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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공일치/S.C.I. -Holding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73화

by hyuny07 2019. 10. 19.

살인자는 인간이 아니다. 06. 매왕

 

바이 위탕은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장평과의 통화 내용을 쟌 자오에게 알렸다.

 

부 선생님, 혹시 토템이랑 죽음이 무슨 관계인지 아시나요?”

 

쟌 자오가 다급히 물었다.

 

…….”

 

부의산은 잠깐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저도 자세하게는 모릅니다. 이 매왕이 투치족에서 사신을 상징한다는 것밖에는. 그리고…….”

 

시간이 없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지려고 하자 바이 위탕이 말을 끊었다.

 

사신, 즉 매왕이 벌을 내리는 사람에게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 그게 목이 잘리는…….”

 

부의산이 긴장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고양아, 기자들이 곧 도착할 거야.“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바이 위탕이 말했다.

 

많아야 십 분이야.”

 

보통 이 시간 때에는 뭘 하고 계셨나요?”

 

쟌 자오가 부의산에게 물었다.

 

……저는……

 

부의산은 자신의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이 시간 때면서재에서 책을 읽을 겁니다.”

 

서재가 어디죠?”

 

바이 위탕과 쟌 자오가 동시에 물었다.

 

안내하지요…….”

 

부의산은 2층에 있는 자신의 서재로 두 사람을 안내했다.

 

복도를 지나 한 방문 앞에 다다르자 부의산이 서둘러 문을 열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때였다.

 

잠깐!”

 

갑자기 바이 위탕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는 부의산과 쟌 자오를 한발 물러서게 한 뒤, 혼자 문으로 다가가 문손잡이를 돌렸다.

 

달칵하고 문이 안쪽으로 열렸다.

 

얼핏 들여다본 서재는 딱히 이상한 점이 없었다.

 

그는 쟌 자오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서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를 따라 쟌 자오도 서재 안으로 들어갔다.

 

서재는 최소한의 가구들로만 채워져 있었다.

 

붉은빛이 도는 가구와 책이 빼곡한 책장, 책상과 의자가 있었고, 책상 위에는 전화기와 고풍스러운 꽃병이 놓여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쟌 자오가 갑자기 바이 위탕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들은 바이 위탕은 순간 미간을 찡그렸다.

 

애초 아무것도 없어야 할 천장에 어슴푸레한 빛줄기들이 있었던 것이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어지럽게 교차된 채 어디론가 이어져 있는 유리 선이었다.

 

그 선을 따라 시선을 이동하며 두 사람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윽고 두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로 꽂혔다.

 

두 사람은 눈빛을 주고받았다.

 

쟌 자오는 서재를 빙 둘러보았다. 근처 바닥에 무릎정도 높이의 화분이 있었다.

 

쟌 자오는 그것을 조심히 들어 의자에 올려놓았다.

 

바이 위탕은 부의산의 뒤에 서 있던 조수 구우를 돌아보고 외쳤다.

 

“5미터 정도의 가는 끈과 수박이나 멜론을 준비해 주세요. ……빨리!”

 

, !”

 

그 길로 복도를 내달려 달려간 구우는 곧바로 수박 한 통과 가는 줄을 들고 돌아왔다.

 

쟌 자오는 수박을 건네받아 의자 위의 화분에 올려놓았다.

 

그런 다음, 수화기를 들지 않은 상태에서 구우가 가져온 끈을 조심스럽게 수화기에 묶고 반대쪽 끝을 서재 밖으로 빼놓았다.

 

그제야 부의산과 구우는 수화기 밑에 유리선 하나가 눌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끈은 바닥을 지나 벽의 타고 창문 밖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았더라면 발견조차 불가능했다!

 

준비 작업을 마친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두 사람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옆방도 서재와 구조가 같나요?”

 

쟌 자오가 부의산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구의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이 위탕은 쏜살같이 계단을 내려갔고, 쟌 자오는 부의산과 구우를 데리고 옆방으로 들어가 창문 뒤쪽에 몸을 숨겼다.

