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소설은
2018/07/15 - [BL/BL드라마] - [중국BL드라마] S.C.I. 谜案集(미안집) 소개/ 원작소설 정보
인물 소개는
2018/08/02 - [덕질 팁] - S.C.I.미안집 원작 소설 속 인물정보
*중국어 모릅니다. 번역기의 직역과 저의 오역/의역으로 번역했습니다.
* 좋아요, 댓글, 방명록 남기시면 번역 안 올라옵니다.
*두 주인공을 제외한 형사들 이름은 (제가)외우기 힘드니깐 한국어로 직역합니다.
숫자 살인범 27. 의외
사람들과 논의를 마치고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연구 센터의 문을 나섰다.
"고양아, 우리 형 만나러 갈 거지?"
자동차 운전석 문을 열며 바이 위탕이 물었다.
"너 형이 어디 있는지 알아?"
쟌 자오는 조수석에 앉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이 위탕을 돌아보았다.
"아……그거야."
바이 위탕은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는 모르지만 예상으로는……."
"아!"
바이 위탕의 말을 끊으며 쟌 자오는 무언가 생각난 사람처럼 손뼉을 마주쳤다. 그리고 바이 위탕
과 눈을 맞추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나도 알겠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두 사람이 동시에 외쳤다.
"공 선생 집!!"
공손의 집으로 향하는 길.
쟌 자오는 힐긋 바이 위탕을 돌아보았다.
차를 출발하고부터 바이 위탕은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듯 입을 다물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종 미간을 찌푸려 보일 뿐, 그의 입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기다려 봐도 그의 미간에 잡힌 주름과 정면을 뚫어질듯 응시한 그의 모습에는 변화가 없었다.
힐긋 돌아보았던 시선을 창밖으로 던지며 쟌 자오는 말을 다시 목구멍 뒤로 삼켜야만 했다.
공손의 집에 도착한 두 사람은 차를 주차장에 세우면서 주차장과 연결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공손
의 집으로 올라갔다.
언제나 같은 목소리로 층수를 알리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가볍게 복도로 발을 내디뎠다.
두 사람이 공손의 집으로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어디선가 날카로운 소음이 들려왔다. 두 사람의 발이 얼어붙은 것처럼 그 자리에 멈춰서 버렸다. 그리고 깜짝 놀란 얼굴로 서로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또다시 날카로운 소음이 들려왔다.
정신 차린 바이 위탕이 빠르게 몸을 돌려 소리가 나는 곳으로 뛰다시피 걸음을 옮겼다. 그런 바이 위탕의 뒤를 쟌 자오가 따라갔다.
날카로운 소음을 따라가던 두 사람의 발이 드디어 멈춰 섰다. 그곳은 너무나도 눈에 익숙한, 그리
고 오늘 두 사람의 목적지인 공손의 집이었다.
날카로운 소음은 활짝 열린 현관문 뒤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활짝 열린 현관문 사이로 냄비며 식기가 밖으로 날아와 복도에 부딪히고 구르면서 날카로운 소음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공손의 집 앞에서 비슷하다 못해 똑같은 뒷모습을 가진 두 사람을 발견하고 천천히 다가갔다.
그들은 뒤에서 다가오는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을 눈치 채지 못한 듯 여전히 날아오고 있는 식기를 피해 현관문 뒤에 몸을 숨기고 고개만을 내밀어 집안을 살피고 있었다.
바이 위탕은 쟌 자오를 자신 곁으로 바싹 잡아당기며 부드럽게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덩칫
값 못하고 있는 쌍둥이를 향해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어이, 너희들 뭐 하냐?”
쌍둥이는 뒤에서 들려오는 자신들을 부르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 흠칫하고 몸을 떨었다. 그리고
자신들 앞에 다가온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을 향해,
"우리는 지금 망보는, 아, 아니, 문지기야!" 하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
불길한 기운을 느낀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잠시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리고 다시 쌍둥이를 돌아
보며 바이 위탕이 물었다.
"형은 안에서 뭐 해?"
그러자 쌍둥이가 서로를 마주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엄지로 집안을 가리키며 당당한
투로 말했다.
"손이 불편한 공 선생을 형님이 목욕시켜주고 계시지!"
……!……
불길한 기운이 현실로 다가왔음을 느끼며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두 사람이 황급히 현관으로 뛰어들려는 순간, 바이 유탕이 현관으로 튀어나왔다. 온몸에 거품을 묻히고 나오는 모습이 조금 전 쌍둥이가 말한 ‘목욕’을 하던 중 같았다.
