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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공일치/S.C.I. -Holding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50화

by hyuny07 2019. 5. 11.

마법 살인범 05 저주

 

조정의 ……네가 누군지 생각났어.”와 백치의 사기꾼!”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졌다.

 

모두 눈만 깜박거리고 있는 가운데,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쟌 자오가 백치에게 물었다.

 

두 사람, 전에 만났던 적 있어?”

 

백치에게 묻긴 했지만 조정에게도 해당하는 것이었다.

백치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대답을 피하자, 쟌 자오는 조정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도 어색하게 웃으며 슬며시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잠시 뒤, 침묵을 깨고 조정이 누그러진 목소리로 백치에게 물었다.

 

…… 말 더듬지 않았었나?”

 

백치는 고개를 홱 틀어 조정을 노려보았다. 순간, 조정은 움찔하고 놀라고 말았다.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았는지 백치의 눈은 붉은 기를 띠고 있었고, 그럼에도 당장이라도 흘러내릴 듯 눈물이 그렁그렁했던 것이다.

 

입술을 깨물며 시선을 돌린 백치는 우울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쟌 자오에게 속삭였다.

 

저 먼저 갈게요.”

 

, 잠깐!”

 

조정은 몸을 돌리는 백치의 손목을 황급히 붙잡았다.

 

좀 더 있다 가. 오랜만에 만났는데…….”

 

손대지 마!”

 

백치는 불쾌한 표정으로 손을 힘껏 뿌리쳤다.

 

그 바람에 뒤로 살짝 밀려난 조정은 양손을 들어 보이며 안심시키려는 듯 미소를 지었다.

 

, 손대지 않을게. 손대지…….”

 

그 순간,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하나의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백치가 저렇게 화를 내다니……. 설마 조정이 무슨 나쁜 짓이라도 저지른 건가??

 

한참 동안 방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바이 위탕은 쟌 자오를 톡톡 건드렸다. 쟌 자오가 의아한 얼굴로 돌아보자 그는 한 눈을 찡긋했다.

 

봤지? 토끼도 급하면 사자를 문다고~~~’ 그러면서 씩 웃었다.

 

쟌 자오는 상황파악 못 하고 웃어대는 저 면상을 한 대 꽉 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그렇게 할 수는 없어 주먹을 꽉 말아 쥔 채 바이 위탕을 향해 무언의 경고를 날렸다.

 

'지금이 장난칠 때야?! 분란 일으키지 말고 얌전히 있어!'

 

그때였다.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노인이 갑자기 "!" 하고 소리쳤다.

 

그는 무언가 깨달은 얼굴로 조정과 백치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이윽고 "하하"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동그래진 눈으로 노인을 응시했다.

차마 묻지는 못한 채 쳐다만 보고 있는데, 그런 두 사람의 옆에서 포증이 당당하게 물었다.

 

뭡니까? 무슨 인연이라도 있는 겁니까?”

 

자연스럽게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이 시선이 포증의 얼굴로 옮겨갔다. 두 사람은 먼저 총대 메고 물어준 포증에 감탄했다.

 

'역시 대장이야~~ 우리가 속으로만 생각하던 걸 단도직입적으로 묻다니.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그것도 당사자들 앞에서 아주 거침없이 묻네~~ 정말 감탄스러워…….'

 

포증의 질문에 노인은 말없이 웃어 보였다. 그는 여기서 할 얘기가 아니라는 듯 사람들의 응접실로 안내했다.

 

사람들 앞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내려놓고, 노인은 자신 몫의 찻잔을 들고 한쪽 소파에 앉았다.

 

차를 한 모금 마신 노인이 사람들을 둘러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천재라 불리는 아이의 어린 시절에는 즐거움보다 외로운 순간이 더 많다.

 

왜냐하면…… 그들에겐 보통의 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왜 함께 있는가. 왜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가.

 

그건, 어려서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두 사람 사이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바이 위탕은 알고 있었다.

쟌 자오가 열 몇 살쯤, 그는 이미 세 가지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했고, 원서로 된 전문 서적을 무리 없이 읽을 정도였다.

