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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공일치/S.C.I. -Holding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72화

by hyuny07 2019. 10. 11.

#들어가기 전에,

소설 속에서 ‘토템’으로 언급되는 것은 사실 ‘토템 폴(Totem pole)’이라고 해야 정확합니다. ‘토템’은 부족과 특수한 관계가 있는 동물 또는 식물을 신성시 여기는 것을 의미하며, ‘토템 폴’은 이것을 나무 기둥이 새긴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는 ‘토템 폴’이 아닌 ‘토템’ 혹은 ‘토템 조각상’으로 나오기 때문에 모두 ‘토템’으로 통일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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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는 인간이 아니다. 05. 토템(totem)

 

S.C.I.팀원들은 모니터 속 별장이 활활 타들어 가는 모습을 마치 한편의 재난 영화를 감상하듯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장평!"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쟌 자오였다.

 

"빨리 투치족 문명과 관계가 있는 사람을 찾아주세요. 근래에 사망한 사람이요."

 

그 말을 기점으로 모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노방은 서둘러 사고 지점으로 경찰차와 구급차를 호출했고, 바이 위탕은 공손에게 마한과 조호를 데리고 먼저 현장으로 출동하라고 지시했다.

 

장평이 빠르게 웹을 훑어보며 쟌 자오에게 물었다.

 

"쟌 박사님, 뭔가 검색할 단서라도 주세요. 이렇게 찾으면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예요."

 

쟌 자오는 잠시 생각했다.

 

"토템, 경매, 문예 작품, 사망. ……그리고 투치족과 관련된 문서들이요."

 

그의 말이 끝내기 무섭게 장평은 재빨리 키보드를 두드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소리쳤다.

 

"! 있어요, 있어!"

 

그가 모니터에 두 개의 창을 띄웠다.

 

"여기 두 곳입니다."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서둘러 모니터 앞으로 다가갔다.

 

하나는 투치족의 토템 매 왕이 경매에 부쳐진다는 소식 창이었다. 글은 이 매 왕이 투치족에서 분노의 신을 상징했으며 죽음을 부른다고 소개하고 있었다.

 

또 하나는 자신의 집에서 사망한 소설가의 보도 기사였다.

 

"집에서 사망???"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서로를 돌아보았다.

 

"경찰청에 기록은!?"

 

"있습니다. 사인이 자살로 나오네요."

 

경찰청 인트라넷 기록을 읽어 내려가며 장평이 말했다.

 

"그게…… 보름 전입니다."

 

"S시에서 사망했나요?

 

쟌 자오가 물었다.

 

"관련 기사가 있네요."

 

그러면서 장평이 인쇄버튼을 눌렀다.

 

바이 위탕은 프린터기에서 나온 기사를 빠르게 빼 들어 서둘러 읽어 내려갔다.

 

"여행 작가로 알려진 소륙(萧陆)은 투치족 학살 사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펴냈다.

 

제목은 죄의 멸종(罪的灭绝)으로 참신한 관점과 기발한 표현력이 더해진 책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는 한편문학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 책은 비극적인 삶을 살다 스스로 강에 목숨을 던진 어린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투치족의 삶을 실감 나게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큰 인기를 얻게 된 지 1년여 만에 소륙은 자신의 집 욕조에서 익사체로 발견되었으며, 발견 당시 그녀의 곁에는 책 죄의 멸종(罪的灭绝)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사건 발생 직후 언론을 의식한 경찰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부검 및 현장 조사를 진행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사건을 범죄 혐의 없음으로 내리고 자살로 종결지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죽음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으며, 각계에서는 그녀의 죽음에 대한 다양한 추측을 내고 있다.

 

게다가 고인의 한 친구의 증언에 따르면, 고인은 생전에 투치족의 신비스러운 저주로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며 여러 차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 소륙이 이번 사건의 첫 번째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잖아?!"

 

쟌 자오가 미간을 찌푸린 채 중얼거렸다.

 

"네 말은…… 자살이 아니라는 거야?"

 

바이 위탕이 물었다.

 

그때였다. 바이 위탕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인을 확인한 바이 위탕은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현장은 어때?"

 

, 대장. 불은 현재 전부 잡힌 상태이며, 피해자는 사망했습니다.

 

그렇게 대답한 마한이 빠르게 덧붙였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뭐가 이상한데?"

