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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공일치/S.C.I. -Holding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43화

by hyuny07 2019. 3. 16.

원작 소설 정보

2018/07/15 - [BL/BL드라마] - [중국BL드라마] S.C.I. 谜案集(미안집) 소개/ 원작소설 정보

인물 정보 

2018/08/02 - [덕질 팁] - S.C.I.미안집 원작 소설 속 인물정보

 

 

*중국어 모릅니다. 번역기의 직역과 저의 오역/의역으로 번역했습니다.

*두 주인공과 서브 커플을 제외한 이름은 (제가) 외우기 힘들어 한국어로 직역합니다


 

 

 

 

살인범 훈련소15. 돌파하다

 

 

마한은 컴퓨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뒤, 두 번째 메일이 날라 왔다. 메일은 처음과 똑같은 내용이었다.

 

그는 서둘러 쟌 자오가 보내 준 문서의 첫 번째를 열어 거기에 쓰여 있는 대로 똑같이 답장을 썼

.

 

당신 누구야

 

쟌 자오가 정확히 어떤 의도를 품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마한은 묵묵히 그의 지시를 따랐다.

 

메일을 보내고 나자 방안에는 다시 시계 초침 소리만이 들려왔다. 시간이 흘러 큰 바늘이 한 바퀴

를 돌았을 때 세 번째 메일이 날아왔다. 내용은 여전히 같은 내용이었다.

 

12시쯤 다섯 번째 메일이 도착했다.

 

마한은 재빨리 쟌 자오가 보낸 두 번째 문서를 열었다.

 

가치 없는 쓰레기를 처단하라

 

상대가 보낸 메일의 마지막 문장이었다. 마한은 이번에도 그대로 옮겨 써서 보낼 뿐 어떤 의구심

도 가지지 않았다.

 

메일을 보내고 나자 다시 상대방에서 메일이 왔다. 하지만 마한은 응답하지 않은 채 모니터 오른

쪽 아래의 시간만을 가만히 응시했다.

 

아까 전 통화에서 쟌 자오는 두 번째 메일을 보내고 나면 쉬어도 된다고 했지만 마한은 의자에서

요지부동이었다.

 

하늘이 점점 밝아지고 시계가 530분을 가리키자 마한은 세 번째 문서를 열었다.

 

악마가 깨어났다.

 

2분 뒤 상대 쪽에서 답장을 보내왔다. 메일은 첨부파일을 포함하고 있었다.

 

사진과 신상 명부가 각각 한 장씩 들어 있는 첨부파일의 이름은 '사냥감이었다.

 

사진에는 중년 남성의 얼굴이 찍혀 있었다.

 

마한은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마한이 밤을 새우는 그때, 바이 위탕과 쟌 자오도 침대에 누워 뜬눈으로 밤을 새고 있었다.

 

바이 위탕은 자신의 참을성에 감탄했다.

 

그래 바이 위탕, 너는 참을 수 있어. 바이()라는 성()에 먹칠하지 말자. 너는 리우(버드나무

:)가 아니야~~

 

바이 위탕이 필사적으로 불끈거리는 아래를 참아가는 그때, 쟌 자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

었다.

 

만약 저 생쥐 녀석이 어젯밤에 자신을 힘으로 몰아붙였다면 아마 벗어날 수 없었을 거야.

바이야, 내가 그동안 너를 오해한 것 같아. 나는 네가 양아치(流氓)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양반일 ……

 

"고양아, 너 언제쯤이면 하게 해줄 거야?"

 

안심하고 있는 쟌 자오의 틈 사이로 갑자기 바이 위탕이 치고 들어왔다.

 

"!"

 

쟌 자오는 베개로 두 사람 사이에 벽을 만들었다.

 

"그런 소리 하지 마!!"

 

"그게 어때서? 어차피 조만간 해야 하잖아."

 

베개 뒤에서 바이 위탕이 볼멘 목소리로 대꾸했다.

 

 ~~답 없다. 정말~~

 

바이 위탕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쟌 자오를 내려다보았다.

 

"고양아, 너 정말 진심인 거야?"

 

"말한 생쥐 녀석,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쟌 자오는 벌떡 일어나 씩씩거리며 소리쳤다. 그러다 자신을 마주 보고 있는 바이 위탕과 눈이 마주치자 슬금 눈을 피하더니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진심이 아니면 누가 뽀뽀를 하겠냐구?!"

