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소설은
2018/07/15 - [BL/BL드라마] - [중국BL드라마] S.C.I. 谜案集(미안집) 소개/ 원작소설 정보
인물 소개는
2018/08/02 - [덕질 팁] - S.C.I.미안집 원작 소설 속 인물정보
*중국어 모릅니다. 번역기의 직역과 저의 오역/의역으로 번역했습니다.
* 좋아요, 댓글, 방명록 남기시면 번역 안 올라옵니다.
*두 주인공을 제외한 형사들 이름은 (제가)외우기 힘드니깐 한국어로 직역합니다.
숫자 살인범 28. 집념. (첫번째 사건 마지막화)
(S.C.I.미안집 드라마 5화 23분 51초 부터 관련 내용이 나옵니다.)
바이 위탕의 예상대로 전화는 장 박사한테서 걸려온 것이다.
내용은 간단했다. 내일 아침 9시, S시의 부두 끝에 서 있는 낡은 화물선 TX512에 올라탈 것.
허 교수는 조 작을 건네주는 조건으로 조작의 기밀문서로 내세웠다.
또한 경찰에 알릴 시, 조 작을 목숨은 보장할 수 없으며, 그렇게 되면 암시에 걸린 연구 센터 사람들은 모두 살인마로 변할 것이라는 협박을 덧붙였다.
다음 날 아침 9시.
쟌 자오는 약속대로 혼자 부두에 발을 들였다. 길게 늘어진 선박을 따라 한참을 걷다 보니 어느새
부두 끝에 도착했다.
낡고 녹슬어 버려진 지 오래돼 보이는 화물선이 보였다.
쟌 자오는 고개를 기울여 배의 옆면에 새겨진 이름을 확인했다.
TX512.
허 교수가 말한 배였다.
쟌 자오는 부두에서부터 배로 이어지는 다리를 조심스럽게 건넜다.
화물선 안으로 발을 내딛자 곰팡내와 기계의 찌든 기름때 냄새가 섞여 코를 찔렸다.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쟌 자오는 화물선 내부를 살펴보았다. 비록 지금은 녹슬었다고 하지만 과거 많은 사람을 태우고
다녔던 화물선답게 선실이 매우 컸다. 선실 옆에는 여물과 낡은 차폐용 천이 쌓여 있었다.
쟌 자오는 안쪽으로 나아갔다. 화물선의 중앙에 다다르자 웅크리고 앉아 있는 한 사람이 눈에 들
어왔다.
그는 한 손에 나무 막대기를 쥐고 바닥에 무언가 열심히 그리고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입고 있는 흰옷과 살짝 보이는 흡음기를 통해 그가 조 작이라는 것을 알았다.
쟌 자오는 그를 향해 한발짝 다가갔다. 그러자 갑자기 조 작이 고개를 들어 쟌 자오를 쳐다봤다.
이미 쟌 자오의 등장을 알고 있는 듯, 쟌 자오를 보고도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그는 쟌 자오를 향
해 싱긋 웃어 보이더니 다시 고개를 숙이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쟌 자오는 발걸음을 늦추며 다시 조 작에게 다가갔다. 몇 발자국 걸어가자 조금 전과 같이 손을
멈춘 조 작이 고개를 드는 대신 이번에는 나무 막대기를 들어 보였다. 그리고 쟌 자오의 뒤를 가
리켰다.
쟌 자오는 황급히 몸을 돌리며 뒤로 서너 발자국 물러섰다. 뒤에는 장 박사가 서 있었다.
그는 한 손에 젖은 손수건을 들고 낭패 본 듯한 얼굴로 서 있었다. 장 박사는 손수건을 바닥에 내
팽개치며 조작을 살기 띤 눈으로 노려보았다.
쟌 자오는 눈썹을 찡그리며 장 박사에게 말했다.
"지금이라도 자수하는 게 좋을 거예요."
장 박사는 "내가 감옥에 갈 것 같아?! 잔말 말고 물건이나 내놔!" 하며 손을 내밀었다.
쟌 자오는 팔을 뻗어 그에게 서류봉투를 건넸다.
"당신이 그걸 본다고 해도 어떻게 할 수는 없을 텐데요?"
