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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공일치/S.C.I. -Holding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32화

by hyuny07 2018. 11. 26.

원작 소설은 

2018/07/15 - [BL/BL드라마] - [중국BL드라마] S.C.I. 谜案集(미안집) 소개/ 원작소설 정보

 

인물 소개는 

2018/08/02 - [덕질 팁] - S.C.I.미안집 원작 소설 속 인물정보

 

*중국어 모릅니다. 번역기의 직역과 저의 오역/의역으로 번역했습니다.

*두 주인공을 제외한 형사들 이름은 (제가)외우기 힘드니깐 한국어로 직역합니다.


 살인범 훈련소 04 밴드

 

당신들 뭐야?!”

 

펑크녀는 손에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바닥에 내던지며 그렇게 외쳤다.

 

그 충격으로 봉투 속에서 몇 개의 캔 맥주가 튕겨 나왔다. 캔 맥주는 금속이 바닥을 긁는 듯한 날

카로운 소리를 내며 복도를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여자는 잠시 캔 맥주에 시선을 빼앗긴 쟌 자오와 바이 위탕 앞으로 성큼 다가오더니 경계심 가득한 시선으로 번갈아 쏘아보았다.

 

동시에 두 사람도 여자를 관찰했다.

 

화려한 옷과 세련된 화장, 분명 그 속에는 어른스러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반대로 스무 살을 넘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진한 스모키 메이크업과 보라색 립스틱, 유난히 마른 몸에 타이트한 검정 레깅스까지. 모든 것이 그녀의 몸을 더욱 작아 보이게 만들었고, 얼굴은……

 

약하는 건가?”

 

바이 위탕은 미간을 찌푸린 채 확신에 찬 어조로 물었다.

 

그 말에, 여자보다 오히려 쟌 자오가 더 깜짝 놀란 얼굴이 되어 바이 위탕을 돌아보았다.

쟌 자오가 그의 말을 못 믿어서는 아니었다. 쟌 자오는 바이 위탕의 판단력을 절대적으로 신뢰하

고 있었다.

 

쟌 자오는 고개를 돌려 다시 여자를 살폈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어디가 아픈 듯 보였다.

 

……무슨, 헛소리 지껄이지 마!"

 

여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그렇게 외쳐댔다. 그리고는 황급히 몸을 숙여 바닥에 굴러

다니는 맥주를 줍기 시작했다. 맥주를 향해 뻗은 손이 비정상적일 만큼 떨리고 있었다.

 

쟌 자오는 자신의 발치까지 굴러온 맥주를 주워 여자에게 건넸다. 여자는 자신 앞에 내밀어진 맥

주를 낚아채 가듯 뺏어 들더니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몸을 돌려 복도를 되돌아가기 시작

했다.

 

멀어져 가는 여자의 작은 등을 보며 쟌 자오가 불쑥 입을 열었다.

 

제뇌와 무슨 관계죠?”

 

그와 동시에 여자의 발이 우뚝 멈춰 섰다.

 

여자는 고장 난 로봇처럼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니,

 

우리 오빠를 알아요?” 하고 물어왔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눈을 부릅떴다. 여자는 제뇌의 여동생인 것이다.

 

이름이 뭐지?”

 

바이 위탕이 물었다.

 

그에게서 풍기는 경찰 특유의 카리스마 때문인지 여자는 바이 위탕을 좀 겁내는 듯 보였다.

 

제요.(齐乐)”

 

여자는 어깨를 가볍게 웅크리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더니 큰 목소리로 빠르게 덧붙였다.

 

오빠한테 무슨 일 있어요? , 오빤 지금 집에 없는데.”

 

그는 어디 갔지?”

 

바이 위탕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물었다.

 

모르겠어요.”

 

제요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나도 며칠 동안 오빠를 보지 못했어요. 밴드 연습도 안 나고. 결국엔 소속사 면담도 취소되

…….”

 

정말로 그가 어디 갔는지 몰라?”

 

바이 위탕은 집요하게 재차 물었다.

 

…….”

 

제요는 고개를 들어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을 번갈아 보았다.

 

당신들…….빚쟁이 아니죠? 도대체 무슨 일인데 우리 오빠를 찾는 거예요?”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바이 위탕이 다시 물었다.

 

당신 오빠는 사격에 대해 좀 아나?”