 

쟌 자오도 알고 있었다.

바이 위탕이 열 몇 살쯤, 그는 이미 맨발로 벽돌 열두 개를 깰 수 있었고, 그보다 몇 배나 큰 경찰과 겨룰 정도였다.

 

그들에게는 서로를 이해하며 우정을 쌓을 수 있는 친구가 드물었다.

 

다시 말해, 두 사람이 서로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들의 어린 시절은 분명 외로움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천재에게 소꿉친구를 사귀는 행운이 따르는 것은 아니었다.

 

백치와 조정이 그러했다.

 

조정은 프랑스인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열 살 때까지 프랑스에서 살았다.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 처음 왔을 당시, 그는 중국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했고, 당연하게도…… 친구를 사귈 수 없었다.

 

그의 아버지는 보물 같은 아들이 우울하자 리스본이라는 새끼 백사자를 선물해 주었다.

 

그 날부터 리스본이 조정의 유일한 친구가 되었다.

 

백치의 어린 시절은 이보다 더 불행했다.

 

왜냐하면, 하나의 *문곡성이 ()를 중시하는 바이가(혹은 백씨 집안. 白家)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文曲星(문곡성) 글자 그대로 학문과 예술을 관장하는 별(星). 학문과 기예를 관장하는 북두칠성(北斗七星)의 네 번째 별이다. 문곡성의 사주를 가진 사람은 세계적인 대학자가 된다.

 

쉽게 말해서 한 마리의 토끼가 사자 무리에서 태어났다고 보면 된다.

 

백치는 달리기를 포함한 체력적인 면이 집안사람들보다 현저하게 떨어졌고 겁도 많았다.

 

대신 그는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남들보다 월등히 뛰어났는데, 주위에서는 천재라는 칭찬이 자자했다.

 

하지만 이런 특출 난 능력에도 백치는 바이가(혹은 백씨 집안. 白家)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가족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꼈던 백치는 매사 조심스럽게 행동했고, 친구 또한 없었다.

 

그런 백치가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던 장소가 바로 도서관이었다. 어른도 읽기 어려운 책이 백치에게는 만화책보다 재밌는 것이었다.

 

햇볕이 내리쬐는 풀밭에 앉아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물곤 했다.

 

백치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혼자 있을 수 있는 비밀기지를 많이 만들어 뒀었는데, 그중 하나가 도서관 뒤편에 있는 작은 정원이었다.

 

백치는 이곳을 정말 좋아했다.

 

정원 관리인 할아버지는 언제나 그에게 상냥했고, 그에게 과자도 주시곤 했다.

 

그렇게 홀로 지내는 날들이 아주 오랫동안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귀여운 흰색의 큰 "고양이"가 벽을 넘어 정원 안으로 들어온 일이 있었다.

 

고양이는 배가 고픈지 백치의 주머니에 코를 박고 킁킁거렸다. 정원 할아버지가 주신 찹쌀 경단이 그 속에 있던 것이다.

 

백치는 고양이에게 찹쌀 경단을 나눠 주었고, 그 때부터 한 사람과 한 고양이의 진한 우정이 시작 되었다.

 

백치는 학교가 끝나면 우선 집으로 돌아가 음식을 챙겨 들고 정원으로 향했다. '고양이'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서서히 책을 읽기 위해 갔던 도서관이 '야옹이를 만나 노는 곳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원에서 놀고 있는 백치와 야옹이의 곁으로 한 소년이 다가온 일이 있었다. 그 소년이 바로 어린 조정이었다.

 

조정은 일찍이 마술에 미쳐 있었다.

 

이런 점은 아마도 세계적인 마술사로 유명했던 그의 외할아버지의 능력을 물려받은 듯했다.

 

외할아버지는 손자의 재능을 일찍이 알아보았고, 그를 키우는데 온 정성을 쏟아 부었다. 하루 3시간씩, 조정은 외할아버지에게 마술을 배웠다.