 

바이 위탕은 미칠 것만 같았다.

 

"고양아, 내가 널 볼 때마다 흥분하는 건 알고 있어? 네 눈에는 내가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거

?"

 

"너는 그러기 전에 이름부터 제대로 말하는 게 어때?!"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쟌 자오가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바이 위탕은 그런 그를 한참이나 말없이 응시하더니 갑자기 자신의 잠옷 단추에 손을 뻗었다.

 

", 너 뭐 하는 거야?"

 

쟌 자오는 베개를 두 팔로 감싸 안고서 침대 가장자리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너 본 적 없지?"

 

단추를 하나씩 풀러 가며 바이 위탕이 진지하게 물었다.

 

"내 몸을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거야. 정말 흥분이 되지 않는지……~!!”

 

갑작스러운 쟌 자오의 발차기 공격에  바이 위탕을 바닥에 떨어지며 엉덩방아 찧었다.

 

"이 망할 생쥐 녀석! 그냥 죽어, 이 노출광!!"

 

그럼에도 화가 안 가시는지 쟌 자오는 베개를 힘껏 집어 던졌다.

 

"네 머리에는 그런 두부같이 물러 떠진 생각밖에 없지?? 도대체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

 

바이 위탕은 상의를 풀어헤친 채 바닥에 벌러덩 누워 뻔뻔스럽게 웃었다.

 

"고양아~~ 나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

 

쟌 자오는 양팔로 이불을 꼭 끌어안았다.

 

저 쥐는 무슨 배에 빨래판이 있어~~~!!!

 

 

Dididdidididi~~~~~

 

한 명은 침대에, 다른 한 명은 바닥에 누운 채 침묵이 흐르는 그때, 타이밍 좋게 바이 위탕의 핸드

폰이 울렸다.

 

이 시간에 전화할 사람은 딱 한 명이었다. 바이 위탕은 벌떡 일어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쟌 자

오도 눈을 부릅뜨고 바이 위탕을 쳐다보았다.

 

발신인은 역시 마한이었다.

 

『대장! 걸렸습니다. 그쪽에서 방금 사냥감을 보냈습니다.』

 

"사냥감?"

 

바이 위탕과 쟌 자오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메일 보내드리겠습니다.』

 

언제 내려온 건지 쟌 자오는 이미 컴퓨터 앞에 앉아 마한이 보낸 메일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 곁으

로 바이 위탕이 다가왔다.

 

사냥감의 사진을 확인한 두 사람은 말문이 막혔다.

 

사진 속 중년의 남자는……지난번 M대에서 만났던 제요의 매니저, 장화(张华)였다.

 

두 사람은 심각한 얼굴로 사진을 쳐다보았다.

 

장화만 보면 엉뚱한 사람이 표적이 되어 피해자로 몰린 상황이었지만, 장화는 바이 그룹 직원으

로 바이 유탕과 연관된 인물이었다.

 

여보세요, 대장?』

 

마한이 재촉하며 물었다.

 

답장을 해야 할까요?』

 

그제야 번뜩 정신을 차린 쟌 자오는 서둘러 대답했다.

 

"필요 없어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하죠?』

 

"마한, 지난번에 내가 말한 또 다른 상태를 기억해요?"

 

, 당연히 기억합니다! 정상과 비정상 사이에서는 난폭한 쪽으로 행동하는 거죠?』

 

마한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대답했다.

 

"맞아요!"

 

쟌 자오는 마한에게 감탄했다. 역시 그는 훌륭한 저격수답게 심리적인 부분에서도 일반 수준과

달랐다.

 

"그런 상태를 유지한 채 클럽에 가면 상대방이 연락할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는 임기응변으로만

대응해야 할 때가 올 거예요. 그러니 그런 상태를 잘 유지하도록 해요."

 

알겠습니다!』

 

마한의 전화를 끊고 바이 위탕은 장평에게 전화를 걸어 장화에 대한 정보조사를 지시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쟌 자오가 물었다.

 

"장화는 우리가 어제 추정했던 그 중간 고리의 역할과 잘 들어맞아."

