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덕공일치/S.C.I. -Holding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74화

by hyuny07 2019. 10. 29.

살인자는 인간이 아니다. 07. 의외

 

아카샤의 작업실은 S 시의 도심 상점가에 있었다.

 

그녀는 평소에도 언론뿐만 아니라, 직접 인터넷 방송을 통해 여러 예언을 떠들어 대곤 했기 때문에 건물을 찾기란 식은 죽 먹기였다.

 

바이 위탕과 쟌 자오를 태운 차가 한 건물 앞에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눈앞의 낡은 이층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회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채 음산한 기운이 느껴지는 건물은 동화 속 마녀의 성처럼 꾸며져 있었다.

 

두 사람이 현관문 열자 딸랑하고 종소리가 울렸다.

 

안으로 들어선 두 사람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건, 벽을 빙 두른 수많은 유리과 곳곳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커다란 병풍들이었다.

 

창문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오색 종이가 형광등의 노란 불빛을 반사하면서 실내는 그야말로 알록달록했다.

 

두 사람은 잠시 실내를 둘러보며 서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나와 보는 이가 없었다

 

현관문의 종소리를 못 듣거나 사람이 없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

 

안 좋은 예감이 두 사람의 가슴을 동시에 스쳤다.

 

바이 위탕은 허리춤에 찬 총에 손을 얹고, 쟌 자오는 총을 꺼내 들었다.

 

그들이 2층으로 연결된 계단 앞에 도착하자, 위에서 우당탕하고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은 황급히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계단 끝에 작업실로 보이는 곳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그 안에서 스무 살 정도의 여자가 끈으로 아카샤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아카샤는 질식 직전이었다. 거친 쇳소리를 내며 발버둥 치는 그녀의 눈은 이미 반쯤 뒤집혀 흰자를 띠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재빨리 달려갔다. 바이 위탕은 곧장 아카샤의 목을 조르고 있는 여자에게 달려가 팔을 끌어당겼다.

 

하지만 여자는 끌려오지 않았다. 왜소한 체구의 여자라고 보기에는 이상할 정도로 힘에 강했다. 바이 위탕이 그녀를 떼어내기까지 3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여자가 떨어지자 쟌 자오는 서둘러 아카샤에게 달려가 목을 파고든 끈을 풀었다.

 

그러자 겨우 숨통이 트인 아카샤가 거친 숨을 내뱉으며 가슴을 크게 들썩였다.

 

바이 위탕에게 한쪽 팔을 붙잡힌 여자는 손을 빼내기 위해 거칠게 몸부림쳤다. 그러면서 반대쪽 손으로 땅에 떨어진 끈으로 집어 들었다.

 

여자가 다시 아카샤에게달려 가려 하자 바이 위탕은 재빨리 여자의 두 팔을 붙잡았다.

 

이 여자가 미쳤나, 왜 이렇게 힘이 세?!

 

바이 위탕은 여자를 바닥에 쓰러뜨리고서 온 힘을 다해 그녀를 눌렀다.

 

그가 쟌 자오를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고양아, 너무 이상해!"

 

"기절 시켜!"

 

쟌 자오가 외쳤다.

 

"지금 뭔가……."

 

그렇게 말하던 쟌 자오는 순간 입구의 그늘에 숨어있는 검은 그림자를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림자는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는 것은 분명 총이었다. 총구는 정확히 아카샤를 향해 있었.

 

그림자가 방아쇠에 걸친 손가락을 당기는 순간, 쟌 자오는 본능적으로 아카샤를 옆으로 밀쳤다.

 

그와 동시에 한 발의 총성이 집 안에 울려 퍼졌다.

 

"고양아!!!"

 

바이 위탕이 비명을 질렀다.

 

창백해진 그의 시야에,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져 내리는 쟌 자오의 모습이 비췄다.

 

두 손으로 여자를 붙잡고 있던 바이 위탕은 한 손으로 바꾸고 허리춤에서 총을 뽑아 그림자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어깨에 총알을 맞는 그림자는 한 손으로 어깨를 짚고서 비틀거리며 도망쳤다.

 

"고양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바이 위탕은 미친 듯이 몸부림치는 여자의 어깨와 목 사이를 내리쳐 기절시키고는 허겁지겁 쟌 자오 곁으로 달려갔다.

