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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공일치/S.C.I. -Holding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29화 (2번 째 사건 시작)

by hyuny07 2018. 11. 2.

원작 소설은 

2018/07/15 - [BL/BL드라마] - [중국BL드라마] S.C.I. 谜案集(미안집) 소개/ 원작소설 정보


인물 소개는 

2018/08/02 - [덕질 팁] - S.C.I.미안집 원작 소설 속 인물정보


 *중국어 모릅니다. 번역기의 직역과 저의 오역/의역으로 번역했습니다.

* 좋아요, 댓글, 방명록 남기시면 번역 안 올라옵니다.

*두 주인공을 제외한 형사들 이름은 (제가)외우기 힘드니깐 한국어로 직역합니다.


살인범 훈련소 01. 저녁 연회(晚宴)

 (S.C.I.드라마 6화에 관련 내용이 나옵니다.

S.C.I.6화를 볼 수 있는 사이트는 맨 아래에 링크 달아 놓겠습니다.)

 

 

갑자기 무서운 뇌성벽력이 단테의 깊은 잠을 깨워 놓자 그는 자신이 이미 아케론강을 건너와 있음을 깨달았다. 이제 그들은 아비규환의 비명이 끊임없이 메아리쳐 오는 비탈의 골짜기 가장자리에 다다른 것이다. 그곳은 어둡고 깊고 안개까지 자욱해서 골짜기 밑을 바라보려고 해도 분간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신곡-지옥의 첫 번째 층.

 

 

울음과 비명에 깜짝 놀라 눈을 뜨니 짙게 깔린 어둠이 눈앞을 가득 채웠다.

 

흔들어 깨우던 무서운 목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숨을 길게 내쉬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아찔한 현기증에 몸이 휘청거렸다.

 

곧 쓰러질 듯이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창가에 다가섰다.

 

양손으로 장막 같은 커튼을 열어젖히자……순식간에 강한 햇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어둠에 익숙했던 눈을 한껏 찌푸리며 창문을 활짝 열었다.

 

신선하고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쳤다.

 

방안을 채우던 곰팡내와 혼탁한 기운이 점차 신선한 공기로 바뀌어가자,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검지로 비비며 창가에서 몸을 돌렸다.

 

돌아보자마자 흰 벽면을 가득 채운 얼룩덜룩한 마른 핏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밝게 비추는 햇살 아래……그 조차 찬란한 꽃처럼 보였다.

 

아무리 못난 사물이지라도 햇빛에 둘러싸였을 땐 신성한 날개가 돋아났다.

 

뜨거운 술 한 병을 들고 창가에 앉아 멍하니 해가 기울 때까지 바라보았다.

 

새하얗던 빛이 노르스름한 빛으로 변하더니 점점 짙어져 갔다.

 

피처럼 얼룩져 보이는 석양과 함께……가슴 속에 있던 그것들이 생기를 되찾으며 솟구쳐

오르더니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깊어져 가는 어둠과 함께 술도 바닥을 보인다.

 

 

'.'

 

단음과 함께 컴퓨터 모니터가 반짝거렸다. 메일이 도착한 것이다.

 

기계적으로 몸이 움직였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컴퓨터 앞으로 다가갈수록, 심장이 점점 더 빠르게 요동쳐 온다.

 

컴퓨터 앞에 다다르자, 이제는 손끝까지 떨리기 시작했다.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마우스를 쥐어보지만, 손의 떨림은 사라질 줄 모른다.

 

따닥

 

메일이 열리는 순간, 어두웠던 모니터가 새하얗게 채워지고 곧이어 모니터에 떠오른 단 한 줄의

문장에 모든 것을 빼앗겨 버렸다.

 

[드디어 때가 됐다! 네 안의 악마를 깨워. 지금부터 넌 더 이상 네가 아니야!]

 

 

S시 강당.

 

해가 모습을 감추고 어둠이 그 자리를 채워갈 즈음.

 

쟌 자오가 S시 강당을 헐레벌떡 뛰쳐나오며 이렇게 외쳤다.

 

"끝났어, 끝났어. 빨리 가야 해~!!"

 

그는 세계적인 심리학자 월슨 브라운 박사의 '인간 성격 장애' 강연을 듣고 나오는 길이다.

 

윌슨 박사는 이 분야의 권위자다운 면모를 뽐내며 훌륭한 강연을 선보였고, 쟌 자오는 그의 강연

에 홀딱 빠져버렸다.