 

혼자 남게 된 리스본이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집안에서 몰래 빠져나왔다가 백치를 만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조정이 끝날 시간 즈음 돌아가던 리스본은 시간이 갈수록 백치와 노는 것에 마음을 뺏겨버렸고, 점차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늦어졌다.

 

결국 리스본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은 조정이 그를 찾아 정원에 들어올 때까지 말이다.

 

조정은 백치와 즐겁게 노는 리스본을 보며 배신감을 느꼈다. 그래서 자신의 유일한 친구를 빼앗아간 저 새끼를 골려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당신의 무릎보다 크다 할지라도 모두 어둠을 무서워하고, 밥보다는 간식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아이들 사이에도 분명한 차이는 있다.

 

예를 들어, 쟌 자오가 길가에 다친 동물을 집으로 데려와 치료하고 보살펴주는 작은 천사라면,

 

바이 위탕은 분필통에 벌레를 집어넣어 선생님을 골탕 먹이는 작은 악마였다.

 

이를 백치와 조정에게 대입해 보자면, 백치는 어리버리한 작은 천사였고, 조정은 좀 사악한 꼬마 악마였다.

 

조정은 리스본이라는 공통된 친구를 통해 백치와 친분을 쌓았고, 불어를 하면서 그에게 동경까지 얻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 점을 이용해 잔인하리만치 백치를 속였다.

 

사건이 있던 그 날, 백치는 평소처럼 도서관에 가서 야옹이’, 그리고 새로 사귄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조정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백치에게 말했다. 자신은 마법을 부릴 줄 안다고 말이다.

 

그는 최근에 배운 -비둘기를 개구리로 바꾸는- 마술을 보여주면서 백치를 믿게 만들었다.

 

조정은 백치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개구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처음 친구를 사귄 백치가 들뜬 마음에 자신에 관해 이야기해 준 것이었다.

 

조정은 백치의 어깨를 세 번 두드리면서 그에게 주문을 걸었다고 말했다.

 

백치가 한마디라도 하면 개구리로 변한다고 말이다.

 

새파랗게 질려 버린 백치는 눈물을 흘리며 도망쳤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조정은 통쾌한 표정을 지었다.

 

의기양양해진 조정은 리스본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고, 이후에는 이 일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한 달 뒤, 백치의 어머니가 조정의 집에 찾아오기 전까지 말이다.

 

그녀는 조정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한 달 전, 도서관에 갔다 울며 돌아온 백치가 갑자기 말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조정은 그제야 백치가 자신의 거짓말을 정말로 믿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백치에게 걸었던 마법의 주문을 풀었으며, 다시 말을 해도 된다고 했다.

 

그때부터…… 백치는 다시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백치는 줄곧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리스본과 친구가 된 뒤로는 말을 더듬지도 않았고, 집을 나가 늦게 들어오는 일도 있었다.

 

마치 자신의 인생에 주인이 된 듯했다.

 

조정은 죄책감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다시 말을 더듬기 시작한 백치는 친구들에게 놀림 받기 일쑤였다. 그의 안 좋았던 어린 시절이 최악의 외로운 시절로 변해 버린 것이다.

 

부모님은 항상 연민과 안타까움이 섞인 눈빛으로 백치를 바라보았다. 더욱 겁쟁이가 되어 버린 백치는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1년 후, 조정과 리스본은 프랑스로 돌아가게 되었다.

 

……프랑스로 돌아가는 것을 백치에게 말하지 않았다.

 

백치를 속인 뒤로 줄곧 그를 외면했고, 정원으로 찾아가는 일도 없었다.

 

그럼에도 조정은 마음속 깊이 알고 있었다.

 

리스본마저 사라진다면 백치가 더욱더 외로워질 것을 말이다.

 

조정은 눈물이 일렁이던 백치의 눈을 떠올렸다.

 

토끼처럼 붉어진 눈으로 눈물을 흘리는 백치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사실, 성인이 된 지금도 조정은 이 모든 기억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그 나라에 있는 도서관을 먼저 돌아다녔다.

