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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공일치/S.C.I. -Holding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75화

by hyuny07 2019. 11. 3.

살인자는 인간이 아니다. 08. 미지의 용의자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경찰청으로 돌아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S.C.I.사무실 쪽으로 발을 내딛는데 갑자기 '!'하고 법의실 문이 벌컥 열리며 새파랗게 질린 조호가 뛰쳐나왔다.

 

"으웩……."

 

그는 근처 벽을 붙잡고 헛구역질했다.

 

뒤이어 마한도 빠른 걸음으로 법의실에서 나왔다. 조호만큼은 아니었지만, 그의 얼굴도 다소 창백해져 있었다. 그는 서둘러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깊게 빨아들였다.

 

"무슨 일이야?"

 

바이 위탕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공 선생님이……피부를 벗겨……톱질도우웩……"

 

그렇게 말하던 조호는 채 말을 끝내지 못하고 황급히 입을 틀어막으며 마한과 함께 화장실로 전력 질주했다.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서로를 돌아보았다.

 

두 사람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법의실로 다가갔다.

 

굳게 닫힌 법의실 앞에서 침을 꿀꺽 삼킨 뒤 문손잡이를 잡고 조심스럽게 열어 문틈으로 고개를 내밀…… 흠칫, ……그대로 조용히 문을 닫고 몸을 돌렸다.

 

다행이야……. 아직 스프를 먹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법의실을 뒤로 하고 S.C.I.사무실로 들어가자 쟌 자오의 사무실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백치가 보였다.

 

그는 자신이 가져온 자료를 전부 바닥에 펼쳐놓고 빠르게 훑어보는 중이었다.

 

그런 백치를 조정이 쟌 자오 사무실 소파에 앉아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재밌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중요한 정보가 있다고 한 모리스는 휴게실에 앉아 있었다.

 

멍하니 앉아 쟌 자오의 사무실을 응시하고 있는 두 눈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대장!"

 

두 사람이 들어오자 장평이 컴퓨터에서 고개를 들고 인사했다.

 

그 소리에 휴게실에 있던 모리스가 일어나 두 사람 앞으로 다가왔다.

 

"경찰에 알릴 중요한 정보가 있어요."

 

"무슨 정보입니까?"

 

바이 위탕이 물었다.

 

"범인이 누군지 알아요!"

 

모리스가 즉답했다.

 

그러자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쟌 자오 사무실에 있는 백치와 조정까지-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모리스를 쳐다보았다.

 

"……우선 사무실에 들어가서 얘기하죠."

 

바이 위탕은 쟌 자오와 시선을 주고받은 뒤, 모리스를 자신의 사무실로 안내했다.

 

가운데 테이블을 두고 두 사람은 모리스와 마주 앉았다.

 

쟌 자오가 서둘러 물었다.

 

"당신이 말하는 범인은 누구를 죽인 범인이죠?"

 

그러자 모리스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전부요."

 

바이 위탕은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한 사람이 전부 죽였다는 겁니까!?"

 

"맞아요!"

 

모리스는 크게 고개 끄덕였다.

 

"그게 누구죠?"

자오가 흥미롭다는 듯 손끝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모르겠어요."

 

그러면서 모리스는 곤란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서로를 돌아보았다.

 

바이 위탕이 어이없다는 듯 쓴웃음이 섞인 웃음을 지었다.

 

"여기가 취조실은 아니지만, 정식으로 경찰한테 하는 말 치고는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 아닙니다."

 

모리스는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놀리려는 게 아닙니다. 제 말뜻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구체적인 건 모른다는 겁니다."

 

"그럼 알고 있는 거라도 얘기해보세요."

 

쟌 자오가 말했다.

 

"그 전에 우선 이 테이프를 들어보셨으면 합니다."

 

그러면서 모리스가 상의 안쪽 주머니에서 작은 테이프를 꺼냈다.

 

"전중의 스튜디오에 있던 전화 통화 녹음테이프입니다."

 

바이 위탕은 미간을 찡그렸다.

 

"경찰이 수색할 당시 스튜디오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아아……."

 

모리스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저었다.