 

바이 위탕은 스피커 버튼을 눌러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장에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나무토막이나 사다리조차 없습니다!

 

흥분한 마한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대들보는 바닥에서 최소 4미터 떨어져 있으며, 피해자는 지면에서 최소 2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

 

깜짝 놀란 팀원들은 입을 쩍 벌리고 넋이 나간 얼굴로 서로를 돌아보았다.

 

"그럼 어떻게 올라간 거예요?"

 

궁금증을 참지 못한 백치가 물었다.

 

나중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마치 자기 자신이 올라간 것 같습니다.

 

그러고서 마한이 먼 곳을 향해 소리쳤다.

 

공 선생님, 어떻습니까?

 

그 소리로 보아 공손이 사체를 보기 위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것 같았다.

 

「……이건 꼭…… 자기가 자신을 죽이려고 한 것 같아.

 

"대장, 두 분이 현장 가서 직접 보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장평이 바이 위탕과 쟌 자오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두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너무 늦었어."

 

"범인에게 끌려다니는 거예요!"

 

쟌 자오가 말했다.

 

"맞아!"

 

바이 위탕이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은 몰래 우리를 지켜보다가 우리가 현장으로 출동하면 다음 범행을 저지르러 갈 확률이 높아!"

 

"그러니까 우리가 빨리 다음 피해자를 찾아야 해."

 

쟌 자오가 보충했다.

 

"소륙이 이미 사망했으니 남은 건……."

 

"매 왕 토템의 소유자!!"

 

팀원들이 동시에 외쳤다.

 

"장평, 그 경매장 자료 좀 찾아봐."

 

바이 위탕의 지시를 받은 장평은 다시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경매장 사이트를 찾아냈다.

 

"아는 사람이네요!"

 

밝아진 얼굴로 장평이 소리쳤다.

 

"아는 사람!?"

 

"경매장의 소유주가 상락입니다!"

 

"?!!!"

 

상락의 이름을 언급되자 팀원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인상을 구기며 경멸하는 눈빛을 보였다.

 

"또 그 녀석이야?!"

 

"구매자는요? 누구죠?"

 

쟌 자오가 다급하게 물었다.

 

"에 그게……."

 

장평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구매자 자료는 기밀자료라서……."

 

그러자 옆에서 바이 위탕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장평을 흘겼다.

 

"갑자기 웬 약한 척? 그 녀석의 악의 축이라고!"

 

자신에게 쏠린 팀원들의 날카로운 눈초리에 장평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포 선생이 이틀 전에 오셔서는 한 번만 더 허가 없이 다른 놈들 정보를 캤다가는 한 달간 화장실 청소라고 하셨단 말입니다!"

(바이 위탕 말한 ‘악의 축’은 원문에서 黑了他이며, 장평이 말한 ‘다른 놈들’은 원문에서 黑别人로 표현 나옵니다. 번역기를 돌리고 구글에 검색해 봐도 적당히 어울리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네요. 참고로 黑人은 중국에서 숨어사는 범죄인 혹은 신분증이 없거나 위조 신분증으로 생활하며 신원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사람을 말합니다.)

 

"어쭈? 그래서 안 하겠다고? 지금 당장 화장실 청소시켜주랴?"

 

눈을 부라리며 그렇게 엄포를 놓은 바이 위탕은 갑자기 옆에 서 있던 쟌 자오의 어깨를 팔을 두르며 당당한 얼굴로 이렇게 외쳤다.

 

"그리고 걱정 마! 만약 포 선생이 화내면 고양이가 해결해 줄 거야!"

 

"맞아ㅇ……??"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던 쟌 자오는 순간 번쩍 정신이 들었다.

 

서둘러 부정하려 했지만, 장평은 이미 모니터에 얼굴을 박고 엄청난 속도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S.C.I. 팀원들이 장평의 주위에 빙 둘러 그가 해킹하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서로를 꼬집으며 다투었다.

 

15분 후, 전투를 끝낸 두 사람이 모니터 앞으로 다가왔다.

 

"끝났습니다."

 

장평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수집가-부의산傅义山)이네요."

 

"익숙한 이름이군."

 

그러면서 바이 위탕이 외투를 집어 들었다.

 

"고양아, 가자. 일단 가보면 뭐라도 찾겠지."

