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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공일치/S.C.I. -Holding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70화

by hyuny07 2019. 9. 27.

살인자는 인간이 아니다. 03. 도발

 

난간 위의 소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을 신기한 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쟌 자오가 굳은 얼굴로 바이 위탕에게 눈짓을 했다. 바이 위탕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천천히 몸을 돌려 계단으로 향했다.

 

동시에 소년의 시선도 그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간 쟌 자오가 한바탕 기침을 쏟아냈다.

 

……?……

 

소년의 시선이 다시 쟌 자오에게로 향했다.

 

쟌 자오는 다짜고짜 소년을 향해 한쪽 팔을 쭉 내밀더니 다섯 손가락을 활짝 펼쳤다.

 

소년은 어리둥절해 했다.

 

다시 반대쪽 손을 내밀어 똑같이 다섯 손가락을 활짝 펼치자 소년의 눈이 조금씩 흥미를 띠기 시작했다.

 

쟌 자오는 소년을 응시한 채 활짝 펼치고 있던 양 손가락을 주먹 쥐었다.

 

그의 이상한 행동에 소년은 어딘가 못마땅한 듯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쟌 자오는 천천히 손을 내리고서 소년을 향해 슬쩍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을 한번 보고 다시 고개를 들어 소년의 손을 보았다.

 

그의 움직임을 따라 소년이 천천히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양손이 칼과 강아지의 머리를 잡고 있어 모두 주먹 쥔 상태였다.

 

그가 다소 혼란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쟌 자오는 소년에게 싱긋 웃어주며 주먹 쥔 양손을 내밀더니 양 손가락을 활짝 펼쳤다.

 

그러자 귀신에 홀린 듯 소년도 자신의 다섯 손가락을 응시한 채 천천히 손을 펼쳤다.

 

……자연스럽게 손에서 칼이 떨어지며 "쨍그랑." 하고 맑고 청량한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에 놀란 소년이 고개를 쳐들었다.

 

그와 동시에 쟌 자오가 무언가 던지듯 팔을 크게 휘두르면서 소리쳤다.

 

"받아!"

 

소년의 고개가 쟌 자오가 던진 물건을 쫓아 자연스럽게 뒤로 꺾였다.

 

그리고 그가 고개를 뒤를 젖히는 순간 가는 철제 난간에 앉아 있던 몸이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갔다.

 

쟌 자오가 소년의 주의를 빼앗은 틈을 타 이미 소년의 뒤에 서 있던 바이 위탕이 뒤로 넘어지는 소년을 한 팔로 안전하게 받았다.

 

"아악!"

 

난간에서 내려오자 소년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마치 놀란 어린 짐승 같았다.

 

소년을 두 팔로 안은 채 바이 위탕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칠 것을 염려해 힘으로 제압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바이 위탕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아래층의 쟌 자오에게 시선을 던졌다.

 

"고양아! 이제 어떻게 해?"

 

"바이야, 그대로 조금만 버텨줘!"

 

그렇게 소리치고서 쟌 자오는 빠르게 가정부로 보이는 여자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하면 조용해지죠?!"

 

"……."

 

여자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잠시 쟌 자오와 위층의 바이 위탕을 번갈아 보았다.

 

"……안아서 등을……, 쓰다듬어 주면……괜찮아져요."

 

위층에서 듣고 있던 바이 위탕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그의 손이 닿기도 전에 소년의 움직임이 멈췄.

 

지쳤다고 판단한 바이 위탕은 조심스럽게 소년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소년은 두 발로 서는 동시에 바이 위탕의 품속으로 달려들었다.

 

당황도 잠시, 바이 위탕은 위로하듯 가볍게 소년의 등을 토닥이며 위층으로 올라온 쟌 자오를 보았다.

 

"고양아……."

 

쟌 자오는 심란한 얼굴로 소년을 응시한 채 눈썹을 찡그렸다.

 

"증상이 심각해."

 

잠시 뒤,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해진 소년은 멍하니 식탁에 앉아 가정부가 내온 과자를 먹고 있었다.

 

"아이의 이름이 뭐죠?"

 

쟌 자오가 물었다.

 

안나(安娜)라는 가정부는 그다지 유창하지 않은 중국어로 대답했다.

 

", 제밀리(杰米利)……예요."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자 소년이 반응을 보였다.

 

쟌 자오는 소년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진 않았다.

