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덕공일치/S.C.I. -Holding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68화 (네 번째 사건 시작)

by hyuny07 2019. 9. 15.

살인자는 인간이 아니다. 01. 상자 속 주검

 

크리스마스 이후로 몇 차례 눈이 더 내리고, 서서히 날이 풀려가면서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옷차림에서도 완연한봄기운이 느껴졌다

 

명절이 지난 두 번째 일요일.

 

따뜻한 햇볕이 비추는 S시 박물관 앞 기다란 계단 밑에 다소 체구가 작은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적색 터틀넥과 블랙진을 갖춰 입은 그는 새하얀 피부와 여자보다 예쁜 외모로 휴일을 즐기러 나온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다.

 

남녀를 따지지 않고 그를 지나치는 사람들은 다들 한 번씩 그를 힐끔거렸고, 감탄하는 동시에 아쉬움에 혀를 차곤 했다.

 

그의 손가락 가운데에 은색 반지가 끼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손에 박물관 티켓 두 장을 쥐고 도로 쪽을 연신 기웃거리는 게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도대체 누가 저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 걸까?

 

비록 그를 지나치는 사람들은 들을 수 없었지만만약 당신이 그의 가까이 있었다면, 당신은 이 예쁜 사람에게서 부득거리는 이 가는 소리와 함께 격양된 톤으로 중얼거리는 걸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생쥐 녀석, 237초나 늦고 있어! ……38초오~~ 오늘 죽었어!! 40!!"

 

그가 막 45초를 새고 있을 때멀리서 흰색의 스포츠카 spyker C8이 나타났다. 차는 비행기 날 듯 쏜살같이 달려와 단숨에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운전석 문을 벌컥 여는 동시에 안전벨트를 풀고 밖으로 튕겨 나와 차를 잠그고서 날듯이 박물관으로 달려갔다.

 

흰색의 짧은 가죽 자켓과 화이트진부드러운 머리카락이 그가 움직일 때마다 가볍게 펄럭였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훤칠한 외모, 전체적으로 태양 같은 강렬한 이미지가 풍겼다.

 

하지만 박물관으로 뛰어가는 내내 그는 불안한 얼굴이었고, 계속 뭔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죽었다~~ 웬일로 고양이가 안 늦었다냐~~”

 

100미터를 단숨에 질주한 그는 계단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 앞에서 발을 멈췄다

 

허리를 숙인 채 무릎을 짚고서 헐떡거리며 그가 말했다.

 

"~~ 고양아……."

 

그렇다 이 두 사람은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이었다.

 

얘기로 돌아가, 마법진 사건이 끝난 뒤로 쟌 자오는 갑자기 저주와 신비 문화에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런 그에게 백치가 티켓 두 장을 선물했다. 일요일 S시 박물관에서 열리는 개인 소장품 전시회 티켓이었다.

 

전시회 주제는 옛 토착 문화로, 작품의 촬영을 맡은 사진작가가 조정의 친구라 많은 티켓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약속을 하고, 쟌 자오는 오늘 아침 수업을 마치고 10 30분 정각에 박물관 입구에 도착했다.

 

"3분 지각이야!" 쟌 자오가 항의했다

 

"나오다가 포증한테 붙잡혔어~~ 미안해고양아!" 바이 위탕이 빠르게 사과했다.

 

3분 지각은 바이 위탕이 쟌 자오와의 약속에서 늦은 최고 기록으로 종전 기록은 3년 전에 세운 217초였다.

 

사실 대부분의 약속에서는 바이 위탕이 쟌 자오를 기다리는 일이 많았고, 1시간 이상 쟌 자오가 오지 않을 때에는 직접 차를 몰고 데려가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래서 쌍둥이는 "오냐오냐해주면 머리 위로 기어오를 테니 너무 예뻐하지 마라!!!" 라고 했지만 크리스마스 이후로 바이 위탕이 쟌 자오를 예뻐하는 수준은 한 단계 상승되어 있었다.

