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 훈련소 17. 자업자득
오후 9시, S시의 한 고급 아파트 앞.
“아직 안 돌아온 거야, 아니면 여태 자는 거야?”
불 켜질 줄 모르는 12층의 깜깜한 창문을 올려다보며 장용이 투덜댔다.
왕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면 밖에서 알아 볼 수 없게 특수하게 만들어 진 걸지도?”
어둠이 내려앉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줄어든 아파트 도로가의 한쪽에 주차된 차 안에서, 두 사람은 온종일 방정의 집을 감시 중이
었다. 허나 하룻밤을 지새우고 다시 밤이 찾아 왔음에도 방정의 모습은 코빼기도 볼 수 없었다.
오늘도 차 안에서 밤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왕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였다. 검은색의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아파트의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어어, 저것 봐!”
왕조는 몸을 바로 세우며 장용에게 손짓했다. 장용은 재빨리 소형 캠코더를 꺼내 들고 검은 승용차를 찍기 시작했다.
“대어 등장이군!!”
검은 승용차는 아파트 앞 주차장에 멈춰 섰다. 그리고 고급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운전석에서 내리더니 곧장 조수석으
로 걸어가 문을 열고서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고 조수석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화려한 드레스를 빼입은 방정이었다.
“이야~”
장용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저들이 뭐했을 것 같냐?”
“음~~ 뭐, 공 선생 살해 기념 파티라도 한 거 아니겠어."
했나보지 뭐
그러면서 왕조는 노트북을 열었다. 두 사람이 아파트로 들어가자 장용은 캠코더를 왕조에게 넘겼다. 캠코더를 받아든 왕조는 노트
북에 연결해 영상을 올렸다.
S.C.I.사무실 안.
제일 먼저 영상을 발견한 건 장평이었다. 그는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을 불렀고 이후 세 사람은 장평의 컴퓨터로 영상을 보기 시작했
다.
“고양아, 저 방정이 느낌이 좀 이상한데?”
영상에 방정이 나타나자 바이 위탕은 미간을 찌푸렸다.
장평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아요. 사진에서 봤던 것보다 수수해 보이는데요? 잡지에서는 완전 요염하게 느껴지던데. 이 동영상 속에서는 매우 고상해
보…….”
“여자들은 다 그렇지 않아?” 언제 왔는지 옆에서 서경이 끼어들었다.
쟌 자오는 입을 꾹 다문 채 몇 번이고 동영상을 되돌려 보았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갑자기 장평에게 물었다.
“방정이 전에 해외로 나갔다고 하던데, 그게 어디죠?”
장평은 자신이 찾아낸 방정에 관한 자료를 들여다보았다.
“출입국 기록에서는 6년 전에 캘리포니아로 간 걸로 나옵니다.”
“윌슨 박사는 그때 어디에 있었죠?”
장평은 키보드를 두드렸다.
“오, 같은 곳이네요.”
“고양아, 그들이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쟌 자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화의 진술에 의하면 방정은 마약을 했다고 했지?”
“그래.”
대답하는 바이 위탕의 옆에서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알기로는 윌슨 박사가 심리치료를 통해 마약 중독을 끝낼 수 있다고 주장했었어.”
쟌 자오는 장평의 컴퓨터에 해외 심리학 사이트를 입력했다.
곧바로 화면이 바뀌고 사이트 하나가 열렸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윌슨 교수가 심리학을 이용해 성공적으로 마약 중독자를 중
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 일화를 소개하는 보도 기사였다.
장평은 키보드를 빠르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너 뭐하냐?”
바이 위탕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제 친구 중에 미국인이 한 명 있는데, 그 친구에게 연락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 친구가 저희를 도와줄 수 있을 겁니다.”
“친구는 무슨 일을 하나요?”
쟌 자오가 물었다.
“아~ 해커인데요, 웹 사이트를 전문적으로 공격하거든요. 그 녀석한테 심리 치료 기관의 해킹을 좀 부탁하고 있습니다. 아마 보안
망 정도는 손쉽게 뚫을 수 있으니깐 치료 기록도 금방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장평은 계속해서 키보드를 두드렸다.