 

??”

 

제요는 황당하다는 듯이 헛웃음을 내뱉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농담해요? 우리 오빤 베이스만 친다고요! 근데 사격??”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두 사람의 눈 속에 주저함이 느껴졌다.

 

이게 당신 오빠인가?”

 

바이 위탕은 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제요 앞으로 내밀었다.

 

제요는 사진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한순간 멍해지더니 이내 불안하게 흔들리는

시선으로 두 사람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당신들 누구예요? ……, 오빠는 어떻게 된 거예요?”

 

바이 위탕은 대답 대신 경찰수첩을 꺼내 보였다.

 

경찰? 당신들이 경찰? ~ 알겠다. 오빠 또 병이 발병한 거죠?”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려 했지만 제요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배어있었다.

 

오빠가 몽유병 있어서 그런 거지, 절대 고의로 그런 건 아니에요. 오빠는 죄 없어요!”

 

……들어가서 얘기해도 될까요?”

 

다소 흥분된 모습을 보이는 제요에게 쟌 자오는 집안을 가리키며 물었다.

 

제요는 흥분을 가라앉히듯 숨을 길게 내쉬더니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집안에 들어갔다. 그 뒤

를 따라 바이 위탕과 쟌 자오도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은 10평도 안 되는 듯했다. 좁고 허름한 주방과 화장실, 낡은 매트리스가 놓인 침실이 전부였

.

 

낮임에도 불구하고. 꼭꼭 닫힌 커튼으로 인해 집안은 밤을 연상시켰다.

 

제요는 창가로 뛰어가 커튼과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신선한 공기와 따스한 햇볕이 집안을 채우자, 그제야 어두워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닥을 뒹구는 맥주병과 곰팡이 핀 패스트푸드, 도시락……

 

좀 지저분하네…….”

 

바닥에 널브러진 쓰레기들을 치우며 제요는 창피하다는 듯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쟌 자오는 집안을 빙 둘러보았다. 주방, 침실, 화장실……

 

오빠랑 둘이서 살았나요?”

 

아뇨.” 제요는 고개를 저었다.

 

오빠는 몽유병이 있어서 다른 사람이랑 같이 살 수가 없어요.”

 

그럼 이게 몽유병?”

 

한쪽 벽에 붉게 찍혀있는 주먹 자국을 보면서 바이 위탕이 물었다.

 

자해한 건가?”

 

…….”

 

바이 위탕의 물음에 제요는 긴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재킷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더니 다시 주머니를 뒤져 라이터를 꺼내 들었다.

 

"오빠는 종종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폭력적으로 변했어요. 마치 사람도 귀신도 아닌 것처

……."

 

과거를 떠올리는지 제요의 시선이 허공에 머물렀다. 말을 마친 그녀가 담배에 불을 붙이려 했지

, 라이터는 쟌 자오가 다시 같은 질문을 던질 때까지 켜지지 않았다.

 

혹시 오빠가 다른 사람과 살지는 않았나요?”

 

안 살았다고요!”

 

제요는 눈을 부릅뜨고 쟌 자오를 노려보았다.

 

아까 말 했잖아요! 오빠는 몽유병 때문에 다른 사람과 같이 살 수 없다고요!”

 

제요는 켜지지 않는 라이터를 신경질적으로 바닥에 내던졌다.

 

사실대로 말해줘요. 우리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긴 거예요?”

 

  …………

 

제뇌는 연쇄 살인 사건에 연루되었고, 이미 사망했다.”

 

바이 위탕은 사무적인 어조로 천천히 말했다.

 

제요는 지금 자신이 무슨 소리를 들은 건지 이해가 가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대답을 요구하는 시선을 던졌다.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차마 그 시선

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제요는 말없 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방금 자신이 들은 것이 진실임을 깨달은 듯 보였다.

 

그녀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집어 던지더니 다시 새로운 담배를 꺼내 물고, 바닥에 뒹구는 라이터로 손을 뻗었다. 동시에 그녀의 얼굴에서 눈물이 떨어지며 바닥을 적셨다. 가까스로 라이터를 주워 불을 켜려 했지만 쏟아지는 눈물이 이미 담배를 적셔 불을 붙일 수가 없었다.

 

제요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제요는 흘러

내리는 눈물을 양손으로 훔쳐 가며 붉게 충혈된 눈으로 두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요. 이게 다 그 병 때문이라구요!”