서류 봉투를 다급하게 열어젖히는 장 박사를 보며 쟌 자오가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장 박사는 흠칫 어깨를 떨며 서류에서 눈을 떼고 쟌 자오를 경계의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그 눈을 마주하며 갑자기 쟌 자오가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혹시 생각해 본 적 있어요? 많은 사람이 나무에서 떨어진 사과를 맞았지만, 어째서 뉴턴만이 중
력을 발견했는지?"
장 박사의 표정이 조금 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그는 점점 핏기을 잃어가고 있었다.
장 박사의 반응을 재밌다는 듯이 바라보며 쟌 자오는 과장된 몸짓으로 입을 크게 벌리고 두 글자
를 내뱉었다.
"재~능~!"
쟌 자오가 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갑자기 뒤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조작이
바닥을 마구 내리치며 웃고 있었다.
웃음소리는 없었지만 그의 뒤틀린 표정과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에서 얼마나 재밌어 하는지 짐작
할 수 있었다.
잠시 조 작에게 시선을 뺏겼던 장 박사가 다시 눈을 부릅뜨고 쟌 자오를 노려보았다.
"말하고 싶은 게 뭐야?"
쟌 자오는 손가락으로 조작을 가리키며 싱긋 웃어보였다.
"쉽게 말해, 그와 나는 천재, 당신과 허 교수는 둔재라는 거죠."
"너!"
화가 난 장 박사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허 교수가 어리석은 이유는 조 작과 내가 이틀 만에 배울 수 있는 것들을 그는 20년이 지나도록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쟌 자오가 덧붙였다.
"그리고 당신도 어리석어요. 아직도 자신이 암시를 받았는지 모르고 있잖아요."
조작은 이제 바닥을 굴러다니며 웃기 시작했다.
장 박사는 조 작 쪽을 힐끔 보고서 다시 쟌 자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그럼 너는 어떻게 내가 암시에 걸렸다는 걸 알았지?"
쟌 자오는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는 그림을 한 번 보고 알았죠. 그리고 당신이 그 자료들을 원했던 이유는, 거기에서 암시를 푸
는 열쇠를 찾으려고…….아닌가요?"
장 박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쟌 자오가 덧붙였다.
"차라리 나한테 물어보는 게 나았을 텐데요."
"네가 안다고?!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장 박사의 절규에 가까운 물음에 쟌 자오는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왜냐면 난 천재니까요."
……웃다 지쳐버린 조작은 이제 바닥에 엎드린 채 숨을 헐떡거리고 있다.
장 박사는 얼굴이 붉어져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넌 내가 바보인 줄 아는군. 그래, 분명 너는, 그 죽어버린 허 교수랑 나를 똑같다고 생각하겠지.
안 그래? 하지만 아니야! 난 그와 다르다고!"
그리고 장 박사는 흥분으로 떨리는 손을 상의 안으로 넣어 뾰족하고 긴 과일칼을 꺼내 들었다. 그
런 다음 칼끝을 쟌 자오에게 향하더니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난 그와 달라! 난……."
"확실히 당신과 그는 다르지."
느닷없이 장 박사 뒤에서 그의 말을 자르는 바이 위탕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장 박사는 황급히 몸을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그의 뒤에 서 있던 바이 위탕이 보이지도 않
을 만큼 빠른 킥을 그의 배에 꽂아 넣으며 장 박사를 선박 귀퉁이로 날려버렸다.
근처에 있던 조작이 몸을 일으키더니 장 박사 앞으로 다가가 그 앞에 웅크리고 앉아 그를 멀뚱멀
뚱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그 검은색 혼다, 당신이지?"
바이 위탕은 장 박사에게 냉담한 목소리로 물으며 쟌 자오 곁으로 다가갔다.
장 박사는 쇳소리 비슷한 기침을 연달아서 해대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당신은 쟌 자오를 미행하기 위해 차를 몰았어. 하지만 정작 부딪히고 싶었던 건 나였지. 안 그
래?"
장 박사는 경악에 찬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너……너 어떻게 그걸……?"
"당신은 멍청했어."
그리고 바이 위탕은 장 박사를 비웃기라도 하듯 입술을 비죽거렸다.
"어떻게 그렇게 멍청할 수가 있지? 당신은 빠른 속도로 쟌 자오에게 달려갔어. 그 정도 속도라면
진작 그에게 부딪히고 남았지. 하지만 당신은 내가 그 곁에 달려올 때까지 기다리더군."