 

"괜찮아, 살짝 스친 거야."

 

오른손으로 왼쪽 팔을 움켜준 채 쟌 자오가 말했다. 그가 새파래진 얼굴의 바이 위탕을 보며 재촉했다.

 

"빨리 쫓아가! 바이야!"

 

쟌 자오가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하자 바이 위탕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하지만 왼쪽 팔을 움켜쥔 쟌 자오의 손가락 사이로 붉은 피가 배어 나오자 그의 얼굴이 다시 딱딱하게 굳었다.

 

바이 위탕은 괴로운 듯 입술을 깨물며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도로 쪽으로 난 창문으로 걸어가 근처에 놓여 있던 의자를 창문에 집어 던졌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박살 난 유리창 사이로 바이 위탕은 고개를 내밀고 입구를 주시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남자가 건물에서 뛰쳐나왔다.

 

오른손으로 총을 준 채 왼쪽 어깨를 감싸고 있었다.

 

바이 위탕은 창틀을 딛고 서서 훌쩍 아래로 뛰어내렸다.

 

건물 아래에 주차된 벤의 지붕 위로 가볍게 착지한 그는 다시 바닥으로 뛰어 내려와 그림자의 뒤를 쫓아 달려갔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 그림자는 몸을 반쯤 돌리고 뒤를 향해 총을 겨눴다.

 

하지만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당황한 그가 발을 멈추고 등을 보이는 순간, 바이 위탕이 무시무시한 힘으로 그의 목덜미를 움켜잡고 뒤로 잡아당겼다.

 

그리고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그림자의 오른쪽 어깨를 강하게 내리쳤다.

 

그런 다음 !’하고 휘청거리는 그림자의 팔을 붙들어 뒤로 휙 꺾어 비트는 동시에 단숨에 벽으로 내던졌다.

 

그림자는 벽을 타고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렸다. 바이 위탕은 바닥에 떨어진 총을 집어 들고 살벌한 눈으로 그림자를 돌아보았다.

 

"……네가 왜?!"

 

그림자의 얼굴을 확인한 바이 위탕의 눈이 커졌다.

 

바닥에 주저앉아 어깨를 붙잡은 채 숨을 헐떡이고 있는 사람은 며칠 전 박물관에서 만난 그의 옛 부하, 곡언명이었다.

 

바이 위탕은 곡언명의 멱살을 틀어잡아 올리고 소리쳤다.

 

"미쳤어?! 너 도대체 뭐야!?"

 

그의 기세에 놀란 듯 새파랗게 질린 채 곡언명은 입을 다물었다.

 

여기서 한가하게 따지고 들 시간이 없었다.

 

바이 위탕은 곡언명에게 수갑을 채우고서 그를 끌고 다시 2층으로 돌아갔다.

 

쓰러졌던 쟌 자오는 이미 일어나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이 위탕은 곡언명을 바닥에 내던지고서 핸드폰을 꺼내 S.C.I를 호출했다.

 

쓰러진 곡언명의 얼굴을 확인한 쟌 자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신은?!"

 

그사이 전화를 끝낸 바이 위탕이 옆에서 의자를 가져와 그 위에 쟌 자오를 앉혔다.

 

허리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그의 부상 정도를 확인한 바이 위탕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총알이 스치며 피부가 살짝 찢어졌을 뿐,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쟌 자오의 하얀 피부 위에 핏자국이 났다는 사실은 그 부상 정도의 상관없이 열 받아서 꼭지가 돌아버릴 것 같았.

 

당장이라도 병원에 끌고 가고 싶었지만, 아직 S.C.I.팀원들이 오지 않았다.

 

심각한 얼굴로 상처를 들여다보는 바이 위탕과 다르게 쟌 자오는 별로 대수롭지 않은 얼굴이었다.

 

"왜 그녀를 죽이려고 했죠?"

 

쟌 자오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곡언명에게 시선을 던지며 물었다.

 

"……"

 

곡언명은 굳은 얼굴로 말이 없었다.

 

한편, 방 한구석에선 아카샤가 잔뜩 쉬어버린 목소리로 "저주야…… 저주야……"하며 쉬지 않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소리가 잔뜩 예민해져 있는 바이 위탕의 심기를 건드렸다.