 

가정부의 말에 따르면 제밀리는 반년 전 자신의 어머니가 떠나고부터 점점 상태가 이상해지더니 급기야는 칼로 작은 동물을 죽이고 토막 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혹은 조금 전처럼 소리치며 난리 치는 경우도 있었는데, 후에 정신이 돌아오면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있다고 했다.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카를로스의 사망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어차피 발 빠른 노방이 이미 전담자를 배치해 사건의 경위를 알려올 것이었고 해외에 있는 카를로스의 친척들에게도 빠르게 비보를 전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위층에 있는 카를로스의 서재로 들어가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찾기 시작했다.

 

"고양아, 뭔가 빠진 것 같지 않아?!"

 

서재를 둘러보던 바이 위탕이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

 

"……."

 

쟌 자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이 없어."

 

"맞아."

 

바이 위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벽에는 화려한 유화가 걸려 있었고, 진열장에는 정교하게 제작된 공예품이 수두룩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정말로 부인을 사랑했다면…… 사망한 지 반년밖에 되지 않은 부인의 사진을 치울 리가 없을 텐데 말이지~~"

 

바이 위탕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쟌 자오는 서둘러 서재를 나가더니 곧장 제밀리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방을 한차례 둘러본 뒤, 뒤따라온 바이 위탕에게 말했다.

 

"치료받은 흔적이나, 약 먹은 흔적도 없어."

 

두 사람은 방을 떠나 다시 서재로 걸어갔다.

 

"내 생각에……."

 

턱을 긁적이며 바이 위탕이 입을 열었다.

 

"카를로스가 그리 자식을 아끼지 않았던 것 같아~~"

 

"~~ 어린애 방 같지 않았어. 장난감이나 포스터 한 장도 붙어 있지……."

 

거기까지 말한 순간 쟌 자오는 갑자기 당황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옆에서 바이 위탕이 쟌 자오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고양아, 왜 그래? 뭐가 떠올랐어?"

 

"…………"

 

쟌 자오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니야."

 

"~"

 

바이 위탕은 자신을 이마를 살짝 쳤다.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너 어렸을 때는 방 안 가득 장난감이며 포스터가 잔뜩 있었지. 게다가 엄청나게 큰 오뚝이도 많이 있었잖아~~"

 

"그건……."

 

쟌 자오는 바이 위탕을 힐끔 보고서 반대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빠가 그냥 놓고 간 거였어…………"

 

그 소리에 바이 위탕은 웃음을 터트렸다.

 

"설마~ 그런 어른이 "아가, 아빠가 장난감 사 왔어~~" 하셨겠어. 더군다나 너희 아버지는 꽤나 무뚝뚝하신……아악!"

 

바이 위탕은 순간 발등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비명을 내질렸다.

 

자신의 과거를 들추며 다 알고 있다라는 얼굴로 히죽거리는 생쥐의 발등을 쟌 자오가 인정사정없이 내리찍은 것이다.

 

쟌 자오는 발을 감싸 안고 끙끙거리는 바이 위탕을 내버려 둔 채 다시 서재로 들어가 곧장 책상 쪽으로 다가갔다.

 

한쪽 발을 절뚝거리며 뒤따라온 바이 위탕은 책상 위의 서류를 뒤적이고 있는 쟌 자오의 등을 가만히 응시했다.

 

비록 그의 표정은 볼 수 없으나 요 며칠간 날카롭게 신경을 세우며 딱딱하게 굳어 있던 어깨가 한결 풀어진 것 같았다.

 

바이 위탕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바이 위탕의 예상대로 조금 전 일 덕분에 쟌 자오의 가슴을 채우고 있던 우울함이 많이 해소되어 있었다.

 

가슴에 피어오르는 온기를 느끼며 쟌 자오는 생각했다.

 

아마도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을 거야. 그러니 좋게 생각하자.

 

그는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의심과 불신의 싹에서 눈을 감아버렸다.

 

잠시 뒤, 마음을 가라앉힌 두 사람은 책상 위의 서류들을 빠르게 뒤적였다.

 

이윽고 서류 더미에서 사진 한 묶음에 발견되었다.

 

"고양아, 이게 뭐 같아?" 사진 한 장을 꺼내 들고 바이 위탕이 물었다.

 

사진은 모든 배경이 속도를 내며 찍은 듯 흐릿했지만, 특이하게도 사진 속 인물의 두 눈만은 또렷하게 찍혀 있었다.

 

그 눈은 무언가에 놀란 듯 충격과 공포에 젖어 있었고, 보고 있기만 해도 등골이 서늘할 정도였다.