 

바이 위탕이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제요를 잘 알고 있기도 하고 말이야. 일단 지금은 그와 가정암, 그리고 방욱과의 관계를 증명하는

게 우선이야."

 

쟌 자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가정암의 집을 조사했으면 해."

 

한껏 진지해진 분위기에서 갑자기 바이 위탕이 싱긋 웃더니 화제를 바꿨다.

 

"고양아, 우리 곧 있으면 합쳐질 것 같은데?"

 

쟌 자오는 바이 위탕을 돌아보았다. 처음에는 그 말뜻을 이해 못 하던 쟌 자오는 잠시 뒤, 자신과

바이 위탕의 거리가 상당히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다.

 

방금 전 메일을 보기 위해 컴퓨터 앞으로 모이면서 바이 위탕의 어깨와 자신의 어깨가 닿아 있던

것이다.

 

쟌 자오는 바이 위탕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 나는 아직 준비가……."

 

그러면서 쟌 자오는 조심스럽게 상체를 뒤로 뺐다. 바이 위탕은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

내 고개를 저으며 미소 지었다.

 

"고양아, 괜찮아. 난 기다릴 수 있어."

 

그리고는 손을 내밀어 쟌 자오의 귓가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이 닿자 쟌 자오의 얼굴이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

 

"스스로를 강요할 필요 없어. 천천히 하면 돼, 난 함부로 하지 않을 거니까. 안심해."

 

그 말에 쟌 자오는 코끝이 찡해지고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래서 그는 고마운 마음을 담아 바이 위탕의 입술에 쪽 하고 입맞춤을 했다. 그런 다음 깜짝 놀란 바이 위탕이 반응할 새도 없이 황급히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거울에 비친 얼굴이 당장이라도 터질 듯 붉어져 있었다. 그는 찬물을 틀어 연거푸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

 

한편 바이 위탕은 이미 체념한 표정으로 욕실을 응시하더니 이윽고 식사를 차리기 위해 부엌으로 몸을 돌렸다.

 

죽이 끓는 사이, 문득 반들거리는 타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바이 위탕은 한숨을 내쉬었다.

 

바이 위탕아, 바이 위탕. 욕구를 해소해야지 언제까지 이렇게 도만 닦을 거냐!!

 

그리고는 프라이팬 속 계란을 뒤집으며 궁시렁 거렸다.

 

"젠장, 앞으로는 두부 반찬 없어~~~"

 

  ……………………………………

 

새하얀 바바리코트 주머니에 양손을 꽂은 채 공손은 새벽 거리를 한가로이 거닐었다.

 

요 며칠 내내 집에 틀어박혀 먹고 자는 일만 반복했더니 몸은 금방 회복되었다.

 

하지만 출근하려는 그를 바이 위탕이 만류하며 제발 사흘간은 나오지 말아 달라고 빌어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쉬고 있었.

 (그렇지 않으면 어디 사는 생쥐는 자신의 큰형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너무 무료한 나머지 아침 일찍 거리로 나온 것이다. 화창한 날씨 속에 여유롭게 걷고 있자

니 기분이 좋았다.

 

다만, 길을 걷는 30분 동안 8번씩이나 마주친 '우연한 만남'의 주인공이 다시 눈앞에 나타나자 어

이가 없을 뿐이었다.

 

아무리 바이 유탕의 낯가죽이 두껍다고 해도 이번만큼은 겸연쩍은 듯 그는 공손의 눈치를 살피며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한 마디 할 줄 알았던 공손이 자신을 무시하고 지나치자 바이 유탕은 아예 그의 뒤를 대놓고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50미터쯤 뒤에는 트렌치코트에 선글라스를 쓴 쌍둥이가 몰래 따라가고 있

었다.

 

"상황은 좀 어때?"

 

"아무것도! 분위기가 전혀 안 살아!"

 

쌍둥이 형의 물음에 쌍둥이 동생은 고개를 저었다.

 

"분명 우리가 자리를 비웠던 요 며칠간 일이 있을 거야!!"

 

"……."

 

"흐음……."

 

두 쌍둥이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앞서가는 두 사람을 흘겼다.

 

"공 선생님 목덜미에 붉은 반점 봤지?"

 

"당연히 봤지. 그리고 책상 위에 있는 소염제와 해열제도 봤지."

 

"설마~~~"

 

쌍둥이의 두 눈이 마주쳤다.