“여기, 답장이 왔네요.”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그건 심리학 치료에 쓰였던 서류로 의사 명에는 윌슨 박사의 이름이, 환자 명에는 방정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역시 관련되어 있었어.”
바이 위탕은 미간을 찌푸렸다.
“방정은 윌슨의 장기 말이군.”
“아니…….”
쟌 자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쩌면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닐지도 몰라.”
“또 뭐가 있는데?”
바이 위탕은 의아한 얼굴로 쟌 자오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방욱을 바라보는 눈빛 말이야.”
쟌 자오는 조금 전 영상을 되돌려 방정이 내리는 장면에서 정지했다.
“이 눈빛은 속일 수 없어.”
그러면서 방정의 얼굴을 가리켰다.
팀원들은 모두 모니터 앞으로 모여 화면이 비친 방정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방욱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분명 사랑에 빠진
눈빛이었다.
바이 위탕은 혼란스러웠다.
“이게 뭘 뜻하는데?”
쟌 자오는 눈살을 찌푸린 채 잠시 생각했다.
“장평, 국제 심리학 기구의 연차 총회에 대해 자료를 좀 찾아주세요. 아마 총회가 가까운 시일에 열릴 거예요.”
“네.”
장평은 다시 키보드를 두드렸다.
“3일 후입니다.”
“이제 방욱을 찾아 주세요.”
쟌 자오는 초조한 얼굴로 책상에 한 손을 올린 채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들겼다.
“아…….”
“대박…….”
화면에 비친 검색 결과에 사람들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방욱은 이번 심리학 연차 총회에서 자신의 수상작을 낭독할 예정입니다. 《인격의 진화와 변화》 이네요.”
“세상에…….”
쟌 자오는 한숨을 내쉬었다. 바이 위탕은 당황한 얼굴로 쟌 자오를 바라보았다.
“고양아, 이건? 이게 뭔데?”
“한 불쌍한 여자가 심리학에 미친놈들의 바둑돌이 되었다는 거지.”
쟌 자오는 심각한 얼굴로 바이 위탕을 돌아보았다.
“바이야, 존 킹이 전에 자신의 연인이 윌슨 교수의 치료를 받다가 죽었다고 말한 거 기억나?”
“그래, 기억나.”
바이 위탕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자살한 거라고……. 설마, 그럼 지금 네 말은?”
쟌 자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이 시점에서 방정이 자살한다면?”
“아~~~~”
바이 위탕은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가정암을 죽이고 장화와 공손을 죽이려고 했던 건, 방정이 이 사건에 가담했다는 게 들키는 걸 걱정해서가 아니라, 방정
이 마약을 했고 윌슨 박사로부터 치료를 받았다는 걸 알리고 싶지 않아서였군. 게다가 방정이 자살하면 ‘살인범 훈련소’를 모두 그
녀에게 뒤집어씌울 수 있는 이점도 있고 말이야. 우리가 손에 쥔 증거가 모두 그녀를 지목하고 있으니까.”
“그래, 그렇게 되면 윌슨 박사와 방욱은 이 일과 관련 없는 것이 돼.”
그 소리에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백치가 분통을 터트렸다.
“그녀를 희생양으로 여기다니!”
“우리가 막을 방법 먹을까?”
바이 위탕은 쟌 자오를 돌아보았다.
“일단 그녀를 만나야겠어.”
쟌 자오는 굳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가능한 한 빨리.”
바이 위탕은 장용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장, 방욱이 방금 떠났습니다.」
“다시 말해 방정은 지금 집에 혼자 있다는 건가?”
그러면서 바이 위탕은 쟌 자오를 향해 물었다.
“어떻게 할까?”
“조급해하지 마.”
쟌 자오가 말했다.
“어쨌든 지금은 별일 없을 거야. 만약 지금 그녀가 자살하면 조금 전에 떠난 방욱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으니까.”
“가자!”
바이 위탕이 외투를 집어 들며 외쳤다.
“우리는 장용과 왕조에게 가지.”
“저도 갈래요.”
백치가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세 사람은 잽싸게 차를 몰아 방정의 아파트 앞에서 왕조, 장용과 교대했다.
