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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공일치/S.C.I. -Holding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71화

by hyuny07 2019. 10. 4.

살인자는 인간이 아니다. 04. 투시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S.C.I. 팀원들을 이끌고 S시 박물관으로 출동했다.

 

밀어닥치는 기자들을 모두 내보낸 뒤 경찰들은 황색 경계선을 펼쳐 박물관의 출입을 통제했다.

 

서둘러 휴게실로 향하는 S.C.I. 팀원들의 발걸음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이미 전중의 사진을 통해 눈을 접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마주한 전중의 오싹한 표정도 카메라 렌즈 너머로 보는 듯했을 뿐 그다지 충격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쟌 자오는 다행이라고 여겼다. 만약 처음부터 사건을 접하게 됐다면, 사진과의 접점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었다.

 

"남자, 나이는 마흔 살쯤 되었고 중독사는 아니야……."

 

장갑 낀 손으로 사체를 살피며 공손이 말했다. 그가 전중의 눈꺼풀을 들춰보았다.

 

"급사네!"

 

"그럼 병사와 비슷하다는 겁니까?!"

 

바이 위탕이 물었다.

 

"제가 봤을 때는……."

 

쟌 자오가 입을 열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 천천히 자신을 생각을 말했다.

 

"겁에 질려 죽은 것 같아요."

 

공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확실히 겁에 질려 죽은 것처럼 보이긴 해."

 

바이 위탕은 뒤에서 서 있던 모리스를 향해 몸을 돌렸다.

 

"두 사람은 계속 같이 있었나?"

 

모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잠깐 자리를 비웠습니다. 조금 전에 전중이 기분이 안 좋다고 해서 잠시 물을 뜨러 나갔었습니다. 아주 잠깐 이었는데 돌아와 보니 이렇게……."

 

"병력은 있었나요?"

 

쟌 자오가 물었다.

 

"심장병이나 고혈압 같은 거요."

 

모리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몇 년간 같이 일했지만 병이 있단 소리는 들은 적 없습니다."

 

"그렇다면……."

 

쟌 자오가 다시 물었다.

 

"전중선생의 눈을 찍은 사진에 대해선……알고 있나요?"

 

"."

 

모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요. 그건 공포라는 작품명으로 전중의 대표작이죠."

 

"어떻게 모델에게 그런 표정을 짓게 한 거지?"

 

바이 위탕이 따지듯 물었다.

 

"……"

 

모리스는 한참 동안 대답을 망설였다.

 

"그건 비밀이라……"

 

"당신도 전중선생의 눈과 사진 속 눈이 비슷하다고 생각하잖아요?"

 

웃는 얼굴로 단정 지어 물어오는 쟌 자오의 질문에 놀란 듯 모리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닮았죠."

 

"그럼 얘기해도 되지 않겠어?"

 

바이 위탕이 재촉했다.

 

"그건…… 연기가 아닙니다."

 

모리스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전중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촬영 전에 잔뜩 겁에 질리게 하죠. 그런 다음에 사진을 찍는 겁니다."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눈을 마주쳤다.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입구가 혼란스러워지더니 한 사람이 경찰들의 제지를 뿌리치고 안으로 들어왔다.

 

누군지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조금 전 화면 너머로 보았던 상락이었다.

 

그를 제지하며 따라온 경찰이 난처한 얼굴로 바이 위탕을 바라보았다. 바이 위탕이 괜찮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경찰을 경례를 올리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상락은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여유롭게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시선이 쟌 자오에게 닿았을 때는 다소 놀란 듯했지만, 금세 표정을 바르게 하고서 바이 위탕에게 악수를 청했다.

 

"이쪽 분이 바이 대장이시겠군요~~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상락이라고 합니다."

 

바이 위탕은 미소 지으며 그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알고 있습니다. 조금 전에 뉴스에 나오시더군요."

 

"그렇죠……."

 

상락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빠르게 화제를 바꿨다.

 

"제가 이렇게 온 건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해서입니다."

 

"도움?"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무슨 일입니까?"

