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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공일치/S.C.I. -Holding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35화

by hyuny07 2018. 12. 16.

예전 번역 확인하다가 이제야 바이 위탕의 형 이름을 처음에 '바이 진탕'이라고 번역한 걸 깨달았어요! 으앙.ㅠㅠ 혼란시켜드린 점 죄송합니다!


살인범 훈련소 07 연옥(炼狱)

(S.C.I.드라마 7화 26분 부터 관련 내용이 나옵니다. )

 

강력팀으로 자료를 가지러 갔던 조호는 5분 만에 빈손으로 돌아왔다.

 

"……대장……."

 

마치 귀신이 쫓기는 모양새로 조호는 헐떡이며 말했다.

 

"……큰일 났어요."

 

"?"

 

바이 위탕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뭔데?"

 

"예상길에 사건 발생!"

 

조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빠르게 말했다.

 

"아래층은 거의 전시 상황이에요. 미친놈이 예상길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칼까지 휘둘렀대요!

마도 제요를 공격했던 녀석 같아요!"

 

바이 위탕이 반응한 것은 그로부터 2, 3초가 지난 뒤였다. 그는 외투를 집어 들며 소리쳤다.  

 

"가보자!"

 

 

자동차를 타고 예상길에 이르자 사고 현장은 즉시 알 수 있었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멀리서 봐도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구쳐 오른 불꽃, 하늘 뒤덮은 짙은

연기가 자욱했다.

 

그때 바이 위탕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포증이었다.

 

「너 지금 당장 애들 데리고 예상길로 출동해.」

 

포증은 빠르게 말했다. 그리고 바이 위탕이 대답하기도 전에 다시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수화기 너머가 아닌 뒤에서 들려왔다.

 

"이미 왔군."

 

바이 위탕은 몸을 돌리며 전화를 끊었다.

 

 

쟌 자오, 조호, 애호, 그리고 바이 위탕까지. 네 사람은 방어막으로 둘러싸인 곳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네 사람은 눈앞의 광경에 놀라 멍해졌다.

 

조금 전까지 파티 했던 듯 화려한 조명과 멋들어지게 꾸며진 무대 위에 온몸을 피로 붉게 물들인

남자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주위에는 많은 사람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고 손에는 지포 라이터가 켜진 채 들려있었

.

 

건물과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매캐한 휘발유 냄새가 코끝을 찔러 미간이 절로 찡그려졌다.

 

무대 뒤편의 건물은 이미 큰불로 뒤덮여 있었다.

 

"바이 대장!"

 

진압 부대의 지휘관인 서개(徐凯)와 애호가 달려왔다

 

"저건 뭐야?"

 

바이 위탕은 미친놈을 보는 듯한 시선을 무대로 던지며 애호에게 물었다.

 

""연옥"(炼狱-혹은 지옥)이라는 술집이 오늘 밤 1주년 축하파티로 야외무대를 열었어요. 근데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범인이 휘발유 두 통을 들고 무대로 뛰어들어 공연하는 사람들을 베고, ‘

술집에 불을 질렀습니다."

 

"사람들 몸에도 휘발유를 뿌렸어요?"

 

쟌 자오가 물었다

 

", 틀림없습니다."

 

서개는 대답했다.

 

"그가 현재 라이터로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어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

 

"그의 요구 사항은?"

 

바이 위탕이 물었다.

 

"없습니다."

 

애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계속 저렇게 보고 있을 뿐이에요."

 

"저격도 불가능합니다!"

 

서개가 말했다.

 

"너무 위험합니다. 라이터가 계속 켜진 상태이기 때문에 그게 바닥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저기 있

는 사람들은 다 죽을 겁니다."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뒤, 다시 고개를 들어 전방의 상황을 진지하게

살폈다.

 

무대는 대략 2미터 높이에 설치되어 있으며무대 위에 쓰러져있는 10여 명의 여자들이 있었다.

 

그녀들이 입은 옷으로 보아 오늘 파티에서 공연을 펼치려던 배우들 같았다. 옷은 피로 물어 이미 제 색을 잃은 지 오래였고온몸은 온통 휘발유에 젖어 번들거렸다.

 

기름과 피로 뒤섞인 액체가 밝고 깨끗한 무대 표면에 구불구불 흐르며 붉은 기름띠를 만들었다.

 

무대 한가운데 서 있는 남자는 검은색 후드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어 얼굴을 확인하기란 쉽지 않았다.

얼핏 스친 얼굴은 핏방울이 어지럽게 튀어 마치 산산이 조각난 종잇조각처럼 변해 있었다.

