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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공일치/S.C.I. -Holding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76화

by hyuny07 2019. 11. 7.

살인자는 인간이 아니다. 09 급변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취조실로 향했다.

 

그들은 취조실로 곧장 들어가는 대신 우선 곡언명을 살펴볼 요량으로 취조실과 붙어 있는 매직미러 방으로 들어갔다.

 

벽의 반을 차지하는 통유리 앞에 서자 굳은 얼굴로 의자에 앉아 있는 곡언명이 보였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말없이 곡언명을 바라보았다.

 

고양아…….”

 

바이 위탕이 불쑥 입을 열었다.

 

그의 정신 상태는 어때?”

 

쟌 자오는 곡언명을 돌아보고서 대답했다.

 

멀쩡해.”

 

제정신이라는 거지?”

 

바이 위탕이 재차 확인했다.

 

.”

 

쟌 자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멀쩡해!”

 

괜찮다면…… 나 혼자 이야기할 수 있을까?”

 

바이 위탕이 미안해하는 얼굴로 그렇게 물었다.

 

쟌 자오는 생긋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나도 그게 더 낫다고 생각해.”

 

말을 마치고 쟌 자오는 뒤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

 

뒤이어 바이 위탕도 방을 나와 곡언명이 있는 취조실로 들어갔다.

 

그는 곡언명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취조실에는 한참 동안 정적이 흘렀다.

 

……곡언명의 눈가가 꿈틀했다. 그제야 바이 위탕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할 말은 없어?”

 

그러자 곡언명이 주저하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

 

그는…… 괜찮나요?”

 

누구?”

 

누를 말하는지 알면서도 바이 위탕이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물었다.

 

……

 

곡언명은 바이 위탕을 향해 머리를 깊이 숙였다.

 

죄송해요. ……설마 맞힐 줄은 몰랐어요.”

 

넌 총 쏠 때 망설였어.”

 

 

바이 위탕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고양이가 크게 다쳤을지도 몰라.”

 

……그래서 절 살려두신 거군요…….”

 

곡언명은 줄곧 경직되어 있던 어깨를 살짝 느슨하게 풀었다.

 

심하게 다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솔직히 말해봐. 왜 그런 거지?”

 

바이 위탕이 곡언명의 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

 

곡언명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오랜 침묵 끝에 곡언명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대장……, 전 말할 수 없어요.”

 

바이 위탕은 미간을 찡그렸다.

 

어째서?”

 

……저는 사람을 죽게 할 수 없어요.”

 

곡언명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 제발 묻지 말아 주세요.”

 

죽게 할 수 없다니!?”

 

곡언명의 말은 들으면 들을수록 이상한 기분이었다.

 

네가 말하면 누가 다치는데?”

 

…………곡언명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두 눈이 바이 위탕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대장이요.”

 

…….”

 

한편으로는 화가 나면서도 바이 위탕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실을 말하면 나한테 피해가 온다는 거지?"

 

곡언명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네.”

 

바이 위탕은 손끝으로 가볍게 탁자를 두드리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나는 상관없으니깐 얼마든지 말해!”

 

농담이 아니에요!”

 

흥분한 곡언명이 소리쳤다.

 

저는 대장을 해치고 싶지 않아요! 이건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구요!”

 

……?”

 

바이 위탕은 말의 진위를 파악하듯 한참 동안 곡언명을 바라보았다.

 

사람이 해결할 수 없다고!? 범인이 인간이 아니라는 거야?”

 

……맞아요.”

 

곡언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또 저주 어쩌고 할 거면 말 안 해도 돼!”

 

바이 위탕이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곡언명은 바이 위탕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윽고 고개를 드는 그의 두 눈에는 어떤 결심이 서려 있었다.

 

대장이 절 구속해도 돼요. 형을 선고하거나 심지어 총을 쏘더라도 괜찮아요. ……저는 죽어도 말 안 할 거예요!”

 

눈앞의 결연한 표정의 곡언명을 보며 바이 위탕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이 사건…… 너무 이상해.

 

한편 매직 미러방을 나온 쟌 자오는 S.C.I.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러다 마침 그의 사무실에서 목을 주무르며 나오는 백치와 마주쳤다.

 

뭐 알아낸 거 있어?”

 

백치 곁으로 다가가며 쟌 자오가 물었다.

 

없어요. ……자료가 너무 많아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한 백치의 시선이 쟌 자오의 오른손에 꽂혔다.

 

다쳤다고 들었어요.”

 

그의 목소리에서 슬픔이 묻어났다.