바이 위탕이 바닥에 떨어진 손수건을 구두 끝으로 툭툭 건드리며 덧붙였다. "그를 잡아두고 싶어
서?"
쟌 자오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지금 자신이 무슨 소리를 들은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바이 위탕은 걱정어린 눈빛으로 쟌 자오를 바라보면서 다독이듯 그의 머리를 매만져주었다.
"아직도 내가 어떻게 알게 된 건지 모르는 건가?"
바이 위탕이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쟌 자오는 자기도 모르게 바이 위탕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낮게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날 내가 학교에서 쟌 자오에게 키스를 했을 때, 장 박사 당신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증
오에 가득 찬 눈이었지. 알겠어? 증오라고!"
장 박사는 허허하고 갑자기 웃기 시작하더니 "맞아…….난 널 원망했지…….그리고 그를!" 하며
손가락으로 쟌 자오를 가리켰다.
"그는 남들이 함부로 손대지 못할 정도로 완벽해…….마치…….마치……."
거기까지 말한 장 박사의 눈이 순간적으로 번쩍 뜨였다.
그 모습을 보며 쟌 자오는 미간을 찌푸렸다.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신과 그 성이 허 씨인 양반 모두 이용당한 거야."
바이 위탕이 그렇게 말하자 갑자기 장 박사가 조 작을 돌아보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다 저 늙은이 탓이야! 그의 암시 이론을 믿었다고. 뭐? 자신의 왕국을 만들어? 그딴 반쪽짜리 심
리학 지식을 가지고 정신분열증 환자가 암시를 하다니. 그게 무슨 신…….신의 자식이야…….
하……,정말 웃겨 죽겠군!"
쟌 자오는 이상한 기분이 점점 더 강렬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기분을 가라앉히려 두세 번 심호흡을 한 후 장 박사 쪽을 돌아보았다.
"당신들은 조 작에게 이용당한 게 아니에요."
"뭐?"
쟌 자오의 말에 장 박사의 눈썹이 잠깐 일그러졌다.
"당신들은 이 사건의 진짜 배후에게 이용당한 거예요."
"어이~ 듣고만 있지 말고 나와 보라고!"
바이 위탕이 선실의 굳게 닫힌 문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장 박사는 흔들리는 눈으로 선실의 굳게 닫힌 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아무도 나오지 않았
다. 그러자 장 박사는 다시 바이 위탕을 돌아보았다.
바이 위탕이 귀를 후비며 장 박사에게 말했다.
"그리고 당신, 이렇게 멍청한데 도대체 박사 학위는 어떻게 딴 거야? 설마……아직도 모르는 거
야? 잘 생각해 보라고. 당신한테 조 작의 사건 기록을 기밀문서라고 가르쳐 준 사람이 누구였는
지."
……!……
장 박사의 눈이 급격하게 커졌다.
"설, 설마……."
장 박사는 할 말을 잃은 듯했다. 시선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멀리 떨어진 쟌 자오도 알 수 있
었다.
"하하하!"
그 순간 굳게 닫힌 선실 문 뒤에서 노인으로 보이는 남자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끼익 하고 선실 문이 열리며 검은 그림자가 문 뒤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한 손에는 권총을 쥐고 있었다. 선실에서 빠져나온 그는 그대로 조 작 옆으로 가더니 그의
관자놀이에 권총을 들이대며 바이 위탕을 돌아보았다.
"백윤문의 아들답게 아주 날카롭구만……. 그리고 너."
그가 손가락으로 쟌 자오와 조 작을 번갈아 가리키며 덧붙였다.
"난 네가 싫었지. 그가 젊었을 때와 아주 닮았거든."
"손웅, 손 선생……."
바이 위탕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20년이란 긴 세월 동안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니. 정말 집념하나는 칭찬해드리죠!"
바이 위탕의 말에 손웅은 고개를 젖히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천천히, 천천히 가세. 자, 이제 그럼 내가 범인인 걸 어떻게 알았는지 말해보실까?"
"네가 먼저 할래, 내가 먼저 할까?"
바이 위탕이 쟌 자오를 바라보며 물었다.
"네가 먼저 해."
