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덕공일치/S.C.I. -Holding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37화

by hyuny07 2018. 12. 30.

 

원작 소설 정보

2018/07/15 - [BL/BL드라마] - [중국BL드라마] S.C.I. 谜案集(미안집) 소개/ 원작소설 정보


인물 정보 

2018/08/02 - [덕질 팁] - S.C.I.미안집 원작 소설 속 인물정보

 

*중국어 모릅니다. 번역기의 직역과 저의 오역/의역으로 번역했습니다.

*두 주인공과 서브 커플을 제외한 이름은 (제가) 외우기 힘들어 한국어로 직역합니다.

 


살인범 훈련소 09 이용

 

교도소 내 특별 면회실.

 

바이 위탕은 이미 수도 없이 와 본 곳이지만 올 때마다 느끼는 답답하고 괴로운 마음은 어쩔 도리

가 없었다.

 

아니, 만약 자신 앞에 있는 사람이 평범한 범죄자라면, -가족을 돌보지 않거나, 죽이거나 도둑질하는 것- 그는 아무렇지 않게 상대를 범죄자로 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 앞에 앉아 있는 양봉처럼, '특수' 범죄자인 경우, 그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도무

지 알 수 없었다.

 

어젯밤, 그를 만났을 때, 그는 흉악범이었다. 그러나 오늘, 그는 범죄를 저지른 환자가 되어 있었다.

 

양봉은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에선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바이 위탕은 쟌 자오에게 눈짓을 했다. 난 가만히 있을 테니 네가 하라는 뜻이었다.

 

쟌 자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양봉에게 눈길을 돌렸다.

 

"나 기억해요?"

 

쟌 자오의 질문에, 양봉은 십 초 정도 지나고 나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쟌 자

오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몇 가지 질문 좀 해도 될까요?"

 

쟌 자오가 내용을 바꿔 다시 물었다.

 

양봉은 이번에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과 다르게 매우 협조적인 모습이었다.

 

"……."

 

쟌 자오는 자료를 들춰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곧바로 뒷말이 나오지는 않았다. 어디서부터 시

작해야 좋을지 잠시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망설이는 사이 양봉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환자에요."

 

쟌 자오는 고개를 들어 양봉을 보았다. 양봉이 덧붙였다.

 

"모두 나를 보고 그렇게 말하던데요……."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무심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쟌 자오는 자료 파일을 덮었다.

 

"우리에게 당신 얘기를 해줄 수 있을까요?"

 

쟌 자오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

 

양봉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의 입을 통해 나온 이야기는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불우한 가정의 비극이었다.

 

가난한 집안, 어머니와 자신을 버려두고 도망간 아버지, 생활고에 시달린 어머니는 낮에 일을

했고, 턱없이 부족한 돈을 가지고 두 사람은 근근이 살아야만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어

머니는 마약에 빠져버렸고, 그로 인해 그녀는 더욱 망가져 갔다.

 

질병, 가난, 폭력, 편견…….

 

나쁜 일은 한꺼번에 몰려온다는 말처럼 모든 것이 양봉의 성장 전반에 걸쳐 일어나며 그에게 지

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는 예민해졌고, 사람들에게 열등감을 느꼈으며, 사랑을 믿지 않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양봉은 자신이 비정상이라는 것을 알았다. 병적으로 여자를 미워했던 것이다.

 

특히 마약 하는 여성이었다.[각주:1]

 

그는 꿈속에서 그런 여자들을 마음껏 칼로 베어냈다. 그녀들이 흘린 피가 강을 이루었고, 타락한

영혼을 정화한다며 그녀들의 사체를 불태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현실에서의 첫 번째 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여동생을 베었다.[각주:2] 그리고 그는 그전에는 느껴본 적 없는 쾌감을 느꼈다.

 

집으로 돌아온 뒤, 그는 자신을 괴롭히던 불면증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그날 이후, 그는 악마처럼 끊임없이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어제 잡히기 직전까지.

 

양봉은 자신의 지난 이십 년을 조용히, 그리고 막힘없이 이야기했다. 마치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

의 이야기를 전하듯. 태연하게 이야기하는 그를 보고 있자니 듣는 이가 더 슬퍼질 정도였다.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그의 말을 다 들은 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양봉은 강박감이 심했을 뿐,

약 그가 죄를 짓지 않았더라면 그는 정말 동정할 만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그의 손에 많이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게다가 그의 잔인한 수단은

 

나쁜 것은 이 사람인가 아니면 뒤에서 그를 조종하는 조직인가?

