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소설은
2018/07/15 - [BL/BL드라마] - [중국BL드라마] S.C.I. 谜案集(미안집) 소개/ 원작소설 정보
인물 소개는
2018/08/02 - [덕질 팁] - S.C.I.미안집 원작 소설 속 인물정보
*중국어 모릅니다. 번역기의 직역과 저의 오역/의역으로 번역했습니다.
* 좋아요, 댓글, 방명록 남기시면 번역 안 올라옵니다.
*두 주인공을 제외한 형사들 이름은 (제가)외우기 힘드니깐 한국어로 직역합니다.
살인범 훈련소 02 저격 사건
(S.C.I.드라마 6화 14분 부터 보시면 됩니다. 드라마 링크는 맨 아래 올려 놓겠습니다.)
총이 바닥과 충돌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쟌 자오는 황급히 창가로 달려나갔다.
커튼을 치기 위해서였다.
몇몇 대담한 사람들이 그를 따라 사방의 커튼을 치자 연회장은 금세 안과 밖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밀폐 공간이 되었다.
바이 위탕은 총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오자 몸을 돌려 밖으로 뛰어나갔다.
“나오면 위험합니다! 경찰이 오기 전에는 밖으로 나가지 마세요! 실내에 있는 것이 안전합니다!”
총을 든 자신이 나감으로 인해 사람들이 느낄 공포와 불안.
심각한 경우에는 패닉이 올 수도 있는 상황.
바이 위탕은 박력 넘치는 목소리로 사람들을 안심시키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지잉’ 소리와 함께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곧이어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진 문 사이로 쟌 자오가 뛰어들었다.
바이 위탕은 넥타이를 거칠게 잡아 풀어 바지 주머니에 대충 쑤셔 넣고는 쟌 자오를 돌아보았다.
“고양아, 너 뭐하냐?”
“나도 갈 거야!”
쟌 자오는 상의 속에서 총을 꺼내 들었다.
바이 위탕이 그에게 준 이래 언제나 함께했던 작은 레밍턴이 손에 들려 있었다.
바이 위탕은 어이없는 눈으로 레밍턴과 쟌 자오를 번갈아 보았다.
“고양아, 너 조심해야 해. 나한테 쏘거나 네 발등 쏘면 안 돼!”
빠직!!
“오냐, 이 생쥐 녀석! 내가 지금 쏴주지!”
쟌 자오는 바이 위탕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바이 위탕은 급히 손을 뻗어 총을 잡아 내리며 부드
러운 목소리로 그를 달랬다.
“자자, 고양아, 진정해. 내가 다치면 너 남은 반평생 어떻게 살려고 그래?”
“그냥 너 죽어!”
위가 막히자 쟌 자오는 아래를 공격하고 나섰다. 바이 위탕을 향해 발차기를 선보인 것이다. 하지
만 눈치 빠른 바이 위탕은 그의 발길질을 요리조리 피하더니 결국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할 때
까지 한 대도 맞지 않았다.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가 ‘팅’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자, 두 사람은 그 즉시 웃음을 거두고, 문
이 채 다 열리기도 전에 건너편 건물을 향해 달려나갔다.
한편, 연회장에서는 사람들이 불안한 얼굴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윌슨 박사 뒤에 있었다는 이유로 어깨에 총을 맞은 불쌍한 남자는 몸을 웅크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정조혜가 서둘러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남자 곁에 쭈그리고 앉은 정조혜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그
의 어깨를 살폈다.
어깨에서 흘러나온 피로 남자의 옷과 주변 바닥은 검붉게 물들어 제 색을 잃은 지 오래되었고, 시
간이 갈수록 그 범위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과다출혈로 쇼크가 올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
정조혜는 황급히 근처의 테이블보를 가져다가 길게 찢더니 남자의 어깨를 지혈하며 둘러매기 시
작했다.
그동안 신음만을 내뱉던 남자는 갑작스레 전해지는 고통에 경기를 일으키며 절규에 가까운 비명
을 내질렀다.
“조금만, 조금만 참아주세요!”
정조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남자를 달래며 능숙한 손길로 어깨에 천을 둘러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가 안정을 되찾자, 정조혜는 그제야 쭈그렸던 몸을 일으키며 바이 유탕을
돌아보았다.