쟌 자오가 양보한다는 듯이 손을 들어 보이며 대답했다.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바이 위탕은 다시 손웅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첸 징 사건 때, 당신은 실수했어!"
손웅은 "아?" 하며 약간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째서지?"
바이 위탕이 설명했다.
"첸 징은 공 선생을 해치라는 암시를 받았어. 그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도와준 개인 심리
진료소의 의사한테서 암시를 받았다고 했지. 그게 바로 당신이야. 물론 허 교수를 죽인 것도 당신
이었어. 당신은 첸 징을 희생양으로 삼았어!"
손웅은 진심으로 감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적중했군. 하지만 그게 나라는 걸 어떻게 알았나?"
"생활 습관!"
바이 위탕이 계속 설명했다.
"허 교수는 돈이 없는 사람이 아니야. 게다가 그는 심각한 결벽증에 고지식하고 중증인 심장병을
앓고 있었지. 그런 사람이 술집과 마약 중독자가 득실거리는 곳에 진료소를 낼 리가 없잖아. 그리
고 진료소 맞은편 술집에 물어본 결과, 술집 주인이 자신의 3층 창문에서 진료소 의사를 봤다고
증언했어. 그녀의 묘사에 따르면 의사의 뒷모습과 당신의 모습이 일치해."
"뒷모습?"
손웅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래! 당신은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몰랐지만, 맞은편 위층 창문에서는 당신이 매일 허 교수처
럼 분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 당신은 진료소 내부를 어둡게 만들면서까지 진료소로 찾아오
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허 교수라는 인상을 심어줬어.
따라서 당신의 뒷모습을 위에서 바라보았던 그녀의 증언만이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되지. 그녀는
의사가 덩치 있고 키가 큰 사람이라고 묘사하더군…….말랐다고 하지 않았지. 그게 당신과 허 교
수의 가장 큰 차이야."
"훌륭하군……. 정말 훌륭해."
손웅은 고개를 살짝살짝 끄덕이며 감탄스러운 기분을 표현했다.
"하지만 겨우 그 정도로 나를 범인으로 내세울 수는 없지 않나?"
"물론 이것만이 아니지."
바이 위탕이 말을 이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군. 조 작과 관계된 영감이 몇이나 있을까 말이야. 그 사람은 조 작이나
사건의 자료를 충분히 접할 수 있거나 조 작이 저지른 범죄를 아는 사람이어야 했지. 그런 생각
끝에 나는 당신을 떠올린 거야."
바이 위탕은 잠시 틈을 두었다가 말을 이었다.
"고양이랑 내가 당신한테 라면 얻어먹었던 날……."
"라면?"
손웅이 바이 위탕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당시에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 그저 당신이 의식주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이라
고만 생각했어. 하지만 문득 당직실에 왜 그렇게 많은 그릇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
바이 위탕의 말에 손경학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바이 위탕이 덧붙였다.
"생활 도구라고는 없는 진료실에서 딱하나 특이한 점이 있었어. 그릇들. 그건 무엇을 기억하기 위
해 해놓은 건지? 아니면 어느 시절의 생활습관인가?"
……………
"하하~~~~~~"
바이 위탕이 말을 마치자 손웅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훌륭해! 아주 훌륭해……. 정말 대단하군. 단지 그릇 몇 개만을 보고 거기까지 판단……."
"아니, 그건 아니야."
바이 위탕이 손웅의 말을 끊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 모든 것은 그저 당신을 용의 선상에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뿐이었어. 하지만 고양이가
찾은 증거는 내 추측을 사실로 만들어줬지."
"아? 너는 어떤 증거를 찾은 건가?"
손웅이 쟌 자오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쟌 자오는 손웅을 바라보며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 대더니 '쉿~~'하는 입 모양을 했다.
그 순간, 손웅의 눈이 동요로 크게 흔들렸다.
쟌 자오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조 작의 당시 사건 자료를 가지고 있지만, 심리학에 대해서는 초보적인 지식만을 가지고
있었어요. 말하자면, 당신은 조잡한 모방자일 뿐이죠."
"뭐?"
쟌 자오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첸 징은 오 호를 죽인 뒤 진자치에게 일부러 이런 행동을 보여줬어요. 이건 경찰의 시선을 조작에게 돌리기 위한 거였죠.