 

"이거."

 

쟌 자오는 Killer training camp라고 새겨진 라이터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더니 양봉 앞으로 들이

밀었다.

 

"이거에 관해 이야기 좀 해 볼까요?"

 

양봉은 라이터를 내려 보다 다시 고개를 들고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을 번갈아 보았다.

 

"나는 몰라요."

 

"?"

 

바이 위탕의 미간을 찌푸리며 날카롭게 되물었다.

 

양봉은 한쪽 입꼬리를 치켜 올려 웃으며 대답했다.

 

"나 진짜 몰라요."

 

"그럼 피해자들에 관한 자료는 어디서 구한 거죠?"

 

쟌 자오는 상대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며 물었다.

 

"누가 보내줬어요."

 

"누구요?"

 

양봉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더 이상 묻지 마세요. 저는 앞에 이야기한 것만 이야기하고 싶어요. 다른 것은 말하고 싶지 않아

."

 

"말하고 싶지 않아?"

 

바이 위탕은 날선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넌 지금 이용당한 거야! 알아? 여긴, 사람을 죽이기 위해 네 병을 이용한 거라고! 지금 네가 그들

의 살인을 돕고 있다는 걸 아직도 모르겠어?"

 

"당신은 사람 죽인 적 없어?"

 

양봉이 반문했다.

 

바이 위탕은 말문이 막혔다.

 

양봉은 그의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당신 같이, 자신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고, 자신과 주변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나 같이 인간

쓰레기의 인생을 이해할 수 없겠지."

 

바이 위탕은 놀란 눈으로 양봉을 바라보았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

 

"그럼 는 당신을 이해했나요?"

 

쟌 자오가 갑자기 물었다.

 

"당연하지!"

 

양봉은 한쪽 볼을 비틀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그들은 나에게 힘과 평안을 줬어! 나에게 삶의 용기를 주고,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조용히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쟌 자오는 그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

 

"''라고 했는데, 왜 당신은 '그들'이라고 하죠?"

 

"……"

 

양봉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그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원망스럽다는 투로 소리쳤다.

 

"나는 당신 같은 사람이 제일 싫어!"

 

그런 다음 그는 고개를 휙 쳐들며 손가락으로 바이 위탕을 가리켰다. 그리고 다시 쟌 자오를 가리

키며,

 

"이 사람보다 네가 더 싫어!" 하며 히스테릭하게 소리쳤다.

 

"!……."

 

바이 위탕은 두 손으로 테이블을 탕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동시에 양봉의 멱살을 잡을 듯

손을 뻗는 그를 쟌 자오가 제지했다. 씩씩거리며 바이 위탕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자 쟌 자오는 양

봉을 돌아보며 물었다.

 

'"왜 나를 미워하는 거죠? 내가 당신의 가장 진실한 곳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양봉은 입술을 꼭 깨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신호로 쟌 자오는 양봉의 심리적 방어막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양봉의 방어막이 무너져 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는 양봉의 말을 유도하는 방법도 이미 생각해 놓았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쟌 자오는 갑자기 급격한 피로감을 느꼈다.

 

사실 그는 양봉의 속마음을 끄집어내는 것이 마치 비밀리 숨겨둔 마음을 몰래 엿보는 것 같아 고

통스럽게 느껴졌다.

 

쟌 자오가 그렇게 생각하며 잠시 고민에 빠지자 바이 위탕이 손을 뻗어 테이블 위의 벨을 눌렀다.

 

멍하니 생각에 빠져 있던 쟌 자오가 그 소리에 정신 차린 듯 고개를 들어 올렸다.

 

곧이어 교도관 두 명이 걸어 들어왔다. 바이 위탕은 그들에게 지시했다.

 

" 데리고 가."

 

그런 다음 바이 위탕은 쟌 자오을 힐긋 돌아보고 나서 이렇게 덧붙였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두 명의 교도관이 양봉을 이끌고 문밖으로 사라지자, 쟌 자오는 급히 바이 위탕을 돌아보며 사과

했다.

 

"괜찮아 고양아, 우리 천천히 가자고. 너 피곤한 것 같으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바이 위탕은 부드럽게 웃으며 쟌 자오의 머리를 헝클어트리고선 홀가분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

어섰다.

 

"좀 걷고 싶은데. 어때, 우리 좀 걸을까?"

 

쟌 자오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너 차는?"