 

많이 아프죠?”

 

쟌 자오는 미소 지으며 다정하게 백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살짝 다친 것뿐이야.”

 

그때였다.

 

백치의 배에서 꼬르륵하고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이윽고 어리둥절해하던 백치의 얼굴이 순식간에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온종일 자료 찾냐고 식사하는 것도 잊고 있었다.

 

쟌 자오는 백치를 끌고 식당으로 향했다.

 

일반적인 식사 시간이 아님에도 경찰청 식당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전 세계에서 가장 식사 시간이 불규칙한 직업 중 하나로 꼽히는 경찰들의 영양을 책임지기 위해 식당은 24시간 오픈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카운터로 걸어갔다. 그런 두 사람의 뒤로 한바탕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한 중년 경찰이 순경 두 명을 혼내고 있었다.

 

너희 둘이 경찰 중에 최초다, 최초야! 도대체 어떻게 하면 총을 잃어버려!? 너희 둘 다 정직이야!"

 

혼나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며 백치는 눈가를 찡그렸다.

 

식당이 떠나가라 소리치고 있는 사람은 그가 순경대에 있을 때 상사로 이름은 나봉(罗鹏), 나봉 대장이었다.

 

그리고 그 나봉 대장에게 혼나고 있는 것은 오늘 자신에게 시비 걸었던 서아동과 오개였다.

 

총이 없어져…….”

 

백치가 미간을 찌푸린 채 중얼거렸다. 설마 조정의 짓은 아니겠지? 너무 장난이 지나치…….

 

백치야?”

 

백치의 얼굴이 이상한 걸 느낀 쟌 자오가 의아한 얼굴로 그를 불렀다.

 

왜 그래?”

 

…… 혹시 조정 봤어요?”

 

백치의 물음에 쟌 자오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못 봤어. 아까 너랑 같이 있지 않았어?”

 

그 사이에도 나봉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 식당을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내용은 거칠어져 가만히 듣고 있기 거북할 정도였.

 

쟌 자오의 눈에 비친 백치는 뭔가 초조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백치를 끌어당겨 귓가에 속삭였다.

 

조정이 총을 가져갔다고 생각하는 거야? ?”

 

그러자 백치가 곤혹스럽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조정은 원래 그런 사람이에요. 정도를 모르고 장난치니…………."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던가,

 

백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은 채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식당에 들어오는 조정과 마주쳤다.

 

그는 쟌 자와 백치를 보자 환하게 웃으며 두 사람 곁으로 다가왔다.

 

나도 마침 배고팠는데……. 보아하니 경찰청이 음식만큼은 잘 하는 것 같네…….”

 

그러면서 돌아본 쟌 자오와 백치가 동그란 두 눈에 호기심을 띄우고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자 그가 짐짓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래?"

 

때마침 나봉의 고함소리가 그의 귓가에 닿았다.

 

이젠 굳이 두 사람의 대답을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다. 식당이 떠나가라 소리치며 쏟아내는 나봉의 말이 그의 물음에 대한 모든 답을 내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순간 사태 파악이 끝난 조정이 씩 웃으며 백치를 보았다.

 

"뭐야? 내가 했다고 생각한 거야?”

 

백치는 그의 팔을 끌어당겨 빠르게 속삭였다.

 

제발 얌전히 좀 있어. 이건 장난칠 게 아니라구!!”

 

조정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나한테 없어. 내가 그걸 가져서 뭐 하게?”

 

! !!”

 

그때 등 뒤에서 세 사람을 향해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아개와 서아동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조정 바로 앞에서 멈춰선 그들은 다짜고짜 조정을 향해 소리쳤다.

 

당장 우리 총 내놔!”

 

조정은 냉소 지으며 두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총을 가져갔다고? 네들이 어떻게 알아? 봤어!?”

 

그럼 너 말고 누가 있어?!”

 

흥분한 서아동이 소리쳤다.

 

여긴 경찰청이야. 일반인이 들어와서 총을 훔칠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너 아까 전에 우리 총알도 훔쳤잖아!”

 

조정은 짜증난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으며 두 사람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하지만 그때 백치가 그 앞을 막아섰다.

 

백치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조정을 올려보고서 서아동과 아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가 가져간 게 아니야. 안 가져갔어. 너희들이 오해한 거야.”

 

하지만 흥분한 두 사람에겐 들릴 리 만무했다.

 

오개가 조정의 멱살을 움켜쥐고, 서아동은 수갑을 꺼내 들었다.