 

결국 원래부터 버릇이 나빴던 누군가는 더욱 버릇이 나빠졌다나 뭐라나…….

 

아무튼, 두 사람은 박물관으로 올라가는 사람들 틈에 섞어 안으로 들어갔다.

 

"고양아이게 뭐가 재밌냐?"

 

티켓에 인쇄된 포스터를 훑어보며 바이 위탕이 투덜거렸다.

 

"아프리카 원시 부족……동남아 토착민……"

 

"그래도 여기 티켓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쟌 자오가 뭘 모르고 있네, 하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모두 귀중한 개인 소장품이야."

 

"도대체 누가 이딴 썩은 나무에 큰돈까지 써가며 집에다가 모셔 두냐?"

 

바이 위탕이 입구의 검표원에게 티켓 건네주며 투덜거렸다.

 

다소 커진 목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쟌 자오는 그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그때였다. 옆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매일 그렇게 죽은 사람을 보면서 아직도 만족 못 한 겁니까?"

 

귀에 익숙한 목소리에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렸다.

 

바로 옆에 있는 또 다른 입구 앞에 방금 막 들어온 듯 보이는 바이 유탕과 공손이 서 있었다.

 

물론 지금 말한 건 바이 유탕이었고, 그 역시 주위의 눈총을 받았다.

 

"공 선생?"

 

바이 위탕이 두 사람에게 아는 척했다.

 

"두 사람은 어떻게 온 거야?"

 

바이 유탕은 대답대신 미간을 찡그리며 입술을 삐죽 내밀어 공손을 가리켰다.

 

공손이 눈을 부릅뜨고 두 형제를 노려보았다. 그가 티켓에 인쇄된 상자 사진을 가리켰다

 

"상자 속 시신에 몰라? 인류 역사상 가장 신비로운 장례 의식이잖아!"

 

그의 말에 쟌 자오가 기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맞아요저도 들었어요. 동남아시아 토착민인 ‘투치족(图西)의 장례풍습으로사람이 죽으면 반으로 접어 사람 반만 한 큰 상자에 넣어 장례를 치른다고 했어요."

 

"맞아."

 

공손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신에 특별한 약물을 발라 1년 동안 묻었다가 다시 꺼내면 상자의 모양이 절대 변하지 않아서 그걸로 가구를 만들어 썼다고 했어."

 

쟌 자오와 공손은 앞장서 걸으며 시신과 가구 등에 대해 열정적으로 대화를 나눴고, 바이 가(白家)의 두 형제는 그런 두 사람의 뒤를 조용히 따르며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박물관에는 여러 전시품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것은 박물관 정중앙에 전시된 정사각형 모양의 '시신'었다.

 

시신의 관절은 모두 어긋나 있었고, 머리까지 심하게 뒤틀린 채 굉장히 고통스럽다는 듯이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있었다.

 

"상자에 넣을 때 산 사람을 넣습니까, 죽은 사람을 넣습니까?"

 

한참 동안 시신을 바라보던 바이 위탕이 갑자기 공손에게 물었다. 그러나 질문에 대한 대답은 공손이 아닌 그들의 뒤에서 들려왔다.

 

"살아있을 때 넣어요."

 

고개를 돌리자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남자가 서 있었다외국인이라고 하기에는 중국어가 상당히 자연스러웠다

 

남자는 쟌 자오를 빤히 쳐다보더니 다짜고짜 그의 얼굴 앞으로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당신의 눈동자는 마치 살아 있는 예술품을 보는 것 같네요."