 

"형님은 분명 강한 걸 썼을 거야!!"

 

"치사해! 우리가 없는 틈을 타서!!"

 

"그럼 공 선생님이 형님을 무시하는 것도 그 때문인가?"

 

쌍둥이 형은 턱을 만지작거렸다.

 

"~~"

 

쌍둥이 동생은 불만스럽다는 듯이 툴툴거렸다.

 

"형님도 그래. 어떻게 잔소리 좀 했다고 그렇게 변하냐? 한 번 안 되면 두 번 하고, 두 번 해도 안

되면 세 번 하고 그래야지. 그리고 XXOO했다가 안 되면 다시 OOXX하고, XOXO했다가 안 되

OXOX하고. 이러면 언젠가는 공 선생이 넘어오지 않을……!"

 

쌍둥이 형은 동생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너 이 새끼, 그딴 건 어디서 배웠냐?? 그런 건 서로 사랑하는 관계에서 해야지!!! 네가 무슨 새디

?"

 

"아씨……. ! 공 선생 지하철역 들어갔다! , 형님도 따라가!"

 

"말이 나와서 하는 소린데, 형님이 지하철을 타 본 적이 있던가?"

 

"없지~~ 잔돈도 없을 걸……."

 

 

"공손……."

 

바이 유탕은 발을 동동 굴렀다.

 

지하철 표는 어떻게 사지?

 

하지만 공손은 바이 유탕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빠른 걸음으로 개찰구를 통과했다.

 

당신이 안 타봤을 줄 알았지~~

 

다급해진 바이 유탕은 어쩔 수 없이 뒤를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당장 안 나와?!"

 

그러자 기둥 뒤에서 잔뜩 겁먹은 표정의 쌍둥이가 주춤주춤 기어 나왔다. 쌍둥이가 자신들의 돈

으로 표를 사주자마자 바이 유탕은 낚아채듯 표를 빼앗아 들고는 부리나케 공손을 쫓아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공손이 지하철을 타던 시간 때가 하필이면 출근 시간과 겹치면서 지하철 안의 사람들이 정어리통

조림처럼 가득했다.

 

하지만 공손의 불행은 누군가의 행운이었다!

 

문이 닫히기 직전, 겨우 공손을 따라잡은 바이 유탕은 가까스로 지하철에 올라타고는 깜짝 놀라

고 말았다.

 

말로만 들어봤지 이렇게 실제로 타보는 것은 처음이라, 수많은 사람이 타고 다니는 인간적인 교

통수단이라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바이 유탕은 자신의 보물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 틈에 껴있는 공손을 문가로 끌고 가더니 사람

들과 닿지 않도록 두 팔로 벽을 만들어 그를 품 안에 가두었다.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인 된 공손은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려 차창을 마주 봤다.

 

차마 뒤 돌아볼 수 없는 지금 상황이 공손은 아찔했다. 귀에 닿는 따뜻한 숨결과 익숙한 체온,

리고 자신을 감싼 널찍한 품이 그 날 밤을 떠올리게 했다.

 

공손은 갑자기 추운 듯 어깨를 바들바들 떨었다.

 

은연중 공손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바이 유탕은 뒤로 한 발짝 물러서고서는 그에

게 나직이 속삭였다.

 

"공손…… 미안합니다(对不起)"

 

공손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바이 유탕이 자신에게 사과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지만 对不起는 처음이기 때문이었다.[각주:1]

 

그런 두 사람 뒤에서 쌍둥이는 작당을 모의하듯 속닥거리고 있었다. 이윽고 서로의 눈을 마주 보

며 씩 웃음 지은 쌍둥이는 적절한 타이밍이 온 순간, 바이 유탕의 등을 힘껏 앞으로 밀었다.

 

갑작스레 전해진 힘 앞에 바이 유탕은 기우뚱하더니 공손의 등 뒤로 쓰러지듯 포개졌다.

 

"……."

 

등 뒤에 있는 것만으로도 긴장 상태였던 공손은 그의 가슴이 등 뒤에 닿자 흠칫 놀라 절로 몸이 굳

어졌다. 그는 겁먹은 얼굴로 바이 유탕을 돌아보았다.

 

바이 유탕은 심하게 떠는 공손을 몸을 꼭 껴안았다. 그리고는 다정한 목소리로 그의 귓가에 속삭

였다.