“고양아, 너 무슨 계획이라도 있어?”
그러면서 바이 위탕은 쟌 자오를 돌아보았다.
“나는 윌슨 박사가 불법적인 치료 수단을 사용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어.”
조수석의 창문 너머로 방정의 집을 올려다보면서 쟌 자오가 대답했다.
“뭐?”
바이 위탕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방정의 행동이 너무 이상해.”
쟌 자오가 말했다.
“그녀는 마치 낭떠러지에 서 있는 듯 불안하고, 변덕스러워.”
바이 위탕과 백치는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다시 쟌 자오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잘 모르겠어.”
쟌 자오는 하는 수 없이 방정의 집에서 눈을 돌려 바이가(白家)의 두 형제를 보았다.
“인격 분열에 관한 윌슨 박사의 그 논문 기사 기억나?”
쟌 자오의 질문에 백치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기억해요.”
그러나 바이 위탕은 선뜻 대답하지 못한 채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다 소심하게 대답했다.
“조금은 기억한다 뭐~~~”
“후~~~~”
쟌 자오는 한숨을 내뱉었다.
“사실, 그 살인자 훈련 캠프가 지금 하는 행동과 방욱이 논문으로 발표한 연구는 윌슨 박사가 몇십 년 전에 발견한 것과 같은 느낌
이야.”
“그래서?”
바이가(白家)의 두 형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다시 말해서, 지금 윌슨 박사의 연구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상태라는 거야. 아마도 그가 인격 분열을 만들어 냈을 가능성이
높아.”
쟌 자오는 턱을 매만졌다.
“방정의 경우는 제2의 인격을 깨운 거지. 그리고 그 인격은 그녀에게 도움 되지 않은 쪽으로 움직이고 있어.”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바이 위탕은 “아하~”하고 입을 열었다.
“그러니깐 네 말은, 방욱과 윌슨이 한 가지 인격을 통제하고 있었다는 거야? 그렇다면 우리가 아침에 이야기했던 앞의 두 피해자
와의 차이점이 이해가 되네!
그러니까 양봉과 제뇌가 무작위로 골랐다고 생각한 전(前)자의 피해자들은 방욱이 학술연구를 위해 고른 것이었고, 후자는 윌슨
이 우리의 관심을 ‘살인범 훈련소’로 쏠리게 하기 위해서 고른 거였어!”
“맞았어!”
쟌 자오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내 생각에 윌슨 박사는, 방정의 마약 중독을 치료하던 중에 그녀가 자신의 어떤 실험의 조건과 정확히 부합한다는 걸 발견했다고
봐. 그래서 그녀의 또 다른 인격을 불러냈고, 이후로는 인격에 대한 통제를 지속한 거지.”
……
“그는 방욱의 연구와 ‘살인범 훈련소’에 대해 알고 이를 이용했어. 이 두 남자는 자신들의 학술에 대해 겨루고 싶었던 거야…….”
백치와 바이 위탕은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은 약육강식 세계의 피라미드 구조를 떠올렸다.
가장 위에 서 있는 생물이 가장 밑바닥의 생물을 먹이로써 잡아먹거나 혹은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 정도로 취급하는…….
원시적인 생태계의 먹이 사슬 구조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들어온 것이다.
……어찌 이리도 잔혹하단 말인가.
시간은 조용히 흘러 어느덧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검은 승용차 속의 세 사람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새벽을 맞았다.
12시가 넘어가자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 백치는 어느새 뒷좌석에 누워 자고 있었고, 잠복을 밥 먹듯이 해왔던 바이 위탕은 또렷한 정신을 유지한 채 계속해서 아파트 입구를 주시하고 있었다. 다만 평소 잠을 좋아하는 쟌 자오가 오늘은 웬일 인지 말똥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바이 위탕은 슬쩍 쟌 자오를 돌아보았다.
쟌 자오는 잠복을 시작한 이래로 계속 방정의 집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비록 옆모습밖에 보이지 않을지라도 그에게서 느껴지는 애
달픈 정서는 느낄 수 있었다.
너는 언제나 세상의 모든 불행한 사람들을 동정하고 세상의 모든 안타까움에 슬퍼하지.