바이 위탕은 자신의 형을 지나치며 현관으로 발을 들였다. 그리고 그 순간, 집안에서 검은 물체가
빠른 속도로 바이 위탕의 정면을 향해 날라 왔다.
'댕'
바이 위탕은 빠르게 손을 뻗어 날라 오는 물체를 막아냈다. 그의 손에 맞은 물체가 둔탁한 단말마
의 소음을 만들어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이 위탕은 방금 전 자신이 뻗은 손을 내려다 보았다. 지금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을 했는지 자각하는 중 이었다. 정체 모를 물체를 손으로 막아서는 행동은, 자신을 더욱 위험한 상황 속에 빠지게 만드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고개를 숙여 피하게 되면 물체는 고스란히 쟌 자오에게 날아갔으리라.
바이 위탕은 순간적으로 등 뒤에 쟌 자오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자마자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물체를 막아낸 것이다.
바이 위탕은 자신의 손에서 날아온 물체로 시선을 옮겼다.
그의 발치에서 뒹굴고 있는 검은 빛을 발하는……후라이팬?!
아니 이게 왜?
문득 떠오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고개를 들고 집안으로 시선을 돌린 바이 위탕은 후라이팬이
날아왔을 때와는 다른 공포와 위험을 느껴야만 했다.
얼마 전 사건이 일어난 줄 모르고 공손 집에 왔을 때는, 분명 현관만 지저분하고 내부는 비교적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슨 폭탄이라도 맞은 듯 집안 곳곳에 옷가지가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를 더욱 공포로 몰아넣은 건 온몸에 거품을 묻히고 왼손에는 깁스를, 오른손에는 주걱을 들고 숨을 헐떡이고 있는 공손 때문이었다. 공손은 현관으로 들어서는 바이 위탕을 보자 희번득한 눈으로 주걱을 높게 쳐들며 그에게 빠르게 달려들었다.
"잠깐!!"
바이 위탕은 손을 뻗어 그를 막아서며 다급하게 외쳤다.
"우리는 잘못 없어요!!"
바이 위탕의 외침에 그제야 정신이 든 듯 공손은 멍해진 눈으로 자신 앞에 있는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높이 쳐들던 주걱을 바닥에 내던지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안도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공손에게 다가갔다.
"괜……괜찮아요?"
쟌 자오의 물음에 고개를 숙이고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던 공손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그리고
문 앞에 서 있는 바이 유탕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죽일 듯 노려보았다.
"너 나한테 한 번만 더 접근하며 포르말린에 담가버리겠어!!"
말을 마친 공손은 자신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듯 다시 바이 유탕에게 달려들었다. 두 사람
은 흥분한 나머지 정신줄을 놓으려고 하는 공손을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한참을 달랜 끝에 공손을 침대에 눕히는 데 성공한 두 사람은 거실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바이 유탕과 마주 앉았다.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바이 유탕에게 오늘 연구 센터에 있었던 일에 대해 들려주었다.
"……"
바이 유탕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무표정하게 듣고 있었다. 중간에 딱 한 번, 조작이 사람들에게
심리 암시를 걸었다는 부분에서 그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그럼……너희들의 계획은?"
말을 마친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바이 유탕이 물었다.
"내가 어떻게 협조하길 바라지?"
"고양이가 형한테 최면을 걸었으면 해!"
"최면?"
바이 유탕은 살짝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쟌 자오를 바라보았다.
"그게 사라진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는 건가?"
"네!"
쟌 자오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형님, 혹시 싫으세요?"
쟌 자오가 그의 눈치를 살피며 묻자 바이 유탕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나는 상관없어. 하지만 내 생각에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어렵다니?"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로를 돌아보았다.
"무슨 소리야?"
바이 위탕이 물었다.
"이건 내상이 아니고 외상이라는 거야."
그러면서 바이 유탕은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저게 무슨 뜻이야?"
바이 위탕이 쟌 자오에게 가까이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쟌 자오는 대답 없이 그를 바라보다 바이 유탕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 당시 일을 잊어버린 것은 상처 때문이지, 심리적인 장애 때문이 아니라는 거죠?"
바이 유탕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많은 병원에 돌아다녔지만 의사 선생은 내가 다친 곳이 기억을 주관하는 곳이라고 하더군. 그래
서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말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마치 갓 태어난 아이 같았지."
"고양아, 어때?"
바이 위탕이 쟌 자오를 바라보며 물었다.