바이 유탕은 연회장 한쪽 벽에 기댄 채 팔짱을 끼고 조용히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조혜와 눈이 마주친 바이 유탕은 무언의 지시를 내리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정조혜도 무언의 대답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경찰에 신고하려는 것이다.
경찰에 현재 상황을 알리는 정조혜의 목소리가 연회장을 울렸다.
“박사님……!!”
존 킹이 다급히 외쳤다. 동시에 그는 황급히 윌슨 박사에게로 달려갔다.
윌슨 박사는 왼쪽 가슴을 움켜쥐고 고통스러운 얼굴로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큭’ 하는 소리와 함께 빠르게 뒤로 넘어가는 순간,
“박사님…….아!!”
존 킹이 쓰러지는 윌슨 박사의 몸을 뒤에서 껴안았다.
성인 한 사람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지자 존 킹은 뒤로 넘어갈 듯 휘청거렸다. 가까스로 근처 테
이블에 몸을 기대고 나서야
윌슨 박사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윌슨 박사는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존 킹은 경악한 얼굴로 고개를 쳐들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박사님이……. 박사님이 숨을 안 쉬어요! 숨…….”
다급한 존 킹 뒤에서 차분한 음성이 들려왔다.
“진정하세요.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것뿐이에요.”
존 킹은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차분한 음성의 주인공은 파티 내내 소파에 앉아 있던 공손이
었다.
공손은 성큼 두 사람 앞에 다가와 윌슨 박사를 살피더니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를 바닥에 편히 눕힐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공손의 말투는 차분했지만, 큰 효과를 발휘해, 공포에 휩싸였던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동시에 몇몇 사람들이 나와 윌슨 박사를 편히 눕힐 수 있도록 도왔다.
공손은 사람들이 윌슨 박사를 바닥에 눕히자 빠른 손놀림으로 그의 상의를 풀어 헤쳤다.
“두 분만 남고 다른 분들은 모두 비켜주세요. 신선한 공기가 필요해요. 자, 남은 두 분은 그의 다
리를 높게 들어주세요!”
건장한 체격의 두 남성이 윌슨 박사의 다리를 높게 들어 올리자, 공손은 윌슨 박사의 가슴에 귀를
가져다 댔다.
잠시 후 다시 고개를 든 공손은 윌슨 박사의 가슴 정중앙에 양손을 겹쳐 올리더니 몇 차례 흉부
압박과 이완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두 손을 꼭 쥔 채 윌슨 박사와 공손을 바라보고 있었
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윌슨 박사의 몸에서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의 몸이 미약하게
떨리더니 ‘콜록’거리는 기침과 함께 긴 숨이 흘러나온 것이다.
“하…….”
호흡이 돌아오자 공손은 윌슨 박사의 상의 주머니를 뒤져 작은 약병 하나를 꺼내 들었다.
약병의 라벨을 빠르게 읽어 내려간 공손이 약 뚜껑을 열어 알약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윌슨 박사 입가로 가져다 대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약이에요. 입 벌리시고, 혀를 좀 내미세요.”
윌슨 박사는 몽롱하기는 하지만 의식을 되찾은 모양이었다. 그는 힘겹게 입을 벌렸다.
공손은 조심스럽게 그의 혀 밑으로 약을 집어넣었다.
“머금고 계세요.”
윌슨 박사가 다시 힘겹게 입을 다물자 공손은 이번에는 윌슨 박사의 소맷단을 풀어 그 위에 자신
의 왼손을 갖다 대었다. 그리고는 오른손에 찬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몇 분 후, 온전히 의식이 회복한 윌슨 박사가 공손에게 감사의 눈인사를 건넸다.
공손은 윌슨 박사에게 가볍게 미소 지어 보이며 당부했다.
“아직은 움직이지 마세요.”
윌슨 박사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공손의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몸을 일으키고는 자신이 왔던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와 동시에 숨죽여 지켜보던 사람들 사이에서 안도의 한숨 소리가 흘러나왔다.
소파로 돌아가던 공손의 발걸음이 멈칫하며 멈췄다. 그의 조금 전과는 다르게 눈을 매섭게 뜨고,
한쪽 벽에 기댄 채 자신을 바라보는 바이 유탕을 노려보았다.
바이 유탕은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니, 상황보다는 공손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이 의식 했든, 못 했든, 최근 그의 눈은 언제나 공손을 쫓고 있었다.