시간은 다시 느릿느릿 흘러갔다.
아파트 입구에 방정이 모습을 나타내자 바이 위탕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파트를 나온 방정은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뒤를 쫓아 몇 분 정도 가다 보니 편의점 하나가 나왔다. 방정이 편의점으로 들어가자 쟌 자오가 조수석에서 내려서면서 따
라 내리려는 바이 위탕에게 말했다.
“나 혼자 가서 이야기하고 올게.”
바이 위탕이 고개를 끄덕이자 쟌 자오는 조수석 문을 닫고 인도로 올라섰다.
편의점으로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이 위탕은 눈으로 좇았다.
……………………
10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편의점에서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방정이었다. 그녀가 아파트 방향으로 사라지고 나서도 쟌 자오는 나
오지 않았다.
바이 위탕은 편의점 문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쟌 자오는 그로부터 몇 분 뒤에야 지친 얼굴로 편의점을 나와 차로 돌아왔다.
“괜찮아?”
바이 위탕은 쟌 자오가 기댈 수 있도록 몸을 기울였다.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쟌 자오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응, 방정은 괜찮…….”
“내가 물은 건 너야!”
바이 위탕이 매섭게 소리쳤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란 쟌 자오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더니 이내 그의 마음을 달래려는 듯 어깨에 머리를 비벼댔
다.
“나도 괜찮아. 이제 낮 공연을 준비해볼까? 이번에 하는 연극은 분명 대어를 낚을 거야.”
“그래, 준비는 내가 할 테니깐 일단 넌 좀 쉬어.”
그러면서 바이 위탕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자 쟌 자오는 간지럽다는 듯 눈을 휘며 웃었다.
“너 혹시 지금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하.”
헛웃음을 터트린 바이 위탕은 머리를 쓰다듬던 손으로 쟌 자오의 턱을 들어 올려 자신과 눈을 맞추게 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언제나 내 눈은 피할 수 없어. 네가 사람을 연구하는 전문가라면, 나는 너를 연구하는 전문가거든.”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이며 얼굴을 기울인 바이 위탕의 마지막 말은 두 사람의 가벼운 입맞춤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백치의 두 눈은 꼭 감겨 있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속눈썹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S시의 정오 뉴스입니다. 유명 영화 매니저로 알려진 방 정씨가 자신의 집에서 자살했습니다. 최초 신고자로 알려진 그녀의 지인은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직접 집을 찾아갔다가 쓰러져 있는 그녀를 발견했다고 증언했으며, 경찰은 시신 주변에 널브러진 병과 그녀의 상태로 보아 음독자살했을 가능성을 높게 두고, 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그녀가 남긴 거로 보이는 A4 두 장 분량의 유서에서는 최근 일어났던 일련의 연쇄살인 사건이 자신이 저지른 일이었으며, 죽음으로 그 죗값을 치르겠다는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이후 경찰은 그녀의 집을 수색한 결과, 유서에 써진 대로 연쇄살인 사건과 관련된 대량의 증거가 나옴으로써 그녀를 사건의 피의자로 보고 연쇄살인 사건을 종결시킨다고 발표했습니다.]
푹신한 고급 소파에 몸을 기대고 앉아 요란하게 떠들어대는 텔레비전 화면을 흡족한 얼굴로 바라보는 얼굴에 웃음이 지었다. 탁자
위의 술잔을 가볍게 쥐어 들고 시선보다 살짝 위로 잔을 들어 마치 누군가와 건배를 하듯 술잔을 기울였다.
S.C.I. 사무실 안.
모두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와중에 노방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자오군, 누가 찾아왔어.”
사람들의 시선이 사무실 입구로 쏠렸다. 입구에는 방욱이 한 손으로 짐 가방을 들고 서 있었다.
방욱은 미소 지은 얼굴로 성큼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더니 쟌 자오에게 손을 내밀었다.
“쟌 박사님, 이거 오랜만입니다.”
쟌 자오는 그 손을 가볍게 맞잡았다.
“안녕하세요.”
“심리학 연례 총회에 가던 차에 들렸습니다."
이유도 묻기도 전에 방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떻게 제 논문은 보셨습니까? 당신의 의견을 듣고 싶군요.”
