 

"~~, 고맙습니다……."

 

남자는 돈을 움켜쥐고 쏜살같이 밖으로 달아났다.

 

제요는 난처한 듯 미간을 찡그리며 바이 위탕에게 작게 속삭였다.

 

"금방 갚을게요."

 

바이 위탕은 고개를 돌려 문 형사를 보았다. 이미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그는 바쁜 척 딴짓을 하고 있었다.

 

옛날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날카롭게 들었다.

 

한편, 제요와 천유에게 부축을 받던 여자가 갑자기 바이 위탕을 쳐다보며 헤헤, 하고 웃더니 술에 취해 제대로 뻗지도 못하는 손으로 바이 위탕을 가리켰다.

 

"하하……좋은 남자야……."

 

"이솜! 정신 좀 차려!"

 

제요는 바이 위탕이 화낼까 두려웠다. 서둘러 이솜이라 불린 여자의 팔을 붙잡았다. 하지만 그녀는 제요의 손을 뿌리치더니 바이 위탕의 얼굴 앞에 손가락을 들이밀었다.

 

"원흉! 이 원흉은 말이야……하하……살인은 목숨으로 보상해야 해!(杀人偿命) ! 응보가 온 건…… 모두 당신 때문이야!"

(杀人偿命, 欠债还钱

사람을 죽이면 목숨으로 보상하고, 빚을 지면 돈으로 갚아야 한다; 나쁜 짓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바이 위탕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제요는 서둘러 이솜과 바이 위탕의 사이를 가로막고 바이 위탕에게 고개 돌려 말했다.

 

"신경 쓰지 말아요. 술을 많이 먹어서……."

 

하지만 단순 술주정이라고 하기에는 이솜의 말이 신경 쓰였다. 잠시 생각하던 바이 위탕이 제요에게 말했다.

 

"희가 문 앞까지 부축해 와. 집까지 데려다줄게."

 

"? 필요 없……."

 

그러나 제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이 위탕은 이미 차를 가지러 밖으로 나갔다.

 

15분 정도 뒤, 제요를 포함한 세 사람이 사는 건물 앞에 도착했다. 계단을 통해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 바이 위탕과 천유는 이야기를 나눴다.

 

비교적 내성적인 제요와는 다르게 천유는 활발한 성격에 입담도 좋았다. 바이 위탕은 그녀에게서 인사불성이 된 여자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이름은 이솜(李絮), 무대 연출 디자이너로 자주 술에 취한다고 한다. 평소에는 멀쩡히 사람들과 잘 지내지만 취하기만 하면 이렇게 난동을 부린다고 천유는 투덜댔다.

그리고 그녀가 말하는 좋은 남자가 원흉이라는 건……아마도 예전에 심하게 차였던……

 

집 앞에 다다르자 바이 위탕은 이솜을 힘겹게 부축한 채 계단을 오르는 제요에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핸드폰."

 

뭘 하려는 건지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너무 당당하게 요구하는 통해 제요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핸드폰을 바이 위탕의 손바닥 위에 얹었다.

 

바이 위탕은 핸드폰에 열어 무언가 입력하더니 다시 제요에게 돌려주었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제요는 핸드폰에 찍힌 번호와 바이 위탕을 번갈아 보았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뒤 그를 스쳐 집으로 걸어가던 제요가 다시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나 이제 약 안 해요."

 

바이 위탕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건물을 내려가 차를 타고 떠날 때까지 제요는 가만히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모습이 이상해 보였는지 천유가 제요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세상에, 너한테 마음 있는 거 아니야?"

 

"……"

 

제요는 천유를 흘겼다.

 

"네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밖에 없지?"

 

"그럼 저 사람이 왜 그렇게 너한테 잘하냐?"

 

그렇게 묻고는 천유는 이솜을 부축한 채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제요는 알고 있었다. 바이 위탕이 자신에게 잘하는 건, 그가 자신의 유일한 가족이었던 오빠 제뇌를 죽였기 때문에……, 그래서 책임감을 느끼고 의지할 곳 없는 자신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좋은 사람이야.

 

"사랑하는 사람 있어."

 

제요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도 중얼거렸다.