 

창문 밖에서 이쪽으로 달려오는 여러 대의 중계 차량이 보였다.

 

쟌 자오는 전화를 걸었다.

 

바이야, 준비됐어?”

 

오케이!”

 

바이 위탕은 1층의 현관문 뒤에 몸을 숨기고 마당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주시했다.

 

경비원, 정원사, 그리고……

 

이윽고 중계차가 대문 앞에 멈춰 섰다. 카메라와 각종 촬영 도구를 챙겨 들은 스태프들과 한 손에 마이크를 들은 여기자들이 집안으로 들어오려 하자 경비원이 이를 막아서면서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런 그들 사이에 다소 작은 체구에 거무스름한 얼굴의 경비원이 섞여 있었다.

 

그는 사람들이 정신없는 틈을 타 슬쩍 뒤로 빠져나오더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곧바로 2층 서재에서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쟌 자오는 서둘러 서재로 걸어가 문밖에 빼놓았던 끈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책상에 있던 수화기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동시에 그 밑에 눌려 있던 유리 선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창밖으로 날아가더니 어디선가 하고 자그맣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이 마치 신호인 듯 천장에 있던 유리 선이 급격히 팽팽해지기 시작했다.

 

곧 머리를 가볍게 들썩이는 바람이 느껴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수박에서 -’하고 소리가 나며 가로로 두 동강이 났다.

 

창문 밖으로 사라진 유리 선과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난 수박을 보며 쟌 자오는 핸드폰에 대고 바이야, 됐어!” 하고 소리쳤다.

 

바이 위탕은 핸드폰을 귀에 댄 채 어딘가로 급히 걸어가는 작은 체구의 경비원을 보며 미소 지었다.

 

고양아, 여기도 됐어.”

 

그리고 그도 문에서 나와 어딘가로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쟌 자오는 옆방으로 달려가 창문 아래로 고개를 내밀었다.

 

창문 아래는 화단이었다. 이윽고 한 경비원이 화단으로 다가왔다.

 

그는 허리를 숙인 채 화단을 살피더니 곧 무언가를 주워 황급히 주머니에 넣었다.

 

거기 뭐라도 있습니까?”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허리를 세우던 경비원이 멈칫했다.

 

그는 천천히 허리를 세우며 고개를 들었다. 한쪽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자신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 바이 위탕을 보자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다짜고짜 바이 위탕을 향해 달려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대는 바이 위탕이었다.

 

고개를 살짝 뒤로 빼며 간단하게 주먹을 피한 바이 위탕은 빠르게 왼손을 뻗어 그의 손목을 붙잡고 뒤로 꺾었다.

 

뚜득하고 관절이 어긋나는 소리가 났다.

 

으윽…….”

 

그가 비명을 채 다 내뱉기도 전에 이번엔 옆구리에서 강한 충격이 날라 왔다.

 

크헉…….”

 

그대로 허리가 앞으로 풀썩 꺾였다. 팔을 비틀고 있던 손을 풀자 경비원이 그대로 화단으로 고꾸라졌다.

 

경비원은 옆구리를 감싼 채 끙끙거렸다. 하지만 자신 곁으로 바이 위탕이 다가오자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도망치기 위해 버둥거렸다.

 

바이 위탕은 한쪽 무릎을 살짝 굽힌 채 경비원의 어깨를 두들겼다.

 

얌전히 있어~ 안 그러면 갈비뼈 두 개에서 끝나지 않을 거야~”

 

그리고는 경비원의 주머니를 뒤져 유리 선을 꺼내 들었다.

 

선의 한쪽 끝에 강철로 만든 화살이 달려 있었다.

 

고개를 들어 2층 창문을 바라보았다.

 

서재의 창문 바로 아래 미세한 틈 사이로 작은 화살이 꽂혀 있는 것이 보였다.

 

그 화살 끝에 연결된 유리 선이 바닥까지 늘어져 있었다.