 

그를 따라 서둘러 밖으로 걸음은 옮기던 쟌 자오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걸음의 멈추고 백치를 돌아보았다. 그를 따라 바이 위탕도 멈춰 섰다.

 

"백치야! 네가 투치족 관련 자료 좀 찾아 줘."

 

그러자 바이 위탕도 생각난 게 있는지 남은 팀원들을 보며 지시했다.

 

"왕조, 장용. 너희 둘은 가서 소륙의 사건 기록과 그녀의 지인을 다시 만나봐."

 

그가 서경을 돌아보았다.

 

"서경, 넌 가서 한창한테 연락해. 곧 몇몇 조직에서 일이 생길 수 있으니까 주시하라고 전하고."

(한창 살인범 훈련소 12, 13에서 서경에서 총의 출처를 알려준 인물)

 

생뚱맞은 그의 지시에 팀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유라고 듣고 싶었으나 바이 위탕은 이미 쟌 자오와 함께 사무실 밖으로 사라진 뒤였다.

 

 

두 사람을 태운 차가 부의산의 저택으로 향하는 동안 경찰청에서는 노방이 서둘러 부의산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 협조를 요청했다. 갑작스러운 경찰의 요청에도 부의산은 올 줄 알았다는 듯 단번에 요청을 수락하였다.

 

그리하여 두 사람이 부의산의 저택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부의산의 조수 구우(邱羽)가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차에서 내린 두 사람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며 자신을 짤막하게 소개한 뒤 서둘러 두 사람을 안으로 안내했다.

 

한눈에 돌아볼 수 없을 만큼 넓은 실내를 지나 안쪽에 마련된 전시실로 들어가자 부의산이 소파에 앉아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오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두 사람도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희끗희끗한 흰머리와 연륜이 느껴지는 얼굴을 빼고는 70대 후반의 나이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상당히 당당한 체격이었다.

 

두 사람에게 소파에 앉을 것을 권하며 자신도 맞은편 소파에 앉은 부의산은 두 사람이 용건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투시족의 저주로 떠들썩하다는 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만약 형사님들이 이렇게 찾아오지 않으셨다면, 제가 먼저 형사님들을 찾았을 겁니다."

 

"……."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무의식적으로 서로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적절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자 부의산이 신중한 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우선 두 분께 나쁜 소식을 전해야겠군요. 그 매 왕의 토템은 이미 누군가 훔쳐 갔습니다.”

 

……!!!……두 사람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제가 갖고 있던 그 토템의 사진입니다."

 

그러면서 넋이 나간 두 사람 앞에 부의산이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두 사람은 서둘러 사진을 건네받아 들여다보았다.

 

사진 속의 토템은 적갈색 원통 나무 위에 조각된 것으로 머리는 매의 얼굴이었고, 아래는 사람의 몸이었다.

 

언뜻 땅에서부터 우뚝 솟아난 것 같은 그것은 사람 키를 훌쩍 넘는 크기였다.

 

더욱이 두 사람의 눈길을 끄는 것은 두 팔을 가슴 위로 들어 올린 채 매의 발톱을 날카롭게 세워 당장이라도 사냥감을 낚을 듯한 모습이었다.

 

언제 도난당했습니까?”

 

바이 위탕이 물었다.

 

단순한 좀도둑의 소행입니까, 아니면 계획적인 범행이었습니까?”

 

"하하……."

 

바이 위탕의 말에 부의산은 낮게 웃음을 터트리며 감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바이 대장께선 정말 예리하시군요. ……맞습니다. 사건은 한 달 전에 일어났습니다. 잃어버린 것은 토템 하나뿐이고 다른건 모두 무사합니다. ……모두 이 방에 그대로 있지요.”

 

그러면서 부의산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을 따라 두 사람도 주위를 둘러보았다.

 

천장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와 도난방지 경보기, 그리고 조금 전 두 사람이 들어올 때 마주친 경비원도 상당히 많이 있었.

 

"이렇게 감시가 삼엄해서야 파리 새끼 한 마리도 들어오기 힘들 것 같은데, 하물며 그렇게 눈에 띄는 것을 가져갈 놈이 있을까 싶네요.”

 

바이 위탕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아…….”

 

바이 위탕의 말에 부의산은 잠깐 허를 찔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긴 하죠."

 

순간, 부의산이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쟌 자오는 놓치지 않았다. 그가 의혹의 시선을 보내며 빠르게 물었다.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셨나요? 혹시 뭔가 상식적으로 설명 못 할 일이 있었던 건 아닌가요?”