 

"사랑하는 사람?? 어떻게 생겼어? 그는 여자를 어떤 눈으로 볼까?? ? 생각만 해도 이상해~~"

 

천유가 흥미롭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너는 한참 멀었어."

 

그리고 제요는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천유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씩 웃었다.

 

"어디 들어 볼까나, 얼마나 예쁜가 안 예쁜가?"

 

제요는 천유를 도와 이솜을 부축해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는 틈 사이로 한숨 섞인 제요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어디 예쁘기만 하겠어……."

 

잠시 뒤 복도 끝의 모퉁이에서 검은 그림자가 고개를 내밀었다. 번뜩이는 두 눈은 조금 전 닫힌 문을 악의에 차서 응시하고 있었다.

 

 

차를 타고 경찰청으로 돌아가는 길, 바이 위탕은 서경에게 전화해 위영과 이솜의 신상 조사를 지시했다.

 

다년간의 사건 처리 경험과 타고난 직감은 바이 위탕으로 하여금 일말의 괴이함을 느끼게 했던 것이다.

 

S.C.I.의 사무실.

 

서류와 신문이 산처럼 쌓여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그 사이에 쟌 자오와 백치가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서류를 훑어보다 이따금 몇 마디 주고받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파일 뭉치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왔던 공손은 두 사람의 모습에 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긴 숨을 내쉬며 두 사람을 지나쳐 장평에게로 다가갔다.

 

"바이 군은?"

 

"대장은 아래층에 내려가셨어요. 오실 때 됐는데 안 오시네요."

 

컴퓨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대답한 장평은 모니터에 비친 그림을 가리키며 공손에게 물었다.

 

"이 그림이 장진진의 시체 밑에 있는 그것과 같은 건가요?"

 

공손은 모니터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특징적인 무늬가 눈에 들어왔다.

 

"맞아!" 공손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공손은 파일을 펼쳐 서류에 붙은 사진과 모니터 속 그림을 비교해 보았다.

 

"똑같아! 이게 뭐야?"

 

"외국의 한 무술 애호가의 사이트에서 찾았습니다."

 

장평은 문서 한 부를 뽑아 공손에게 내밀었다.

 

"눈의 형태로 그려진 그림은 아테킨(阿特)이라는 주문입니다. 이전에 일으킨 악행은 사신의 눈을 피해 달아날 수 없으며 그 시간이 당도하였을 대, 하늘이 벌이 내린다, 라는 뜻이라네요."

 

공손은 손에 들고 있던 파일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장평에게 내밀었다.

 

"그럼 손천의 시체 밑에 있던 이건?"

 

그때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반쯤 열고 노방이 고개를 내밀었다.

 

"저기 바이 군은……."

 

"대장 내려가셨어요! 조금 있으면 돌아오실 거예요!"

 

장평이 모니터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소리쳤다. 노방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

 

그때 노방의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습니다. 들어가서 기다리죠."

 

어디선가 들어봤던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공손은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문을 열고 당당하게 안으로 들어온 건 심잠이었다.

 

", 공손. 또 만났네요."

 

심잠은 친한 척 반갑게 인사했다.

 

공손은 의혹 어린 표정을 지으며 노방에게 시선을 돌렸다.

 

노방이 말했다.

 

", 이분이 두 번째 사건이 발생한 공사장의 소유주라고 하십니다. 경찰 조사에 도움이 될지 몰라 왔다고……."

 

공손과 장평의 눈이 마주쳤다. 장평이 웃었다.

 

"정말 열성적인 시민이네요."

 

자신을 비꼬는 말에도 심잠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미소 지으며 어깨를 으쓱하고는 공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사실, 당신이 일하는 곳을 보고 싶어 왔습니다."

 

공손은 자신을 향해 미소 짓는 심잠을 무시하고 장평에게 말했다.

 

"네 대장 오면 나한테 좀 오라고 해. 중요한 일이 있으니깐."

 

"ok."

 

장평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손은 파일을 들고 심잠을 지나쳐 사무실 밖으로 향했다. 그 뒤를 심잠이 따라붙었다.

 

"법의실 좀 구경시켜 주시겠습니까?"

 

공손은 사무실 문에 손을 얹은 채 심잠을 돌아보았다.

 

"거절하죠."