 

"무서워하지 말아요. 다시는 그럴 일 없습니다. 절대로요. 그러니 무서워하지 말아요."

 

그의 말 덕분일까 점차 평정을 되찾은 공손이 슬쩍 바이 유탕을 째려보았다.

 

바이 유탕은 순순히 뒤로 물러섰지만 그의 얼굴은 오히려 환해졌……공손이 다시 째려보았다.

이 유탕은 올라가는 입꼬리를 빠르게 내려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했다~~~

 

멀리 도망친 뒤 사람들 틈에 숨어 두 사람을 지켜보던 쌍둥이는 손수건을 입에 물었다.

 

언제 어디서나 소동만 일으키고 권력을 내세워 남을 깔보던 자신들의 형님이 이렇게나 기가 죽어

깨갱거리는 걸 보니 정말……속이 다 시원했다!!

 

 

오전 내내 바이 유탕은 공손을 따라 S시의 상점가를 돌아다녔다. 딱히 정해둔 곳이나 사려는 건

없는 듯 공손은 매장을 둘러보기만 할 뿐이었다.

 

여러 매장을 오가며 구경하는 공손의 기분이 꽤 좋아 보였다.

 

길가에 늘어져 있는 상점 중에는 공예품 매장도 있었다. 한 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는 쇼윈도에는

수정으로 만들어진 작은 동물 장식이 줄지어 늘어져 있었다.

 

공손을 따라 그 옆으로 지나가던 바이 유탕은 멈칫하고 발을 멈추었다. 쇼윈도 너머로 나란히 앉

아 있는 고양이와 생쥐 모양의 수정이 눈길을 끌었다.

 

이거 위탕이랑 자오 아니야?

 

"공손! 잠깐만요!"

 

바이 유탕은 앞서가는 공손을 불러 세우더니 그가 다가오자 손가락으로 쇼윈도를 가리켰다.

 

"이거, 누구 닮지 않았습니까?"

 

공손은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려고 했으나 두 동물을 보고 있자니 자동으로 어떤 두 인물이 떠올

라 피식 웃었다.

 

새끼 고양이는 이빨을 드러내놓고 있었고, 새끼 쥐는 꼬리를 치켜들고 있었다.

 

정말 누구랑 똑같네!!

 

"잠깐만 기다려요. 내가 사 오죠."

 

바이 유탕은 매장으로 들어가 빠르게 계산을 마친 뒤 물건을 챙겨 들고 나왔다. 하지만 공손의 모

습이 보이지 않았다. 먼저 간 건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는데 공손이 낯선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남자는 공손과 몇 마디 말을 주고받더니 갑자기 공손의 어깨로 손을 뻗어……

 

그 모습에 바이 유탕은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달려가 남자의 멱살을 움켜쥐고서 가로등으

로 밀쳤다.

 

"크윽~~~ , 당신 뭐야?……"

 

남자는 기겁한 얼굴로 소리쳤다.

 

"바이 유탕!"

 

옆에서 공손이 소리쳤다.

 

"당신 미쳤어요!?"

 

"당신을 납치하려고 했습니다!"

 

바이 유탕은 공손을 보며 당당하게 대답했다.

 

"……저는 그냥……길을 물은 건데요!”

 

"……!……"

 

바이 유탕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빨리 손 놔요!"

 

공손은 바이 유탕에게서 남자를 떼어놓고는 서둘러 남자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이미 겁은 잔뜩

집어먹은 남자는 공손의 인사를 받는둥 마는 둥 하더니 빠르게 달아나버렸다.

 

남자가 사라지자 공손은 바이 유탕을 돌아보았다. 어깨를 늘어뜨린 채 바이 유탕은 고개를 숙이

고 있었다.

 

"당신이 무슨 깡패예요? 왜 자꾸 힘으로 해결하려는 거예요?"

 

"나는……"

 

바이 유탕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웅얼댔다.

 

"나는 저 남자가 당신을 납치하는 줄 알고."

 

공손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휙 몸을 돌려 걸어가기 직전 툭 하고 말을 내뱉었다.

 

"나랑 만나고 싶으면 당장 그 버릇 고쳐요!"

 

바이 유탕은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

 

방금 공손이 뭐라고 한 거지?