 

너무 몰입한 나머지 오늘 저녁 약속을 잊어버릴 만큼 말이다.

 

그는 바이가(白家)의 큰 형님, 바이 유탕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할 예정이다.

 

파티 시간은 7. 하지만 그가 강당에서 나온 시점에서 시곗바늘은 이미 6시 반을 넘어가고 있었

.

 

택시를 타고 간다면야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수도 있겠지만, 옷을 갈아입지 않은 상태라 바로 갈

수도 없었다.

 

만약 파티에 늦게 된다면……

 

"~~ 늦으면 분명 형님이 날 죽일 거야~!!!"

 

……그러므로 그는 가능한 한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쟌 자오가 강당을 달려 나와 도로로 막 발을 내디뎠을 때, 그의 이런 마음도 몰라주고 -당연히 모

르겠지만- 그의 발을 붙잡는 목소리가 건물 옆에서 들려왔다.

 

"쟌 박사님!"

 

쟌 자오는 앞으로 고꾸라질 듯 제자리에 멈춰서며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강당 옆에서 말끔한 정장 차림의 남자가 다가왔다.

 

낯선 얼굴이었다. 나이는 많아 보이지 않았다. 창백하리만치 하얀 얼굴, 날렵한 턱선, 가느다란

눈썹과 길게 찢어진 눈, 매부리코 까지. 전체적으로 총명한 인상이 풍기는 남자였다.

 

쟌 자오는 자신 앞에 다가온 남자를 어리둥절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남자가 풋 하고 웃음을 터트

렸다.

 

"역시 쟌 박사님이 맞으시군요? 존함은 오래전에 들었습니다."

 

남자가 손을 내밀며 자기소개를 했다.

 

"저는 방 욱(庞煜)이라고 합니다."

 

"~~ 안녕하세요."

 

쟌 자오는 그가 내민 손을 맞잡으며 어딘가 익숙한 이름에 살짝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방 욱? 어디서 들었던 것 같은데?? , 기억 안 나는 거 보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인 거겠지.

무시하자!

 

안일한 결론에 도달한 쟌 자오는 그럼이라고 말하며 그의 옆을 지나쳐가려고 했다.

 

하지만 방 욱은 그보다 한발 빠르게 옆으로 움직여 그를 막아섰다.

 

"지난번에 쟌 박사님이 강의하신 '인간의 다중인격과 원인'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하하, 과찬이십니다……."

 

자꾸만 흘러가는 시간 속에 쟌 자오는 초조해 죽을 지경이었다.

 

죽겠다 정말, 하필 이럴 때 쇠심줄같은 사람을 만나다니!

 

"쟌 박사님도 윌슨 박사의 강연을 들으러 오신 건가요?"

 

그럼 내가 여기서 춤이라도 추러 왔게? 내가 여기서 할 일이 그거밖에 더 있겠냐구!!

 

쟌 자오는 이렇게 외치고 싶은 마음을 겨우 참아가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다음 최대한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제가 지금 시간이……." 라고 말하는 순간, 뒤에서 '빵빵' 하는 자동차 경적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바이 위탕의 은색 스포츠가 눈에 들어왔다.

 

바이 위탕이 운전석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고양아!!"

 

이 순간만큼은 바이 위탕이 구세주처럼 보였다.

 

쟌 자오는 방 욱에게 고개를 휙 돌려,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시간이 없어서. 다음에, 다음에 얘기해요."라고 자기 말만 빠르게 내뱉더

니 방 욱이 붙잡을세라 전속력으로 은색 스포츠카를 향해 달려갔다.

 

뒤에서 방 욱이 작게 혀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이 위탕이 쉽게 탈 수 있도록 조수석 문을 열어 준 덕분에 쟌 자오 멈추는 것 없이 빠르게 조수

석에 올라탈 수 있었다.

 

"지금 몇 시야? 형님 또 난리 치겠다!!"

 

그렇게 외치며 안전벨트를 매려던 쟌 자오의 팔을 바이 위탕이 붙잡았다. 그리고 뒷좌석에 있던

쇼핑백을 쟌 자오에게 건넸다.

 

쇼핑백 속에 있던 것은 쟌 자오의 예복이었다.

 

쟌 자오가 재빨리 외투를 벗어 던지고 쇼핑백에서 예복을 꺼내 들며 물었다.