 

그리고 새침하게 턱을 치켜들고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일할 때 죽은 사람과 함께 있는 걸 좋아하거든요."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공손은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심잠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멍하니 공손이 사라진 문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장평은 웃음이 터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황급히 고개를 숙인 그의 등이 심하게 떨려왔다.

 

그때 바이 위탕이 문을 열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대장! 공 선생이 중요한 일이 있다고 오시래요."

 

장평이 빠르게 외쳤다.

 

"회의할 거니깐 이쪽으로 오시라고 해. 나도 발견한 게 있어."

 

그러면서 쟌 자오의 사무실로 발길을 돌리던 바이 위탕은 그제야 낯선 존재를 발견하고는 '누구?'라는 눈빛을 보내왔다.

 

그의 시선에 정신 차린 심잠이 황급히 손을 내밀며 인사했다.

 

", 안녕하세요. 저는……."

 

"그 공사장 소유주래요."

 

장평이 끼어들었다.

 

바이 위탕은 고개를 끄덕이고 심잠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래서 무슨 일 있으십니까?"

 

"제가 도와드릴 건 없나 해서 왔습니다."

 

바이 위탕은 심잠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당분간은 없습니다. 있다면 이쪽에서 먼저 연락드리죠.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때 장평의 연락을 받은 공손이 다시 사무실로 들어왔다. 뒤이어 왕조와 장용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와 동시에 소리쳤다.

 

"대장! 일 났어요!"

 

"들어가서 얘기하지."

 

바이 위탕은 심잠을 내버려 둔 채 회의실로 들어갔다.

 

사무실에 덩그러니 혼자 남게 된 심잠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더니 천천히 사무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바이 위탕이 장평의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

 

"뭐야?"

 

장평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턱으로 공손을 가리켰다.

 

"목적이 따로 있었어요."

 

바이 위탕은 고개를 끄덕이고 쟌 자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고양아, 어때?"

 

"거의 다 됐어." "거의 다 됐어요."

 

쟌 자오와 백치가 고개를 들고 동시에 말했다.

 

알겠다는 듯 다시 고개를 끄덕인 바이 위탕은 흥분한 얼굴의 왕조와 장용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희는 무슨 일이야?"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왕조가 대표로 말했다.

 

"대장, 유치원 주변에서는 이렇다 할 단서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유치원 경비원에게 들은 바로는…… 어젯밤에 유치원에서 귀신이 나왔다고 합니다!"

 

"??"

 

바쁘게 움직이던 사람들이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쏠렸다.

 

", 귀신?!"

 

백치는 쟌 자오에게 바싹 달라붙었다.

 

"맞습니다!"

 

장용이 말을 이었다.

 

"경비원은 밤 10시쯤 유치원을 순찰하다 사건이 발생한 교실 안에서 푸른색 도깨비불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교실로 다가가자 교실 창가에 긴 생머리의 여인이……. 그 뒤로는 도망가기 바뻐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장용의 말이 끝나고 모두의 시선이 백치에게로 집중되었다.

 

백치는 쟌 자오의 옷자락을 두 손으로 움켜쥔 채 어깨를 잘게 떨고 있었다.

 

"무서워?"

 

"!!"

 

백치가 겁먹은 얼굴로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당황한 백치는 붉어진 얼굴로 사람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다들……안 무서우세요?"

 

장용은 백치 곁으로 다가가 그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넌 경찰이야. 경찰이 그런 걸 믿어야 되겠어?"

 

", 그럼 그 일은 어떻게 된 거예요?"

 

"교실 창문이 초록색이었던 건 기억나?"

 

공손이 백치에게 물었다.

 

"."

 

백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는 건 누군가 안에서 무언가를 태웠다는 거야."

 

공손의 말을 바이 위탕이 이어받았다.

 

"그 경비원이 잘못 보지 않았다면…… 긴 머리 여자가……."

 

"그 여자가 무언가를 태웠다는……."

 

그러면서 백치는 쟌 자오를 바라보았다.

 

쟌 자오가 백치의 눈을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살인범이거나 누군가 애인을 만나러 온 거겠지."