 

"저는 사건의 수수께끼와 저주가 밝혀지기 전까지 진짜 시신을 여기에 둘 것입니다."

 

그러면서 상락은 손가락으로 뒤쪽의 전시실을 가리켰다.

 

"그러니 그때까지 지켜줄 경찰이 필요합니다."

 

바이 위탕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여긴 살인 사건 현장이라 당연히 경찰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바이 대장께서 빨리 이 사건을 해결해주셨으면 합니다. 많은 사람이 어서 수수께끼가 풀리길 기다리고 있거든

."

 

일방적으로 말을 마친 상락이 미소 지으며 떠나갔다.

 

"왜 왔을까?"

바이 위탕 옆으로 다가서면서 쟌 자오가 속삭였다.

 

"영문을 모르겠네."

 

바이 위탕은 눈썹을 찡그린 채 멀어져가는 상락의 뒷모습은 가만히 응시했다.

 

"고양아, 우리 저 녀석이랑 관련된 사건이 있었나?"

 

바이 위탕의 물음에 쟌 자오는 어깨를 으쓱였다.

 

"없을 걸……."

 

현장 감식이 끝나고 날이 어두워질 무렵, 바이 위탕은 쟌 자오를 우선 집으로 데려다준 뒤, 홀로 나와 차를 타고 어딘가로 향했다.

 

화려한 조명이 번쩍거리는 나이트클럽 앞에 차가 멈춰 섰다. 바이 위탕은 운전석에서 내려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무대를 지나 좀 더 깊숙이 안으로 들어가자 클럽의 뒤로 연결되는 문이 나왔다. 그 앞에서 깍두기 머리의 덩치 서너 명이 담배를 피우며 떠들어 대고 있었다.

 

그들은 낯선 이의 등장에 경계태세를 취하는 듯했으나 바이 위탕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갑자기 바다가 갈라지듯 양쪽으로 갈라지더니 친절하게 문까지 열어주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희미한 불빛 아래로 길게 뻗은 계단이 보였다.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자 또다시 굳게 닫힌 문이 나왔다.

 

가볍게 문을 두어 번 두들기자 눈높이 정도에 난 작은 칸막이 창이 열리며 번뜩이는 두 눈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뭐야?' 하던 눈이 바이 위탕을 확인하자 당황한 듯 휘둥그레지더니 서둘러 창을 닫았다.

 

문 뒤로 철컹하고 잠금장치를 푸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굳게 닫혔던 철문이 소리 없이 안쪽으로 열렸다.

 

자신을 향해 인사하는 덩치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바이 위탕은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가 주위를 쭉 둘러보았다.

 

밝은 조명이 비추는 널찍한 실내는 마치 회사 집무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바이 위탕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사무실 중앙 책상에 앉아 담배를 태우는 이를 향해 솔직한 감상을 털어놓았다.

 

"어떻게 날이 갈수록 품위가 떨어지냐."

 

그러자 나른한 얼굴로 담배를 다시 입에 갖다 대던 남자가 바이 위탕을 향해 뭘 모른다는 듯이 눈을 뒤집어 까며 소리쳤.

 

"이게 바로 예~술이라는 거야!"

 

서른 살 남짓에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는 이런 곳에는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인상이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 전체를 가로지르는 가느다란 칼자국이 그가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웬일이셔? 위대하신 바이 대장께서 이런 누추한 곳까지 다 찾아오시고?"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남자가 비꼬는 투로 물었다.

 

"상락이라는 사람의 뒤를 조사해줬으면 해."

 

바이 위탕은 주저 없이 본론을 꺼내 들었다.

 

"그건…… 좀 어렵겠는데~~"

 

남자가 난처하다는 듯 눈썹을 찡그렸다.

 

"그 녀석 뒷골목 출신이야."

 

"그러니깐 내가 지화(智化)한테 부탁하는 거잖아."

 

그러면서 바이 위탕은 옆에서 의자 하나를 가져와 남자의 앞에 마주 앉았다.

 

"~~"

 

지화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그 사람은 왜? 널 귀찮게 하디? 아니면 너의 아기 고양이를 귀찮게 해?"