그리고 내가 조작의 기록물을 보았을 때 그는 모든 사건에서 이 동작을 해 보였어요. 보통 사람들 눈에는 습관으로 치부할 수 있는 행동이었죠. 하지만 이건, 조작이 내린 일종의 지령이에요.
암시 당한 사람이 이 동작을 보게 되면 그의 지령은 완성돼요. 나는 바이 유탕이 보여준 동작 때문에 첸 징의 실수를 발견할 수 있었죠."
손웅의 얼굴에서 더 이상의 여유 넘치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는 음산한 기운을 내뿜
으며 쟌 자오를 쳐다보고 있었다.
쟌 자오가 덧붙였다.
"이런 거죠. 허 교수나 장 박사가 그걸 알 수는 없다. 그럼 누가 알 수 있을까? 그 순간 나는 기밀
자료를 접할 수 있는 한 사람이 떠올랐어요. 그게 바로 당신이에요. 게다가 장 박사가 조 작과 조
작의 기밀문서를 바꾸자는 거래를 제시하지 뭐에요? 이건 당신이 배후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
는 거죠!"
바이 위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받았다.
"그날 당신은 일부러 장 박사를 당신의 진료소로 불렀어. 그에게 기밀 자료를 알려준다면서 말이
야. 사실 이건 첸 징과 그를 마주치게 하기 위한 수작이었지. 이렇게 해서, 당신은 완벽하게 장 박
사와 허 교수에게 죄를 뒤집어 씌어버렸어."
손웅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허허……하하하…….정말……정말 완벽한 추리야…….하하하……."
손웅의 웃음소리가 점점 커질수록 바이 위탕의 미간 주름은 점점 깊어져 갔다.
"당신은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을 해치려고 했던 거지? 공 선생은 당신과 아무런 원한 관계도 없는
데 말이야!"
바이 위탕의 물음에 손웅은 눈을 부라리며 "왜냐하면 난 너희들 같은 녀석들이 싫었으니까!"
하고 히스테리 하게 외쳤다.
그리고 "나는 네가 싫어! 너의 아버지, 포증, 그리고 너!" 하며 쟌 자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빌어먹을 천재! 빌어먹을 완벽함! 천사 같은 존재, 세상 모든 사람이 마치 너를 위한 들러리인 것
같지!"
손웅은 두 사람을 향해 끊임없이 욕설을 쏟아냈다.
그런 가운데 갑자기 조작이 쟌 자오를 향해 방긋 미소 지었다.
그 순간 쟌 자오는 또다시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게다가 조금 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강렬한 느낌이었다.
"특히 너!"
손웅이 총으로 조작의 머리를 살짝 밀치며 외쳤다.
"넌……. 윤문과 포증 모두 너를 좋아했어. 마치 천사 같았지. 나는…….나는 평범하게 자료만 관
리했어. 그런 내가 빛나는 너희와 함께 있을 방법은 참는 것밖에 없었지.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
는 너희에게 라면을 끓여주는 것뿐이었다고! 너……네가 나를 어떤 식으로 비웃었는지 기억이나
해? 너는 내게 전혀 재능이 없으니 심리학 연구를 할 수 없다고 했지. 그리고 내가 평생 천사의
운명이 아니라고 했어……. 이 빌어먹을 천사들……."
손웅의 목소리가 흥분으로 점점 커져갈 때였다. 갑자기 쟌 자오가 손경학의 뒤를 향해 소리쳤
다.
"안 돼!!"
동시에 조작은 더나 할 것 없이 활짝 미소 지었다.
느닷없이 자신의 뒤를 향해 외치는 소리에 손웅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리려고 했
다.
하지만 뒤에서 장 박사가 손웅의 목을 순식간에 베어버렸다. 그의 손의 피할 틈조차 없었
다.
손웅은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손으로 막으며 바닥으로 천천히 추락했다.
몸의 힘이 점점 빠져나가는 듯 목의 감싼 그의 손이 점점 풀리더니 결국에는 바닥에 털썩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힘겹게 오르내리던 그의 가슴이 잦아들었다. 손웅은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조 작을 노려보고 있었다.
"칼 내려놔!"
바이 위탕이 장 박사에 달려가며 외쳤다.
하지만 몇 발자국 다가가기도 전에 장 박사는 칼로 자신의 목을 그었다. 피가 분수같이 뿜어져 나
오며 바닥을 적셨다.