 

그는 이상하리만치 여윈 몸으로 무대를 어슬렁거렸다. 꼿꼿하게 세운 허리와 높게 쳐든 얼굴,

리깐 눈은 마치 거만한 집행자처럼 보였다.

 

이따금 그는 무대 아래의 경찰과 무대에 쓰러진 여자들에게 시선을 돌렸는데, 경찰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미묘한 흥분이, 여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경멸의 빛이 서려 있었다.

 

그의 뒤로 술집 건물에서 쉼 없이 연기가 솟구쳐 올라 주변의 하늘을 검게 뒤덮었다. 그런 검은

연기를 뚫고 연옥이라는 간판이 내뿜는 휘황찬란한 빛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눈을 자극하고 있었다.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가만히 서서 그곳을 응시했다. 온 정신을 집중한 채 마치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보였다.

 

잠시 후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대장, 저 사람이에요!"

 

조호가 바이 위탕 곁으로 다가와서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틀림없어요."

 

바이 위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쟌 자오에게 고개를 돌렸다.

 

"고양아, 무슨 방법 없을까?"

 

쟌 자오는 무대를 올려다보았다.

 

"유일한 방법은 저 사람이 스스로 라이터를 내던지는 것뿐이야."

 

"너는?"

 

이번에는 쟌 자오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무슨 좋은 방법 있어?"

 

바이 위탕은 짙은 연기가 자욱한 술집 건물로 시선을 옮기며 대답했다.

 

"2층에서 내려오면 그를 제압할 수 있어. 물론 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쟌 자오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라이터를 던졌을 때를 말하는 거지?"

 

"2층에 가시려고요?"

 

서개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그는 불안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필사적으로 만류했다.

 

"너무 위험합니다! 건물 전체가 불타고 있어요!"

 

바이 위탕은 서개의 말을 무시한 채 쟌 자오에게 다시 물었다.

 

"고양아, 성공 가능성은?"

 

"반 정도?"

 

쟌 자오는 외투를 벗어 소매를 걷어 올렸다.

 

", 잠깐만요!"

 

서개는 당황한 듯 양손을 흔들어 보였다.

 

라이터만 버리면 특공대원이 진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제압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제야 바이 위탕은 서개를 돌아보았다. 그는 외투를 벗어 그에게 건네주며 어이없다는 듯 쓴웃

음 섞인 웃음을 지었다.

 

"그래. 근데 너는 범인에게 두 번째 라이터가 없다고 보증할 수 있나?"

 

"……."

 

날카로운 지적에 서개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바이 위탕은 "호야, 따라와." 하고는 조호를 데리고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쟌 자오는 두 사람이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다 서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뭘 좀 준비해 주세요."

 

"뭐든지! 뭐든지 말씀만 하세요!"

 

쟌 자오를 바라보는 서개의 눈에는 은은한 흥분이 어려 있었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샌님 티가 물씬 묻어나는 이 젊은이는 천재 중의 천재로 칭송받는 심리학 박

.

 

그는 어떤 마법으로 이 절망적인 국면을 만회할 것인가?

 

쟌 자오는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소형 확성기랑 무대보다 높은 차요!"

 

"……. 그것뿐??"

 

서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쟌 자오를 쳐다보았다.

 

"또 있어요."

 

그렇게 말하는 쟌 자오의 얼굴은 조금 전과 달라져 있었다.

 

그는 진지한 얼굴로 서개를 바라보며 이렇게 덧붙였다.

 

"이따가 무슨 일이 발생하든지이곳의 모든 사람은 반드시 제 말에 따라주셔야 해요!"

 

 

잠시 후, 3미터 가까이 되는 소방차 한 대가 들어왔다.

 

애호는 소형 확성기를 가져와 쟌 자오의 앞가슴에 매달았다

 

그 순간 쟌 자오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바이 위탕이었다.

 

"고양아, 준비 완료. 5분 후."

"ok"

 

쟌 자오는 전화를 끊고 소방차의 지붕에 올라가 확성기의 스위치를 켰다.

 

그 순간 다소 소란스럽던 현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는 젊은이에게로 향했다.

 

무대 위의 남자도 고개를 들어 쟌 자오를 바라보았다.

 

쟌 자오는 그를 살폈다.

 

자신을 향해 치켜뜬 눈에는 흥분과 분노로 가득했다.

 

쟌 자오는 도발하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냉소를 짓는 것도, 그렇다고 말을 하는 것도 아닌,

저 가만히 경멸과 조롱이 가득 찬 남자를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그러자 남자가 다소 흥분된 모습으로 쟌 자오에게 소리쳤다.

 

"뭘 쳐다보는 거야!?"