바이 유탕은 자신을 죽일 듯 노려보는 공손의 눈빛에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미소지어 보이며
태연스럽게 샴페인 잔을 입가에 가져다 댔다.
투명한 잔에 닿은 연붉은 입술, 그 입술이 살짝 벌어지며 구멍을 만들어 내자 금빛 액체 천천히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
‘상스러워!’
공손은 마음속으로 외쳤다. 그는 진심으로 바이 유탕에게 감탄했다. 어쩜 저런 간단한 행동 하나
하나가 ‘저급한지’ 말이다.
‘휙~’ 고개를 돌려 다시 소파로 걸음을 옮기는 공손의 귀가 붉어져 있었다.
바이 유탕은 멀어져 가는 공손의 뒷모습을 응시하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기랄, 어떻게 봐도 섹시하잖아!
한편, 건너편 빌딩 옥상으로 뛰어 올라간 두 사람은 잠시 옥상 문 앞에서 숨을 고르며 주변을 살
폈다.
옥상 문은 닫혀 있었다. 하지만 굳게 닫힌 건 아니었다. 문틈 사이로 차가운 밤공기와 함께 삐그
덕 하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옥상 문 양쪽에 나뉘어 등을 기대고 섰다. 쟌 자오가 바이 위탕을 보았다. 바이 위탕도
쟌 자오를 보았다. 두 사람은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고, 문을 열어 차는 동시에 안으로 뛰어들었
다.
옥상은, 한 줄기 빛조차 닿지 않는 바닷속처럼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찬 기운을 잔뜩 머금은 바람이 두 사람의 뺨을 스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둠에 익숙해지자, 옥상 난간 근처에 쓰러져있는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두 사람은 옥상 문을 떠나 검은 그림자 쪽으로 뛰어갔다.
검은 그림자 주위에는 깨진 유리가 어지럽게 흩뿌려져 있었다.
남자였다. 그는 분명 호텔을 향해 총을 쏜 살인범이었다. 얼핏 보아도 살아 있을 가능성은 없었다. 즉사였다. 바이 위탕이 쏜 총알이 적외선 조준기와 왼쪽 눈을 동시에 뚫고 지나간 것이다.
쟌 자오는 블랙홀처럼 뚫려버린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조금 놀라고 말았다.
흐릿한 어둠 속에도 살인범의 얼굴이 너무나 어려 보였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스무 살 정도일까?
그런 생각과 함께 쟌 자오 가슴 속에 슬그머니 의혹의 싹이 솟아올랐다.
쟌 자오는 바이 위탕을 돌아보았다.
그는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운 채 날카로운 눈으로 옥상 문을 응시하고 있었다.
위험을 감지한 것이다. 쟌 자오는 익숙한 그의 모습을 보며 한 마리 야생동물을 떠올렸다.
숨죽인 채 수풀에 몸을 숨기고 있다, 먹이가 눈앞에 다가온 순간,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한입
에 먹이의 숨통을 꿰뚫어 버리는 한 마리의 흑표범…….
바이 위탕은 쟌 자오를 돌아보며 왼손 검지를 입가에 갖다 대더니 그의 팔을 잡아끌며 재빨리 튀
어나온 파이프 뒤로 몸을 숨겼다.
어둠의 장막 속에서 문을 노려보는 바이 위탕의 두 눈이 희미하게 반짝였다.
경계와 흥분이 섞인…….그 눈은 마치…….엑소시스트.
지난번 숫자 살인 사건으로 감옥에 갔을 때, 진기치는 바이 위탕을 그렇게 불렀다.
그때는 이해가 가지 않던 단어가 지금은 너무나도 확 와 닿았다.
확실히 그랬다!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바이 위탕이 곁에 있으면 두려울 것이 없었다.
아니 두려움을 느낄 수조차 없었다.
쟌 자오는 그제야 자신의 배짱이 왜 그렇게 큰지 깨달았다.
돌이켜보면, 바이 위탕은 줄곧 자신의 곁을 지켜주면서 자신이 두려워할 여지조차 주지 않았던
것이다.
쟌 자오는 그런 생각을 하며, 바이 위탕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때, 옥상 문 쪽에서 희미한 발소
리 소리가 들려왔다.
쟌 자오는 바이 위탕을 바라보던 시선을 옥상 문 쪽으로 돌렸다.
누가 올라온 거지?