 

바이 위탕은 옆에 있던 테이블을 거칠게 발로 차서 넘어뜨리고는 아카샤를 향해 이를 갈았다.

 

"닥쳐!!"

 

그의 흉흉한 기세에 사람들의 어깨가 움찔했다.

 

그 중엔 쟌 자오도 있었다.

 

처음 보는 바이 위탕의 모습에 쟌 자오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젠장……."

 

바이 위탕은 힐긋 쟌 자오를 돌아보고서 창가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S.C.I.가 도착할 때까지 말없이 창밖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잠시 뒤, 현장으로 경찰차와 구급차가 몰려왔다. 바이 위탕은 왕조와 장용에게 뒷일을 맡기고서 쟌 자오를 끌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

 

찰과상이라고 해도 총상이었다. 상처를 확인한 여의사는 두 바늘 정도 꿰매야 한다며 곧바로 옆에 있던 간호사에게 준비를 시켰다.

 

상처 부위를 소독하고 여의사가 바늘을 꺼내 들자 쟌 자오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두 바늘 정도 꿰매는 거라 마취 없이 진행된 치료는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고통도 거의 느껴지지 않고 빠르게 끝났다.

 

쟌 자오가 치료를 받는 동안 바이 위탕은 진료실 밖에 서 있었다. 진료실 안에서 고개를 내밀면 벽에 붙어 서 있는 그의 옆모습이 살짝 보이는 정도였다.

 

상처 위에 붕대를 감기 시작한 여의사는 굳은 얼굴로 조용히 서 있는 바이 위탕의 모습을 슬쩍 곁눈질하고는 싱긋 미소 지으며 쟌 자오에게 말을 걸었다.

 

"저분이 바로 바이 대장이시죠? 오빠한테 많이 들었어요. 근데 우리 오빠가 얘기한 이미지랑은 완전 다른데요~~"

 

여의사의 의외의 말에 쟌 자오는 한순간 어리둥절해 했다.

 

흰색 가운을 걸치고 의젓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의사는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쟌 자오는 그녀의 흰 가운에 달린 이름으로 시선을 내렸다.

 

"실습……마힌……."

 

마힌? 어디서 들었더라……

 

자신을 보며 활짝 웃는 의사의 얼굴은 확실히 낯이 익었……

 

"!"

 

쟌 자오가 외쳤다.

 

"마한 동생!!"

 

"후후……."

 

마힌은 싱긋 웃으며 상처 부위에 거즈를 올리고 테이프로 고정했다.

 

"상처에는 물이 닿지 않게 해주세요. 실밥은 일주일 뒤에 뜯으면 됩니다, 쟌 박사님~~"

 

그리고 그녀는 입구에 서 있는 바이 위탕을 향해 "됐어요" 하고 소리쳤다.

 

진료실로 들어온 바이 위탕은 외투를 챙겨 들고 쟌 자오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하지만 쟌 자오가 바이 위탕의 소매를 붙잡았다.

 

"바이야, 낯익지 않아?"

 

그러면서 쟌 자오가 의사의 가슴에 달린 이름표를 가리켰다.

 

"마힌, 마한의 여동생이야."

 

쟌 자오가 가리킨 방향을 따라 마힌에게 시선을 돌린 바이 위탕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향해 슬쩍 고개 숙여 보였다.

 

마힌은 그런 그의 모습을 예상했다는 듯 미소 지으며 물건을 정리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우리 오빠 말이 맞네요."

 

"오빠가 뭐라고 그랬는데요?"

 

쟌 자오가 물었다. 그런 쟌 자오의 얼굴을 마힌은 잠시 말없이 바라보았다. 곧이어 밖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마힌이 웃음기 베인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말로는 바이 대장이 웬만한 일로는 거의 화를 내지 않는 온순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그랬어요. 딱 한 가지 일만 빼

고 말이죠. 그 일이 뭐냐면……."

 

거기서 잠시 말을 끊은 마힌은 진료실 입구에 서서 쟌 자오를 돌아보았다.

 

"누군가 쟌 박사님을 건드리려고 하는 거죠. 만약 누군가 쟌 박사님께 손대면, 그날로 손모가지가 날아갈 거라던데요~~"

 

그렇게 말을 마친 마힌은 멍하니 서 있는 두 사람을 보며 빙글 미소 짓고는 진료실을 떠나갔다.