 

남자의 말에 차 밑에서 지켜보던 애호와 소대장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감탄했다.

 

굉장해!

 

지금까지 수십 명의 협상 전문가들이 왔었지만, 저 녀석의 입을 여는 것은 불가능했는데. 설마 이

렇게 간단하게 열릴 줄이야…….

 

쟌 자오는 서두르는 기색 없이 여유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서 당신을 본 것 같아서 말이죠."

 

"?"

 

"근데 당신 이름이 기억나지 않네요."

 

쟌 자오는 상관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 어쩔 수 없죠. 당신은 너무 평범하잖아요!"

 

"?!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

 

남자는 라이터를 쓰러진 여자에게 가까이 가져다 대며 위협했다. 까무러칠 듯 놀란 여자가 비명

을 내질렀다.  

 

쟌 자오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은 왜 여자들을 미워하는 거죠? 혹시 그녀들이 당신의 어머니랑 닮았기 때문에 아닌가요?"

 

"…….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남자는 깜짝 놀라며 쟌 자오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너 나 알아?"

 

쟌 자오는 별 것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이건 비밀도 아니죠, . M대학에 다니는 내 친구가 당신이 전교의 웃음거리라고 얘기하던걸

."

 

"닥쳐! 닥치라고!"

 

남자는 라이터를 든 손을 쟌 자오 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쟌 자오는 웃기는 짓 하지 말라는 듯 손

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거 조심하는 게 좋을걸요. 손안에 있는 물건을 잃어버리면 안 되죠. 그 물건이 현재 당신이 거

기 그러고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이유잖아요."

 

"?!!!!"

 

흥분한 남자는 무대 앞으로 성큼 나가, "누가 감히 나를 업신여겨나는 유일무이한 존재야!"

고 외쳐댔다.

 

"그래요?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요!"

 

쟌 자오는 찬성하지 않는 듯이 고개를 가로젓고는 남자가 든 라이터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거, 들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거 아닌가요?"

 

"?"

 

남자는 라이터를 들고 있는 자신의 손으로 힐끗 눈을 돌렸다.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어떻게……."

 

 

왜냐하면 당신은 없으니까요!"

 

쟌 자오는 차갑게 쏘아붙였다.

 

"?"

 

"당신에게는 그만한 무게도 들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없다구요!"

 

"……누가 그래……!"

 

남자는 손을 머리 위로 치켜 올리며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누가 내가 들 수 없다고 그래!?"

 

"손이 떨리잖아요!"

 

쟌 자오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어 재꼈다.

 

"마약 중독된 거 아닌가요?”

 

"아니야!"

 

남자는 라이터를 쥐고 있는 손을 반대쪽으로 잡으며 외쳤다.

 

", 나는 마약을 하지 않아나는 그딴 것에 손대지 않는다고!"

 

그러자 쟌 자오는 불쌍하다는 듯 눈을 내리뜨며 말했다.

 

"설마요! 당신 어머니는 당신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잖아요. 마약 중독만 빼고 말이죠.”

 

입 닥쳐닥치라고! 닥쳐!!"

 

누가 당신 어머니에게 마약을 줬는지 알려줄까요?”

 

쟌 자오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묻더니 빠르게 덧붙였다.

 

나예요!”

 

"?"

 

남자는 깜짝 놀라 눈을 치켜떴다.

 

"나는 마약이 당신의 어머니를 망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게 당신의 집을 망하

게 하고, 당신을 망칠 수 있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일부러 그녀에게 준 거예요."

 

쟌 자오는 그의 반응을 즐기듯이 눈을 슬쩍 치켜뜨며 비웃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은 나를 해칠 수 없네요."

 

"……그래 너였어! 너라고죽여 버리겠어!”

 

"당신은 나를 해칠 수 없어요! 당신은 내 머리카락 하나도 건드리지 못할걸요! 못 믿겠으면 해보

던가요!"

 

쟌 자오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당신은 마약에 중독된 채 사람들 앞에 무릎 꿇고 앉아 마약을 구걸하며 추태를 부릴 테지만,

신은 나를 죽일 수도 없고, 손에 든 그걸 나에게 던지지도 못해요."

 

"너 함부로 지껄이지 마! 죽여 버리겠어! 죽여 버리겠어!"

 

"그럼 해봐요! 겁쟁이처럼 여자 뒤에 숨어 있지만 말고요."

 

쟌 자오는 빠르게 덧붙였다.

 

"당신 손에 돌이 있잖아요던져 봐요! 나는 피하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당신은 내 털끝 하나

못 건드리니까요."

 

"죽여 버릴 거야! 죽여 버리겠어!!!"