 

", 그럼 조금 있다가 오늘 밤에 공사장에서 대어를 낚을 수 있는지 보자고!"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의 단서를 정리한 바이 위탕이 공손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공 선생은 뭘 발견하셨습니까?"

 

"이건 이전 검시 보고서야."

 

공손은 손에 들고 있던 파일을 건넸다. 바이 위탕은 파일을 건네받아 펼쳤다.

 

"마지막 피해자만 어린아이고, 나머지는 성인이야."

 

"맞아. 이름이 서가려(徐佳丽)여자 아이고 13살이야."

 

그러면서 쟌 자오는 따로 빼둔 신문 더미에서 한 부를 꺼내 건넸다.

 

바이 위탕은 검시 보고서와 신문을 번갈아 살피다 공손에게 물었다.

 

"그게 문제 있습니까?"

 

"다른 피해자들의 사인은 모두 칼에 의해 목의 동맥이 잘렸어. 하지만 이 소녀의 사인은 달라. 뒤통수에 둔기를 맞고 사망했어."

 

바이 위탕은 눈썹을 찡그렸다.

 

"그게……무엇을 설명합니까?"

 

"살인범이 수법을 바꿨다는 거지."

 

"하지만 행위 분석상 설명이 안 돼요!"

 

 

쟌 자오가 소리쳤다.

 

"???"

 

팀원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쟌 자오를 바라보았다.

 

쟌 자오가 말했다.

 

"이 살인자가 그린 마법진은 모두 어느 정도 의미가 있어요. 그리고 상당히 세밀하게 그려져 있죠. 그는 완벽주의자 라구. 그리고 그의 모든 그림은 목의 상처로부터 시작해서 몸을 둘러싼 듯 그려져요. 그래야만 전체 그림이 완성되죠!

 

만약 다른 곳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면 전체 그림의 완성도를 무너뜨리는 거예요. 이런 건 살인범과 같은 유형의 사람들이 절대 용납할 수 없다구요."

 

"그럼 뭐야?"

 

바이 위탕이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

 

"이 사건은 그가 한 게 아니라는 거야?"

 

쟌 자오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이건 두 개의 가설 중 하나일 뿐이야. 또 다른 가설은 그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어떤 변고가 일어났다는 거지."

 

"그러면 그 변고가 범인이 10년 동안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했다는 거야?!"

 

바이 위탕의 말에 쟌 자오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ok. 그럼 모두 오늘 밤에 출동 준비해."

 

바이 위탕은 팀원들을 돌아보며 지시하고는 쟌 자오 백치가 쌓아둔 신문 더미의 정리 또한 지시했다.

 

팀원들이 열심히 신문 정리를 하는 사이, 갑자기 두 주먹을 불끈 쥔 백치가 결심한 듯 쟌 자오에게 말했다.

 

"오늘 밤에 귀신 잡는 거, 저도 갈래요!"

 

……………………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팀원들의 웃음소리가 회의실을 가득 메웠다. 쟌 자오는 백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음기 배인 목소리로 외쳤다.

 

"아무도 귀신이라고 안 했거든!"

 

.

 

귀신' 잡기에 신이 난 S.C.I.팀원들이 현장으로 출동했다. 딱 한 사람만 빼고.

 

공손은 귀신 잡기에 흥미가 없었다. 게다가 오늘은 약속이 있었다.

 

오후 늦게 바이 유탕에게서 저녁 식사를 같이하자는 연락이 왔던 것이다.

 

경찰청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공손은 시간 맞춰 아래로 내려왔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던 건 익숙한 검은색 벤츠가 아니라 새하얀 BMW이었다.

 

"시간 되시면 식사라도 같이하실까요?"

 

운전석 창문에 한쪽 팔을 기대고 심잠이 말했다.

 

공손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심잠을 쏘아보았다.

 

때마침 바이 유탕의 검은색 밴츠가 심잠의 차 뒤로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바이 유탕은 공손에게 다가가 물었다.

 

"오래 기다렸습니까?"

 

"방금 내려왔어요."

 

공손은 방긋 미소 지었다.

 

"우연이군요. 바이 회장."

 

그러면서 심잠은 차에서 내렸다.

 

공손을 사이에 두고 심잠은 바이 유탕과 마주 섰다.