 

왜 병원에 가지 않았지?”

 

바이 위탕이 물었다.

 

갔다구요! 의사가 준 몽유병 치료약을 계속 먹었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았단 말이에요!!”

 

제요는 이를 악물고 눈물을 필사적으로 참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오빠는 하루하루가 무섭게 변했어요! 나도……. 나도 오빠가 원래는 나쁜 놈이 아닐까 생각했어

. 단지 낮에만 착한척 하는 건 아닐까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고요!!”

 

당신 오빠는…….”

 

쟌 자오는 몸을 숙여 바닥에 주저앉은 제요와 눈을 맞췄다.

 

혹시 자기 안에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고 하지 않던가요?”

 

그러자 제요의 눈이 눈에 띄게 커졌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그의 증세를 자세히 얘기해 줄 수 있을까요?”

 

쟌 자오는 덧붙였다.

 

몽유병 진단은 어떤 의사한테 받았어요?”

 

오빠는……. 잠들다 깨면 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변했어요. 오빠 같지 않았죠……. 다음 날 아침

이 되면 오빠는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서 내게 자주 말했어요. 자기 몸에 다른 사람이 사는 것

같다고 말이에요.”

 

제요는 눈물을 훔쳤다.

 

오빠는 여러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의사들 모두 오빠가 몽유병이라고 했어요.”

 

고양아, 왜 그래?”

 

바이 위탕은 심각하게 굳어버린 쟌 자오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걱정스러운 듯 속삭였다.

 

무슨 의사한테 갔었나요?”

 

쟌 자오는 계속 물었다.

 

처음에는 대학 의무실 의사였다가……. 나중에는 정신과 의사한테…….”

 

제요는 그게 무슨 상관있을까 하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요?”

 

쟌 자오는 대답 대신 작게 한숨을 쉬며 다른 질문을 했다.

 

심리치료사한테 간 적은 없나요?”

 

그러자 제요는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건, 어디로 가야 해요?”

 

쟌 자오는 말없이 일어나더니 붉은 주먹이 찍힌 벽을 가만히 응시했다.

 

 

당신 오빠는 정신병이 아니에요. 심리적인 질병이죠. 확실하게 말하면……. 인격이 분열된 상태

예요.”

 

인격……분열?”

 

제요는 완전히 눈물이 멈춘 얼굴로 쟌 자오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게……. 그게 무슨 뜻이에요

 

. 다시 말해 그의 몸 안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거예요.”

 

쟌 자오는 제요를 내려다보며 눈을 맞췄다.

 

밤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당신 오빠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어요. 오빠의 잠재의식 속에 태어났

지만,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커버린 존재죠.”

 

……나는 무슨 소린지…….”

 

제요는 머리를 설레설레 저으며 쟌 자오를 바라보았다.

 

당신 오빠가 나쁜 놈이 아니지만, 나쁜 놈과 함께 몸을 공유한다는 거야.”

 

바이 위탕이 간단히 정리했다.

 

……

 

괜찮아요?”

 

쟌 자오는 멍하니 앉아있는 제요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제요는 고개를 들어 쟌 자오를 바라보았다.

 

우리 오빤 어떻게 죽은 거예요?”

 

  ……

 

쟌 자오는 순간 이걸 어떻게 이야기 해 줘야 할까 싶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쏜 총에 맞았어.”

 

쟌 자오 뒤에서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 바이 위탕이 제요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제요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어 바이 위탕을 바라봤다.

 

……. , 당신 오빠는 그때 정당방위…….”

 

쟌 자오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애써 해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제요가 그의 말을 자르며 물

었다.

 

밤이죠?”

 

.”

 

쟌 자오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바이 위탕을 올려다보며 제요는 물었

.

 

그러니깐 당신이 죽인 건 오빠 몸속에 살고 있던 나쁜 놈이라는 거죠?”

 

바이 위탕은 말이 없었다.

 

오빠는 오랫동안 죽고 싶다고 했어요.”

 

그 말을 끝으로 제요는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다물었다.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임대 주택 건물에서 나와 주차된 차로 향했다.

 

차로 가는 내내 바이 위탕은 앞서 걸으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쟌 자오는 그 뒤를 조용히 따

라 걸었다.