장 박사는 초점 없는 눈으로 힘없이 손웅의 몸 위로 쓰려졌다. 두 사람 주위로 붉은 웅덩이가 퍼져나갔다.
바이 위탕은 미처 손 쓸 틈도 없이 순식간에 두 구로 늘어버린 시체를 보며 작게 혀를 찼다.
"카라 꽃……."
쟌 자오가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뭐?"
바이 위탕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쟌 자오는 한숨을 내뱉으며 조 작을 바라보았다.
"카라 꽃의 꽃말은 성결, 그리고 영원…….이건 마치 순백의 날개를 연상시켜……."
"그럼 지령이 '천사?!' "
바이 위탕의 목소리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쟌 자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맞아. 장 박사는 항상 카라 꽃을 보고 있었어. 그는 허 교수의 연구 때문에 종종 천사라는 단어를
접했었어…….
아마 암시받은 사람이 스스로 지령을 내릴 수는 없을 거야. 심지어 그는 무의식 속에서 지령을 두
려워하고 있었어…….
그래서 아까 장 박사는 두 번이나 "천사" 란 말을 하지 못하고 주저한 거야!"
"이게 바로 그의 암시라고? 그럼 우리 모두 그의 손바닥에서 놀아난 거야?"
바이 위탕이 조 작을 돌아보며 말했다.
쟌 자오는 복잡한 표정으로 조 작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최근 그림 그리는 선을 바꾸었어요. 마치 다급하게 그린 듯했죠. 그건 장 박사가 당신의 지령에 더욱 강하게 반응하도록 만들기 위한 조치였군요.
조금 전 손경학의 감정은 점점 고조되어 격해졌어요. 그리고……. 물론 그는 몰랐지만, 그는 빠르게 지령을 내뱉었어요……. 조 작, 당신이 진짜 천재예요. 결국 최후의 승자는 당신이네요……."
쟌 자오가 그렇게 말하자 멀리 떨어진 채 듣고 있던 조작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쟌 자오에게 해밝게 웃어 보였다.
그의 눈에는 쟌 자오를 향한 애정이 담겨있었다.
조 작은 엎어져 있는 손웅의 외투 속으로 손을 넣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찾더니 이내 손에 쥐고
일어섰다. 그의 손에는 초라한 은색 지포라이터가 들려있었다.
……!……
바이 위탕은 그제야 화물선에서 휘발유 냄새가 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까지는 눈앞에 벌이지
는 일에 정신이 팔려 냄새에는 신경 쓰지 못한 것이다.
조 작의 뒤에는 연료 탱크가 높게 쌓여있었다.
"고양아!"
바이 위탕이 황급히 쟌 자오를 부르며 그의 팔을 붙잡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조작은 지포 라이터를 열더니 천천히 손을 놓아버렸다.
그의 손에서 벗어난 지포 라이터는 바닥에 뿌려진 휘발유와 닿자 순식간에 화물선을 붉은 불길로 감싸더니 검은 연기와 함께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바이 위탕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달려가면서 쟌 자오는 자기도 모르게 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조 작과 눈이 맞았다. 그는 살짝 웃어 보이며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 댔다.
"쉿~~~"
동시에 천둥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조 작의 뒤에서 울렸다. 연료 탱크가 폭발한 것이다.
바이 위탕은 급히 쟌 자오를 감싸며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뒤이어 연료 탱크의 폭발음이 연속해서 들려왔다. 화물선은 폭발의 힘을 못 이기고 크게 흔들리
며 거친 파도를 만들어냈다.
화물선 근처에 있던 두 사람은 거친 물살이 휩쓸려 멀리 나아갔다.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걸까.
두 사람을 무섭게 휘감던 거친 물살이 잠잠해지자 쟌 자오가 주위를 돌아보며 생각했다.
쟌 자오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단지 지금 자신의 손을 죽어도 놓아주지 않을 것처럼 꽉 잡고 있는 한 사람의 존재만이 뚜렷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바이 위탕은 바다 위에 떠다니던 낡은 고무보트에 쟌 자오를 태우더니 자신도 힘겹게 올라탔다.
"하……."
바이 위탕은 배에 오르자마자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바닥에 등을 맞대고 쓰려져 버렸다. 그리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바이야?"