 

이렇게 보고 있자니 따로 비교할 것도 없이 바이 유탕의 존재감이 심잠보다 절대적으로 컸다.

 

바이 유탕의 화를 자초했다가는 사서 고생할 게 뻔한데, 도대체 어떤 목적으로 그러는 건지…….

 

"가요."

 

공손은 바이 유탕의 팔을 잡아끌고 차에 올라탔다.

 

심잠은 두 사람이 탄 차의 불빛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잠시 뒤, 차의 모습이 시야에 사라지자 비로소 자신의 차에 올라탄 심잠은 음산한 웃음을 흘렸다.

 

"형제가 하나같이 얄밉지만, 안목 하나는 훌륭하군."

 

그 길로 새하얀 BMW는 경찰청에서 떠나갔다.

 

 

식사 후 바이 유탕과 집으로 돌아온 공손은 잠옷으로 갈아입은 채 거실로 나왔다.

 

거실에는 바이 유탕이 다리를 꼰 채 앉아 한 손에 반쯤 채워진 술잔이 들고 있었다.

 

"아직도 이불을 안 가지고 왔어요?"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공손이 물었다. 그는 젖은 수건을 빨래통에 넣고서 바이 유탕에게로 다가갔다.

 

"이불이 없어졌습니다."

 

바이 유탕이 당당하게 말했다.

 

"오늘 밤도 여기서 묵고 가겠습니다."

 

공손은 그의 곁에 앉아 의심스러운 얼굴로 눈을 흘겼다.

 

"설마 이불 한 채도 못 살 정도로 가난한 건 아닐 테고."

 

그리고는 바이 유탕이 들고 있던 술잔을 빼앗아 들었다.

 

그의 움직임을 따라 바이 유탕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공손에게 향했다. 젖은 머리가 살짝 뒤로 젖히며 새하얀 목이 드러나더니 반쯤 벌어진 입술 사이로 투명한 액체가 흘러 들어갔다. 고개를 내린 그의 입술이 촉촉이 젖어 있었다.

 

바이 유탕은 한숨을 내쉬며 쓴웃음을 지었다.

 

"공손, 절 남자로 보지 않는 겁니까?"

 

"……?……"

 

공손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나는 당신의 어디가 여자인지 모르겠……아앗!"

 

바이 유탕은 공손의 허리를 한 손으로 감싸 안아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헐렁헐렁한 잠옷에 아름다운 목선을 들어내고 내 눈앞에 흔들흔들 거리며 다가와서는 내 컵에 담긴 술도 마시지 않았습니까.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걸 안다면 이렇게 하는 게 남자에게는 초대나 마찬가지라는 걸 아실 테죠."

 

"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요."

 

방긋 미소 지으며 대답한 공손은 바이 유탕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용기가 가상하네요."

 

바이 유탕의 얼굴이 굳혔다.

 

"이제 그만 좀 괴롭히면 안 되는 겁니까? 정말 한이 맺힌 겁니까?"

 

"인내하는 법 좀 배워야죠~~"

 

공손은 싱긋 미소 지으며 그렇게 말하더니 다시 바이 유탕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참는 것도 일종의 사랑 표현 방식이에요."

 

"너무 어렵군요."

 

바이 유탕은 침통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러다 갑자기 씩 웃더니,

 

"그렇다면 저한테도 다 생각이……."

 

하며 공손의 엉덩이 쪽을 잡아당겨 자신의 몸으로 가까이 붙였다.

 

그러자 공손의 사타구니 밑에 무언가 단단한 물체가 닿았다.

 

그의 바지 주머니에 있는 것은……핸드폰?

 

바이 유탕은 태연스럽게 웃으며 공손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고는 다른 손으로 집 전화기의 수화기를 향해 손을…….

 

그제야 그의 의도를 깨달은 공손은 당황한 얼굴로 그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쳤다. 하지만 그럴수록 허리를 감싼 손의 힘이 더욱 강해질 뿐이었다.

 

바이 유탕이 아래로 꾹 누르자 공손의 몸이 반사적으로 움찔거리며 허리가 꺾였다.

 

바이 유탕은 뒤로 쓰러지려는 공손의 몸을 얼른 받아 다시 일으켜 세우며 환하게 웃었다.