 

지화의 말에 바이 위탕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화의 시선 끝이 자신의 왼손에 자리한 반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건 아니야. 그냥 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서 그래."

 

오른손으로 왼손가락의 반지를 매만지며 바이 위탕이 대답했다. 그가 서둘러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건?"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이번에 크게 일을 칠 수도 있다는 거야."

 

지화의 모호한 대답에 바이 위탕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뜻이야?"

 

"문제는 네가 아니야."

 

지화는 한 차례 기침을 내뱉고서 다시 말을 이었다.

 

"상락은 여기 오기 전까지 줄곧 이탈리아에 있었어. 거기서 헤로인과 무기 판매로 세력을 넓혔지. 하지만 자리다툼을 벌였다가 그쪽 마피아 보스의 미움을 사는 바람에 쫓겨났어."

 

"그리고 바로 국내로 들어와 피싱 보안 업체를 차렸다고?"

 

지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이 위탕이 다시 물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네가 아니라니까."

 

지화가 고개를 저었다.

 

"자세한 건 나도 잘 몰라. 알고 싶으면 너희 형님께 물어보든가……. 내가 알고 있는 건 상락의 숙청에 너희 형님이 크게 관여되어 있었다는 것 정도야."

 

"형이?!"

 

바이 위탕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그가 고개를 들고 다시 물었다.

 

"우리 형이…… 이탈리아에서 무슨 일 했는데?"

 

"하하하~~"

 

낮게 웃음을 내뱉으며 지화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그걸 알 길이 있나. 하지만 뭐 동생이 가서 물어보면 형님이 대답해 주시지 않겠어? ……상락은 야망이 큰 녀석이야. 요즘 이 바닥이 꿈틀거리는 게 한바탕할 작정인 모양인 듯한데…… 이런, 그럼 나도 태풍 맞을 준비를 해야겠군."

 

그 대화를 끝으로 바이 위탕은 "고마워"라는 인사를 던지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문 뒤로 사라지기 직전, 그의 등을 향해 지화가 충고를 던졌다.

 

"조심하라구~~"

 

 

바이 위탕이 나이트클럽을 나왔을 때는 밖은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차를 운전하며 잠시 상락과 지화가 한 말들을 생각하던 바이 위탕은 문득 집에 혼자 있을 쟌 자오가 생각났다.

 

아직 밥 안 먹었을 텐데~~

 

그는 집 근처에서 급히 피자 한 판을 사 서둘러 집으로 올라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순간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불길한 예감이 휘몰아쳤다.

 

바이 위탕은 허겁지겁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고양아! 고양아…………."

 

새파랗게 질린 채 황급히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 주방으로 달려간 바이 위탕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말을 잃고 말았다.

 

셔츠 차림의 쟌 자오가 앞치마를 두른 채 한 손에 주걱을, 다른 한 손에는 간장을 들고 멀쩡한 모습으로 가스렌지 앞에 서 있던 것이다.

 

그는 세상 진지한 얼굴로 가스렌즈 위의 프라이팬을 뚫어질듯 쳐다보며 뭔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쟌 자오에게 아무 일이 없다는 깨닫자 온몸의 힘이 쭉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주방 안으로 한 발 내밀었다.

 

동시에 프라이팬을 보며 혼잣말하는 쟌 자오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빨리 되라~~ come on!"

 

터져 나오는 웃음을 필사적으로 참으며 바이 위탕은 그의 곁으로 걸음을 옮겼다.

 

자신이 온 것도 모른 채 프라이팬을 뚫어질듯 보고 있는 쟌 자오의 옆으로 다가서며 한마디 던지려던 그는 갑자기 프라이팬에서 '탁탁'거리며 기름 튀는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사이, 계란이 다 익었다고 생각한 쟌 자오가 손에 들고 있던 간장을 부어……

 

"잠깐만!"

 

바이 위탕은 재빨리 쟌 자오의 팔을 붙잡아 제지했다.

 

하지만 간장이 이미 프라이팬 속으로 콸콸콸하고 쏟아진 뒤였다.