쟌 자오는 미간을 찌푸린 얼굴로 바이 위탕을 바라보며 “인류의 기억은 뇌의 기억과 신체의 기억
으로 나뉘어." 하고 다시 바이 유탕을 바라보며 "그래도 해보고 싶어요." 하고 눈을 빛냈다.
“그럼 문제없지.”
바이 유탕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면은 공손의 허락 하에 그의 서재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아, 맞다! 자오야."
서재로 들어가던 바이 유탕이 갑자기 발을 멈추며 앞서 들어가던 쟌 자오를 불러 세웠다. 고개만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쟌 자오에게 바이 유탕은 자못 심각한 눈을 한 채 한발자국 다가섰다.
쟌 자오는 무슨 심각한 이야기 일까 싶어 굳은 표정으로 바이 유탕을 올려다보았다. 쟌 자오와 눈을 맞추며 바이 유탕은 비밀을 속삭이듯 낮은 목소리로 한 가지 충고를 건넸다.
"너 이 형님한테 최면 걸어놓고 무방비하다고 무슨 짓 하면 안 돼에~~~"
"……"
쟌 자오는 어이가 없다 못해 멍해졌다.
사람 긴장되게 분위기 잡아놓고 한다는 말이 “무슨 짓 하면 안 돼에~~”라니…….그가 연상만 아니었다면 꿀밤 한 대 때려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마음을 읽어낸 듯 두 사람 뒤에 있던 바이 위탕이 헛소리에는 매가 약이다. 를 몸소 실천해 보이며 자신의 형을 서재 안으로 차 넣었다.
“으헉!!”
등에서 느껴지는 충격과 아픔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린 바이 유탕은 발이 꼬이는지 비틀거리는 걸
음으로 서재 안으로 사라졌다.
그 뒤를 풋 하고 웃음을 터트린 쟌 자오가 따라 들어가자 바이 위탕은 서재 문을 닫으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대로 서재를 지키듯 문을 등지고 서 있었다. 문 안쪽에서 희미하게 쟌 자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그 목소리를 들으며 서 있던 바이 유탕은 천천히 몸을 돌려 현관으로 걸음을 옮겼
다.
현관에서는 쌍둥이가 바닥에 떨어진 물건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소리 없는 광란의 댄스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우스꽝스러움과 어이없음을 담아 바이 위탕이 ‘피식’하고 웃자 소리 없는 댄스에 방해라도 받은
듯 쌍둥이는 춤을 멈추고 바이 위탕을 쳐다보았다.
자신에게 쌍둥이의 시선이 쏠리는 것을 느끼며 바이 위탕은 두 사람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쌍
둥이를 번갈아 보며, "나는 일이 있어 먼저 나갈 거야." 하고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형이랑 고양이는 지금 중요한 일을 하고 있고 공 선생은 약해져 있는 상태야. 절대 방해받아서
는 안 돼."
바이 위탕이 그렇게 말하자 쌍둥이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자신들 옆에 있는 검은색
가죽 트렁크를 가리켰다.
"기갑 한 부대가 와도 절대 들어갈 수 없어!!"
바이 위탕은 만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쌍둥이를 지나쳐 엘리베이
터로 향했다.
"바이야!"
걸음을 재촉하는 그를 갑자기 쌍둥이가 불러 세웠다.
“왜?”라는 시선을 보내며 바이 위탕이 돌아보자 "혹시 모르니깐!!" 이라는 말과 함께 조혜가 그에
게 물건을 던졌다.
순간적으로 날아오는 물건을 받아든 바이 위탕은 고개를 숙여 그가 던진 물건의 정체를 확인했
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 쌍둥이에게 웃어 보이더니 물건을 주머니에 넣고 몸을 돌렸다. 엘리
베이터로 걸음을 옮기며 바이 위탕은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쌍둥이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
다.
바이 위탕은 허 교수가 살해된 낡은 건물로 차를 몰았다.
이미 조사가 다 끝난 후라 낡은 건물에는 노란색 경계선과 보초를 서는 경관들만이 있을 뿐이었
다.
바이 위탕은 자신을 알아보고 경례를 올리는 경관에게 살짝 끄덕여 보이며 2층으로 올라갔다.
사건 발생으로 미처 보지 못한 내부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진료소의 내부는 살풍경했다. 식기는 하나도 없고, 그저 작은 장식품들만이 주룩 나열되어 먼지
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바이 위탕은 내부를 한참 동안 살펴보고 나서야 미간을 찌푸린 얼굴로 낡은 건물에서 빠져나왔
다. 그리고 그대로 술집 거리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왔을 때와는 다르게 술집 거리는 조용했다.