 

"만약, 당신이 하고 싶다면……나는 참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러고는 공손이 말릴 틈도 없이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윽고 바지 주머니 안에서 핸드폰이 "윙윙"거리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아래에서 자극이 전해지자 공손은 다시 몸부림을 쳤다.

 

바이 유탕은 도망치려는 공손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고 더욱 힘껏 아래로 누렸다.

 

진동은 얇은 천을 뚫고 온몸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특히나 신체 중 가장 민감한 부분이 핸드폰과 직통으로 맞닿아 있어 상상 이상의 짜릿한 자극이 전해지고 있었다.

 

"으음……."

 

허리가 묶여 억압된 상황 속에서 공손은 아래에서 느껴지는 자극을 그대로 받아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극은 더욱 강하게 느껴졌고, 몸에서는 점차 기운이 빠져나갔다.

 

바이 유탕에게 반쯤 몸을 기댄 채 수화기를 뺏어보려 했지만, 이 닿기도 전에 바이 유탕의 손에 막히고 말았다. 공손의손목을 붙잡은 자세로 바이 유탕이 슬쩍 다리를 움직였다.

 

"아앗……."

 

공손은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터트렸다.

 

공손은 다시 반대쪽 손을 수화기로 뻗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바이 유탕의 손에 붙들리고 말았다. 양손이 붙잡힌 지금, 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욕밖에 없었다.

 

"개자식! 당신 진작부터 이럴 계획이었……으음~~"

 

하지만 그마저도 입술을 맞춰오는 바이 유탕에게 막혀 버렸다.

 

공손은 몸은 이미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바이 유탕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공손의 귓바퀴를 가볍게 핥았다.

 

"지금은 당신이 원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나쁜 놈!"

 

공손은 다시 손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에도 바이 유탕의 손에 붙잡히고 말았다. 허공에 잡힌 손을 빼내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던 순간, 갑자기 바이 유탕이 휙 몸을 돌리더니 공손을 소파 위로 쓰러뜨렸다.

 

"공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도 될까요? ……상냥하게 하겠습니다."

 

바이 유탕이 자신을 올려다보는 공손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볼을 살짝 붉어진 공손은 말없이 눈앞의 사람을 노려보았다. 승낙도 없었지만 거절도 없었다.

 

바이 유탕은 활짝 미소 지으며 공손을 번쩍 안아 들고 침실로 향했다.

 

불끈 달아오른 이쪽의 상황과 달리,

 

S.C.I. 팀원들은 야외의 공사 현장에서 살을 에는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아가며 잠복하고 있었다.

 

시계가 밤 10시를 지나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마한과 장용은 겁이 많은 백치를 데리고 공사 현장 건물의 가장 높은 곳에서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고, 조호와 왕조는 공사 현장의 후방에 숨어 있었다.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차 안에 앉아 공사장 입구를 응시했다.

 

"고양아, 추워?"

 

바이 위탕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안 추워~~"

 

쟌 자오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더니 새삼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며칠 후면 크리스마스네."

 

날짜를 계산하며 분위기에 젖어가는 쟌 자오에게 바이 위탕이 물었다.

 

"산에 가볼래?"

 

"?"

 

쌩뚱 맞은 그의 물음에 쟌 자오는 바이 위탕을 돌아보았다.

 

바이 위탕이은 주머니에서 열쇠 뭉치를 꺼내 들었다.

 

"조혜가 준 거야. 형이 최근에 산간지방에다 온천 휴양지를 지었대. 같이……갈래?"

 

바이 위탕의 물음에 쟌 자오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쟌 자오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하고 대답했다.

 

그의 대답에 오히려 바이 위탕이 더 당황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재차 확인했다.

 

", 너 정말 나랑 간다는 거지? 아무도 없어. , 우리 둘뿐이야. 밤을 보낼 거라고."

 

쟌 자오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도 또렷이 보일 정도로 새빨갛게 타올랐다.

 

자신을 바라보는 바이 위탕의 시선을 부끄러운 듯 슬쩍 피하면서 "" 하고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 무전기가 울렸다.

 

바이 위탕은 얼른 무전기를 집어 들었다. 마한이었다.

 

"대장, 나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