쟌 자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죄송하지만 요즘 바빠서 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아, 나중에라도 시간 되실 때 한번 봐주셨으면 합니다. 당신의 의견이 나에겐 중요하니까요.”
그러곤 방욱은 사무실 입구로 걸어가더니 문에 손을 올리다 말고 문득 생각났다는 듯 다시 쟌 자오에게 고개를 돌렸다.
“맞다! 쟌 박사님은 왜 심리학회와 수상식에 참여를 안 하시는 겁니까? 당신의 조예와 지위라면 분명 많은 기회가 있을 텐데요.”
쟌 자오는 그의 눈을 마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모를 겁니다.”
쟌 자오의 말에 방욱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눈썹을 찡그렸다. 그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더니 “bye” 하고 손을 흔
들며 사무실을 나갔다.
“씨발, 더러운 새끼.”
그러면서 장평이 옆 책상을 발로 강하게 걷어찼다.
쟌 자오는 방욱이 사라진 문을 응시한 채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분명 벌 받을 거예요.”
“고양아, 너 평소에 그런 거 안 믿지 않았어?”
코트를 입으며 바이 위탕이 궁금한 듯이 물어오자 쟌 자오는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그것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쟌 자오는 바이 위탕을 바라보았다.
“준비는 다 됐어?”
“당연하지!”
바이 위탕은 차 열쇠를 집어 들었다.
“언제든 말 만해.”
“백치도 갈 거지?”
쟌 자오는 자연스럽게 백치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러나 당연히 갈 거로 생각하고 물었던 쟌 자오가 민망할 만큼 백치는 덜커덩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랐다.
“아……, 네.”
백치는 잘 익은 홍당무처럼 변해버린 얼굴로 쭈뼛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이 위탕과 쟌 자오의 눈이 동시에 마주쳤다. ----저 꼬마 왜 저래?
“아내는, 약을 먹었나?”
S시 근교의 호화로운 별장,
햇볕이 쏟아지는 마당 한가운데에는 휠체어에 앉아 햇살을 쐬고 있는 로라 여사가 있었다. 그 모습을 창문 너머로 내다보며 윌슨
박사는 옆에 다가온 간호사에게 물었다. 간호사는 “네, 드셨어요.”하고 대답한 뒤 다시 문밖으로 사라졌다.
윌슨 박사는 탁자에 올려져 있던 보드카를 크리스털 유리잔에 따랐다.
보드카가 도수가 높은 술이나, 그 높은 도수가 몸속의 신경을 하나하나 자극하는 것이 좋았다.
윌슨 박사는 보드카를 입으로 가져가며 창밖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로라 여사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다정하기 그지없었다.
“로라, 내 보물. 당신은 내 마지막 신의 아들…….”
“주인님.”
하녀가 방문을 두드리며 그의 감상에 끼어들었다.
“두 경찰관이 주인님과 나눌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찾아왔습니다.”
윌슨은 술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문을 열자 굳은 얼굴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이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윌슨 박사에게 살짝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아! 응, 자오군, 그리고 바이 경찰관. 여기까지 어쩐 일인가?”
갑작스러운 두 사람의 방문에 잠시 당황하던 윌슨 박사는 곧바로 평소의 생기 넘치는 얼굴로 돌아와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았다.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눈빛을 교환했다.
“윌슨 박사, 당신에게 명단 한 부를 드리죠.”
그러면서 바이 위탕이 종이 뭉치를 내밀었다.
“여기 쓰여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당신의 치료를 받은 뒤 인격 분열이 일어나 자살을 했으며, 우리는 당신이 불법적인 치료와 환자를
범죄에 이용했다는 것을 의심할 만한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하하!”
윌슨 박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자네들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그런 그를 쟌 자오가 비웃었다.
“박사님, 우리는 이미 이 사건을 인터폴에 넘겼으며 당신을 여기서 체포하고 인도할 수 있는 허가도 받아온 상태입니다.”
“영장을 보길 원하십니까?”
그러면서 바이 위탕은 코트 안 주머니에서 반으로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윌슨 박사는 웃음을 지우고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무슨 증거로 나를 체포한다는 거지?”