 

"경찰이 간 곳은 전중이 사람들을 겁주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곳이고, 진짜 작업실은 이곳에 없습니다. 저만 알고 있었죠."

 

"그럼 왜 맨 처음부터 사실대로 경찰에게 알리지 않았죠?"

 

책상 위의 전화기에 테이프를 넣으며 쟌 자오가 물었다.

 

"그게……."

 

모리스는 약간 난처한 얼굴로 머리를 긁었다.

 

"전중의 명성을 지키려고 그랬습니다. 작업 방식이 워낙 극단적이고, 악취미라……. 세상에 알려지면 명성을 잃을 게 뻔해……하지만……"

 

모리스 잠시 말을 멈추고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을 번갈아 본 후 진지한 눈길로 덧붙였다.

 

"나중에 녹음된 내용을 듣고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정이에게 데려와 달라고 부탁한 겁니다."

 

모리스의 말이 끝나자 쟌 자오가 전화기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곧바로 자동응답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지금은 외출 중으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메시지를 남겨주시면 확인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말이 끝나고 녹음을 알리는 "-"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삼, 사초가 지나도록 상대는 아무 말이 없었다.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그 침묵 속에서 희미한 숨소리를 들었다.

 

상대는 수화기를 든 채 마음을 가라앉히려는 듯 심호흡하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이 놀란 것은 그다음이었다.

 

테이프를 통해 나오는 목소리는 기계로 변조된 거친 목소리였다.

 

["너희 모두 선을 넘었어. 이미 투치의 신성함을 침범했다고……. 너희 모두 천벌을 받게 될 거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찰칵하고 전화 받는 소리가 들리더니 전중의 떨리는 목소리 흘러나왔다.

 

["날 좀 내버려 둬. ……일부러 한 게 아니란 말이야. ……제발 날 좀 내버려 둬."]

 

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는 뚜- -하고 신호음만 흘러나왔다.

 

재생이 끝나자 쟌 자오는 테이프를 꺼내 증거물 봉투에 넣었다.

 

바이 위탕이 생각에 잠긴 얼굴로 모리스에게 물었다.

 

"당신 얘기는, 이 전화를 건 사람이 전중을 죽이고, 다른 사람들도 죽였다는 겁니까?"

 

"맞아요!"

 

모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의심을 불러일으킨 이유는요?"

 

쟌 자오가 모리스의 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이 테이프 때문만은 아니죠?"

 

단정적인 쟌 자오의 물음에 모리스는 곤혹스러운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잠시 뒤, 모리스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한 사람이 있습니다. ……전중이 그를 투치(图西)라고 불렀죠."

 

"투치(图西)"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서로를 돌아보았다.

 

"그 사람이 누구죠? 본 적은 있습니까?"

 

바이 위탕이 물었다.

 

모리스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도 전중이 가끔 그 이름을 말하는 걸 들었을 뿐입니다."

 

그리고서 모리스는 스스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저와 전중은 여행을 하다 만났습니다. 저는 풍경을 주로 찍었고, 전중은 인물을 주로 찍었죠. ……처음 만났을 때부터 취

미가 비슷하고 기술도 서로 보완적이라 함께 사진 찍어보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이후에 같이 작업을 하게 되면서 전중의 비밀을 하나 알게 됐죠.

……두 분도 보셨다시피 전중은 모델의 놀란 표정을 기가 막히게 찍어 냅니다. 하지만 그건 그의 촬영 기술보다 어떻게 그런 표정을 모델에게 짓게 하냐가 관건이죠.

 

처음에 그는 많은 방법을 시도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습니다. 한 사람을 만날 때까지……"

 

거기서 잠시 말을 멈춘 모리스는 한 차례 심호흡하고서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이 투치(图西)였습니다. 전중은 항상 그와 전화로 이야기를 했죠. 투치는 전중이 고른 모델의 정보를 받아 모델에게 저주를 걸었습니다. ……저주에 걸린 모델은 환각을 일으키면서 놀란 표정을 지으라는 명령에 그대로 따랐죠.

 

그래서 전중의 사진들이 모두 그렇게 신들린 듯한 겁니다!"

 

"저주를 이용해 놀란 표정을 짓게 한다?"