 

네가 한 짓은 범죄야, 알아!? 어디 조용한 데 가서 이야기 좀 해보자고!”

 

자신의 멱살을 잡고 있는 오개를 보며 조정은 불쾌하다는 듯이 눈을 찡그렸다.

 

그리고 느닷없이 몸을 뒤로 빼더니 멱살을 잡은 채 딸려오는 오개의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옆에서 서아동이 황당하다는 듯이 눈을 치켜떴다.

 

감히 경찰을 공격해?!”

 

이건 정당방위거든!”

 

그러면서 조정이 서아동의 옆구리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서아동은 옆구리를 감싸 쥐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경찰을 상대로 한바탕 난리 치는 조정을 보며 백치는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런 그의 옆에서 쟌 자오는 느긋한 몸짓으로 밀크티를 홀짝이고 있었다.

 

…….”

 

백치가 쟌 자오의 팔을 잡아당겼다.

 

형이 말려주시면 안 돼요?”

 

쟌 자오는 어깨를 으쓱였다.

 

난 안 돼. 경찰청 안에서 조정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은 너 말고 없는걸.”

 

하지만…….”

 

백치는 입술을 깨물었다.

 

일이 커지는 거 아니에요? 경찰청에서 경찰을 때리고 있다구요!”

 

백치의 말에 쟌 자오는 고개를 저으며 여유롭게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조정 말이 틀린 건 없잖아? 저건 확실히 정당방위야.”

 

그리고서 쟌 자오는 카운터에서 버블 티 한 잔을 가져와 쩔쩔매고 있는 백치에게 건넸다.

 

마셔, 밀크 티야.”

 

………………

 

손 놓지 못해!”

 

이쪽으로 성큼 걸어오며 나봉이 소리쳤다.

 

그가 끙끙거리며 일어서는 두 부하를 노려보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경찰 체면을 구기는 것도 정도가 있지! 지금 뭐 하는 거야?! 창피하지도 않아?!!”

 

그러고서 조정을 흘깃 돌아본 그가 쟌 자오를 향해 물었다.

 

쟌 박사님, 이 사람도 S.C.I.사람입니까?”

 

쟌 자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S.C.I.에는 이런 사람 없는데요.”

 

쟌 자오가 빠르게 덧붙여 물었다.

 

맞다, 나 대장님. 방금 총 잃어버렸다고 하셨는데…… 그건 경찰청 안에서인가요?”

 

나봉은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서 다시 두 부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쓸모없는 자식들! 둘 다 정직이야. 돌아가서 잘 생각해 봐. 도대체 어떻게 총을 잃어버렸는지!”

 

오개와 서아동은 분하다는 듯이 씩씩거리며 조정을 노려보고서 발길을 돌렸다.

 

나봉도 쟌 자오에게 겸연쩍은 듯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넨 뒤 몸을 돌렸다.

 

총을 경찰청에서 잃어버렸는데……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모른다?”

 

밀크티를 홀짝이며 식당 밖으로 걸음을 옮기는 쟌 자오가 중얼거렸다.

 

 

S.C.I로 올라간 쟌 자오와 백치는 마침 취조실에서 나오는 바이 위탕과 마주쳤다. 상기된 얼굴과 심상치 않은 얼굴빛은 그의 심문이 순조롭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

 

그렇게 한숨을 내쉬며 바이 위탕은 쟌 자오가 들고 있던 밀크티를 가져와 한 모금 마셨다.

 

정말 모르겠다!”

 

그 모습에 백치의 얼굴이 삽시간에 붉어졌다.

 

바이 형과 자오 형이 지금 밀크티를 나눠 마셨……, ……간접키스?!?!

 

다시 밀크티를 한 모금 마시고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던 바이 위탕의 눈이 쟌 자오의 등 뒤로 꽂혔다.

 

의아해진 쟌 자오와 백치가 고개를 돌리자 복도 끝에서 노방이 두 사람을 데리고 이쪽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한 사람은 다시 돌아온 변호사 호열, 다른 한 명은 백발에 안경을 쓴 노인이었다.

 

정신과 전문의야.”

 

쟌 자오가 바이 위탕에게 속삭였다.

 

보아하니 호열이 곡언명의 정신 이상을 증명한 것 같네.”

 

…….”

 

바이 위탕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증명할 것도 없어, 그 녀석은 확실히 정상이야!”

 

그 사이, 세 사람 앞으로 다가온 노방이 짧게 두 사람을 소개한 뒤 바이 위탕과 쟌 자오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호 변호사가 곡언명의 정신 상태를 정상으로 볼 수 없다는 정신과 전문의 소견을 가지고 그의 증언을 신용할 수 없…….”