 

"내일 가지러 오면 돼."

 

바이 위탕은 코트를 걸쳤다.

 

"갈까?"

 

"."

 

쟌 자오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쟌 자오가 문을 향해 발길을 떼자 바이 위탕도 그

뒤를 따랐다.

 

 그 순간, 고개 숙인 채 생각에 잠긴 쟌 자오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바이 위탕의 눈이 계속해서 그를 따라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게다가 그의 눈 속에 한줄기 번쩍이는 빛은 굳은 결심의 눈빛이었다.

 


 

 

지루한 이사회가 끝나고 바이 유탕은 눈썹을 비비며, 바이가(白家) 빌딩에서 걸어 나왔다.

 

곧바로 자신의 차 운전석에 올라탄 그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차를 부드럽게 출발시키며 그는 생각했다.

 

공손과 가까워질 방법을 생각해야 해. 그는 지금 나를 성희롱 변태로 여기고 있다고. 공손에게

좀 더 품위 있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하는데……. ~~

 

그런 생각을 하며 커브를 도는 순간, 갑자기 앞이 환해지면 한 인물이 바이 유탕의 시야에 들어왔

.

 

공손은 아파트 아래 도로변에 서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손목시계와 차도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바이 유탕은 멀리 떨어진 곳에 차를 정차시킨 후, 마치 예술품을 감상하듯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 시간으로 봤을 때 공손은 아마도 S.C.I.에서 막 돌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공손은 집에 들렀

다 온 듯 흰 가운 대신 검정 브이넥 니트에 검정 슬랙스를 입고 길가에 서 있었다.

 

가만히 서 있어도 느껴지는 우아함, 뽀얀 피부, 가느다란 팔다리, 검은 머리카락에……무테안경까지. 공손에게는 말 못 할 섹시함이 넘쳐흘렀다.

 

백금당은 흐뭇한 얼굴로 차를 출발시켰다.

 

"어디 미인을 태워볼……."

 

하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눈앞에 흰색 승용차 한 대가 끼어들며 공손 앞에 멈춰 섰.

 

공손도 이 차를 기다린 듯 그는 운전석을 향해 몇 마디 말을 던진 후 조수석으로 올라탔다.

 

흰색 승용차와의 거리가 있었지만, 바이 유탕은 운전석에 앉아 있는 사람을 똑똑히 보았다. 그날

저녁 파티에서 공손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던 방정이라는 브로커였다.

 

공손과 방정이 탄 차가 출발하자, 바이 유탕은 본능적으로 그 차의 뒤를 따라 나섰다.

 

흰색 승용차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의 한 프랑스 레스토랑 앞에서 멈춰 섰다. 곧이어 차에서 내린

두 사람이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바이 유탕은 길가에 차를 세운 채 담뱃갑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 차 안이 금세 희

 

뿌연 연기로 가득 찼다.

 

공손과 방정은 창가 근처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 메뉴판을 들여다보던 두 사람이

웨이터에게 음식을 주문하는 듯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웨이터가 주문한 음식을 들고 두 사람

테이블로 다가왔다. 두 사람은 음식을 먹으며 식사 내내 웃음꽃을 피웠다.

 

담배를 태우며 그곳을 가만히 응시하는 바이 유탕의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백미러에 비친 그의 얼굴에는……잔혹함과 포악함이 감돌고 있었다.

 

 

식사 내내 공손은 바이 유탕이 밖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공손은 퇴근하다 방정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던 옛 동창이었기 반가운 마음에 지난번 연락처를 주고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방정이 그에게 식사를 권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너 좀 놀랐던 것 같은데?"

 

방정은 레드 와인이 담긴 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물었다.

 

공손은 솔직한 마음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넌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았네."

 

방정은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공손은 어깨를 으쓱하며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신이 얼마나 안 변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 앞에 있는 여자가 얼마나 바뀌었는지는 알 수 있

!

 

그의 기억 속에 방정이라는 사람은 매우 내성적이고 겁이 많은 사람이었다. 한 마디로 모범생 스

타일로 공부에만 열중하고, 옷도 단정하게 입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그녀는…… 세련되고 우아하게 차려입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업까지 하고 있었다.

 

"그 일에 대해 너에게 고맙다고 말할 기회가 없었잖아."

 

방정이 와인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 벌써 지나간 일인데 뭐. 별로 신경 쓰지 마."

 

공손은 가볍게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물론 지금이야 쉽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때는 그 여학생 때문에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맞아, 방정도 마약을 했었어.