쟌 자오는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그는 바이 위탕의 이름을 부르며 어
깨를 살짝 흔들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바이 위……. 야, 놀리지마……. 재미없단 말이야……."
쟌 자오는 다시 힘껏 그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의 몸은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쟌 자오는 심하게 떨리는 손을 다른 손으로 감싼 채 바이 위탕의 코 가까이 손가락을 가져다 댔
다.
숨이……. 느껴지지 않았다.
"안 돼……. 안 돼 바이야……. 안 된다구……."
쟌 자오는 머리가 텅 비어 버렸다.
믿을 수 없었다. 멍해진 눈으로 바이 위탕을 내려 보는 순간, 그와 함께한 기억들이 밀물처럼 머
릿속으로 쓸려 들어왔다.
어린 시절 그의 물건을 빼앗거나 말싸움했던 일. 자기 전에 잠옷을 뺏고……웃고……키스했
던……."
쟌 자오가 이미 숨을 멈춘 그를 내려다보며 자신의 따뜻한 손을 그의 뺨에 갖다 대는 순간, 바이
위탕의 눈이 번쩍 뜨였다.
쟌 자오는 깜짝 놀라 숨을 멈췄다.
"……고양아, 울지 마. 난 넌 웃겨주려고……."
그렇게 말하는 바이 위탕의 얼굴엔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손을 들어 쟌 자오의 눈물을 닦
아냈다.
쟌 자오는 그제야 자신이 울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자신이 바이 위탕의 장
난에 또다시 놀아났다는 것.
쟌 자오는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너……너! 이 개자식! 너……."
그에게 욕하려는 순간, 갑작스레 자신에게 달려들며 입을 맞추는 바이 위탕 때문에 쟌 자오는 더
이상 뒷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고양아……. 난 너를 떠나지 않을 거야."
그러면서 바이 위탕은 부드러운 손길로 쟌 자오의 눈가를 매만졌다.
쟌 자오는 다정한 눈길로 내려다보는 바이 위탕과 눈을 맞추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바이야……."
"응?"
바이 위탕이 그의 목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는 순간,
‘퍽!’
"컥!"
바이 위탕은 배에 가해지는 급작스런 충격에 자신도 모르게 단말마의 비명을 내질렀다.
쟌 자오는 그의 배에 주먹을 꽂으며 날선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넌 죽었어, 이 생쥐 새끼!"
"고양아."
"앞으로 나한테 가까이 다가올 생각하지 마!"
"싫어, 할거야!"
"손대지 말라고!"
"네가 싫대도 난 키스하고 싶어!"
"생쥐 너…읍!"
…………
30분 뒤.
바이 유탕이 탄 작은 고무보트는 거친 파도를 만들어 내며 바다를 위를 달리고 있었다.
멀리서 온몸이 흠뻑 젖은 채 서로를 끌어안고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그는 사람들에게 신호를 보내며 천천히 두 사람 곁으로 배를 갖다 댔다.
바이 위탕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정조혜에게 던졌다.
"덕분에 잘 썼다."
"그게 뭐야?"
쟌 자오가 바이 위탕을 돌아보며 물었다. 하지만 대답한 건 옆에 있던 바이 유탕이었다.
"인공위성 위치 추적기."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이게 없었더라면, 정말 너희들을 찾지 못할 뻔했어."
"불시필요! 준비철저!!"
쌍둥이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
뱃고동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가더니, 바다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다시 조용하고 평온한 얼굴로
되돌아왔다.
부두를 향해 가볍게 부딪치는 물결을 따라 한 장의 사진이 오르락내리락거렸다. 사진 속의 네 명의 젊은이는 서로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
칠흑 같은 어둠이 바다에 내려앉자 물고기잡이에 나섰던 배 한 척이 부두에 들어섰다.
닻을 내리며 배를 정박한 어부가 부두로 발을 들였다.
그리고 자신의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발을 돌리는데, 불빛도 없는 한 귀퉁이에서 웅크리고 있는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어부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거……. 괜찮습니꺼?"
"……네……."
"뜨뜨한 물 좀 마셔 봐여."
"감……감사합니다……."
"아, 맞다. 선생은 이름이 뭡니꺼?"
어부의 질문에 남자는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작게 소리냈다.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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