 

옆에서 호열이 그의 말을 자르고 끼어들었다.

 

저희는 곡언명의 정신 치료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법원에 그의 치료를 요청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바이 위탕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심문은 이제 끝입니다.”

 

세 사람이 사라지고 난 뒤, 바이 위탕이 쟌 자오를 돌아보며 물었다.

 

고양아, 어떻게 생각해?”

 

쟌 자오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내 생각에…… 저들이 꼭 곡언명이 입 여는 걸 두려워하는 것 같아.”

 

그래, 이건 그냥 스스로 자백하는 꼴이야.”

 

바이 위탕이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탕탕탕.’

 

몇 발의 총성이 연속으로 들여왔다.

 

……총소리?!

 

경찰청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

 

총소리라니!?

 

경찰들이 멍해진 그 사이 또다시 총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 여러 명의 비명 소리도 함께였다.

 

고양아, 몇 발이야?”

 

단숨에 총을 꺼내 들고 계단으로 뛰어가면서 바이 위탕이 물었다.

 

그 뒤를 쟌 자오와 백치가 서둘러 따라갔다.

 

“12!”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복도에서 경찰 두 명이 손에 총을 들고 서 있었다. 그들 주위에는 네 명의 경찰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쟌 자오와 백치는 경악했다. 총을 들고 있는 두 사람은 분명 총을 잃어버렸다고 한 서아동과 오개였다.

 

……그들의 바로 앞에는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져 있는 경찰이 있었다.

 

비록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옷차림을 보아 순경 대장 나봉이 확실했다.

 

서아동과 오개는 몰려온 경찰들과 바이 위탕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그와 동시에 두 발의 총성이 울렸다.

 

어깨에 총을 맞고 바닥에 쓰러진 이는 서아동과 오개였다.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뒤를 돌아보았다.

 

두 사람과 멀지 않은 곳에서 침통한 얼굴의 포증이 총을 들고 서 있었다.

 

이윽고 경찰청 내의 모든 경찰이 현장으로 뛰쳐나왔다.

 

그들은 바닥에 쓰러진 서아동과 오개에게 달려들어 수갑을 채우고 일으켜 세웠다.

 

그제야 제대로 보게 된 서아동과 오개의 모습은 조금 전과는 딴판이었다.

 

실핏줄이 터지며 붉게 출혈된 눈엔 초점이 없었고, 반쯤 벌어진 입에선 침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이번 총격 사건으로 인해 나봉과 경찰관 한 명이 그 자리에서 즉사했으며, 다른 두 명은 부상을 입고 병원에 후송되었다.

 

……포증은 굳은 표정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의료진을 한참 동안 지켜보고 서 있었다.

 

잠시 뒤, 현장이 일단락되자 그가 바이 위탕과 쟌 자오를 돌아보았다.

 

너희 둘, 따라와!”

 

교외의 한 단독 별장 앞에 경찰용 지프 한 대가 멈춰 섰다.

 

바로 여기에요.”

 

차에서 뛰어내리며 모리스가 마한과 조호에게 말했다.

 

두 사람은 모리스를 따라 별장으로 들어갔다.

 

“1층은 자재 도구를 쌓아 놓은 곳이고…….”

 

모리스가 간단하게 설명을 붙이며 2층 계단으로 걸음을 옮겼다.

 

작업실은 2층에…….”

 

모리스의 뒤를 따라 조호도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뒤를 따라 계단에 발을 올리던 마한의 눈에 1층 한구석이 들어왔다.

 

……그는 본능적으로 허리춤에 찬 총에 손을 올렸다.

 

……뒤따라오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돌렸던 조호는 총을 빼 드는 마한의 모습에 앞서가던 모리스를 말없이 손짓으로 불러 세웠다.

 

그리고 그는 올라갔던 계단을 내려와 마한의 시선을 따라 구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여러 가구와 소파, 의자, 그리고 판자가 쌓여 있었다.

 

……

 

한참 동안 판자더미를 응시하던 마한이 갑자기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가 조심스럽게 위에 있던 판자를 들자 와르르하고 주변 판자들이 무너져 내리며 희뿌연 먼지가 일었다.

 

얼굴 앞으로 손을 휘저으며 판자 쪽으로 시선을 던진 마한과 조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래졌다.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번뜩 정신 차린 마한이 조호를 돌아보며 외쳤다.

 

……빨리 대장한테 전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