어느새 희미했던 발소리는 크게 들려오고 있었다. 문과 가까워진 것이다.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숨죽인 채 옥상 문을 응시했다.
옥상 문이 '끼익' 낡은 쇳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 사이로 손전등 불빛이 새어 들어왔다. 곧이어
한 사람의 검은 실루엣이 머뭇머뭇 옥상 안으로 발을 들이는 모습이 보였다.
“누……누구……이, 있어요?”
어둠을 향해 묻는 그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려 제대로 알아듣기조차 힘들었다.
손전등의 불빛 덕분에 두 사람은 검은 실루엣의 모습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검은 제복, 한 손에는 손전등.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총을 든……경찰??
경찰은 손전등을 꼭 쥔 채 멈칫멈칫하며 살인범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누……누구 있어요?”
손전등이 바닥에 쓰러진 살인자를 비췄다.
그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남자의 얼굴을 들여다보다,
“히익!”
비명을 내지르더니 ‘쿵!’ 하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동시에 손에서 떨어진 손전등이 땅바닥에 부딪히면서 요란한 소리가 옥상을 울렸다.
쟌 자오가 바이 위탕을 돌아보았다. 그의 표정이 조금 전과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아주 못마땅한 표정으로 경찰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숨은 것이 무색
하게 아주 또렷한 목소리로 욕을 했다.
“쓰레기 자식.”
“헉! 누, 누구야?”
넋 놓고 있던 경찰은 파이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자 황급히 파이프를 향해 총을 겨눴다.
“총 내려. 우린 경찰이다.”
바이 위탕은 잔뜩 짜증 난 얼굴로 그렇게 소리쳤다.
“경……경찰? 그, 그럼 증, 증거를 대 봐.”
바이 위탕은 잔뜩 짜증이 난 얼굴로 몸을 일으키더니 건들건들한 걸음으로 경찰에게 걸어가기 시
작했다.
“오, 오지 마. 안 그러면 쏠, 쏠 거야…….”
“흥.”
애초부터 바이 위탕은 걸음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는 가소롭다는 듯이 콧방귀 뀌며 뒷걸음치
는 경찰에게 다가갔다.
“나…….나 쏠 거야.…….”
자신의 발치까지 바이 위탕이 다가오자 경찰은 눈을 질끈 감고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탕.’ 소
리와 함께 나와야 하는 총알은 나오지 않고, 대신 그의 입에서 “크헉!” 하는 외마디 비명만이 터
져 나왔다.
바이 위탕의 손에는 조금 전까지 경찰이 들고 있던 총이 들려 있었다.
바이 위탕은 총의 탄장을 확인했다. 6발의 총알이 모두 들어 있었다.
경찰은 자신의 방어막이 상대방 손에 너무나 쉽게 들어갔다는 충격에 빠져 멍하니 바이 위탕이
하는 것을 바라볼 뿐이었다.
바이 위탕은 힘없이 늘어진 경찰의 재킷을 뒤져 그의 경찰 신분증을 꺼내 들었다.
신분증 속 사진과 경찰의 얼굴을 번갈아 보니 분명히 같은 사람이 맞았다. 사진보다 새파랗게 질
린 얼굴만 빼면.
“백치(白驰)?”
웃기는 이름이로군. 도대체 어느 부모가 애 이름을 이딴 식으로 짓는 거야??
“저기…….”
바이 위탕이 경찰의 이름을 비웃고 있을 때 뒤따라 온 쟌 자오가 백치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자
신의 경찰 수첩을 꺼내 보이며 잔뜩 겁먹은 백치를 안심시켰다.
“너무 긴장 말아요. 우리도 경찰이에요.”
어둠 속에서 경찰 수첩에 적힌 글씨를 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백치는 가능한 눈을 가
늘게 뜨고 쟌 자오가 내민 수첩 위에 얼굴을 바싹 갖다 댔다.
경찰 수첩의 사진과 이름, 소속 등을 읽어 내려가던 백치는 갑자기 '휙~' 바람 소리가 날 만큼 빠
르게 고개를 쳐들더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쟌 자오와 눈이 마주치자 "헉!" 소리와 함께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너는 어떻게 올라온 거냐?”