 

"난 시간을 까먹어서 늦었지만, 너는? 너는 왜 아직도 여기 있는 거야?"

 

바이 위탕은 쟌 자오가 양복에 팔을 집어넣는 것을 보며 대답했다.

 

"네 옷이 아직 집에 있길래, 네가 잊어버렸구나 싶어서 왔지."

 

그리고는 꽉 졸라맨 넥타이를 답답한 듯 잡아당겼다.

 

"이 옷은 정말 사람이 입을 만한 게 아니야."

 

쟌 자오는 옷을 갈아입으면서 힐긋 바이 위탕을 위아래로 훑었다.

 

깔끔하게 정리한 머리와 그야말로 값비싸 보이는 흰색 예복, 그 가운데 고급스러운 빛을 발하며

자리한 은색 넥타이.

 

그야말로 온 몸에서 귀공자 포스가 풍겨져 나왔다.

 

이 생쥐는 어째 성격이 생긴 거랑 딴판인 거야!!

 

 

 

두 사람이 규정 속도를 아슬아슬하게 지켜가며 약속 장소에 차를 세웠을 때는 다행히도 7시 되

기 몇 분 전 이었다.

 

S시 내에서 가장 비싼 5성급 호텔. 여기가 오늘의 파티 장소였다.

 

호텔 앞에는 이미 입장을 기다리는 고급 승용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져 있었다.

 

호텔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길게 펼쳐진 레드 카펫과 그 주위를 둘러싼 기자들의 카메라 세례를

지나쳐야만 했다.

 

레드 카펫과 연신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가 흡사 스타의 거리(星光大道)를 보는 듯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호텔의 중심부에서 가능한 먼 곳에 차를 세웠다.

 

"이게 다 뭐야?"

 

거리가 멀다 해도 번쩍거리는 카메라 플래시는 여전히 눈이 부셨다.

 

쟌 자오는 미간을 찌푸린 채 바이 위탕을 돌아보며 물었다.

 

"형님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거야?"

 

"……호텔인가봐……."

 

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한 바이 위탕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분명 다른 곳이 있을 텐데……."

 

그때였다. 갑자기,

 

"~~~~~!!!"

 

고음의 여자 비명이 들려왔다. 바이 위탕은 본능적으로 상의에 차고 있던 총으로 손을 뻗었다.

 

비명은 레드카펫 쪽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분명 한 명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최소 수십 명의 비

.

 

바이 위탕이 주위를 경계하며 레드카펫으로 빠르게 다가가는 순간, 이번엔 조금 전 비명보다 훨

씬 큰 환호성이 들려왔다.

 

……??……

 

두 사람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서로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또다시 비명과 환호가 들려왔다. 이번

에는 빠르게 눌러대는 카메라 셔터 소리까지 섞여 들려오고 있었다.

 

바이 위탕은 총에서 손을 떼고 쟌 자오와 함께 레드카펫을 향해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니 레드카펫 위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검은색 파티 예복을 갖춰 입은 남자는 황금빛 머리카락과 푸른 눈을 가진 외국인 이었다.

 

그 외국인은 환호하는 사람들과 기자들을 향해 손 인사를 건네며 레드카펫 위를 천천히 지나쳐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누구야?"

 

바이 위탕이 작은 목소리로 쟌 자오에게 물었다.

 

"글쎄……."

 

쟌 자오가 가만히 고개를 저어가며 대답했다.

 

외국인은 지나갔지만 사람들의 환호성은 끝날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었다.

 

쟌 자오가 소리치는 사람들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생각에 잠길 즈음, 때마침 뒤에서

두 사람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두 명이지만 마치 한 명 같은- 똑같은 장단의 목소리가 들려왔

.

 

"존 킹. 할리우드 톱스타지."

 

돌아보니 거기에는 예상했던 대로 쌍둥이가 서 있었다. 바이 위탕이 순식간에 얼굴을 굳히며 쌍

둥이를 경계했다.

 

"……조혜, 조란."

 

"너희들이 늦을 거라는 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어!!"

 

쌍둥이가 빈정거리는 말투로 외쳤다.

 

"가자, 형님이 너희 둘을 데려오라고 하셨어!"

 

  …………

 

 

쌍둥이는 두 사람을 호텔 뒤쪽으로 안내했다.

 

"형은 호텔을 운영하는 게 아니야? 스타가 왜 오는 거지?"