 

하지만 벽 전체를 뒤덮은 덩굴 때문에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 한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길게 늘어진 유리 선을 잡아당기자 벽에 꽂혀 있던 활이 가볍게 뽑혀 나왔다.

 

만약 오늘 자신과 쟌 자오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 유리 선에 두 동강 나는 건 수박이 아니라 부의산의 머리였을 것이다.

 

게다가 경비원이 그대로 유리 선과 화살을 들고 사라진다면 이 사건은 또다시 완벽한 저주로 인한 사건이 될 터였다.

 

그 사이, 그들 곁으로 달려온 쟌 자오가 바닥에 있는 경비원을 힐긋 돌아보고서 바이 위탕에게 물었다.

 

어떻게 됐어?”

 

바이 위탕은 손에 쥐고 있던 활을 쟌 자오에게 건넸다.

 

이거였어!”

 

역시!”

 

활을 건네받으며 쟌 자오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명백해졌어. 적어도 이 사건과 저주는 전혀 관련이 없어!”

 

바이 위탕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해, 살인자는 인간이야!”

 

그는 바닥의 경비원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이, 왜 부의산을 죽이려고 했지?”

 

……죽이다니!?”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서려던 경비원은 부러진 갈비뼈의 고통에 다시 바닥으로 쓰러졌다.

 

……저는 살인인 줄은……전 그저 돈은 준다고 그래서…….”

 

경비원은 억울하다는 눈으로 두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돈을 준다고?”

 

쟌 자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누가 당신에게 돈을 줄 테니 이 일을 부탁한 건가요?”

 

……맞습니다.” 경비원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전에 도박하다가 빚을 크게 졌는데, 갑자기 그날 밤에 낯선 전화가 와서는, 오늘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하고 물건을 수거하기만 큰돈을 준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저희 집 우체통에 계약금을 넣어 놨으니까, 만약 안 하면 회사에 제가 도박한 거랑 빚진 거를 알리겠다고 협박을……. 그때는 직장을 잃을까 봐…… 그래서…… , 저는 정말 살인할 줄은 몰랐습니다.”

 

말의 내용이나 눈빛을 봤을 때 경비원이 일부러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았다.

 

범인은 애초에 들킬 위험을 감수하고 이렇게 일을 계획하지 않았을 것이다.

 

잠시 뒤,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경비원을 먼저 경찰청으로 보낸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부의산에게 인사를 건넨 S.C.I. 가 아닌 다른 곳으로 차를 몰았다.

 

바로 생방송 중인아카샤에게로 였다.

 

이번 일로 인해 명확해졌다. 아카샤는 이번 사건의 범인과 아는 사이다!

 

그렇지 않다면 왜 사건마다 그녀가 개입되어 있겠는가?!

 

관건은 그녀가 예언한 시간과 내용이 실제 사건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쟌 자오는 장평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사람이 죽지는 않았는지, 아카샤의 생방송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물었다.

 

방송은 아까부터 계속 진행 중입니다. 자신의 예언이 안 맞았다고 하니까 아카샤의 표정이 가관입니다.”

 

장평은 쟌 자오의 핸드폰으로 사진 한 장을 보냈다.

 

그건 컴퓨터 화면을 찍은 것으로 아카샤는 입을 쩍 벌리고 넋이 나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안 돼!” 쟌 자오가 소리쳤다. “아카샤가 위험해!”

 

고양아, 증거 인멸 차원에서 아카샤를 죽일 수도 있다는 거지?”

 

가속 페달을 밟으며 바이 위탕이 물었다.

 

쟌 자오는 미간을 찌푸렸다.

 

범인은 소륙을 자살로 위장할 만큼 수준이 낮았어. 하지만 아카샤의 예언에 힘입어 점점 살인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어.

 

카메라 앞에서 카를로스와 전중, 묵영을 죽인 것만 봐도 그래. 이제는 완벽히 저주로 보일 만큼 자신감에 고취된 상태야!”