 

공손은 그 당시 품행이 단정하고, 성적이 우수했던 방정이 왜 마약을 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

.

 

학창시절, 공손은 체육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매번 아프다는 핑계로 체육을 빠졌었다.

 

그렇게 남들 체육 할 때 그는 책을 들고 의무실이나 옥상으로 올라가 시간을 보냈다.

 

그날도 공손은 아프다는 핑계로 체육을 빠진 채 옥상을 올라갔다. 그리고 거기서 자살하려는 방

정을 만났다.

공손은 자신도 모르게 옥상 난간에 서 있는 방정의 팔을 잡아당겼다. 동시에 그녀의 팔뚝 위에 난 정맥 주사자국을 발견했다. 

건물 꼭대기 층 사무실에 있던 선생님들은 옥상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 깜짝 놀라 달려왔다. 그들 앞에서 방정은 공손의 손을 잡고서 자신들은 연인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에 공손은 방정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애절한 눈빛을 보고서 입을 다물어버렸다.

 

캠퍼스의 아이돌로 사랑받아온 공손이 연애를 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은 조약돌 하나가 큰 파도를

일으키듯이 사람들 사이에 크게 술렁였고, 그 대상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여자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두 사람 사이에 대해 여러 소문이 돌았지만, 공손은 방정을 돕기 위해 소문에 입을 여는 일도 없었다. 그는 매일 같이 방정과 함께하며 조용히 책을 보거나 공부를 했었다.

 

그로부터 반년 후, 방정은 전학을 갔고, 이후에는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 일도 없었다.

 

"……어때?"

 

이런 자리에서 어떤 말을 꺼내야 하는 건지 공손은 고민스러웠다.

 

그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조심스럽게 묻자, 방정이 미소 지은 얼굴로 대답했다.

 

"난 이미 끊었어."

 

"……!……"

 

공손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기쁨, 그리고 무거운 짐을 벗어 버린 듯한 홀가

분한 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 모습에 방정은 깔깔거리며 소리 내 웃었다.

 

"넌 내가 왜 전학 갔는지 알아?"

 

여전히 웃음기 여린 목소리로 방정이 물었다.

 

"……마약을 끊으려고?"

 

공손이 진지한 얼굴로 대답하자, 방정은 황당하다는 듯이 웃으며 고개를 살랑살랑 저었다.

 

"난 그 학교에서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었어!"

 

"어째서?"

 

공손은 살짝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무슨 골치 아픈 일을 생겼던 걸까?

 

방정은 공손을 가만히 바라보다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넌 정말 너무 둔해. 그날 이후 내가 매일같이 협박 편지를 받았다는 것도 모르지?!"

 

공손은 허를 찔린 듯한 기분이었다. 그녀의 전학이 자신과 관련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 때

문이다.

 

방정은 한숨을 내쉬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방법이 없었어. 누가 나 같은 미운 오리 새끼가 학교 킹카를 독차지할 줄 알았겠어?"

 

그렇게 말하고 방정은 공손에게 살짝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공손은 굳은 얼굴을 풀며 겸연쩍게

웃어 보였다.

 

한 시간쯤 뒤,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산을 마친 후 직원의 인사를 받으며

 

레스토랑 문을 나서는데 방정이 불쑥 물었다.

 

"맞다, 그 사건은 어떻게 됐어?"

 

공손은 잠시 멍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정이 총격 사건에 관해 묻는 다는 것을 깨달았

.

 

"나는 잘 몰라. 일반적으로 조사에는 참여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공손은 마음 한구석에서 께름칙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녀는 왜 그런 걸 물

었을까.

 

"데려다줄까?"

 

방정이 물었다.

 

"괜찮아, 좀 걷고 싶어."

 

공손이 대답했다.

 

공손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실제로 저것이 방정이 자신과 만난 궁극적인 목적이라면, 지금까지의 담소는……다 연기인

걸까?

 

방정, 너 도대체 얼마나 변한 거야?

 

공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리자 방정은 애써 웃어 보이며 말했다.

 

"너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았네……, , 그런 게 바로 네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긴 하지."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입구에서 작별 인사를 나눴다. 방정의 차가 사라지자, 공손은 자신의 집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 몸을 돌렸다.

 

그때 등 뒤에서 클랙슨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낯익은 검은색 벤츠가 보였다. 벤츠는 공손

곁으로 천천히 다가와 멈춰 섰다.