 

……다시 어린 백치를 만나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랬던 그가 처음에 백치를 알아보지 못한 건,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백치와 지금의 백치가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기억 속의 백치는 어린아이에 말을 더듬었지만, 지금의 백치는 말을 더듬지 않을뿐더러 경찰이었다.

 

백치가 리스본을 껴안은 채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서야 조정은 그때 당시의 어린 백치와 지금의 백치를 매치할 수 있었다.

 

백치는 자신을 사기꾼이라고 불렀……. 정말 아니거든!

 

 

이야기가 끝나고, 태연하게 찻잔을 집어 드는 노인의 옆에서 포증은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는 얼굴로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쟌 자오는 바이 위탕을 향해 눈을 깜박이며 너 어렸을 때 보다 더 나빠!’ 하고 무언의 메시지를 보냈다.

 

바이 위탕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날 선 눈빛이 강하게 외치고 있었다.

 

이 일은 절대 용서할 수 없어!’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인 두 사람은 맞은편에 앉은 조정을 쏘아보며 비난을 퍼부었다.

 

누가 조작의 조카 아니랄까 봐. 완전 유전이야, 유전!’

 

두 사람은 평소 의아하기만 했던 백치의 행동이 이해 가기 시작했다.

 

긴장하거나 두려운 상황에 닥치면 백치는 자기도 모르게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했더니만…… 저게 원흉이었어!

 

두 사람은 백치에게 동정 어린 눈길을 보냈다.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한다니~~ 너무 슬프잖아~~

 

흠흠.”

 

아무리 낯가죽이 두껍다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쏠리는 따가운 시선을 견디기는 힘들었다. 헛기침한 조정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화제를 바꾸듯 포증에게 물었다.

 

맞다, 아저씨. 저한테 뭔가 부탁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

 

조정의 말에 사람들은 번뜩 정신이 들었다. 애초에 자신들은 사건 때문에 이곳에 왔던 것이다.

 

쟌 자오는 황급히 서류 가방 안에서 마법진 사진 뭉치를 꺼내 조정에게 건넸다.

 

이 그림에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혹시 아는 거 있어요?”

 

조정은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겨보았다. 뒤로 갈수록 점점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잠시 뒤, 조정은 말없이 티 테이블 위의 찻잔을 옆으로 치우더니 사진을 그 위에 두 그룹으로 나누기 시작했다.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가만히 그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이윽고 사진을 두 그룹으로 나눈 조정이 소파에 기대면서 물었다.

 

가운데 있는 사람이…… 피해자인가요?”

 

설마, 하고 쟌 자오는 흠칫 놀랐다. 그는 황급히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사진은 분명 사체가 옮겨진 후 찍은 마법진 사진이었다.

 

조정은 경찰도 아니었고, 사체를 익숙하게 보아온 사람도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일반인이 사체를 보는 것이 좋지 않다고 판단해 마법진 사진만 가지고 왔던 것이다.

 

무언의 대답을 긍정이라고 생각했는지 조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이 사진들에 새겨진 문양은 한 사람이 그린 게 아니에요.”

 

바이 위탕은 테이블 위의 사진으로 시선을 던졌다.

 

두 그룹이라……. 혹시 두 사람입니까?”

 

아뇨.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어요.”

 

조정은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두 사진 중 한쪽은 한 사람이 그린 것이 확실하지만, 다른 쪽은 달라요.”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의 두 눈이 마주쳤다. 복잡해지는 사건의 실마리에 두 눈은 충격으로 커다래져 있었다.

 

혹시, 이 문양들의 의미를 아나요?”

 

쟌 자오가 물었다. 조정은 하고 고개를 끄덕인 뒤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문양의 기원은 원시 부족의 *토템(totem)이에요.

토템(totem) 아메리카 원주인 사회에서 신성시되는 상징물

토템폴 (totem pole) 전통적으로 아메리카 원주민 사회에서 토템의 상(像)을 그리거나 조각한 기둥

위 사진은 토템폴 - ⓒ위키

원래는 매우 불규칙적인데, 후에 연금술이 성행하면서 사람들이 문양의 패턴을 분류하고 정리했어요. 그때서부터 점점 일정한 양식으로 변했죠.”