 

저주가 내렸다면서 아카샤가 분위기를 띄우니까, 범인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부의산의 죽음을 막아 아카샤의 예언이 어긋났다는 거야.

 

, 곧 있으면 사람들도 아카샤가 범인과 아는 사이라는 걸 눈치챌 테지.”

 

바이 위탕은 경광등을 꺼내 차 지붕에 달았다.

 

범인이 아카샤를 죽인다는 건 잠정적인 결정일 뿐일지도 몰라. ……우리가 그를 막을 수 있을 거야!”

 

 

S.C.I. 경찰청 앞, 주차장.

 

빼곡히 주차된 차들 사이로 귀여움이 물씬 풍기는 노란색 폭스바겐 한 대가 주차했다.

 

운전석에서 내린 백치는 조수석으로 돌아가 책과 신문, 자료들을 한가득 챙겨 들었다.

 

도서관 관리인은 이미 그를 자료 찾는 경찰이라고 알고 있었다.

 

시야를 가릴 정도로 높이 쌓아 올린 자료들로 인해 좁은 차량 사이를 빠져나오는 그의 걸음은 조심스럽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얼마 전 내린 눈이 따뜻한 날씨에 녹기 시작하면서 바닥은 물기가 어려 미끄러운 상태였다.

 

그가 막 차량의 좁은 틈을 빠져나와 경찰청으로 몸을 돌리려는 순간, 느닷없이 옆에서 두 사람이 튀어나왔다.

 

미쳐 피할 새도 없이 정면으로 부딪친 백치는 소중히 안고 있던 자료들을 놓치며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하지만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알싸한 통증이나, 자신과 부딪힌 두 사람을 확인하는 것보다 바닥에 떨어진 종이가 젖기 전에 줍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는 두 사람을 무시한 채 서둘러 종이를 줍기 시작했다.

 

바로 그가 오래된 신문으로 손을 내밀었을 때, 갑자기 구두가 그 신문을 밟고 섰다.

 

놀란 백치는 그제야 고개를 들고 상대를 확인했다.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익숙한 두 얼굴에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는 구둣발에 밝힌 신문을 잡아당기며 구두의 주인에게 말했다.

 

지금……내 자료를……밟고 있잖아.”

 

오우……

 

그러자 남자가 짐짓 과장된 몸짓으로 발을 뗐다.

 

미안, 미안. 못 봤어~~”

 

그 신문을 마지막으로 자료를 전부 주운 백치는 자동차 보닛 위에 더러워진 자료들을 올려놓고서 휴지로 한 장씩 정성스럽게 닦아냈다.

 

그러는 동안에도 두 인물은 갈 생각이 없는지 백치 옆에 서서 그가 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말이야~ 백치가 S.C.I.로 이동했다기에, 뭔가 큰 사건이라도 맡아서 하는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남의 집 신문이나 버려주고 있었구나~~”

 

그렇게 비아냥거리며 남자는 히죽거리는 표정으로 백치의 반응을 살폈다.

 

하지만 백치는 그쪽으로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재빨리 서류를 정리해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두 사람을 피해 돌아가는 백치의 앞을 두 사람이 다시 막아섰다.

 

아이, 뭘 그리 바쁜 척해? 우리랑 이야기 좀 하다 가. ? 이렇게 만난 거 S.C.I.얘기 좀 해줘 봐. 우리로서는 넘사벽인 곳이라 너무 궁금하단 말이야~"

 

그제야 백치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오개(吴凯)와 서아동(徐亚冬). 두 사람은 백치가 S.C.I.로 넘어오기 전, 순경대(巡警队)에 있을 때 함께 지냈던 인물들로 자주 그를 놀리곤 했다.

 

이야~~ 하긴 거긴 엘리트집단이잖아. 순경대에서 우두머리가 되는 것 보단 S.C.I.에서 화장실 청소하는 게 훨씬 낫지!”

 

백치가 말이 없자 서아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맞아!”