 

운전석 창문이 내려가고, 그 사이로 바이 유탕이 몸을 내밀었다.

 

"타시죠."

 

공손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늘 이사회가 있다고 하지 않았었나? 어떻게 여기 있는 거지?

 

게다가 오늘은 평소의 바이 유탕과 달라 보였다. 언제나 자신을 볼 때마다 날뛰어대며 한두 마디

농담을 던지던 그가 아닌……오늘은 진지한 모습이었다.

 

공손은 조수석 쪽으로 돌아가 문을 열고 얼른 올라탔다. 차 안이 매캐한 담배 냄새로 가득했다.

 

"왜 이렇게 담배 냄새가 심해요? 당신이 담배 피우는 거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그리고서 공손은 손으로 차 안을 휘휘 저으며 창문을 내리려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몇 번 눌러도

창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창문 망가졌어요?"

 

공손은 버튼을 계속 누르며 물었다. 하지만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의아하게 생각한 공손은 고

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바이 유탕은 정면을 뚫어져라 응시한 채 운전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공손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바이 유탕에게서 무서운 기운이 느껴진 것이다.

 

"……당신 왜 그래요"

 

공손이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바이 유탕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그 순간 공손은 알아차렸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리는 차의 방향이 자신의 집 쪽이 아니라는 사

실을.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했다.

 

"……당신 어디 가는 거예요"

 

재차 공손이 물었음에도 바이 유탕은 그의 말을 무시한 채 계속해서 차를 몰 뿐이었다.

 

"차 세워요"

 

공손은 목소리를 높였다.

 

"나 내릴 거예요!"

 

하지만 여전히 바이 유탕은 묵묵부답이었다.

 

공손은 차 문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열려고 시도해 봐도 굳게 잠긴 차 문은 열릴 줄 몰랐

.

 

"……바이 유탕, 당신 지금 이게 무슨 짓이에요!”

 

공손이 소리쳤다.

 

그때였다. 바이 유탕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 동시에 차가 크게 앞으로 기우뚱거렸다.

 

그 반동으로 공손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머리가 핑 돌며 안전벨트를 맨 어깨가 아파왔다.

 

"당신 미쳤어요?! 지금 나한테 화풀이하는 거예요?!"

 

공손은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으며 바이 유탕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욕을 퍼부어주려 했다. 하지

만 자신을 보고 있는 바이 유탕의 표정에 놀라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지금 자신 앞에 있는 바이 유탕은 지금까지 그가 알고 있던 바이 유탕과 달랐다. 조금 신경질적이

, 뻔뻔한 변태가 아니라……너무 무서웠다.

 

"당신……."

 

공손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손을 뻗어 바이 유탕의 어깨를 가볍게 쥐었다.

 

"왜 그래요?"

 

그와 동시에 바이 유탕의 얼굴에서 난폭한 기운이 사라지고 냉정함과 평온함만이 느껴졌다.

 

바이 유탕은 자신의 어깨에 올려진 공손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치더니 공손의 눈을 마주 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좋아합니다."

 

 


 

해가 저물자 호숫가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가로등과 오동나무가 번갈아

늘어져 있는 산책로를 걸었다.

 

그 산책로를 기준으로 왼쪽으로 호수가 자리해 있다. 호수 한가운데에는 유람선 한 대가 환히 불

을 밝힌 채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산책로 오른쪽은 차도였다. 속도를 내며 달려가는 차량의 미등이 영롱한 빛을 내며 어지러이 뒤엉켰다.

 

앞서 걷는 쟌 자오의 뒤를 바이 위탕이 조용히 따라갔다.

 

쟌 자오가 의아하게 생각할 정도로 오늘따라 바이 위탕은 유난히 조용했다. 마치 무슨 생각에 빠

진 듯 고개를 숙인 채 따라오는 그에게 쟌 자오도 쉽사리 말을 걸 수가 없었다. 그저 붉은 석양빛

사이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의미 없는 시선을 던질 뿐이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갑자기 등 뒤에서 바이 위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양아."

 

쟌 자오는 발걸음을 멈춘 채 몸을 돌려 바이 위탕을 바라보았다.

 

가로등 불빛 아래, 빛과 그림자가 뒤엉키며 마치 눈앞의 사람만이 이 공간에 홀로 존재하는 듯 아

주 또렷하게 보였다.

 

바이 위탕은 한 걸음 다가와 쟌 자오를 마주 보았다.

 

"고양아……."