 

그러자 부의산이 깜짝 놀라 눈을 치켜뜨며 쟌 자오를 빤히 쳐다보았다.

 

약간 창백해진 그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잠시 망설이는 눈빛을 보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맞습니다. ……두 분껜 도둑맞았다고 말했지만……. 사실…… 제 발로 사라졌다가 맞는 표현이겠죠.”

 

"제 발로?"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서로를 돌아보았다. 상식적으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두 사람은 어떤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

 

부의산은 고개를 저으며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났다.

 

"저도 이해가 안 갑니다. 일단 보시고 나면 무슨 소린지 아실 겁니다."

 

바이 위탕과 쟌 자오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부의산은 두 사람을 데리고 전시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세 사람이 나오자 문밖에 서 있던 구우가 그들의 뒤를 따랐다.

 

전시실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문이 굳게 닫힌 방이 하나 있었다. 부의산이 그 앞에 멈춰 서자 뒤에 서 있던 구우가 재빨리 앞으로 달려와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사방이 꽉 막힌 방의 한쪽 벽면을 전부 모니터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 앞에 여러 기기가 늘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에서 전시실을 감시하는 듯했다.

 

하지만 모니터와 주변 기기들에는 한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여기가 모니터실입니다. 경비원이 놀라 도망가고부터 하려는 사람이 없어 이렇게 텅 빈 상태죠.”

 

그렇게 설명한 푸이산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구우가 씨디 한 장을 꺼내 플레이어에 넣었다.

 

"그날 밤의 감시카메라 영상입니다. 직접 보시지요."

 

곧바로 모니터가 한밤중의 전시실을 비췄다. 달빛조차 비치지 않는 짙은 어둠 속에서 전시실은 흐릿하게만 보였다. 그런데도 전시실 한가운데 혼자 우뚝 서 있는 토템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눈의 띄었다.

 

영상은 토템 조각상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식으로 찍혀 있었다.

 

쟌 자오는 바이 위탕을 돌아보았다. 바이 위탕도 쟌 자오를 돌아보았다.

 

마주친 두 눈을 통해 두 사람은 같은 의견을 주고받았다. 영상을 보는 순간부터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사악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제부터입니다!”

 

구우가 두 사람의 주의를 집중시켰다.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잠시 생각을 멈춘 채 오로지 영상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눈을 의심할 만한 일이 일어났다.

 

느닷없이 토템 조각상의 부들부들 떨린 것이다.

 

……!!!!!……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눈을 부릅떴다.

 

그런 식으로 몇 번 떨리던 토템은 마치 목숨이라도 생긴 것처럼 …………하는 일정한 리듬을 만들어 내며 조금씩 앞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경직된 동작과 바닥을 쿵쿵 뛰며 앞으로 이동하는 모습은 마치 강시를 보는 듯했다.

 

이 장면에서 당시 보안을 담당하던 경비원도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챈 듯했다.

 

앞으로 이동하는 토템의 뒤를 따라 카메라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경비원은 누군가 토템을 움직인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화면을 확대하며 토템을 가까이 잡기까지 했다.

 

화면은 서서히 토템의 전신상에서 상체로 그리고 최종적으로 얼굴로 바뀌었다.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토템의 매의 얼굴이 180도 빙 돌아가더니 구멍이 뚫린 검은 눈이 정확히 카메라를 응시했다.

 

순간 네 사람은 일제히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사건이 있던 날 밤에 혼자 이 영상을 보고 있던 경비원에게 동정을 금할 길이 없었다.

 

정말 몇 번을 봐도 소름 돋습니다!”

 

그러면서 영상을 끄는 구우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이 뒤에는 없는 겁니까?”

 

바이 위탕이 물었다.

 

……없습니다.”

 

구우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놀란 경비원이 토템이 모니터로 뛰쳐나올 까봐 전체 전원을 꺼버렸습니다.”

 

하지만 그걸로 그를 탓할 수는 없겠죠.”

 

부의산이 말했다.

 

그 경비원은 정신적 충격 때문에 현재 심리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TV나 디스플레이만 봐도 경기를 일으키고 폐쇄 공포증도 심각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시는 건가요?”

 

미간을 찡그린 채 쟌 자오가 물었다.