 

바이 위탕이 앞서가는 쌍둥이의 뒤통수에 대고 물었다.

 

그러자 쌍둥이가 발을 멈추고 바이 위탕을 한심하다는 얼굴로 돌아보았다.

 

"~~ 바이 그룹은 주로 호텔과 요식업, 엔터테인먼트를 경영해. 오늘이 바로 영화사와 계약 하

는 날이지. 존 킹은 바이 그룹과 계약한 배우고."

 

"~~~~"

 

바이 위탕이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쌍둥이가 그를 노려보며 싸늘하게 쏘아붙였

.

 

"아무리 오래 떨어져 있었다 한들 형님은 네 친형인데, 너는 어떻게 형님의 사업에 대해 눈곱만

큼도 아는 게 없냐?"

 

"형님은 마피아가 아니었구나?"

 

쟌 자오가 바이 위탕의 귓가에 대고 속삭이며 물었다.

 

"!"

 

바이 위탕은 황급히 쟌 자오의 입을 손으로 막더니 들은 사람이 없는지 주위를 살폈다. 앞서 걷는

쌍둥이 외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그는 쟌 자오의 얼굴에 자신을 얼굴을 들이대며 빠르게 속삭

였다.

 

"고양이 너, 나 죽일 일 있어?!"

 

"그 배우는 유명해?"

 

쟌 자오는 그렇게 유명한 배우를 왜 자신이 여태 들어 본 적이 없는지 쌍둥이에게 물었다.

 

쌍둥이는 잠시 입을 다물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더니 맨 꼭대기 층 버튼을 누르고서야 두 사람을

향해 눈을 흘기며 입을 열었다.

 

"너희, 평소에 티비나 잡지 안 보잖아."

 

……

 

두 사람은 평소 자신들의 생활 모습을 떠올리듯 허공을 응시했다.

 

그러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맨 꼭대기 층을 알려왔다.

 

맨 꼭대기 층은 초호화 연회장으로 안에는 이미 고급스러워 보이는 옷과 보석들로 치장을 한 사

회적 명사들이 가득했다.

 

아무리 티비를 보지 않는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이라도 신문을 통해 보았던 유명인의 모습은 알아

볼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네 사람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특히 파티의 주최자와 닮은 외모의

바이 위탕에게는 호기심을 더한 시선이 쏠려들었다. 그들은 바이 위탕을 보며 자기들끼리 무어라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바이 위탕은 낯선 사람들 앞에서 웃음 짓는 것도, 자신의 외모만 보고 소곤거리는 것도 마음에 들

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형은 어딨어? 난 고양이랑 인사만 하고 갈 거야."

 

바이 위탕이 침목을 가장한 접대 자리를 가장 싫어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오늘

내로 책 쓰기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쟌 자오가 바이 위탕의 말에 동조하듯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어쭈?!"

 

……!!……

 

뒤에서 들려오는 날 선 목소리에 끄덕이던 목이 빳빳하게 굳으며 본능적으로 어깨가 움츠러들었

.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리니 역시나 오늘 파티의 주최자인 바이 유탕이 두 사람 뒤에서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위아래를 블랙으로 통일한 그는 평소에는 느낄 수 없었던 위엄과 기품을 들어내고 있었다.

 

겉모습만 보면 젊은 나이에 사업을 하는 그야말로 엘리트다운 모습이었다.

 

그는 자신을 위아래로 훑는 두 사람의 시선을 즐기며 가슴을 폈다.

 

"후후, 이게 바로 진정 완벽한 독신남이지! 이보다 더 부유한 독신남이 어디 있을 수 있겠어?!"

 

"……"

 

"……"

 

바이 유탕의 자화자찬에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서로를 마주 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겉이 바뀌었다고 속까지 바뀔 소냐……

 

"너희 둘은 오늘 끝까지 남아 있도록!"

 

그새 표정을 바꾼 바이 유탕이 부릅뜬 눈으로 약속을 받아내듯 바이 위탕과 쟌 자오를 번갈아 노

려보았다.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동생인가요?"

 

그때까지 자칭 "최고의 독신남" 옆에서 한 손에 샴페인 잔을 든 채 조용히 서 있던 미녀가 쟌 자

오와 바이 위탕에게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내며 물었다.

 

"둘 다지."

 

바이 유탕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미녀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힘없이 고개 숙인 두 사람을 내버려 둔 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몸을 돌렸다.