 

바이 위탕이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좀 황당하게 들리네요."

 

"저도 동감합니다!"

 

모리스의 얼굴은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저도 처음에는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후에 직접 경험까지 했습니다!"

 

"직접?"

 

쟌 자오가 흥미 띈 얼굴로 물었다.

 

"당신도 두려움을 느낀 건가요?"

 

"머리가 저릿할 정도였습니다. 도대체 뭐가 두려웠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하지만 그때 느꼈던 두려움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럼 투치가 바로 전화를 한 사람이라는 겁니까?"

 

바이 위탕이 물었다.

 

"확신할 수 있습니까?"

 

바이 위탕의 물음에 모리스는 고개를 숙인 채 괴로운 얼굴로 말했다.

 

"사실…… 전중은 제가 죽인 겁니다."

 

"……?!?"

 

모리스의 충격적인 이야기에 두 사람은 놀라 눈을 치켜떴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모두 제가 이 투치족 문명을 신기해하는 바람에……. 제가 전중에게 투치족 관련 사진을 찍자고 해서……."

 

모리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중이 금기 사항을 어기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천벌 받지는 않았을 겁니다!!"

 

모리스의 말이 끝나자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잠시 눈빛을 주고받고서 모리스를 배웅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무실을 나서면서도 모리스는 두 사람에게 거듭 신신당부했다.

 

"형사님, 저주의 존재를 반드시 믿으셔야 합니다. ……이 투치가 범인이 확실해요!"

 

"저희가 수사하죠!"

 

바이 위탕은 위엄을 드러내듯이 딱 잘라 말했다.

 

"정보 제공은 감사합니다. ……전중의 스튜디오를 수색하고 싶은데, 혹시 주소를 알려주시겠습니까?"

 

"그럼요, 당연하죠!"

 

모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 안내하죠!"

 

 

바이 위탕은 마한과 조호에게 모리스를 따라 전중의 숨겨진 스튜디오에 갔다 오라고 지시한 뒤, 쟌 자오와 함께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다.

 

마한과 조호가 차를 가지러 먼저 내려가고, 모리스는 사무실 앞 복도에서 조정과 백치를 찾았다.

 

조정과 백치는 한창 대치 중이었다.

 

백치에게 매달린 채 조정이 말했다.

 

"갈비 사놓을 테니까, 일 끝나면 밥 먹으러 와."

 

그의 말에 백치가 황당하다는 듯이 눈을 부릅떴다.

 

"네가 사서 네가 먹겠다는데 내가 왜 가? 난 안 가!"

 

"왜 안 온다는 건데?"

 

조정이 빙긋 웃으며 물었다.

 

"전에도 왔었잖아!"

 

"그땐 네가 손을 다쳐서 그랬던 거고!"

 

그러면서 백치가 정색한 채 조정을 노려보았다.

 

"그땐 어쩔 수 없었지만, 난 아직 너랑 화해 안 했거든!!"

 

"정아……."

 

모리스가 두 사람의 대화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는 노골적으로 적대감이 드러난 눈으로 백치를 흘기고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조정을 바라보았다.

 

"가자."

 

"너 먼저 가."

 

조정이 손을 흔들었다.

 

"나는 이 녀석 기다렸다가 같이 갈게."

 

"누가 너보고 기다려 달래!?"

 

백치는 조정에게 붙잡힌 소매를 홱 빼냈다.

 

"난 우리 집 갈 거야, 너희 집 말고!"

 

그러자 조정이 히죽거리는 표정으로 백치를 바라보았다.

 

"그러든가. 그럼 나도 너희 집 갈래, 리스본도 가고!"

 

"그럼 나 먼저 갈게……."

 

모리스가 다시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는 다시한번 백치를 노려보고서 조정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나중에 봐."

 

사무실을 나가는 모리스에게 인사를 하고 조정은 다시 백치에게 달라붙었다.

 

"나 갈비탕 먹고 싶어." (원문:: 冬瓜排骨汤 동과 배골탕 / 뚱과파이구탕 : 중국 탕요리)

 

백치는 모리스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방금 전, 조정을 바라보는 눈빛과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린 백치는 눈앞의 조정을 보자 갑자기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지금 뭐야, 왜 뽀뽀하는 거야?"