 

나랑 만나고 싶으면……그러니깐 그 말뜻은……

 

"기다려요!!"

 

바이 유탕은 공손은 쫓아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당장 고치겠습니다! 고칠게요! 하지만 종종 내가 통제가 안 될 때는 당신이 나를 막아주시겠어

?"

 

  ……………………

 

쌍둥이는 다시 손수건을 입에 물었다.

 

언제나 외로운 늑대처럼 보이던 형님이……형님이…… 이젠 그냥 꼬리 치는 대형견이잖아~~~

 

공손은 정말!!……현대판 늑대 조련사야!!

 

돌아가는 지하철 안, 바이 유탕은 품에 안듯 두 팔로 공손을 주위에 벽을 만든 채 지하철의 혼잡함

을 즐기고 있었다.

 

"공손, 용서해줘요. 용서만 해준다면……당장 고치겠습니다!"

 

바이 유탕이 공손의 귓가에 대고 애원 섞인 목소리로 용서를 빌었지만 공손은 말이 없었다. 하지

만 아침과는 다르게 자신 곁에 가까이 다가서는 바이 유탕에게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S시 레인보우타운 10206. 가정암의 집.

 

혼자인 그가 남긴 것은 허름한 가구와 방 안 가득한 책뿐이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쟌 자오와 바

이 위탕은 이곳저곳을 뒤지며 무언가 찾기 시작했다.

 

그들이 찾는 것은 앨범 그리고 일기.

 

쟌 자오가 책장의 책들을 살피는 사이 바이 위탕은 컴퓨터를 확인했다.

 

"이런 것만 보면 이 선생이 그렇게 난폭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단 말이야."

 

컴퓨터의 서류들을 살펴보며 바이 위탕이 말했다.

 

"맞아. 책도 많이 보고. 게다가 다 교육심리학 같은 거야. 수업일지도 꼼꼼히 메모한 걸 보면 학생

들에게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

 

책장에서 눈을 떼지 않는 채 쟌 자오는 대답했다. 얼마 뒤 쟌 자오는 낡은 앨범 하나를 꺼내 들었

.

 

"고등학교 졸업사진이야."

 

페이지를 한 장씩 넘겨보며 쟌 자오는 말했다. 이윽고 그의 시선이 한 장의 사진 앞에 멈춰 섰다.

사진은 흑백사진으로 여고생이 찍혀 있었다. 쟌 자오는 사진 속 인물이 어딘가 낯이 익어 보였

누구 닮은 것 같은데?

 

그러면서 쟌 자오가 그 사진을 꺼내 들었을 때였다. 문 쪽에서 쇠사슬이 부딪히는 듯한 묘한 소리

가 들렸다.

 

깜짝 놀란 바이 위탕이 문으로 달려가 열려고 했지만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누군가 문을 잠갔어!

 

"바이야……어떡……"

 

몸을 떨면서 다가온 쟌 자오를 붙잡고 바이 위탕은 뒤로 물러섰다. 그와 동시에 문틈으로 투명한

액체가 쏟아져 들어왔다.

 

코를 찌르는 이 냄새는……휘발유!!

 

두 사람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주위를 둘러보던 바이 위탕은 집안과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 입구 근처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

.

 

가스탱크?

 

"고양아, 가자!"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낀 바이 위탕은 쟌 자오를 이끌고 창문으로 달려갔다. 창문에는 방범창이

달려 있었다.

 

그 잠깐 사이에 휘발유를 타고 들어온 불이 집안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바이 위탕은 총을 꺼내 방범창의 고정 볼트 4개를 각각 한 방씩 쏜 다음 창턱에 뛰어올라 방범창

을 걷어찼다.

 

"고양아! 올라와!"

 

바이 위탕이 내민 손을 잡고 쟌 자오도 창턱에 올라섰다.

 

신축 단지의 2층은 일반적인 3층과 같은 높이로 맨 아래층에는 주차창이 있어 그들이 서 있는 위

치는 거의 10미터에 육박했다.

 

바이 위탕은 아래층 방범창에 먼저 내려가더니 한 손을 내밀었다.

 

"고양아, 이리 와!"

 

쟌 자오가 머뭇거리자 바이 위탕은 방범창에 두 발을 걸고 이번에는 두 손을 내밀었다.