 

바이 유탕은 바로 옆에서 손가락 관절이 우두둑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가 코웃음치며 동생에게 한마디 날려주려는데 남자가 이번엔 공손 앞으로 얼굴을 들이댔다

 

"완벽한 동방의 미인이군요~~~ 얼굴을 제대로 보고 싶은데 안경 좀 벗어……으악!"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바이 유탕이 남자의 뒷덜미를 우악스럽게 잡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대리석 바닥에 온몸을 부딪친 남자는 잔뜩 인상을 구긴 채 뒷목을 잡고 벌떡 일어섰다

 

그가 바이 유탕을 노려보며 한 발 앞으로 내미는데 뒤에서 그를 제지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모리스~~ 그 사람들이 내가 얘기했던 친구들이야."

 

목소리의 주인공은 조정이었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백치야?"

 

쟌 자오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조정의 뒤에 달라붙어 있는 백치를 의아한 눈으로 보았다

 

몇 주가 지났지만, 아직 조정의 부상이 완쾌되지 않아 백치는 여전히 조정을 보살피라는지시를 받아 따르고 있었다.

 

"자긴 무서워서 오기 싫었답니다."

 

조정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 조정의 친구구나~~"

 

모리스가 금세 활짝 웃는 얼굴로 바꿔 인사했다.

 

"어서 와요. 어서 와."

 

그리고 그가 상자 속 시신을 가리켰다.

 

"이건 단지 모조품이고 진짜는 잠시 뒤에 있을 경매를 위해 안에 있어요."

 

그 말에 바이 유탕이 미간을 찡그렸다.

 

"누가 그딴 걸 사?"

 

그러면서 돌아본 공손이 눈을 반짝이며 나도 사고 싶다~’ 라는 오로라를 풍기고 있었다.

 

바이 유탕의 고개가 홱 하고 모리스에게 돌아갔다.

 

"얼마지?"

 

모리스는 당황했다

 

"……삼백만 정도……."(우리 돈으로 5억 394만원)

 

"수표 받나? 아니면 현금?"

 

그렇게 물으면서 바이 유탕은 핸드폰을 꺼내 쌍둥이에게 연락했다. 시신을 사게 돈을 가져오라는 연락이었다

 

", 컥컥~~"

 

그의 통화를 뒤에서 듣고 있던 바이 위탕은 사레가 들려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공손이 바이 유탕을 쳐다보며 물었다.

 

"당신이 그걸 사서 뭐 하게요?"

 

바이 유탕이 다소 들뜬 얼굴로 대답했다.

 

"그걸로 당신의 법의실을 꾸며 드리지요~~"

 

쟌 자오는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만들어 바이 위탕에게 살짝 흔들어 보였다.

 

"Ye~~~~"

 

그리고 둘만 들릴만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돌아가면 조호 놀릴 때 써먹어야지!"

 

 

모리스는 사람들을 특별 전시실로 안내했다.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두 명의 경호원이 전시실 앞에 서 있었다.

 

"카를로스 보스는구매자가 생겼어."

 

모리스가 그들을 향해 미소 지으며 물었다

 

경호원 중 한 명이 대답했다

 

"카를로스 씨는 아직 안 오셨습니다. 휴게실에서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다른 고객들도 모두 거기에 계십니다."

 

사람들은 휴게실로 발길을 돌렸다. 그때였다

 

"대장~~!"

 

갑자기 다른 경호원이 소리쳤다.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조금 전 소리쳤던 경호원이 선글라스를 벗으며 바이 위탕에게 다가왔다.

 

"대장, 저예요. 곡언명(曲彦明)."

 

"~~"

 

바이 위탕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남자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 꼬마구나."

 

"아는 사람이야?"

 

쟌 자오가 호기심 섞인 얼굴로 물었다.

 

"."

 

바이 위탕이 그를 소개했다.

 

"곡언명이라고 내가 공군에 있을 때 같은 비행 중대 소속이었어."

 

곡언명은 바이 위탕이 자신을 기억하자 상당히 기쁜 얼굴이었다.

 

그는 다른 경호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람들 쪽으로 다가왔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앞장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대장, 일행 분들과 시신을 구입하러 오신 겁니까?"

 

곡언명이 호기심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 뭐 그렇지."