 

진료실에 남은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잠시 뒤, 바이 위탕이 이를 갈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 자식, 이번 주에 풀로 야근시켜주겠어!"

 

쟌 자오는 어색하게 굳어 있던 얼굴을 무너뜨리며 활짝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어깨를 늘어뜨리고 있는 생쥐의 머리를 강하게 헝클어뜨렸다.

 

"가자~~ 바이 대장!"

 

…………

 

두 사람은 더러워진 옷을 갈아입기 위해 일단 집으로 돌아갔다.

 

홀로 침실로 들어가 끙끙거리며 새 셔츠로 갈아입은 쟌 자오는 난관에 봉착했다.

 

다친 팔로는 단추를 채울 수가 없었다.

 

그가 거실로 살짝 고개를 내밀고 소파에 앉아 있는 바이 위탕을 불렀다.

 

"바이야, 셔츠 단추 좀 채워줘. 그리고 넥타이도……."

 

그러자 이 위탕이 소파에 앉은 채 손짓했다.

 

"이리 와."

 

쟌 자오는 넥타이를 챙겨 들고 나와 바이 위탕 앞에 섰다. 그러나 바이 위탕은 일어서는 대신 자신의 무릎을 탁탁 두들기며 씩 웃는 얼굴로 장난스럽게 쟌 자오를 올려다보았다.

 

쟌 자오의 뺨이 살짝 붉어졌다.

 

이 생쥐 녀석……

 

그런 생각을 하며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갑자기 바이 위탕이 셔츠를 잡아당겼다.

 

그 반동으로 쟌 자오가 휘청이자 바이 위탕은 그의 허리를 한쪽 팔로 감싸 안으며 그 다리를 벌려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

 

졸지에 두 무릎을 소파에 올린 채 껴안는 자세가 된 쟌 자오는 어색함에 고개를 숙였다.

 

바이 위탕의 따스한 숨결이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잠시 후에야 바이 위탕이 천천히 쟌 자오의 셔츠 단추를 채우기 시작했다.

 

느긋한 몸짓으로 아래부터 단추를 채워가며 올라오는 걸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선정적으로 느껴져 쟌 자오는 얼굴이 빨개졌다.

 

바이 위탕이 마지막 단추를 채우자 쟌 자오가 서둘러 넥타이를 내밀었다.

 

하지만 바이 위탕은 그대로 자오의 허리를 두 팔로 껴안았다.

 

셔츠 뒤로 느껴지는 가냘픈 등을 매만지며 쟌 자오의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평소라면 난리 쳤을 쟌 자오였지만, 오늘만큼은 그가 자신을 안고 기댈 수 있도록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고양아……놀라게 좀 하지 마……."

 

한참동안 목덜미 사이를 오가며 입을 맞추던 바이 위탕이 우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쟌 자오는 싱긋 미소 지으며 왼손으로 바이 위탕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아니라…… 범인 때문이겠지!"(원문 都是黑的!)

 

그의 말에 바이 위탕은 고개를 들었다.

 

그는 쟌 자오의 턱을 붙잡고 침울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다시는 그러지 마. ……,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난 정말 심장이 열 개라도 못 버틴다고!"

 

바이 위탕은 미소짓고 있는 쟌 자오의 입술에 키스했다.

 

가볍게 입술을 맞대던 것이 점점 혀가 오가는 진한 키스로 이어지면서 두 사람의 몸은 서로의 심장 박동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졌다.

 

바이 위탕은 어느새 소파에 등을 기댄 채 쟌 자오의 허리를 껴안고 있었고, 쟌 자오는 왼손으로 바이 위탕의 어깨를 붙잡고 있었다.

 

점점 거칠어지는 두 사람의 숨결과 끊임없이 서로의 입술을 오가며 나는 색정적인 소리만이 조용한 거실을 메웠다.

 

한참 동안 키스를 나누던 바이 위탕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쟌 자오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눈을 떴다.

 

"고양아, 넌 어떻게 매번 무냐? 테크닉이 너무 떨어지잖아!"

 

"……"

 

쟌 자오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바이 위탕이 서둘러 덧붙였다.

 

"내가 가르쳐 줄게……."

 

그는 손가락 하나를 자오의 입술 앞에 갖다 댔다.