 

"어서, 고양아!"

 

쟌 자오가 조심스럽게 아래로 내려오자 바이 위탕은 한 팔로 그를 감싸 안았다.

 

"뛰어!"

 

"?"

 

"뛰어!"

 

기겁한 쟌 자오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바이 위탕은 쟌 자오를 감싸 안고 거침없이 아래로 뛰어

내렸다.

 

한 층을 내려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바닥과는 5~6미터정도 차이가 났다.

 

바이 위탕은 착지하기 전 쟌 자오를 위로 던지더니 바닥에 착지하는 동시에 빠르게 몸을 일으켜 떨어지는 쟌 자오를 안전하게 두 팔로 받아 들었다.

 

"!"

 

쟌 자오를 안아 든 채 건물 아래로 몸을 숨기자마자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206호의 창문이 산산

조각나더니 엄청난 양의 종이와 책들이 밖으로 튕겨지듯 뿜어져 나왔다.

 

갑작스러운 소동에 놀란 주민들은 허겁지겁 밖으로 뛰쳐나왔다.

 

"다친 곳은?"

 

바이 위탕은 가장 먼저 자신의 품에 있는 쟌 자오의 안위를 확인했다.

 

쟌 자오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새하얗게 질린 얼굴에 바이 위탕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

.

 

"우리 어렸을 때 나무에 올라갔던 거 기억해?"

 

생뚱맞은 질문에 쟌 자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가 올라갔다 내려오지 못할 때 내가 널 데리고 왔잖아."

 

바이 위탕이 느물거리며 웃었다.

 

"지금도 그래, 고양이야. 너 나 없으면 어쩌려고 그러냐?"

 

쟌 자오는 의기양양하게 꼬리를 치켜든 생쥐를 노려보았다.

 

이 생쥐가 요새 사탕발림을 많이 한단 말이야~~

 

두 사람은 서둘러 차로 돌아갔다.

 

다행히 목숨을 건지긴 했지만……범인은 진심으로 두 사람을 태워 죽일 작정이었다.

 

"이번 일은 우리가 수수께끼와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봐. 그래도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

한 건 좀 아쉽네."

 

운전석 문을 열며 바이 위탕이 말했다.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어."

 

쟌 자오는 주머니에서 낡은 흑백사진을 꺼내 바이 위탕에게 건넸다.

 

"한 장뿐 이기는 하지만, 어딘가 눈에 익지 않아?"

 

바이 위탕은 사진을 들고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익숙하기는 한데, 어디서 본 거지?"

 

"나도 기억이 안 나다가 방금 번쩍하며 생각났어. 네 형님의 만찬에서 공 선생님과 이야기 하던 그

여자."

 

"~~"

 

바이 위탕은 금세 기억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여자, 그 뭐더라, 매니저 뭐시기라고……"

 

"방정!"

 

쟌 자오가 말했다.

 

"장화와 마찬가지로 매니저잖아!"

 

"그럼 그렇다는 건?"

 

바이 위탕이 환하게 웃었다.

 

"연극!!!"

 

"맞아! 연극."

 

쟌 자오는 잠시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더니 이내 바이 위탕을 돌아보았다.

 

"너 말이야, 이번 사건에 우리가 질질 끌려 다니고 있는 거. 이거 너무 불쾌하다고 생각하지 않

?!"

 

"에에?? 고양아, 너 또 무슨 꿍꿍이냐?"

 

"후후~"

 

쟌 자오는 능글맞게 웃었다.

 

"이번엔 우리가 그들을 갖고 놀 차례야. 그 살인자 훈련 캠프!"

  1. 중국의 대표적 사과 표현에는 对不起와 不好意识가 있습니다. 둘 다 죄송합니다. 혹은 미안합니다, 라는 사과로 쓰이나 不好意识는 길을 지나가다 "죄송합니다" 할 때나 친한 친구에게 가볍게 사과할 때 사용합니다. 반면 对不起는 무거운 느낌으로 '사죄'를 구할 때, 정말 잘못했을 때 사용하는 말 입니다. (중국어 공부하던 때의 기억을 되살려 설명한 거라 틀린 점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참고로 对不起의 사용예를 보시려면, [불가항력 해피엔딩]버전을 보시면 됩니다. 샤오예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 말을 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