 

그는 통제력을 잃고 온몸을 떨었다.

 

 그 순간, 그의 손에 있던 라이터가 긴 포물선을 그리며 공중을 날아 쟌 자오의 정면으로 날아왔다. 쟌 자오는 고개를 약간 뒤로 젖히며 손을 뻗어 라이터를 잡았다.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동시에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장시간의 연소로 라이터 표면의 금속 케이스가 고온으로 달궈졌던 것이다라이터는 그의 손에

붉은 화상 자국을 남겼다.

 

지금까지 숨죽여 지켜보던 애호와 사람들은 라이터가 날아오자 흥분으로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

이었다.

 

하지만 흥분에 휩싸인 사람들과 다르게 쟌 자오의 얼굴은 흥분도 감동도 없이 쓸쓸함과 커다란

슬픔으로 가득했다

 

사람들이 흥분으로 휩싸인 그때, "!" 하는 굉음과 함께 술집 2층 유리창을 뚫고 들어온 하얀 그

림자가 무대 위의 남자를 향해 단숨에 뛰어들었다

 

바이 위탕은 바닥을 한 번 구르며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멀찍이 나가떨어졌던 남자도 엉

거주춤 몸을 일으키더니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하지만 그의 손이 미쳐 주머니에서 빠져나오기도 전에 바이 위탕은 날렵한 발차기를 휘두르며 그

를 무대에서 지상으로 날려 버렸다.

 

뒤이어 자신도 무대에서 가볍게 뛰어내리더니 쓰러진 남자의 멱살을 움켜쥐었다순간, 남자는 한쪽 벽까지 휘익 날아갔다.

 

남자가 벽에 부딪히는 소리에 대원들은 놀라 뒷걸음질 쳤다.

 

바이 위탕의 기세는 엄청났다. 그는 다시금 남자의 멱살을 움켜쥐며 사납게 일갈했다.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지 알아?! 이 개자식!"

 

"바이야."

 

소방차에서 내린 쟌 자오가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그를 불렀다. 그러자 접근조차 어렵던

바이 위탕의 사나운 기세가 순식간에 누그러졌다.

 

바이 위탕이 손을 놓으며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서자 축 처진 남자의 몸이 진흙 범벅인 벽을 따라

그대로 미끄러졌다.

 

지금까지 멀찍이 떨어져 넋 놓고 보고 있던 대원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살인범을 경찰차로

호송했다.

 

바이 위탕을 따라 술집에서 뛰쳐나온 조호는 구조대원에게 부상자를 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상자들이 들것에 실려 건물에서 줄지어 나왔다.

 

바이 위탕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쟌 자오는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

고 몇 발자국 앞에서 손을 들어 보였다. 잠시 뒤 두 사람의 손이 공중에서 가볍게 맞부딪혔다.

 

쟌 자오는 그대로 몸을 돌려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앞장서 걸어갔다. 바이 위탕도 그 뒤를 따

라 사람들 쪽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과 현장이 도착해 사건이 해결되기까지. 모든 것을 지켜보고 서있던 백치는 문득 가슴속

에 피가 끓어오르고 있다는 걸 느꼈다.

 

손끝이 저릿할 정도로 온몸의 세포들이 격렬하게 떨려오고 있었다.

 

바닥에 낭자한 붉은 피와 불타는 건물들,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사람들은 마치 이곳이 진정한 연

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하지만 그런 혼란 속에서도 순간적인 능력을 발휘해 모든 것을 해결한 두 남자.

 

백치는 연옥을 떠나 사람들 사이로 천천히 사라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가만히 응시했다.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 같은 순백의 두 그림자……

 

백치의 머릿속에 쟌 자오의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메아리쳤다

 

"총을 못 쏜다고 경찰이 될 수 없는 건 아니에요! 당신에겐 하늘이 준 최고의 선물이 있잖아요!"

 

 

 

긴장된 분위기 속에 구조와 진화 작업은 서개의 지휘 아래 질서정연하게 진행됐다. 어느 정도 작

업이 마무리될 즈음, 애호가 호기심 띤 얼굴로 쟌 자오 곁으로 다가왔다.

 

"쟌 박사님, 혹시 범인을 아시는 겁니까?"

 

쟌 자오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몰라요."

 

"그럼 어떻게 그가 M대라는 걸 아셨습니까? 그리고 그의 어머니가 마약 중독자라는 건요?"

 

"…….저도 알고 싶어요."

 

백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가오며 말했다.

 

쟌 자오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사실, 대부분 추측이에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대답에도 여전히 호기심 가득한 눈을 반짝이며 쳐다보고 있었다.