 

이런 식으로 찍힌 사진이 열 장 넘었다. 사진 속 인물은 모두 다를지언정, 그들의 눈빛에 드러난 충격과 공포는 모두 똑같았다.

 

그 사진 밑에 최신 권으로 보이는 사진 잡지가 있었다.

 

쟌 자오는 잠시 잡지를 뒤적이다 곧 한 페이지를 펼쳐 바이 위탕 앞에 내밀었다.

 

"바이야, 이거 봐! 이 사진들 모두 전중(田中)사진작가의 대표작들이야!"

 

"전중?"

 

바이 위탕은 잠시 생각했다.

 

"! 오늘 아침에 휴게실에 있던 사람?!"

 

쟌 자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명한 사람인가 봐."

 

바이 위탕은 사진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공포영화를 찍으러 가면 될 것을……. 도대체 모델들한테 뭘 보여 주고 이런 표정을 짓게 만든 거야!?"

 

"우선 챙겨가자."

 

쟌 자오는 사진들과 잡지를 서류 봉투에 챙겨 담았다.

 

집을 나선 두 사람은 집 주변을 돌아다니며 탐문 수색을 벌였지만 별다른 수확이 없어 일단 경찰청으로 돌아가기로 했.

 

 

경찰청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부검 결과를 알고 싶은 마음에 급히 S.C.I.로 올라갔지만, 웬일인지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

.

 

---? 전부 어디 간 거야??

 

그때였다. 바로 옆 법의실에서 비명소리가 떼거지로 들려왔다.

 

두 사람의 두 눈이 마주쳤다. 그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 녀석들~~~

 

법의실로 들어가자 내근직, 외근직 상관없이 S.C.I.팀원 모두가 모여 해부대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중에는 백치도 있었다. 그는 새하얗게 질린 채 자신의 옷을 양손으로 꼭 움켜쥐고 있었다.

 

"뭐하냐?" 바이 위탕이 물었다.

 

"대장~~!!"

 

팀원 전원이 바이 위탕을 돌아보았다.

 

팀원들 사이로 해부대 앞에 서 있는 공손이 보였다. 그리고 해부대 위에는 금고 속 사체가 나와 있었다.

 

하지만 괴이하게도 사체는 금고에서 꺼냈음에도 여전히 사각형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아무리 둘러봐도 어딘가 어색한 게……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바이 위탕과 쟌 자오가 동시에 외쳤다.

 

공손이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만 카를로스야."

 

"에엑?"

 

바이 위탕와 쟌 자오는 서로를 돌아보고서 빠르게 해부대로 걸어갔다.

 

공손이 사체의 머리를 양손으로 붙잡고 조금 힘을 주자 너무도 쉽게 머리와 어깨살 가죽이 떨어졌다.

 

원래 머리가 있어야 하는 부분에는 구멍이 크게 뚫려 있었고 진짜 같았던 사체의 몸은 사실 가짜였다.

 

"아까는 이 피부랑 피, 접힌 옷가지 때문에 속았어."

 

공손이 풀죽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말하자면…… 이건 전혀 저주가 아니네요."

 

쟌 자오가 사체를 응시한 채 말했다.

 

"속임수를 써서…… 저주로 보이게 했다고?"

 

그렇게 중얼거린 바이 위탕이 심각한 얼굴로 팔짱을 끼었다.

 

"어째서 이런 짓을……."

 

바로 그때였다. ""하는 소리와 함께 법의실 문이 벌컥 열리며 새파랗게 질린 노방이 허겁지겁 들어왔다.

 

"먼저 이것 좀 보세요!"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말없이 노방의 뒤를 따라 나갔다.

 

서둘러 사무실로 들어간 노방은 곧장 텔레비전 화면을 켜고 한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는 채널로 맞췄다.

 

"생방송입니다." 노방이 말했다.

 

"장소는 박물관이구요."

 

화면 속에서는 여기자가 아침에 박물관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흥분한 채 빠른 말투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녀는 조금 전 자신들이 입수한 특별전시실의 감시카메라에 아침에 카를로스가 금고를 들여놓는 것부터 사람들이 들어

와 금고를 열 때까지 모든 과정이 찍혀 있었으며 공교롭게도 금속 속 카를로스의 얼굴도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고 했다.

 

기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투치족의 저주를 언급하며, 잠시 후 한 분을 모셔와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고 했.