 

차에 올라타자 바이 위탕은 백미러를 움직이며,

 

다음은 활동실로 가서 밴드를 찾아보자.” 하고 입을 열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대답이 들려오

지 않았다.

 

그가 의아함을 느끼며 고개를 돌리자, 가만히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쟌 자오의 모습이 보였다.

 

왜 그래?”

 

무거운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바이 위탕은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물었지만 쟌 자오에게서는 여전

히 아무런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쟌 자오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바이야, 넌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어?”

 

바이 위탕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더니 정면으로 고개를 돌리며 머뭇머뭇 입을 열었다.

 

제뇌 포함하면 7.”

 

쟌 자오는 진지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

 

다 기억해?”

 

바이 위탕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쟌 자오는 침착한 어조로 계속해서 물었다.

 

그럼 넌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구했어?”

 

……바이 위탕은 고개를 돌려 쟌 자오를 바라보았다.

 

바이 위탕과 눈이 마주치자 쟌 자오는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 기억 다 안 나잖아?”

 

바이 위탕은 쟌 자오의 손을 잡아 내리며 조용히 속삭였다.

 

고양아…….”

 

위탕이 너, 참 착하구나.”

 

바이 위탕은 쟌 자오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는 쟌 자오와의 거리를 좁히듯 고개를 숙였다. 얼굴

바로 앞에서 바이 위탕은 흘쩍 입꼬리를 올리며 속삭이듯 물었다.

 

너는 내 야만성이 두렵지 않아?”

 

다른 사람이 봤으면 겁먹었을 그의 얼굴을 쟌 자오는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응시하며 대답했다.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살인을 해야 할 때가 있어. 분명 나도 그럴 거야.”

 

고양아, 너 지금 나 위로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는 바이 위탕의 눈은 조금 전의 막연함이 사라진, 원래의 바이 위탕으로 바뀌어 있었

.

 

평소 같은 바이 위탕의 농담에 쟌 자오는 하얀 이를 내보였다.

 

바이 위탕은 활짝 웃어 보이는 쟌 자오의 턱을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가볍게 쓰다듬으며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는 탐스러운 붉은 입술 위로 자신의 입술을 겹쳐 올렸다.

 

바이 위탕은 욕이나 주먹이 날라 올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잠시 얼굴을 떼고 바라본 쟌 자오는

 

조용히 앉아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자신에게 모든 것을 맡긴 듯한 모습에 바이 위탕은 다시 부드럽게 입을 맞추며 그의 입안 깊숙

이 파고들었다. 두 사람의 혀가 끝없이 뒤얽히며 색스러운 소리가 차 안을 가득 메워나갔다.

 

손을 내미는 것이 익숙지 않은, 언제나 자신의 보호아래 있는 사람.

 

그런 고양이가 지금, 서툴지만 사랑스러운 방법으로 자신을 위로해 주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감히 누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본래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악마가 살고 있고,

 

언제가 그것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커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다.

 

중요한 것은, 항상 당신 곁에 구원할 천사가 있냐는 것이다……

 

 

이렇게 따뜻한 사람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바이 위탕은 온몸으로 그를 느끼고 싶어하는 마음을 힘겹게 외면하며 쟌 자오에게서 입술을

떼었다.

 

고양이가 이번처럼 온순하게 자신을 받아들인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웠다. 그러니 너무 성급하게

 

굴어 그를 상처 입히지 않으리라.

 

바이 위탕의 몸이 멀어지자, 쟌 자오는 고개를 돌려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지금은 그를 보지 않아도 어떤 상태인지 안다. 쥐 녀석은 분명 득의양양하게 꼬리를 치켜들고 있

을 것이다.

 

조금 전 일을 다시 떠올리자 쟌 자오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바이 위탕은 차를 몰며 힐끔 쟌 자오를 돌아보았다. 비록 옆모습밖에 보이지 않지만, 고양이의 귀

가 새빨새 진 것만은 알아볼 수 있었다.

 

폐쇄된 차 안, 정체를 알 수 없는 옅은 모호함이 공기 속에 가득 차올랐다.