 

"?"

 

조정은 백치의 말이 순간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은 듯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를 보더니 갑자기 활짝 웃었다.

 

"질투하는 거야?"

 

백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진하게 말해!"

 

조정은 어깨를 으쓱였다.

 

"프랑스 사람들은 다 이렇게 인사해."

 

백치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저 사람은 그렇다 쳐도, 넌 아니잖아……."

 

"나는 프랑스에서 자랐잖아"

 

그러면서 조정이 백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모리스는 내가 프랑스에 있을 때부터 알던 사이야."

 

"나는 좀……."

 

백치가 생각에 잠긴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가 이상해 보여……."

 

백치의 말에 조정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보았다. 이윽고 동그랗던 눈을 반으로 접어 활짝 웃으며 두 팔로 백치를 와락 껴안았다.

 

"꼬맹아, 너 진짜 귀엽다!!"

 

"꺄악~~~"

 

백치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가 기겁하며 조정을 밀어냈다.

 

그러나 조정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 너 하지 마! 또 그러면 때릴 거야!"

 

조정은 두 팔에 힘을 주고 백치의 얼굴 앞에 자신의 얼굴을 바싹 갖다 대었다.

 

"난 보호 대상인데 이렇게 날 내버려 둘 거야? ……넌 경찰이잖아……그래, 맞다. 그럼 이제부터 네가 24시간 내내 곁에 붙어서 나를 지켜주면 되겠다!"

 

백치는 온 힘을 다해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쟌 자오의 사무실로 허둥지둥 도망쳤다.

 

그러다 자신이 가져온 신문 더미에 발이 걸려 풀썩하고 넘어졌다.

 

조정은 그 모습을 보며 배를 잡고 박장대소했다. 백치가 버둥거리며 일어나 사무실 문을 닫고 나자 조정의 얼굴이 불쑥 어두워졌다.

 

그는 복도 끝의 창가로 걸어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경찰청 1층 주차장에 모리스가 서 있었다. 마한과 조호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그는 가만히 서서 노란색 폭스바겐을 쳐다보고 있었다. 거리가 멀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창가에서 몸을 돌린 조정의 얼굴은 조금 전보다 어두워져 있었다.

 

그는 미간을 찡그린 채 황급히 화장실로 들어가서 얼굴을 씻었다.

 

바이 위탕의 사무실 안,

 

쟌 자오가 테이블 위의 큐브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고양아, 어찌 됐든 우리도 일단 용의자가 생긴 셈이야!"

 

바이 위탕은 웃으며 쟌 자오를 돌아보았다.

 

"전문가의 의견은 어때? 모리스가 한 말이 사실이야? 아니면 단순한 헛소리야?"

 

쟌 자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그가 냉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헛소리보단……."

 

큐브를 내려놓고 바이 위탕을 돌아보았다.

 

"완전 쓸데없는 짓이야!"

 

그때였다.

 

밖에서 장용과 왕조가 사무실로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바이 위탕은 사무실을 나가 두 사람을 맞았다.

 

"어때?"

 

그러자 두 사람이 어깨를 늘어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장용이 보고했다.

 

"여자의 이름은 주루(周璐)이며, 우연히 아카샤를 알게 되어 점을 보러 왔다고 합니다. ……현재는 병원에 있으며,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답니다!"

 

그는 숨을 한 차례 몰아쉬고서 다시 말을 이었다.

 

"아카샤는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목숨을 잃을 뻔했으면서도 계속 저주를 외치는데……. 정말 손들었습니다."

 

"곡언명은?"

 

바이 위탕이 서둘러 물었다.

 

왕조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 녀석은 한마디도 안 합니다."

 

"한 마디도?"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그나저나 그 녀석은 정말 독한 놈입니다."

 

왕조가 말을 이었다.

 

"총알을 채취하는데…… 눈 하나 깜짝 안 하던데요."

 

"경찰청으로 데려왔어?"

 

왕조를 보며 바이 위탕이 물었다. 왕조가 고개를 끄덕이자 바이 위탕은 쟌 자오를 돌아보았다.