윌슨 반응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바이 위탕이 싸늘하게 웃었다.
“그럴 줄 알고 준비했지. 만약 당신이 증거를 요구했을 때, 나는 이게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러면서 옆을 향해 손짓하자 백치의 부축을 받으며 초췌한 얼굴의 방정이 걸어왔다.
윌슨 박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네, 네가 어떻게……. 너는 이미…….”
“이미 죽었어야 한다구요?”
“자오군! 자네가 한 건가? 도대체 어떻게 한 건가? 어떻게 그녀가 이럴 수 있는 거지?”
윌슨 박사의 얼굴은 반쯤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전 최면을 걸었을 뿐이에요.”
쟌 자오가 말했다.
“짧은 시간에 빠르게 언어를 통해서 말이죠.”
“뭐……? 자, 자네는 그런 걸 할 수 있나? 어……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윌슨 박사는 마치 꿈이라도 꾸고 있는 듯 연신 고개를 저으면서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건가?”
윌슨 박사가 한 눈판 사이, 바이 위탕은 그의 뒤로 돌아가 팔을 비틀어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팔이 통제된 상태에서도 박사의 관
심은 오로지 쟌 자오에게 쏠려 있었다.
쟌 자오는 고개를 저으며 서늘하게 웃었다.
“당신에게 심리학이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의술입니까? 아니면 마술입니까? 그것도 아니면 다른 사람을 조종하는 방법입니까?!”
그 순간, 간신히 남아있던 윌슨 박사의 이성의 끈을 끊어졌다. 그는 온몸을 뒤흔들며 쟌 자오를 향해 소리쳤다.
“당장 말해! 난 알아야 한다고! 당장 말해!! 도대체!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힌트는 색색의 알약, 주문은 수면.”
쟌 자오가 말했다.
“그녀는 색색의 알약을 보면 깊은 잠에 빠져들고, 내가 다시 명령을 내려야만 그녀는 깨어나죠.”
“하하…….”
윌슨 박사는 감탄한 얼굴로 쟌 자오를 멍하니 쳐다보더니 갑자기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천재야! 천재……. 자네는 이 세상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심리학 천재라고! ……자오군! 자오군 자네가 진정 신의 아들이
야……. 자오…….”
바이 위탕은 윌슨 박사를 대기 중이던 경찰에게 던져버렸다.
“연행해.”
경찰에 의해 밖으로 끌려가면서도 윌슨 박사는 계속해서 쟌 자오의 이름 불러댔다.
유명한 심리학자에서 다른 사람을 조종하는 사람이 되더니, 마지막엔 자신 스스로가 미치광이가 되었다.
“괜찮아요?”
백치가 쟌 자오의 옆으로 다가와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아.”
쟌 자오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백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하지 마.”
쟌 자오는 창문 밖의 로라 여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왜 그래, 고양아?”
등 뒤에서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쟌 자오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바이 위탕을 마주 보았다.
“너 혹시 예전에 내가 전에 했던 말 기억나? 만약 한 사람을 죽여서라도 다른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나는 죽일 거라
고…….”
바이 위탕은 한참 동안 쟌 자오를 바라보았다.
“고양아, 네가 원하는 대로 하면 돼.”
그 말이 힘을 얻은 듯 쟌 자오는 조금 편안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이 위탕은 쟌 자오를 끌어당겨 한 쪽 팔로 어깨를 감싸
안고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방을 떠나기 직전, 쟌 자오는 마지막으로 로라 여사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무릎 위의 포켓용 권총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리는 그녀의 눈에는 슬픔이 가득 차올라 있었다.
“나는 너의 신……. 최후의 신의 아들…….”
다음날 점심,
S.C.I. 사무실은 오랜만에 활기차고 즐거운 분위기로 들썩였다.
임무를 마치고 마한과 조호도 돌아왔다.
인터폴은 본국에서 기소된 윌슨 박사를 소환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이로써 사건은 모두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셈이다.
정가((丁家)의 쌍둥이가 가져온 샴페인과 음식을 먹으며, 사람들은 서로의 수고에 인사를 나누고 사건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축하
했다.