 

두 사람이 멀어지는 바이 유탕의 뒷모습을 원망 섞인 눈으로 쳐다보는데,

 

힐긋.

 

?

 

또 다시.

 

힐긋.

 

??

 

바이 유탕이 연회장의 한 귀퉁이를 계속해서 힐긋거리는 요상한 광경을 자아내자 쟌 자오가 바이 위탕에게 무언의 물음을 던졌다.

 

'형님 왜 그래? 기분 안 좋은 건가?'

 

바이 위탕은 난감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정말 하나같이 모르는 것투성이였다.

 

두 사람이 쌍둥이에게 대답을 요구하듯 시선을 던졌다.

 

그러자 쌍둥이가 조금 전 바이 유탕이 흘깃거렸던 곳을 턱으로 가리켰다.

 

쌍둥이가 가리킨 쪽으로 시선을 돌린 두 사람의 눈이 귀신을 본 사람마냥 휘둥그레졌다.

 

"고양아,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글쎄……."

 

넓은 연회장 한쪽에 자리한 소파.

 

그리고 그 위에는 귀신보다 더 깜짝 놀랄 사람이 앉아 있었다.

 

우아한 자세로 다리를 꼬고 앉아 샴페인을 홀짝거리는 공손이 있던 것이다.

 

심지어 그는 단정하게 차려입은 여인과 무언가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어두웠던 얼굴에 온화한 미

소를 띄우기 까지 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바이 위탕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묻자 쟌 자오는 공손에게서 시선을 고정한 채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모르겠어. 분명 공 선생님이 찢어버린 청첩장을 화장실에서 봤는데……."

 

"나도 봤어! 확실히 공 선생은 이런 졸부 파티에는 죽어도 안 오겠다고 했었어……."

 

공통된 의문을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두 사람 뒤에서 쌍둥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흠칫, 어깨를 떨며 몸을 빳빳이 세웠다.

 

검은 그림자가 어둠의 오로라를 내뿜으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가 뭐라고 했다고?"

 

연회장의 시끄러움 속에도 또렷이 들려오는 낮은 음성.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여기서 말 한번 잘못하면 오늘 여기가 두 사람의 장례

식장이 되리라.

 

바이 위탕은 사색이 된 얼굴로 거세게 머리를 젓더니 억지로 미소를 만들어내며 쟌 자오를 돌아

보았다.

 

", 고양아. 너 뭐, 뭐 좀 마실래?"

 

", . , 그러고 보니 목이 좀 마르네."

 

 

……두 사람은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화제를 돌리기 위해 애썼다.

 

그들의 살고자 하는 노력이 가상했는지 바이 유탕은 아무 말 없이 사람들 사이로 다시 몸을 돌렸다.

 

바이 유탕의 뒷모습이 사람들 틈에 섞여 보이지 않게 되자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그제야 참았던

숨을 빠르게 내뱉었다.

 

"포증 선생이 공 선생을 팔았어."

 

뒤에서 들려온 쌍둥이의 목소리에 두 사람이 휙 소리가 날 만큼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

 

"그게 무슨 소리야?"

 

"형님이 너희들 경찰국에 최신식 법의학 검사 기계와 인공지능 시스템을 기증했거든. 그리고 그

거래 조건이 바로! 공 선생을 오늘 저녁 파티에 파견하는 것! 이란 말이지."

 

치사해!! 아니, 치사하다 못해 비열해!!!

 

"그런데!"

 

정조혜가 두 사람의 주위를 집중 시키듯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였다.

 

그리고는 공손 쪽을 가리켰다.

 

"공 선생은 오자마자 바로 저 아가씨와 담소를 나누고 계시지!"

 

"그리고!"

 

이번엔 정조란이 손가락을 살짝 들어 보이며 덧붙였다.

 

"아마 예상해보자면, 두 사람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인 듯해."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깊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젓는 두 사람의 머릿속에 든 공통된 생각은 하나.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붙여 온 격이네[각주:1]……

 

 …………

 

 

"그녀는 방 정(方静)이라고 해요."

 

갑자기 네 사람에게 미녀가 끼어들었다.

 

"나의 브로커예요. 그녀에게 듣기로는 공손이라는 사람과는 오래전 동창이라고 하던데요."

 

"……"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갑자기 바이 유탕이 불쌍하게 보였다. 두 사람이 측은한 시선으로 바이 유탕을 쳐다보았다.