 

연금술?”

 

바이 위탕은 미간에 주름을 잡고 조정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여기에 무슨 깊은 뜻이 있습니까?”

 

조정은 미소 지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연금술에서 쓰이는 문양은 더 간단하고 훨씬 더 두드러진 부분이 있어요. 별자리와 여러 원소도 포함하구요. ……여기, 이 문양을 한 번 보세요.”

 

그러면서 조정은 손가락으로 사진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 (), ……. 추상적인 기호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형태를 그려 넣었죠.”

 

쟌 자오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말해, 발전했다는 건가요?!”

 

맞아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조정은 싱긋 웃는 얼굴로 쟌 자오를 쳐다보았다.

 

모두 당신이 천재라고 하던데, 역시나……. 맞아요, 당신 말대로 이것들은 연금술이 발전할 때 같이 발전한 거예요.”

 

바이 위탕은 미간을 좁혔다.

 

그럼 이게 무슨 뜻입니까?”

 

조정은 잠시 뜸을 들이다 ……저주!” 하고 말하더니 이렇게 덧붙였다.

 

전부 하늘을 대표하는 저주죠.”

 

저주?”

 

경악한 사람들의 입이 벌어졌다.

 

맞아요! 저주!”

 

조정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눈은 사신의 눈을 의미해요.

저주받은 자의 죽음을 초래하는 것은, 그가 저질렀던 악행이라고 하죠.

 

()은 불건전한 남녀 관계를 의미하구요.

저주받은 자의 죽음을 초래하는 것은 죄악의 섹스이며, 보통 창녀나 정부에게 저주를 건다고 해요.

 

마지막으로 뱀은 거짓말을 의미해요.

저주받은 자의 죽음을 초래하는 것은 세상에 대한 그의 기만……."

 

그럼 방금 말한 다른 사람이 그렸다는 건……, 그건 무슨 의미죠?”

 

쟌 자오가 그의 말을 자르고 물었다.

 

사실, 정확히 알려면 마법진 위에 사체가 있는 사진을 봐야 해요. ……이 문양들은 저주받은 대상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당신 말은, 어떤 사람이 어떤 문양을 그려야 한다는 게 다 정해져 있다는 건가요?”

 

쟌 자오가 다시 묻자 조정은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갑자기 하하~”하고 웃기 시작했다.

 

당신이랑 이야기하니 정말 마음이 편하네요. 맞아요. 한 가지만 봐도…… 틀림없죠.

이쪽 문양은 정확하게 그려져 있어요. 마치 전문적인 주술사가 그린 것처럼 말이죠. 반면 다른 문양은…….”

 

조정은 사진 한 장을 집어 들었다.

 

너무 조잡해요. 이 문양을 그린 사람은 분명 저주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을 거예요.”

 

바이 위탕은 두 그룹으로 나눈 사진을 번갈아 바라보다 서가려 사건의 마법진 사진을 집어 들었다.

 

그럼 이건, 앞선 사건과 다른 사람이 그렸다는 겁니까?”

 

조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할 수 있겠죠.”

 

쟌 자오는 최근에 발생한 장진진과 손천 사건의 마법진 사진을 가리켰다.

 

그럼 이 두 사진 속 문양은 같은 사람이 그린 게 맞나요?”

 

조정은 고개를 저으며 어깨를 으쓱 쳐들었다.

 

확신할 수는 없어요. 이 두 문양 모두 전문가가 그렸기 때문에 같은 사람이 그렸을지도 모르죠. ……다만…….”

 

다만?”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눈을 부릅뜨고 조정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손천 사건의 마법진 사진을 집어 들고 조정이 물었다.

 

이 문양을 그린 사람은 매우 지독한 사람이에요. 왜 그런지 알겠어요?”

 

그러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이 동시에 대답했다.

 

피해자는 어린아이고, 사라졌던 사람이 나타나서 그렸다고 보기에는 문양이 완벽하죠!”

 

“good!”

 

두 사람의 대답에 감탄한 조정은 흡족한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똑똑한 사람과 사귀는 건 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