 

기자가 다시 입을 여는데 바로 옆에서 불쑥 아카샤가 들어오더니 카메라로 응시한 채 "저주야……이건 저주야……" 하고 외쳐댔다.

 

노방은 화면을 끄고서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모두 보셨습니까?!"

 

"어째서 감시 카메라가 유출된 거죠?"

 

감시카메라를 보러 갔던 마한과 조호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조호가 씨디 한 장을 꺼내 들었다.

 

"가져올 때 분명히 외부 유출 금지라고 했는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노방이 한숨을 내쉬며 CD한 장을 꺼내 플레이어 넣었다.

 

곧이어 건장한 체격의 30대 중반 남성의 인터뷰 영상이 재생되었다.

 

"상락(商洛)이라는 사람입니다!"

 

노방이 설명했다.

 

"이번 전시회의 주최자 겸 전시회의 보안을 담당하는 피싱 보안 회사의 사장입니다."

 

"상락?!"

 

바이 위탕이 미간을 찡그렸다.

 

"뒤가 구리겠군."

 

"맞습니다!"

 

노방이 고개를 끄덕이고 덧붙였다.

 

"마약단속반과 경제범죄수사팀의 가장 골칫거리인 인물이죠!"

 

화면 속 상락은 상당히 태연한 얼굴이었다. 그가 가짜로 알고 있던 박물관 중앙에 전시된 상자 속 시신을 가리켰다.

 

"모두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사실 이게 진짜거든요!"

 

그리고서 카메라를 향해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럼 이 금고 속 시신은 어떻게 된 건가요?"

 

"사실, 오늘 아침 카를로스 씨가 특별 진열실로 가져온 금고는 처음부터 비어 있었습니다.

최근 여러 불운이 겹치자 카를로스 씨는 저주를 의심하며 가능한 한 빨리 금고를 처리하고 싶어 하셨죠. 그런데 설마……이렇게 돌아가실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듣자 하니 고가에 시신을 구입하셨다고 하던데…… 저주가 두렵지 않으세요?!"

 

기자의 물음에 상락은 우아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저는 옛 문명을 믿는 사람이지만, 그보다는 현대 과학을 더욱 믿는 편이죠. 더욱이 이 사건은 이미 S / C / I / 팀으로 들어갔다고 들었습니다.

 

마법진 같은 큰 사건도 쉽게 해결했으니……. 저는 경찰청의 엘리트 부서가 곧 저에게 답변해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많은 수집가와 연구자들을 안심시켜줄 범인이 정말로 인간인지 말이죠."

 

말을 마친 상락은 씩 웃으며 몸을 돌려 떠나갔다.

 

다시 생방송을 틀자 기자가 여전히 흥분한 투로 박물관의 현재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카를로스의 사망과 함께 고가의 시신과 저주에 대해 알려지면서 박물관은 평소의 몇 배나 되는 사람들이 몰려와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했다.

 

화면을 끄고서 노방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경찰청 전화가 터질 것 같습니다."

 

조호가 옆에 있던 의자를 거칠게 걷어찼다.

 

"지금 도발한다 이거지."

 

"호야!!"

 

갑자기 폭주해 달려 나가려는 조호를 마한이 급히 붙잡았다.

 

"우선 침착해."

 

사실 조호뿐 아니라 S.C.I.팀원 전원도 상당히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제가 일단 시간을 끌고 있겠습니다."

 

노방이 말했다.

 

"하지만 언론의 관심이 너무 높습니다. 이번에는 스트레스가 상당할 겁니다."

 

그때 노방의 전화가 울렸다. 급히 전화를 받은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는 재빨리 텔레비전 화면을 켰다.

 

박물관은 아수라장이었다.

 

어딘가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카메라는 흔들리고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가고 있었다.

 

카메라는 복도를 지나 박물관의 휴게실로 들어갔다.

 

휴게실 소파에 한 사람이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더 가까이 다가가 얼굴을 비췄다. 크게 벌어진 눈은 마치 카메라를 노려보는 것 같았다.

 

잠깐 마주치긴 했으나 익숙한 그 얼굴은 바로 사진작가 전중이었다.

 

화면 너머로 모리스의 "구급차, 구급차를 불러요!" 하고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역시 모습은 보이지 않은 채 아카샤의 "저주야~~ 저주~~~" 라고 외치는 소리 또한 흘러나왔다.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반쯤 입이 벌어진 채 멍하니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전중의 그 눈빛…….

 

…….그건 다름 아닌 조금 전 카를로스 집에서 본 그의 작품 사진과 똑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