한 순간 가장 불쌍한 사람이 되어버린 바이 유탕은 여전히 사람들과 대화 중간마다 공손을 힐긋거리고 있었다.

 

"저걸로 벌써 23번째 예요."

 

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휙 몸을 돌려 사람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진가이(陈佳怡)라고, 이번에 계약한 배우야. 어때 몸매 좋지?!"

 

쌍둥이가 멀어져가는 미녀를 보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이럭저럭하는 사이.

 

속속 모여든 사람들로 하여금 연회장은 조금 전보다 북적였다.

 

연회장에 모인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무리를 지어 서로 형식적인 인사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누

고 있었다.

 

쟌 자오는 무료한 얼굴로 사람들을 쳐다보다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오늘 S시 강당에서 강연을 펼친 윌슨 박사도 있던 것이다.

 

그는 조금 전 호텔 입구에서 보았던 존 킹이라는 배우와 한창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윌슨 박사는 고개를 돌리다 쟌 자오를 발견하고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쟌 자오는 빠른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바이 위탕은 영문도 모른 채 그 뒤를 따랐다.

 

학문적 권위에 대한 존경과 존중의 뜻을 담아 쟌 자오는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 자오군, 정말 반가워요!"

 

윌슨은 이미 환갑에 가까운 나이었다. 하지만 미국인 특유의 열정과 정력 넘치는 모습을 잃지 않

고 있었다.

 

윌슨 박사는 쟌 자오가 매우 마음이 들었다. 악수를 청하는 쟌 자오의 손을 힘껏 마주 잡으며 얼

굴 가득 환한 웃음을 띠었다.

 

쟌 자오가 그에 화답하듯 마주 웃으며 오늘 강연에 말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윌슨 박사의 이마에 나타난 붉은 점에 그는 짐짓 당황하고 말았다.

 

이를 가장 먼저 눈치 챈 바이 위탕이 황급히 윌슨 박사를 옆으로 밀쳐내며 소리쳤다.

 

 

"위험해!!"

 

동시에 뒤에 있던 남자의 어깨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어깨를 관통당한 남자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연회장에 있던 사람들이 남녀 할 것 없이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하자 연회장은 순식간

에 아수라장으로 바뀌었다.

 

바이 위탕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그의 시야에 석상처럼 굳어버린 존 킹이 들어왔다. 붉은 점이 그의 몸을 타고 점차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젠장!

 

 

자신이 달려가기에는 존 킹과 거리가 멀었다.

 

그가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일으키는 순간, 조혜가 몸을 던지며 존 킹을 밀쳐내는 것이 보였다.

 

"엎드려!"

 

'피융!'

 

총알은 존 킹을 스치며 날아가 양탄자에 시커먼 구멍을 만들어 내며 박혔다. 시커먼 구멍에서 금세 매캐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바이 위탕은 상의에서 총을 뽑아 들고 총알이 날아 온 난간으로 달려갔다. 또 다시 날아 온 총알에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며 도망치기 시작하자 바이 위탕이 소리쳤다.

 

"모두 벽으로 피하세요!"

 

그는 난간 벽에 몸을 숨긴 채 밖을 예리한 눈으로 살폈다. 밖은 이미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의 눈에 건너편 빌딩 옥상에서 반짝이는 붉은 점이 들어왔다.

 

대략 50미터 정도 군…….

 

 

빠르게 거리계산을 마친 바이 위탕이 붉은 점을 향해 과감하게 총구를 겨누었다.

 

"!"

 

신중하게 쏘아 올린 총알은 얼마 지나지 않아 파삭하며 유리와 부딪히는 소리를 만들어냈다.

 

잠깐의 시간차를 두고 건너편 옥상에서 검은 물체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그건 바이 위탕의 총알에 맞은 총이었다.

 

떨어지면서 가속이 붙은 총은 콘크리트 바닥과 부딪힌 충격에 한 번 튕겨 오르더니 이내 산산조

각나며 바닥에 흩뿌려 졌다.

 


 

*맨 위의 단테 신곡은 청목출판에서 2000년에 발간된 (STEADY BOOK 01 단테 신곡 신승희 옮김) 속 구절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S.C.I.6화 볼 수 있는 사이트 (http://www.qdrama.net/cn180626b/6.html)

  1. 원문 偷鸡不成蚀把米 직역 닭 훔치지 못하고 쌀 한 줌만 손해본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