 

……

 

부의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 물건은 정말 불길한 물건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없어진 마당에 처음부터 없었던 샘 치고 싶었습니다.”

 

불길하다는 것을 어떻게 압니까?”

 

바이 위탕이 캐묻듯 물었다.

 

……저는 이 집에 혼자 삽니다.”

 

영상을 본 뒤라서일까, 그렇게 입을 여는 부의산의 목소리가 몹시 메말라 있었다.

 

부인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자식들도 모두 독립한 뒤로는 쭉 혼자 살고 있죠. 가끔은 외로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꽤 평화로운 노후 생활이었죠. 그런데…….”

 

잠시 말을 끊은 부의산은 옆에 있던 의자에 힘없이 털썩 앉고서 다시 말을 이었다.

 

그 토템을 사고부터는 잠조차 제대로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바이 위탕이 물었다.

 

처음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것은 밤에 …………하는 소리 때문이었습니다.”

 

그때의 광경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지 부의산은 괴로운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리인지는 몰랐습니다. 나중에 돼서야 토템이 스스로 이동하면서 내는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됐죠.

 

음엔 그저 조금씩 앞으로 움직이는 것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지더니 나중에는 복도와 거실까지 나와 있었습니다. 게다가 한 번은……

 

거기서 말을 끊은 부의산은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듯 명치를 주먹으로 두드리며 두세 번 크게 심호흡을 하고서 다시 말을 이었다.

 

한 번은…… 아침에 눈을 뜬 제 침대 옆에 그것이 서 있습니다. 그땐 정말 너무 놀라 기절할 뻔했죠.

……그래서 서둘러 감시 카메라와 보안 장치를 설치한 겁니다. 누군가 장난을 치는 거라면 감시 카메라가 있는 이상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로부터 며칠도 지나지 않아 이 같은 일이 생긴 겁니다!”

 

언제 그 토템을 사셨나요?”

 

쟌 자오가 불쑥 질문을 던졌다.

 

그동안 다른 사람이 사고 싶다고 한 적은 없었나요?”

 

두 달 전에 샀습니다.”

 

그렇게 대답한 부의산은 잠시 생각하고서 이렇게 덧붙였다.

 

사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정말 의외였죠. 하지만 처음부터 토템이 이상했던 건 아닙니다. ……게다가 알아보니까 투치족 유물은 상당히 희귀해서 투자가치가 있더군요. 그래서 팔라는 것을 계속 거절했었죠.”

 

그럼, 그 이상한 일이 있고 나서는 그 사람이 온 적 있습니까?”

 

바이 위탕이 물었다.

 

물론 있었습니다!”

 

부의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왜 그때 팔지 않으신 겁니까?”

 

바이 위탕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구우가 불쾌한 듯 얼굴을 찌푸리며 바이 위탕에게 따지고 들었다.

 

형사 양반! 너무 무례하잖아! 우리 주인님은 그런 분이 아니시라고!”

 

부의산은 흥분한 구우를 타이르듯 손을 살짝 흔들어 보이고서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유비가 타던 적로가 흉마로 알려져 있다는 것은 아실 테지요? 이에 그를 모시던 서서가 적로는 주인을 해치는 말이니 타지 말라고 권하자 유비가 사람을 해치는 것을 알고서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내줄 수 있겠는가 하고 단칼이 거절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저도 같습니다. 이미 이 물건이 불길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감히 다른 사람에게 팔겠습니까? 저는 절대 양심을 팔아 돈을 벌지는 않습니다.”

 

부의산의 대답에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속으로 미소 지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부의산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말을 듣고 보니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겨졌다.

 

그 사람의 이름은 뭔가요?”

 

쟌 자오가 물었다.

 

그게…… 성이 나()씨라고 만 했습니다.”

 

구이가 대답했다.

 

정말 밑도 끝도 없이 얼마를 불러도 상관없으니 토템을 사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바이 위탕이 구우를 돌아보았다.

 

경찰청에 가서 몽타주를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문제없습니다!”

 

구이가 자신 있는 표정으로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기억력 하나는 자신 있거든요!”

 

그때였다.

 

바이 위탕의 전화가 울렸다. 장평에게서 걸려온 것이었다.

 

대장, 아카샤가 다시 예언했습니다. ……이번에 저주가 내릴 곳이……그게, 저기 지금 계신 부의산 저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