 

오개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나도 가고 싶은데 하필이면 내 성이 백(중국어:바이白)이 아니라서 날 거기에 꽂아줄 사람이 없네…….”

 

오개의 말에 백치는 눈을 치켜떴다.

 

그게 무슨……. 너희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그러자 두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전 같으면 토끼 같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무 말도 못 했을 백치의 달라진 반응에 상당히 당황한 눈치였다.

 

하지만 이내 시큰둥해져 원래의 차가운 눈빛으로 돌아왔다.

 

이야~ 으스대는 거 봐. 에휴, 누가 바이 위탕이 소문난 선인이 아닐까 봐~ 네까짓 게 경찰청 엘리트 부서에 들어갈 정도면 S.C.I. 도 별거 아니네, .”

 

백치는 차량 보닛 위에 자료들은 올려놓고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날 욕하는 건 괜찮지만, 바이 대장이랑 S.C.I.를 욕하는 건 용서 못 해!”

 

서아동과 오개는 백치를 언제나 부끄럼 많고, 소극적이라 누가 괴롭혀도 저항 한 번 못하는 인물로 기억하고 있었지만, 지금 그들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쟌 자오의 치료교육아래, 백치가 완전히 탈바꿈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백치의 우상인 바이 위탕을 면전에 대고 모욕했다.

 

토끼도 물거든!!!!

 

 

아무리 놀려도 백치가 꿈쩍도 안 하자 서아동이 당황한 얼굴로 얼굴 앞에 손을 흔들었다.

 

며칠 못 본 사이에 사람이 바뀌었네, 바뀌었어. 참나, 네가 엘리트인 줄 아냐?”

 

실랑이를 벌이는 세 사람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과 멀지 않은 곳에 검은색 지프가 주차되어 있다는 것을…….

 

……지프의 운전석 문이 열렸다.

 

어때? 출세한 기분이?”

 

그러면서 오개가 백치의 어깨를 난폭하게 밀쳤다.

 

어쭈? 이제 대답도 안 한다 이거지?!”

 

백치는 등을 꼿꼿이 세우고 정색한 채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경찰이 폭력을 써? 너희가 이러고도 경찰이야?”

 

…………

 

백치의 말에 두 사람은 잠깐 허를 찔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자신들보다 수준이 한참 밑이라고 생각한 백치의 말이 자존심을 자극했다.

 

불쾌감에 얼굴을 일그러트린 그들은 자신들에게 쏠린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여 대놓고 소리를질렀다.

 

이제 훈계까지 하냐? 겨우 며칠 동안 경찰 노릇 했다고?”

 

하지만 백치의 얼굴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좋은 경찰이 되는 거랑 시간은 상관없어. 중요한 것은 경찰이라는 이름에 먹칠하지 않는 거야!”

 

……!!!”

 

두 사람의 얼굴이 울그락붉그락 해졌다. 그들은 불끈 쥔 주먹을 높이 쳐들었다.

 

그 순간, 두 사람은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추위 탓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째 등골이 오싹한 게……, 게다가 이상하게 도심에선 들을 수 없는 낯선 짐승의 거친 숨소리 등 뒤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뻣뻣해진 목을 가까스로 돌려 뒤를 보자 두 눈을 의심할 만큼 거대한 아프라카 백 사자 한 마리가 두 사람을 보며 헉헉거리고 있었다.

 

리스본은 두 사람을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경고를 날리듯 우렁차게 포효했다.

 

히익-!!!”

 

두 사람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리스본이 느릿한 걸음으로 다가오기 시작하자 두 사람의 얼굴은 곧 죽는다 해도 믿을 만큼 창백해졌다.

 

엉덩이를 질질 끌며 뒤로 주춤주춤 도망가던 서아동은 순간 무언가 깨달은 듯 제자리에 멈췄다.

 

그리고는 급히 자켓 안 주머니를 뒤졌다. 이윽고 그의 손에 권총 한 자루가 들려 나왔다.

 

……바로 앞까지 다가온 리스본에 총구를 겨냥한 채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안 돼!!”