바이 위탕은 무언가를 찾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술집 거리를 돌아 다녔다.
그러다 심리 진료소가 있던 낡은 건물의 맞은편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 확인하니 건물은 3층으로 1층에서 장사를 하는 듯 보였다. 굳게 닫힌 문으로 인해 어떤 가게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었지만 문 위의 안내문을 통해 짐작해 볼 수는 있었다.
영업시간 밤 9시 ~ 새벽 5시까지.
시간대로 보아 술집인 듯했다.
바이 위탕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3층의 작은 창문이 열려 있었다. 사람이 있다고 판단한 바이 위탕은 거침없이 대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3층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바이 위탕은 끈기를 가지고 계속해서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마침내 3층의 작은 창문을 통해서 짜증이 한껏 배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낮에는 영업 안 해요!"
짜증 섞인 여자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바이 위탕은 계속해서 문을 두드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슬리퍼를 찍찍 끌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떤 자식이야? 짜증나게, 진짜!"
문 앞에서 사람 기척이 느껴지더니 곧이어 욕설을 내뱉으며 안에서 누군가 문을 활짝 열어젖혔
다.
“이…….”
상대를 노려보며 신경질적으로 입을 열던 여자는 “아?” 하고 한순간 놀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바이 위탕은 넋을 잃고 자신을 바라보는 여자의 눈앞에 경찰 수첩을 갖다 댔다.
"경찰."
"아?"
바이 위탕의 얼굴과 경찰 수첩을 번갈아 보며 여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감탄사를 내뱉었
다.
"당신 내가 본 경찰 중에 최곤데?!"
그 말에 바이 위탕은 대답 대신 싱긋 웃어보였다. 그리고 바로 찾아온 용건을 꺼냈다.
"당신에게 몇 가지 묻고 싶은데요. 괜찮으신가요?"
여자는 팔짱을 끼며 어깨를 으쓱했다.
"다른 경찰들이 이미 물어봤어요."
"그들과 다른 걸 좀 물어보려구요."
잠시 생각하던 여자는 문을 열며 턱으로 안쪽으로 가리켰다.
"들어와서 차 한잔할래요?"
바이 위탕은 고개를 끄덕이며 여자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쟌 자오는 바이 유탕에게 편한 자세로 누워 최면에 임해줄 것을 권했다.
처음 최면을 받는 바이 유탕과 마찬가지로 쟌 자오도 지금 이 순간 무척이나 긴장되어 떨리고 있
었다.
최면은 난이도가 높은 심리학 실험으로 최면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최면에 걸린 쪽이 최면하는
쪽에 충분한 신뢰를 갖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 유탕은 통제욕구가 강하고 의지가 강하며 지능이 높은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
경각심을 버리고 다른 사람을 완전히 믿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형님, 좀 얌전히 계세요!”
쟌 자오가 계속해서 뒤척이는 바이 유탕에게 살짝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시작할게요.”
쟌 자오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하자 그때까지 계속 뒤척이던 바이 유탕이 자세를 잡으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건 최면을 걸 때 자신의 정서를 타인에게 전염시키는 쟌 자오만의 능력이었다.
"형님.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아요."
바이 유탕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1부터 10까지 숫자를 셀 거예요. 제가 10까지 세고 나면 엄지와 중지로 ‘딱’ 소리를 낼게
요. 그럼 그때부터 기억이 떠오를 거예요.
뚜렷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른 모습을 편안하게 이야기해 주세요."
바이 유탕이 다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바이 유탕이 눈을 감자 쟌 자오를 시계를 내려다보며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1, 2, ……."
열까지 센 후 아주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바이 유탕의 닫힌 눈꺼풀 뒤에서 눈동자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가 이미 기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지가 떠올랐나요?"
"응……"
"뭐가 보이나요?"
"그……아주 어릴 때 위탕이랑 자오가……."
이건 분명 바이 유탕의 상처 후 최초의 기억.
어린 시절의 바이 위탕과 자신이라면…….문제없어!
"지금 위탕이랑 자오가 주위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나요?"
바이 유탕의 눈꺼풀이 가볍게 떨렸다. 그는 느끼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느껴져.……."
바이 유탕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불안감을 느낀 바이 유탕의 강한 통제욕구가 그로 하여금 정신 차리게 만들고 있었다.
지금이 고비다.
"형……."
쟌 자오는 어린 시절 그를 불렀던 그 느낌 그대로 바이 유탕을 불렀다.