 

바이 위탕이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멀리 보이는 휴게실 주변에 상당히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사려는 사람이 많나?"

 

바이 위탕이 물었다

 

"……"

 

곡언명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 사람들은 모두 감정 받으러 온 거예요."

 

그리고서 그가 작은 소리로 사람들을 소개했다.

 

"-, 입구에서 전화 걸고 있는 여자가 카를로스 씨 비서인 여연 씨예요. 아까부터 카를로스 씨랑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계속 저러고 있어요."

 

휴게실이 점점 가까워지자 안에 앉아 있는 네 명이 보였다.

 

"저기 앉아 있는 중년 남성은 전중(田中)이라는 분으로."

 

곡언명이 설명했다.

 

"사진작가예요."

 

"제 동업자죠."

 

모리스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최근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사진을 실었는데 그게 상자 특집이랑 연관되어 박물관의 초대를 받은 겁니다.”

 

"그리고 저"

 

곡언명이 다시 입을 열었다.

 

"소파에 앉아 있는 노부인은 유명 화가 묵영(默宁)선생님이세요. 그리고 옆에 앉아 있는 여학생 두 명은 저분의 학생들이구요."

 

"저도 그분의 그림을 본 적 있어요."

 

공손이 말했다.

 

"유명한 '불타는 분노(燃烧的愤怒)'가 저분 작품이잖아요."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휴게실 입구에 다다랐다.

 

곡언명은 여연에게 사람들을 소개한 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정말 죄송합니다. 카를로스 사장님이 계속 전화를 받지 않으시네요."

 

여연이 겸연쩍은 얼굴로 사과하고 사람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난 이미 한 시간 째라고."

 

전중이 사람들을 둘러보며 불만을 터트렸다.

 

여연은 그에게 고개 숙여 사과한 뒤 다시 몇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아니면, 우리가 먼저 상자 속 시신을 살펴보는 게 어떨까요?"

 

모리스가 제안했다.

 

"좋아요."

 

약간 노쇠한 목소리로 묵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보면서 기다린다면 그리 지루하지도 않을 테지요."

 

"……그럼 알겠습니다."

 

여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사람들을 특별 진열실로 안내했다.

 

그녀는 가는 동안에도 계속 전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

 

갑자기 바이 위탕이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얼굴이었다.

 

그는 홀로 특별진열실의 앞으로 걸어갔다.

 

곡언명과 다른 경호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문에 귀를 대고 여연에게 말했다.

 

"전화해 보세요."

 

여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재발신 버튼을 눌렀다.

 

바이 위탕은 잠시 그대로 문에 귀를 대고 있다가 고개를 들고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안에서 벨소리가 들려." 

 

곡언명과 다른 경호원은 깜짝 놀랐다

 

그들이 줄곧 문 앞을 지키고 있었지만,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말도 안 돼요. 카를로스 씨가 아침에 금고를 확인하시고 나가신 뒤로 들어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경호원이 소리쳤다

 

"휴대폰을 안에 두고 온 건 아닐까?"

 

쟌 자오가 물었다.

 

"일단 들어가 봐요."

 

그러면서 여연이 황급히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경호원의 말대로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창문 하나 없는 밀폐된 방 한가운데 금고하나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사람들은 우선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핸드폰은 보이지 않았다.

 

쟌 자오와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바이 위탕을 쳐다보았다.

 

"다시 걸어보세요."

 

바이 위탕이 여연에게 말했다.

 

여연이 재발신 버튼을 누르자 곧이어 희미하게 핸드폰 벨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는 어딘가 막힌 듯 아주 미약했다.

 

그제야 왜 밖에 서 있으면서도 들을 수 없었는지 이해가 갔다

 

하지만 사람들에겐 그런 것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왜냐하면 벨소리가 테이블 위의 금고 안에서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손은 바이 위탕과 눈빛을 주고받은 뒤 천천히 금고 앞으로 걸어가 문가에 귀를 가까이 대고 손등으로 문을 두들겼다

 

"열 수 있나요?"