홀린 눈으로 멍하니 쟌 자오를 바라보던 백치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 바이 위탕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는 자신을 노려보는 바이 위탕과 눈이 마주치자, 조금 전과는 다른 의미로 “헉!” 소리를 내뱉더
니 그제야 정신이 든 듯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그게……. 제가 오, 오늘 처음 거리 순찰을 나왔거든요……. 근데…….”
바이 위탕과 쟌 자오가 계속하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치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말을 이
었다.
“근데…….건물 아래에서 순찰을 돌고 있는데 갑자기 옥상에서 총소리가 들려서……. 그리고 바
닥에 총이 떨어지길래……. 그래서……그래서, 올라 왔어요."
말을 마친 백치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쟌 자오를 올려다보았다.
“그 경찰 수첩…….두 사람 모두 S.C.I.에요?”
쟌 자오는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쟌 자오라고 해요. 그리고 여기는 바이 위탕.”
백치의 얼굴은 이제 어두운 밤하늘에서도 또렷이 보일 정도로 붉어졌고, 눈은 튀어나오기 일보직
전이었다.
“어…….그, 그럼…….이, 이분이 바이…….대……대장?”
바이 위탕은 튀어나올 듯한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백치가 우습게 느껴졌다. 그는 백치의 신
분증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으며 백치를 향해 물었다.
“총알이 발사되지 않은 이유가 뭔지 아나?”
“아…….”
백치는 멍하니 바이 위탕을 바라보며 눈을 깜박거리다가 고개를 숙이며 머리를 흔들었다.
바이 위탕은 총알을 모두 자신의 손 위로 털어내더니 빈 탄창을 총에 끼워 넣고 다시 백치에게 건
넸다.
“다음번에 안전장치 푸는 걸 기억하라고.”
한편, 연회장은 잠시 누그러졌던 분위기가 다시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나긴 기다림과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무겁게 바뀌어 있었다.
사람들은 부상자를 돌보고 있는 쌍둥이를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잠깐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세상은 빠르게 흘러가는데 마치 이곳만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은 점점 지쳐 가고 있었다.
바이 유탕의 몸이 움직였다. 그의 발은 정확히 소파에 앉아 있는 공손에게 향했다.
공손에게 말을 걸려는 찰라, 불쑥 옆에서 말 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이 사장, 오늘 정말 불길하군요.”
고개를 돌리니 50대의 남자가 양복에 가죽 구두를 신고 젊은이와 함께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을 확인한 바이 유탕은 차분한 얼굴로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내뱉으며 고개를 숙였다.
“놀라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얼굴은 거의 무표정에 가까웠지만, 속으로는 남자를 향한 비릿한 쓴웃음이 지어졌다.
남자는 방길(庞吉)이라는 사람으로 그의 주된 사업은 나이트클럽이었고, S시에서는 유명한 땅 주
인이었다.
방길은 고개 숙인 바이 유탕의 정수리를 보며 과장된 몸짓으로 고개를 젓더니 잔뜩 거드름을 피
우는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아아, 정말 바이가(白家)가 문을 열자마자 이런 일이 생기다니. 저는 어떤 예시가 아닐까 싶습니
다. 보아하니 바이가는 S시의 주인이 될 복은 아닌가 봅니다.”
자신을 향한 도발.
그 뜻을 알아차린 바이 유탕은 얼굴을 굳혔다.
그러자 방길은 더욱 득의양양해진 얼굴로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자, 여러분. 제가 먼저 작별 인사드리겠습니다. 더 이상 여기 있다간 제 목숨이 열 개라도 부족
할 것 같군요.”
그러자 사람들 속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따라가려는 듯이 하나둘씩 앞
으로 걸어 나오자 방길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몸을 돌렸다. 밖으로 나가려던 그의 눈에 무표정한
얼굴로 팔짱낀 채 소파에 앉아 있는 공손이 보였다.
방길도 조금 전 공손이 윌슨 박사를 침착하게 구해 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렇기에 만약 공손
이 움직인다면 사람들에게 끼쳐질 영향력이 크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방길은 조금 전과는 다르게 다정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공손에게 물었다.
“안 가십니까? 제가 모셔다드릴까요?”
‘이 자만 나가면 돼! 그럼 대부분의 사람이 그를 따라 나갈 거야! 어차피 바이 유탕과는 별 관계도
없어 보이는데 잘 됐군!
공손은 자신에게 미소 짓고 있는 방길을 힐긋 올려다보더니 가볍게 한숨을 내뱉었다.