 

기겁한 백치가 소리쳤다. 황급히 서아동에게 달려갔지만, 이미 방아쇠가 당겨진 뒤였다. 백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아무리 기다려도 총의 폭발음이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에 달칵, 달칵하고 공허한 울림만이 들려왔다.

 

백치는 슬쩍 눈을 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리스본이 멀쩡한 모습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한편, 서아동은 아무리 방아쇠를 당겨도 총알이 나오지 않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바로 옆에 있는 오개 역시 같은 표정이었다.

 

그러다 문득 오개는 깨달았다. 자신에게도 총이 있다는 것을……!

 

그는 황급히 총을 꺼내 리스본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역시 총알이 나오지 않았다.

 

이거 죄송해서 어쩌나…….”

 

백치의 차에 몸을 기댄 채 조정이 입을 열었다. 그는 실로 느긋한 동작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손에 쥐고 있던 총알을 던졌다.

 

그가 턱으로 리스본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제 애완동물인데……, 평소에는 얌전한 녀석이 화만 났다 하면 사람을 무네요.”

 

그의 말에 백치는 얼굴에 확하고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리스본을 향한 그의 말이 어째서인지 자신을 칭하고 있는 듯했다.

 

일련의 소동으로 그들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조금 전 리스본의 포효소리에 놀라 아무도 다가오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리스본, 차로 돌아가!”

 

백치가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리스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리스본은 백치의 다리에 얼굴을 슬쩍 비비고서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조정의 차로 걸어갔다.

 

그런 백치의 모습을 서아동과 오개는 마치 귀신을 본 듯 새파래진 얼굴로 올려다보더니 갑자기 비명을 내지르며 혼비백산한 채 황급히 도망쳤다.

 

꽁무니 빠져라 도망가는 두 사람을 보며 조정은 미소 지었다.

 

그는 손에 있던 총알을 모두 바닥에 던지고서 백치의 곁으로 가 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이번에도 역시 백치는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게 느껴졌다. 그는 새빨개진 얼굴을 푹 숙인 채 부루퉁한 어조로 말했다.

 

, 누가 도와 달래, 어차피 나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었다, . ……나도 그렇게 쓸모없는 건 아니야…….”

 

응응~~”

 

백치의 말에 조정은 절로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백치의 머리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속삭였.

 

너 방금 정말 멋졌어.”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들리는 목소리에 백치는 깜짝 놀라 펄쩍 뛰며 그의 팔에서 빠져나왔다.

 

얼핏 그의 머리에서 뽀얀 김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 것 같았다.

 

백치는 대뜸 조정의 발등을 밟아 버렸다.

 

!”

 

비명을 지르며 조정이 발등을 감싸자 그 틈을 이용해 백치는 서둘러 자료를 챙겨 들고 줄행랑치듯 경찰청으로 서둘러 걸어갔다.

 

그런 백치의 뒷모습을 보며 한바탕 웃어 재낀 조정이 그를 따라 걸음을 옮기려던 찰라, 누군가 그의 팔을 움켜잡았다.

 

고개를 돌리자 모리스가 울상을 짓고 있었다.

 

정아, 너 저 꼬마랑 무슨 관계야? 설마 날 끌고 여기 온 이유가 저 꼬마 때문은 아니지? 정말 그럼 나 서운해!”

 

그러면서 모리스가 능청스럽게 눈물 닦는 시중을 했다.

 

신경 끄셔~”

 

조정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자신의 차로 몸을 돌렸다.

 

그러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제자리에 서 있는 모리스를 향해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서둘러!”

 

!”

 

모리스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조정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굳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한쪽에 주차된 노란색 폭스바겐을 노려보았다.


백치는 강아지에서 토끼가 되었네요. ㅋㅋ

 

그나저나 아무리해도 번역 실력이 늘지 않네요. 힝..ㅠㅠ

수 십번 수정하고, 이 책, 저책 참고해서 하는 것이니 부디 조금이라도 즐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