 

고양아, 가서 심문해 보자."

 

"제가 보기엔 그럴 필요 없을 것 같네요."

 

바이 위탕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S.C.I. 사무실 문을 열고 두 사람이 들어왔다.

 

앞장서서 들어온 사람은 상락, 뒤따라 들어온 이는 30대 후반의 남성으로 한 손에 서류 가방을 들고 있었다.

 

남자를 보자 S.C.I. 팀원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경찰이라면 누구나 아는 남자였다.

 

이름은 호열(胡烈), 변호사이며 승소율이 매우 높았다. 그는 소송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변호사로 유명했다.

 

어찌 보면 호열과 바이 위탕은 서로 알고 지낸 사이가 길다고 할 수 있었다.

 

호열이 미소를 지으며 바이 위탕 앞으로 다가왔다.

 

"제가 곡언명의 변호사입니다. 그의 보석을 요청하죠."

 

바이 위탕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는 총을 소지했으며 살인 미수를 일으켰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다른 살인 사건의 용의자입니다만?"

 

"그의 범행이라고 확실할 수 있습니까?"

 

후열이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그의 행동은 이성적인 판단 능력이 상실된 상태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경찰은 그와 다른 살인 사건과 연관성도 못 찾았을 텐데요? ……보아하니 그쪽도 저주로 인한 사건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하핫……."

 

곁에서 호열의 이야기를 듣던 쟌 자오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인격분열보다 저주가 훨씬 설득력 있다고 말하는 건가요? 만약 그의 정신 이상을 주장하고 싶다면, 전문가의 의견을 가져오시죠. , 전 그의 정신 상태가 정상이라고 보지만요."

 

"~~"

 

호열은 쟌 자오에게 시선을 던지며 한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쟌 박사님 말씀이 맞습니다. 확실히 저주가 비과학적이긴 하죠. ……하지만 경찰도 사건이 저주와 관련 없다는 증거가 없잖습니까, 안 그런가요?

그러니 저는 의뢰인이 정신 감정을 받아볼 것을 원합니다. 경찰이 그를 구금하고 싶다면, 의뢰인의 범행동기와 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제시하셔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저는 보석 신청을 할 겁니다."

 

호열의 말에 S.C.I. 팀원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때였다.

 

"증거를 원한다면 제가 드리죠."

 

사무실 입구에서 한목소리가 들렸다. 공손이었다. 그는 흰 가운을 걸친 채 한 손에 두툼한 서류 뭉치를 들고 있었다.

 

그는 유유히 안으로 들어와 바이 위탕 앞에 서류 뭉치를 내밀었다.

 

"카를로스와 전중, 그리고 묵영의 부검 보고서야. 모두 살해당했고 저주라고 할 만한 건 하나도 없어. 그러니 이제 곡언명은 다른 살인 사건의 용의자인 셈이야. 이 정도면 그를 구금하고 심문할 수 있겠지."

 

"변호사님, 법의학자의 부검 보고서라면 충분히 과학적이겠죠?!"

 

호열을 보며 쟌 자오가 말했다.

 

호열은 상락을 돌아보았다. 굳은 얼굴은 상락은 잠시 생각하더니 공손을 돌아보며 물었다.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그러자 공손이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상락을 바라보며 냉담하게 말했다.

 

"내가 왜 당신한테 보고해야 하죠?! 그렇게 알고 싶으면 집에 가서 티비 켜놓고 경찰 브리핑이나 기다리지 그래요?"

 

그러곤 공손은 사무실을 나갔다가 금세 다시 돌아오더니 입구에서 얼굴만 내밀고 말했다.

 

"맞다, 금고 속 시신을 갖고 싶으면 저주 따윈 없으니 안심하고 집에 둬도 돼요. 싫으면 나한테 팔던가요. 난 흥미 있으니

까요."

 

공손이 나간 뒤 실내에는 정적이 흘렀다.

 

잠시 뒤, 부검 보고서를 훑어보던 바이 위탕이 보고서를 덮으며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는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두 분…… 나가는 문은 저기 있습니다. 이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