 

프라이팬 안에서 한줄기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쟌 자오는 그릇에 담아 놓았던 밥을 그 안으로 휙 털어 넣고서 주걱으로 휘휘 저었다.

 

"세상에……고양아~~!!"

 

바이 위탕은 얼른 환풍기를 켜고 가스 불을 껐다.

 

집안의 창문이란 창문은 죄다 열어젖히는 바이 위탕을 보며 쟌 자오가 물었다.

 

"?!"

 

"내가 묻고 싶은 게 그거야!"

 

바이 위탕은 쟌 자오의 손에서 주걱을 빼앗아 들었다.

 

"뭐하는 거야, 화학 실험하냐?"

 

쟌 자오는 당당하게 가슴을 내밀었다.

 

"밥하는 거야!"

 

프라이팬 안의 검은 물체를 힐끗 돌아보고서 바이 위탕이 물었다.

 

"무슨 요리 하려고 했는데?"

 

"원래는 오므라이스를 하려고 했는데……나중에 볶음밥으로 바꿨어."

 

바이 위탕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프라이팬 안의 물체를 가리켰다.

 

"그럼 이건 뭐야?"

 

"…………계란 볶음밥."

 

쟌 자오가 자신 없는 얼굴로 대답했다.

 

발칵 뒤집힌 주방과 검은 물체의 음식, 눈앞의 고상하고 우아한 이미지의 쟌 자오를 보며 바이 위탕은 힘없이 눈썹을 긁적였다.

 

"내가 말하지만 고양아, 네가 만든 밥은…… 정말 터프해~~"

 

그러자 쟌 자오가 눈을 부릅떴다.

 

"밥만?"

 

"그리고 밥할 때의 너는 꽤 과감해."

 

그렇게 덧붙이고서 바이 위탕은 싱크대를 붙잡고 깔깔 웃어댔다. 조금 전까지의 우울함이 순식간에 싹 쓸어 내려갔다.

 

쟌 자오는 바이 위탕 옆으로 다가가 그의 머리를 강하게 헝클어트렸다.

 

"그럼 이제 기분 좀 나아졌어?"

 

바이 위탕은 얼떨떨한 얼굴로 눈을 깜박이며 쟌 자오를 보았다.

 

"고양아, 고마워~~"

 

쟌 자오의 보드라운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하며 바이 위탕이 속삭였다.

 

이후 두 사람은 검게 탄 음식은 내버려 둔 채 주방을 나와 피자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바이 위탕은 조금 전 지화와 나눈 대화를 모두 쟌 자오에게 이야기했다.

 

"~~"

 

쟌 자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바이야, 네 생각에 상락이 이 기회를 노려서 문제를 일으키는 게 간단하다고 생각해?"

 

"첫 번째 사건은……"

 

바이 위탕이 테이블 위의 커피잔을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보안을 맡은 회사가 상락회사였고, 카를로스가 사망한 뒤로 가장 먼저 상자 속 시신을 샀잖아……."

 

"맞아, 그렇지."

 

젓가락 하나로 작은 피클 하나를 콕 찍어 입에 쏙 넣고서 쟌 자오가 덧붙였다.

 

"상락은 확실히 많은 이득을 얻었어. ……하지만 그 정도 이익을 위해서 살인을 저지르고 저주를 꾸며냈다고 보기에는 어쩐지 이상해."

 

"확실히 이번 사건은 정말 수상해."

 

그렇게 중얼거리고서 바이 위탕은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는 우유를 쟌 자오에게 건넸다.

 

"고양아, 다 먹고서 경찰청으로 돌아가자. 공 선생의 부검도 끝났을 거야."

 

"."

 

쟌 자오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우유를 한 모금 마셨다.

 

저녁 7, S.C.I로 돌아가자 부검을 끝낸 공손이 보고서를 들고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장평의 옆에 서서 다른 팀원들과 함께 모니터를 심각한 얼굴로 응시하고 있었다.

 

"어때?"

 

그들 곁으로 다가가며 바이 위탕이 물었다.