 

 

두 사람은 차를 출발한 순간부터 줄곧 말이 없었다. 반대로 말하면 성난 파도를 만난 듯 심하게

 

요동치는 가슴 때문에 두 사람은 쉽게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가정암이 알려준 대로 붉은 3층짜리 건물 앞에 들어서니 희미하게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드럼과 기타 소리. 음악은 질서정연하다든가, 듣기 좋다는 말로 설명하기에는 어려운 음악이었

. 오히려 음악이 맞을까 싶은, 다소 시끄러운 느낌의 음악이었다.

 

두 사람은 소리를 따라 계단을 올랐다. 2층 복도 끝, 비등점‘(沸点)‘ 이라는 문패가 달린 문 뒤에

서 음악 소리가 크게 들려오고 있었다. [각주:1]

 

바이 위탕은 노크도 없이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와 동시에 음악이 뚝 멈추더니 사람들이 일제

히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람들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바이 위탕과 쟌 자오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각양각색의 악기들이 가득 진열된 활동실에는 세 명이 있었다.

 

드럼 앞에는 제요와 비슷한 스타일이었지만, 키는 좀 더 커 보이는 여자가 스틱을 쥔 채 앉아 있

었고, 그 옆에는 키가 크고 긴 머리를 한 남자가 기타를 들고 서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그는 조금 전 일식집에서 제요에게 맞아 널브러졌던 그 중년 남성이었다.

 

……바이 도련님

 

그 중년 남성은 화들짝 놀란 목소리로 그렇게 외치더니 채 안으로 다 들어오지 못한 바이 위탕 앞

에 달려 나와 허리를 깊숙이 숙여 보였다.

 

바이 위탕은 깜짝 놀란 얼굴로 자신에게 고개 숙이고 있는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대게 바이 위탕의 집안을 알고 있는 사람이 그를 처음 만났을 때는 언제나 도련님이라는 호칭

을 사용했다.

 

뒤따라 들어오던 쟌 자오는 얼굴 가득 궁금증을 드러내며 활동실 안쪽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제 소개가 늦었습니다.”

 

말과 함께 고개를 든 중년 남자는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더니 공손한 자세로 바이 위탕에게 건넸

.

 

제 이름은 장화(张华), 바이()가의 음반회사 중매인입니다. 어젯밤 연회에서 인사드리려고 했

는데, 그런 일이 생기는 바람에…….”

 

.”

 

바이 위탕은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는 큰형님 회사의 직원이었던 것이다.

 

나는 바이()가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다시는 나를 도련님이라 부르지 마

십시오.”

 

바이 위탕은 차갑게 내뱉고는 굳어버린 그를 지나쳐 활동실 안으로 발을 들였다.

 

쟌 자오는 수치심에 얼굴이 붉게 타오르고 있는 장화라는 음반회사 중매인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는 남자 옆을 지나치며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다. 바이 위탕을 대신한 사과로 사람들에겐 비춰졌지만, 사실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필사적으로 참기 위해 고개를 숙인 것뿐이었다.

 

바이 위탕은 언제나 그랬다.

 

말하는 기술은 조금도 쓰기 싫어서 자신이 생각한 것을 그대로 내뱉었다.

 

흔히 간단명료하다고 하지만, 반대로 사람들이 반항할 수 없게 만드는 무언가가 깃들어 있었다.

 

 

 

바이 위탕은 멍하게 자신을 보고 있는 두 남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들은 비등점 밴드??”

 

두 사람은 서로를 돌아보더니 바이 위탕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경찰입니다.”

 

바이 위탕은 경찰 수첩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

 

제뇌에 관해 몇 가지 물을 것이 있으니 협조 부탁드립니다.”

 

제뇌요?”

 

그렇게 외치며 드럼 앞에 있던 여자는 튀어 오르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주먹을 꼭 쥔

채 바이 위탕에게 빠르게 질문을 던졌다.

 

그 녀석 어디서 죽은 거예요? 뭔데요?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그녀가 흥분된 모습을 보이자 옆에 있던 남자가,

 

천유야, 진정해.” 하더니 바이 위탕을 돌아보며 차분한 어투로 자신들을 소개했다.

 

저는 채걸(蔡杰)이에요. 보시다시피 기타담당이고. 여기는 천유(陈瑜), 드럼 담당이에요. 제뇌는

베이스담당이고, 제뇌의 여동생이 리드싱어예요. ……제뇌한테 무슨 일 있나요?”

 

옆에서 장화가 끼어들었다.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계약하기로 한 사람이 홀연히 사라지더니, 또 한 사람도 사라지고…….”