그러자 한순간 그의 떨리던 눈이 멎었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한 쟌 자오가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그가 무엇을 했나요? 무슨 말을 했나요?”
쟌 자오는 바이 유탕이 천천히 손을 올려 자신의 입가에 검지를 가져다 대자 눈이 크게 뜨였다.
이 다음으로 바이 유탕이 무슨 말을 할지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이 유탕은
쟌 자오가 얼마 전 들었던 소리 그대로 재현해 내보였다.
“쉿~~~”
술집 여주인은 앤이라 불렀다. 바이 위탕은 자신의 팔을 붙잡고 조금만 더 있다가라는 그녀를 제
치고 C대 심리학과 건물로 향했다.
학교에 양해를 구하고 허 교수가 데려온 몇 명의 석 사생을 만나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아? 당신은 쟌 박사의 그 잘생긴 남자친구!”
그 중에 한 여학생이 바이 위탕을 알아보고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바이 위탕은 싱긋 웃어 보였다.
“기억력 좋으시네요. 가능하다면 허 교수에 대한 이야기 좀 듣고 싶은데요.”
“허 교수?”
학생들이 서로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어떤 거요?”
“허 교수에 관한 거라면 뭐든 지요. 성격, 인성, 취미, 생활 습관 등……. 아, 그리고 허 교수가 심
장병 있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맞아요! 그것도 꽤 심할걸요? 그치?”
“맞아, 맞아! 그리고 볼 때마다 쟌 박사를 뚫어져다 쳐다보고 있어요!”
“게다가 그 허 교수가 쟌 박사를 볼 때의 눈빛은…….으~ 뭔가 이상했어요!”
“허 교수는 워낙 고지식한 사람이라 평소에는 농담도 안하고 절대 웃지도 않아요.”
“허 교수는 너무 깐깐해요! 결벽도 심하고!”
“맞아! 내가 지난번에 부호하나 까먹고 안 적었더니, 진짜 나한테 엄청 욕하더라니깐!”
..........
미간을 찌푸리고 듣던 바이 위탕은 학생들이 한마디,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미간의 주름이 점점
펴지더니 마지막에는 미소 띤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며 학교를 뛰쳐나가 빠르게 차에 올라탔다.
차는 다시 공손의 아파트로 향했다.
엑셀을 밟으며 흥분한 표정의 바이 위탕은 핸들을 뽑을 기세로 강하게 잡아당겼다.
“고양아, 우리가 놀아난 거였어!”
최면에서 깨어난 바이 유탕은 쟌 자오의 모습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오야, 너 왜 그래?”
쟌 자오는 턱에 손을 갖다 댄 채 계속해서 서재 안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어떻게…….진정하자…….분명 연락이 올 거야…….”
바이 유탕은 더 이상 묻지도 못한 채 방안을 돌아다니는 쟌 자오를 바라만 보았다.
“개새끼! 우리를 놀렸다 이거지!!”
그렇게 외치며 갑자기 쟌 자오는 황급히 서재를 나섰다. 동시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바이 위탕이 바람을 일으키듯 집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고양아!”
“위탕아!”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동시에 외쳤다.
“나 알겠어!”
“나 알겠어!”
“아?”
“어?”
깜짝 놀란 두 사람은 잠시 서로의 눈을 마주 보았다.
“……너도?”
바이 위탕의 질문에 쟌 자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갑자기 쟌 자오의 휴대 전화가 시끄럽게 울어댔다. 쟌 자오는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
전화를 꺼내 발신자를 확인했다.
-발신 번호 표시제한
한 차례 숨을 내쉬며 쟌 자오는 통화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귓가로 휴대전화를 가져다 댔다.
“여보세요…….네, 저에요…….당신 그게 무슨…….알겠어요!”
쟌 자오는 전화를 끊은 뒤 바이 위탕을 돌아보았다.
“누구 전화일 것 같아?”
바이 위탕은 턱을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이미 누군지 알고
있는 눈치였다.
“장 박사!”
“정답!”
쟌 자오는 손을 뻗어 바이 위탕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여우가 드디어 꼬리를 들어냈어!”
바이 위탕은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통화버튼을 눌렀다.
“감히 우리를 이렇게 놀아나게 하다니, 우리도 본때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 안 그러면 이 바이
가(白家) 체면이 말이 아니지.”
때마침 전화기 너머에서 달깍하고 전화 받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왕조! 팀원들 데리고 와! 그물을 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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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24화 (0) | 2018.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