 

바이 위탕은 그를 다시 부르더니 마음을 가라앉히려는 듯 두세 번 심호흡을 한 후 말을 이었다.

 

"우리……바꾸는 게 어떨까?"

 

"……바꾸다니 뭘?"

 

쟌 자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음이 조금 편치 않아졌다.

 

"……."

 

바이 위탕은 애써 태연한 척 웃어 보였다.

 

"우리, ……관계를……."

 

쟌 자오의 얼굴이 순간 발그레 상기되었다.

 

"?"

 

"계속……."

 

바이 위탕은 있는 힘을 다해 평정을 유지하려 했다. 그러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애매하잖아."

 

쟌 자오는 말없이 바이 위탕을 눈을 마주 보았다.

 

"……."

 

바이 위탕은 머리를 마구 긁적이더니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덧붙였다.

 

"……확실히 하고 싶어."

 

바이 위탕이 그렇게 말하자 쟌 자오는 생각에 잠긴 듯 잠시 침묵하더니 대답했다.

 

"…………"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쟌 자오의 모습에 바이 위탕은 묘한 흥분함을 느꼈다.

 

"……너도 동의해?"

 

"…………"

 

쟌 자오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바이 유탕은 장난스럽게 미소 지으며 쟌 자오의 턱을 부드럽게 들어 올렸다.

 

"고양아, "" 이 뭐야?"

 

하지만 쟌 자오는 말없이 바이 위탕을 바라볼 뿐 이었다. 그의 눈빛은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나 널……."

 

바이 위탕은 메마른 입을 축이듯 침을 꿀꺽 삼켰다. 이윽고 그의 짙은 눈동자가 쟌 자오를 응시했

.

 

"좋아해."

 

 ……………

 

쟌 자오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바이 위탕은 머리서부터 빠르게 피가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쟌 자오를 바라볼 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머릿속이 하얘지며 절망에 가까운 기분에 빠져들려는 순간, 쟌 자오의 고개가 가볍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

 

쟌 자오의 대답에 바이 위탕은 멍해졌다.

 

"??"

 

"……."

 

"?"

 

"!"

 

그제야 긴장으로 굳어있던 바이 위탕의 얼굴이 점점 풀어지더니 입이 저절로 벌어지며 얼굴 한가

득 웃음꽃이 피었다.

 

바이 위탕은 쟌 자오를 가볍게 끌어당겼다. 그리고 자신 앞에 다가온 쟌 자오를 향해 고개를 숙였

.

 

"고양아…… 좋아해."

 

 

사람은 누구나 맑은 공기와 따사로운 햇살을 누리며 살아간다.

하지만 모든 영혼의 결말은 각기 달라진다.

 누군가는 사랑을 하고, 누군가는 증오를 느끼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만약 마음속에 용서를 품고 살아간다면, 그건 마치 티 없이 깨끗한 구름 위에 누워있는 것과 같고,

만약 마음속에 원한을 품고 살아간다면, 그건 마치 깊고 어두운 수렁의 늪에 빠진 것과 같다.

 

 

컴퓨터 모니터가 메일 도착을 알렸다.

 

-왜 너만 불행한 거야? 왜 너만 외로워야 하는 거야?-

 

눈물이 웃는 얼굴을 타고 미끄러져 내리며, 삐뚤빼뚤한 길을 만들어 냈다.

 

손안에는, 여러 가지 색상의 알약이……

 

 

그곳에서 개울이 내려다보였다. 개울물은 부글부글 끓으면서 역류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그 늪에서는 진흙에 덮여 뒹굴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모두 발가벗었고, 성난 얼굴이었다. 이빨로 서로를 조각나도록 물어뜯고, 손뿐 아니라 머리와 가슴, 다리로 난투를 벌이고 있었다.

 

  ————————《신곡지옥 제 5곡


이번 신곡은 세계문학전집 150 신곡: 지옥편 -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입니다.

 

책에서는 5곡이 아닌, 7곡에 관련 내용이 나와 그 부분을 인용하였습니다.

 

  1. 원서에는 마약 하는 여성 말고도 어떤 여성이 또 언급됩니다. 하지만 한국 계정으로는 확인할 길이 없어 그 부분을 지웠습니다. [본문으로]
  2. 여기도 마찬가지로. 그냥 여동생이 아닙니다. 한국 계정으로는 他只是砍伤了一个□□妹 원서가 이렇게 나와 그냥 여동생으로 번역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