“어떻게 그러죠?”
공손의 시선이 평온한 얼굴로 태연하게 샴페인 잔을 기울이고 있는 진가이와 방정에게 향했다.
“숙녀분들 모두 저리 침착한 자세로 있는데, 어떻게 남자가 먼저 꼬리를 내리고 도망칠 수 있겠
습니까?”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한 연회장.
그리고,
“큭…….”
쌍둥이가 필사적으로 참고 있던 웃음을 터트리자, 연회장의 공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사람들을 휩쓸던 불안감은 사라지고, 남성들은 한껏 자신감 찬 얼굴로 가슴을 펴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사이렌의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백치를 데리고 빌딩 밖으로 나왔다.
바이 위탕을 발견한 애호(艾虎)가 소리치며 달려왔다.
“대장!!”
그는 여전히 바꾸지 못한 호칭으로 바이 위탕을 불렀다.
“위에 상황은?”
바이 위탕은 반가움에 달려온 애호의 인사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연회장에 관해 물었다.
“환자 두 명은 병원으로 후송됐고, 나머지 사람들은 인적사항 등록 후 모두 돌려보냈습니다.”
애호가 한숨과 함께 덧붙였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네요.”
“사망자는 옥상에 있어.”
바이 위탕은 눈살을 찌푸리며 턱으로 빌딩을 가리켰다.
“맞다. 무기는 찾았나요?”
쟌 자오가 물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게 바로 그거예요.”
애호가 손을 들자 곁에 있던 경찰관이 심하게 부서져 겨우 형체만을 알아 볼 수 있는 소총을 가져
왔다.
“배럿 M82A1.”
백옥당은 머리가 아파왔다. 확실히 총은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저격 소총이었지만, 민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그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고 있는데 곁에서 애호가 엉뚱한 소리를 내뱉었다.
“이 사건은 아마도 S.C.I.가 맡아야 할 것 같아요.”
“뭐?”
애호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달 들어서 벌써 네 번째 저격 사건이에요.”
……
깊은 밤은 고요히 다가와 구석구석 어둠을 퍼트리니 두려움 하나 숨길 곳이 없다.
도시의 꼭대기에 올라 그 모습을 바라보니, 마치 거대한 기계에 들어간 듯 영원히 멈출 것 같지
않다.
띵~
단음과 함께 컴퓨터 모니터가 반짝였다. 메일이 도착한 것이다.
황야에 죄를 매달아, 추악함을 감추지 못하게 하리라.
그리하여 더러운 위선자들에겐 악마의 낫을 맛보게 하리라.
모니터를 끄고 기지개 켜듯 양팔을 위로 쭉 뻗어본다. 빛이 사라진 어둠 속에서 고요함이 느껴진
다.
단 하나의 존재가 되어버린 자신, 웃음소리가 밤하늘을 가득 채운다.
단테는 끝없는 통곡이 그이 귀를 갈가리 찢어 놓는 비탄(悲嘆:슬프게 탄식함)의 골짜기 그 벼랑으
로 오게 되었음을 알았다.
그곳은 폭풍에 시달리는 바다가 울부짖는 곳으로, 죽어도 쉬지 않는 지옥의 태풍이 휘몰아치면서
죄 많은 영혼들을 억세게 후려쳐 괴롭히고 있었다.
영혼은 마치 겨울철 하늘에 찌르레기들이 무리 지어 나아가듯 이 지옥의 태풍이 그 사악한 영혼
들을 몰아쳐 아래로 위로 쫓고 후려치므로 휴식도 없이 끊임없는 고달픔에 시달리고 있었다.
울부짖는 소리와 고통스런 비명이 어찌나 애처로운지……단테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신곡》-지옥 제 2층
S.C.I.드라마 6화보기(http://www.qdrama.net/cn180626b/6.html)
단테 신곡은 청목출판에서 2000년에 발간된 (STEADY BOOK 01 단테 신곡 신승희 옮김) 속 구절을 가져와 일부 수정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미지 출처 -구글.
'덕공일치 > S.C.I. -Hold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32화 (0) | 2018.11.26 |
---|---|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31화 (0) | 2018.11.17 |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29화 (2번 째 사건 시작) (0) | 2018.11.02 |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28화 (첫번째 사건 마지막화) (0) | 2018.10.08 |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27화 (0) | 2018.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