 

"입 벌려 봐……."

 

쟌 자오는 잠시 손가락과 바이 위탕을 번갈아 보다가 천천히 입술을 벌렸다.

 

그 사이로 손가락이 들어오자 살며시 이로 물었다.

 

그러자 바이 위탕이 "아니야……" 하고 속삭였다.

 

"물지 말고……."

 

그의 말을 따라 쟌 자오는 손가락을 놓았다.

 

"혀로……."

 

바이 위탕은 기댔던 몸을 일으켜 쟌 자오의 뺨에 가볍게 입맞춤했다.

 

"혀를 이용해 빠는 거야."

 

쟌 자오는 눈을 감고 조심스럽게 혀를 내밀어 바이 위탕의 손가락을 빨기 시작했다.

 

바이 위탕은 자신의 손가락을 물고 있는 쟌 자오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축축이 젖어 가는 손끝을 통해 입안의 따스한 열기가 가슴속까지 퍼지며 부드럽게 그를 감쌌다.

 

……

 

바이 위탕은 손가락을 빼내고 그 자리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 대었다.

 

잠깐의 교육은 큰 효과를 발휘했다.

 

혀로 입속을 핥거나 바이 위탕의 혀를 붙잡아 빨아 당기며 온전히 키스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키스하다 껴안고…… 다시 키스하다 넥타이 매고…… 다시 키스하다……

 

한 시간 후, 터질 듯 새빨개진 쟌 자오를 데리고 바이 위탕은 건물 아래로 내려갔다.

 

도로로 발을 나서는데, 클랙슨 소리가 났다. 두 사람이 멈춰 서자 오른편에서 나타난 검은 승용차 한 대가 그들 앞에 멈춰 섰다.

 

곧이어 운전석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내렸다.

 

……자신들 곁으로 다가오는 이를 보면서 두 사람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특히 쟌 자오는 마치 헛것을 본 듯한 얼굴이었

.

 

자신 앞에선 이를 보며 쟌 자오가 중얼거렸다.

 

"아빠……."

 

어찌나 당황했는지 그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두 사람 앞에 선 전계천은 잠시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자신을 보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전계천은 손에 들고 있던 보온병을 쟌 자오에게 내밀었다.

 

"네 엄마가 전해 주라더군."

 

"……?"

 

쟌 자오는 얼떨떨한 얼굴로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러다 순간 상처가 생각나 왼손으로 바뀌었다.

 

그 모습을 보며 전계천이 미간을 찡그렸다.

 

"손은 왜 그래?"

 

"…… 살짝 다쳤어요……."

 

왼손으로 보온병을 건네받으며 쟌 자오가 대답했다.

 

전계천은 한 차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서 다시 몸을 돌려 차로 걸어갔다.

 

멀어져 가는 그의 등을 보며 바이 위탕이 불쑥 물었다.

 

"아저씨, 왜 사람을 시키지 않고 직접 오셨어요?"

 

그러자 운전석 문에 손을 얹던 전계천의 몸이 움찔하고 굳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쟌 자오은 침을 꿀꺽 삼키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

 

전계천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잠시 주위로 시선을 돌렸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출근길……"

 

"출근길이요?"

 

바이 위탕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법원은 여기서 꽤 먼데……."

 

그 말에, 전계천의 얼굴에 낭패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는 슬쩍 바이 위탕을 노려보고서 태연한 얼굴로 운전석에 앉더니 시동을 거는 동시에 무서운 속도로 멀어졌다.

 

싱글싱글 웃으며 검은색 승용차가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던 바이 위탕이 쟌 자오가 들고 있는 보온병에 시선을 던지며 물었다.

 

"고양이, 무슨 스프야? 냄새 좋다."

 

쟌 자오는 눈을 치켜떴다.

 

"안 줄 거야!"

 

그리고는 휙 몸을 돌려 주차된 차로 걸어갔다. 보온병을 가슴에 꼭 껴안은 쟌 자오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행복한 기운이 느껴지는 쟌 자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바이 위탕도 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가 쟌 자오를 따라 걸음을 옮기려던 찰라,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통화를 끝낸 바이 위탕은 쟌 자오 곁으로 달려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고양아, 장평이 그러는데, 모리스한테 중요 단서가 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