 

계약?”

 

바이 위탕은 설명을 요구하는 시선으로 장화를 바라보며 물었다.

 

! 이 밴드가 실력이나 비주얼 면에서 좋다 보니 여러 회사에서 계약하려고 몰려들었는데 말이

. 그래서 정말 어렵게 음반 계약 약속하고 오늘 서명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이렇게 어긋나

버렸죠, .”

 

아까 당신이 일식집에서 싸우고 있는 걸 봤어요.”

 

쟌 자오는 장화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가요?”

 

, 그게…….”

 

장화는 눈을 굴리며 대답을 망설였다.

 

, 저 남자는 제뇌랑만 계약하고 싶은 거예요.”

 

천유라는 여자가 말했다.

 

음반회사가 원하는 건 제뇌의 좋은 목소리이지, 우리 같은 이류(二流) 밴드가 아니에요.”

 

천유야!”

 

채걸은 그녀를 제지하더니, 바이 위탕과 쟌 자오에게 고개를 돌려 추궁하듯 물었다.

 

제뇌한테 무슨 일 있는 겁니까? 어째서 경찰이 찾아온 거죠?”

 

우리 오빤 죽었어요.”

 

그렇게 말하며 제요는 활동실 문을 활짝 열고 안으로 발을 들였다.

 

?!”

 

예상치 못한 이의 등장과 예상치 못한 대답. 세 사람은 동시에 매우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제요는 놀란 그들을 내버려 둔 채 바이 위탕과 쟌 자오 앞으로 다가왔다.

 

조금 전에는 너무 흥분해서 중요한 걸 까먹었어요.”

 

하고는 노트북을 건넸다.

 

오빠는 최근에 자주 메일을 받았어요. 그리고 그 메일이 오빠를 해방시켜준다고 그랬어요.”

 

?”

 

 

 

마한은 사건 현장 조사를 마치고 S.C.I.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상당히 많은 수확을 올린 듯 엘리

베이터에서 내리는 그의 모습은 심히 기세등등했다. 자신의 대장이 돌아오기 전에 보고서 작성을

마치고자 하는 마음이 그의 발걸음을 저절로 빠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S.C.I.사무실 입구에서 심히 의심스러운 몸짓으로 사무실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제복차림

의 경찰을 보자 마한의 발걸음은 저절로 조심스러워졌다.

 

누구 찾으세요?”

 

마한의 물음에 경찰은 화들짝 놀란 듯 등을 굳히더니 동그랗게 커진 눈을 한 채 몸을 돌렸다.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한 경찰을 마한은 위아래로 훑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 저는…….”

 

경찰은 매우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무슨 일 있어요?”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마한은 긴장으로 떨고 있는 경찰을 향해 부드럽게 물었다.

 

…… 저는 누구 좀 찾으려…….”

 

찾아요? 누구요?”

 

……. ……바이.”

 

바이?”

 

마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우리 대장 말하는 거예요?”

 

마한의 질문에 경찰은,

 

…… , 아뇨…….” 하며 고개를 세차게 젓더니 황급히 몸을 돌려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잠깐만요! 잠깐…….”

 

마한은 지금 무슨 상황인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왜 그래?”

 

뒤에서 들려오는 물음에 몸을 돌리자, 한 눈에 봐도 묵직해 보이는 서류를 한 손에 들고 법의학실

에서 나오는 공손이 보였다.

 

~ 방금 이상한 경찰이 있어서요.”

 

이상한 경찰?”

 

공손은 마한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복도에는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맞다. 오늘 조사는 어땠어?”

 

공손이 물었다.

 

! 오늘 큰 수확이 있었어요!”

 

마한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사람처럼 눈을 반짝이며 공손에게 말했다.

 

그래? 이거 참 우연이네.”

 

공손은 살짝 미소 지으며 손에 든 서류를 흔들어 보였다.

 

나도 오늘 여기서 만족스러운 수확을 얻었거든.”


S.C.I.드라마 6화보기 (http://www.qdrama.net/cn180626b/6.html)

  1. 전 편에서 3층이라고 번역했습니다만, 이번 편을 보니 3층 짜리 건물에 있다는 뜻이었습니다.ㅠㅠ 전 편 보신 분들이 헷갈리실까봐 각주 달아 놓고, 수정 후 지우겠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