 

쟌 자오는 하는 수 없이 자세히 설명하기로 했다.

 

"조금 전 백치는 확률을 통해 그 사람이 제요를 공격한 건 우연이 아니라고 했어요. 그가 젊어 보

인다면, 그것은 제요의 학우일 가능성이 크다. 라는 뜻이죠. 그리고 그의 어머니가 마약을 복용했

다는 건 그의 행위로 미루어 짐작한 거예요. 그는 이전에 매춘녀를 공격한 사건을 여러 번 일으켰

, 이번에는 여자만 칼로 베었기 때문에 그가 여자를 매우 미워하는 것으로 봤죠. 이 연령대의

남성들이 일으키는 여자문제는 대부분 엄마와 관련된 거고, 그래서 간단히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로 본 거예요.”

 

그의 설명이 끝났음에도 애호와 사람들은 알 듯 말 듯한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반면 백치는 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온 얼굴에 숭배의 형상을 띄운 채 눈을 반짝이며 쟌 자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어색한 듯 가볍게 기침을 한 쟌 자오는 바이 위탕의 팔을 잡아당기며 화제를 전환했다.

 

"아주 재미있는 게 있어!"

 

바이 위탕이 뭔데?” 하는 얼굴로 돌아보자 쟌 자오는 바이 위탕 손에 무언가를 넘겨주었다.

 

바이 위탕은 고개를 숙여 손에 들어온 물체를 확인했다. 미지근한 열감이 남아있는 은색 지포 라

이터였다.

 

조금 전 범인이 쟌 자오에게 던졌던 라이터인 것이다. 그리고 지포 라이터 겉면에는 영문 알파벳

이 새겨져 있었다.

 

"Killer training camp"

 

……

 

"또 그 살인 훈련소에요?"

 

 

깜짝 놀란 조호가 펄쩍 뛰며 소리쳤다.

 

바이 위탕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애호를 돌아보며 명령

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자료 모두 내일 S.C.I.로 가져오도록 해."

 

"."

 

"그럼 오늘은 모두 지쳐 있으니 내일 아침에 이야기하는 거로 하고!"

 

거기까지 말한 바이 위탕은 쟌 자오를 돌아보며 이렇게 덧붙였다.

 

"다시 처음부터 살펴보자!"

 

쟌 자오는 바이 위탕과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

 

백치를 집으로 돌려보낸 뒤,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아파트로 돌아왔다.

 

지난번 사건 때부터 바이 위탕은 계속 쟌 자오 집에 머물고 있었다. 처음에는 쫓아내려고 벼르던

쟌 자오도 바이 위탕이 밥이며 갖은 집안일을 해주자 편안하다는 이유로 가만히 내버려 두고 있

는 것이다.

 

온몸에서 진동하는 휘발유와 피 냄새를 말끔히 씻어낸 바이 위탕은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욕실에

서 빠져나왔다.

 

거실의 소파에는 쟌 자오가 책을 안고 잠들어 있었다.

 

언젠가 봤던 익숙한 그 모습에 바이 위탕은 기가 차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이 고양이는 어째 매번 이러냐.

 

그러면서도 소파로 걸어가는 바이 위탕의 발걸음은 한없이 조용했다.

 

실내의 포근한 불빛 아래, 소파 위에서 잠든 사람은 한없이 평온해 보였다.

 

살짝 벌어진 입과 둥그런 이마, 마치 어린 꼬마가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바이 위탕은 살며시 자신의 얼굴을 그의 얼굴 곁으로 가까이 가져다 댔다. 그러자 그가 깊이 잠들

었을 때만 내뱉는 부드러운 숨결이 느꼈다.

 

바이 위탕은 가만히 쟌 자오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하나하나 천천히. 아주 오랫동안.

 

그는 지금, 이 순간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평온함이 좋았다.

 

바이 위탕은 손을 뻗어 쟌 자오의 이마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네가 매일 밤 이렇게 편안히 잠들 수만 있다면, 나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

 

그런 생각을 하며 바이 위탕이 살며시 이마에 입을 맞추자, 쟌 자오의 길고 풍성한 속눈썹이 가늘

게 떨렸다.

 

바이 위탕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마에서 입술을 떼었다. 그리고는 쟌 자오의 귓가에 조

용히 속삭였다.

 

"고양아, 넌 이대로 있으면 돼. 아무것도 할 필요도 없고, 아무것도 바꿀 필요 없어. 내가 다 할

."

 

그리고는 바이 위탕은 쟌 자오를 가볍게 안아 들어 침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품에서 쟌 자오의

뺨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둘이 함께하는 밤, 꿈을 꾸지 않아도 외롭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