 

"뭐 좀 찾았어?"

 

"대장."

 

장평이 모니터에서 고개를 들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것 좀 보세요. 지금 인터넷이 전부 시신이랑 투시 문화로 도배됐어요. 그리고 무슨 투치교도 만들어서는…… 상자 속 시신을 신처럼 떠받들고 있습니다."

 

"투치족 문화, 문명 연구자는 몇 명 정도 있나요?"

 

쟌 자오가 불쑥 물었다.

 

"~~ 그게……."

 

장평은 서둘러 한 홈페이지를 열었다.

 

"투치족에 대한 기록이 정말 드물긴 한데요. 인터넷상에서는 두 명이 유명합니다."

 

"그게 누군데?"

 

바이 위탕이 물었다.

 

한 명은 화가 묵영이고, 나머지 한 명은 점술사 아카샤입니다.

 

두 사람의 자료를 검색하며 장평이 말을 이었다.

 

"묵영이 그린 [불타는 분노]라는 작품이 바로 옛 투치 문명의 화형식을 따온 겁니다.

 

죄인을 매달아 놓고 불태워 죽이는 거죠."

 

사람들은 모니터에 비친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림 속에는 한 사람이 끈에 목이 매달린 채 발밑의 파란 화염을 피해 발버둥 치는 모습이었다. 특이한 것은 그가 자신의 목에 매달린 끈을 스스로 잡아당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째서 밧줄을 잡아당기는 거지?"

 

그렇게 바이 위탕이 중얼거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쟌 자오가 설명했다.

 

"아마도 그건 투치족에서 불타 죽는 것이 가장 무서운 형벌이기 때문일 거야. 화형을 당한 이는 영혼조차 불타 없어진다고 믿기 때문에, 그것보다는 먼저 목 졸라 죽으려는 거지."

 

쟌 자오의 설명이 끝나자 사람들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고양아,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

 

바이 위탕이 물었다.

 

"……"

 

쟌 자오는 큰 눈을 깜박이며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왜 그렇게 봐? 나도 어쨌든 학자야. 많이 알고 있는 게 잘못은 아니잖아?"

 

"흠흠~~"

 

바이 위탕은 고개를 크게 주억거리고서 다시 장평에게 고개를 돌렸다.

 

"또 나온 건?"

 

"우리가 조금 전까지 보고 있던 거야."

 

공손이 불쑥 말했다.

 

"아카샤가 나온 생방송이야."

 

"생방송에 왜요?"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눈을 반짝이며 좀 더 가까이 다가왔다.

 

"아카샤가 조금 전에 투치족 신이 알려 줬다면서……죄인이 누군지 안다고 했습니다."

 

장평이 대답했다. 그는 다시 생방송을 틀었다.

 

"한참동안 그 얘기로 질질 끄는 가 싶더니 방송 차량이 아카샤가 지적한 곳으로 찾아갔습니다."

 

"뭘 찾으러 가는 걸까?"

 

영상 속에 비춰지고 있는 작은 별장을 보며 쟌 자오가 중얼거렸다.

 

"아카샤가 조금 전에 그랬어. 이 죄인은 투치족 신에게 벌을 받게 될 것이며, 또한 그가 다음 죄인도 알고 있……."

 

영상을 보며 설명하던 공손은 깜짝 놀라 순간 말을 잃고 말았다.

 

영상 속의 별장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기 시작한 것이다. 2층 창문에서 솟구쳐 나온 불길은 파란 화염을 내뿜으며 순식간에 목조건물인 별장 전체로 옮겨붙었다.

 

"!"

 

카메라맨이 소리쳤다.

 

"집안에 뭔가 있어!!"

 

그러면서 카메라가 별장 쪽으로 달려갔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불길 속에 한 사람이 보였다.

 

그 사람은 대들보를 매달린 밧줄의 끝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었다.

 

바로 화가 묵영이었다.

 

영상을 보는 내내 팀원들은 모두 멍해진 채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잠시 뒤, 정신 차린 그들이 서로를 돌아보며 동시에 외쳤다.

 

"정말 이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