 

공손이 여연에게 물었다.

 

여연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열쇠를 꺼내 바이 위탕에게 건넸다.

 

바이 위탕은 열쇠와 함께 여연이 말한 비밀번호를 눌러 금고를 열었다.

 

"달칵"하고 문이 열리자 호기심이 동한 사람들이 문 앞에 모여들었다.

 

바이 위탕이 천천히 문을 열었다.

 

순간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온 피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문을 활짝 열자 붉은 피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렸다.

 

……

 

미이라 형태의 시신이 있어야 하는 금고 안에는 조금 전까지는 살아있었을 남자가 온몸이 기괴하게 뒤틀린 채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죽어있었다. 40대 정도에 백인 남성……

 

"카를로스 선생님!"

 

여연이 새파래진 얼굴로 소리쳤다.

 

쟌 자오가 사체의 입을 가리켰다.

 

"이 안에 뭔가 있는 것 같아요."

 

공손은 박물관 측에서 가져온 감식용 장갑을 끼고 한 손으로 사체의 입을 조심스럽게 벌려 다른 손을 입속으로 집어넣었

.

 

그의 행동을 지켜보던 모리스와 몇몇 사람들은 입을 틀어막았다.

 

빼기 힘든 듯 공손이 미간을 찡그리며 힘을 주자 사체의 입안에서 피범벅의 물체가 빠져 나왔다.

 

그건 한 손에 들어올 듯한 작은 크기의 핸드폰이었다. 폴더를 열자 부재중전화목록이 찍혀 있었다

 

공손은 바이 위탕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바이 위탕과 마주 고개를 끄덕인 뒤 핸드폰을 꺼내 신고했다

 

금고 주변을 살피던 조정이 뜬금없이 감탄했다.

 

"이야~~ 도대체 어떤 방법을 썼길래 사람을 이런 식으로 넣으면서 바닥에 피 한 방울 안 떨어뜨렸냐. ……만약에 저 사람이 살아나갔으면, 정말 획기적인 마술이 되었을 텐데 말이야~~"

 

………………

 

"그리고 한 가지."

 

줄곧 침묵하고 있던 바이 유탕이 입을 열었다.

 

"여기 있던 진짜 시신은 어디 갔지?"

 

………………

전화를 끊고, 바이 위탕이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일단 나가죠. 여긴 이제 살인 사건 현……."

 

 바이 위탕의 말을 가르고 문 앞에서 음산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마치 늙은 부엉이의 울음소리 같기도 했으며, 고 있으면 절로 등골이 오싹해지는 소리였다.

 

사람들의 고개가 일제히 문 쪽으로 향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문 앞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파가 서 있었다.

 

검정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길게 늘어진 검은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바이야, 나 저 사람 어디서 본 것 같아."

 

쟌 자오가 바이 위탕에게 속삭였다.

 

"아카샤(阿卡沙)."

 

곁에 서 있던 조정이 두 사람에 설명했다.

 

"티비에서 하는 영적 프로그램에서 저 여자를 봤을 겁니다. 초능력이 있는 예언 점술사로 말이죠."

 

"점술사?"

 

바이 위탕과 쟌 자오가 동시에 소리치며 조정을 보았다.

 

조정이 찡긋 윙크를 날리며 씩 웃었다.

 

"기본적으로 우리 마술사와 동급입니다."

 

조정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이렇게 덧붙였다.

 

"모두 사기꾼이죠."

 

당장이라도 귀를 틀어막고 싶어지는 그 웃음소리는 이후에도 한참동안 들려왔다.

 

잠시 뒤, 웃음을 멈춘 그녀의 입에서 반쯤 잠기고 갈라진 목소리가 음산하게 튀어 나왔다.

 

"이건……상자 속 시신의 저주야…… 인간의 짓이 아니야. ……이건 인간의 짓이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