“후…….”
홧술을 들이켜 둣이 잔에 든 샴페인을 단숨에 마셔버린 마한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더러운 새끼를 놓친 건 아쉽네.”
“꼭 그런 건 아닐 걸세~~~”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노방은 손에는 CD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어제 국제 심리학 연례 총회에서 있었던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뉴스네.”
그러면서 노방은 컴퓨터에 CD를 넣었다.
[……어제 오후, 국제 심리학 연례 총회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였으며, 이로 인해 당시 수상 논문을 발표 중이던 심리학자 방욱씨가 총에 맞아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범인은 최근 체포된 심리학자 윌슨 브라운 박사의 아내인 로라 여사로, 그녀는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되었습니다.
그녀의 정신을 감정한 의사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현재 심각한 인격 분열을 겪고 있고, 윌슨 박사가 체포되기 이전까지는 그에게 정신적 통제를 받고 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그녀는 현재 정신 병원이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있으며…….]
거기서 동영상을 멈춘 노방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모두 방금 자신이 본 것이 믿기지 않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위에서 천벌을 내렸다고 생각하지 않아? 윌슨도, 방욱도 말이야. 분명 벌 받은 거야!”
노방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절로 쟌 자오에게로 쏠렸다.
“왜요?”
쟌 자오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벌 받은 거 맞잖아요~~”
이후의 파티는 더욱 광란의 파티로 번졌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넘쳐 흘렸고, 백치도 술잔을 높이 들었다.
취기가 오르자 백치의 양 볼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그는 소파에 엎드려 졸린 듯 눈을 비볐다. 잠에 빠져들기 직전, 백치의 앙증
맞은 입술이 오물거렸다. 무슨 팝콘이 어쩌고저쩌고~ 멜론이 어쩌고저쩌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형들의 입가에 침이 주룩 흘러내리고…….
늑대의 본능이 깨어났다!
너무 귀엽잖아~~~~!!
기쁨에 취하고, 술에 취한 S.C.I. 사무실 사람들은 몇 사람이 비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교도소 내의 면회실.
방정은 눈앞의 공손을 마주 보며 조금 슬프게 웃었다.
“미안해…….”
공손이 고개를 저었다.
“방욱이 죽었어.”
그 소리에 놀란 듯 방정이 고개를 살짝 틀자 그녀의 눈꼬리 끝에 매달린 눈물이 은은하게 반짝였다.
“참 실패한 인생이네, 그렇지?”
공손은 조용히 손을 뻗어 그녀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네 잘못이 아니야.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을 바랐던 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리고 넌 분명 그를 용서할 수 있을 거야. 만약 그 상처
의 시작이 사랑이라면 말이야.”
말을 마치고 공손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면회실을 나오자 바이 유탕이 벽에 기댄 채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교도소를 나란히 걸어 나갔다. 도로에 주차한 차가 나오자 바이 유탕이 먼저 도로로 내려가 조수석 문을 열었다.
그러나 공손은 고개를 저었다.
“난 좀 걸을래요.”
“하지만 아직 몸이…….”
공손은 바이 유탕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 눈빛에 움찔한 바이 유탕은 입을 다물었다.
공손이 온화하지만 어딘가 살벌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부터 내 말은 다 듣겠다고 한 사람이 누구죠?”
그러면서 공손은 바이 유탕을 지나쳐 앞서 걷기 시작했다.
"아~~좋습니다~~ 가요! 가자구요!"
바이 유탕은 포기한 얼굴로 활짝 웃으며 공손을 따라갔다.
멀어져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면서 쌍둥이들은 자신들의 형님을 위해 기도했다.
---완전 길들어졌구만!
형님은 이미 완벽한 복종 모드야~~
한편 다른 교도소에서는,
죄수복을 입고 밧줄로 묶인 채 존킹이 버스에 오르기 위해 걸어 나왔다.
그는 본국으로 넘겨져 그곳에서 복역하게 될 것이다.
버스에 오르려는 존킹의 앞에 쟌 자오가 다가왔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갈색의 서류 봉투를 존킹에게 건넸다.
"당신 친구의 치료 기록부예요."
존킹은 봉투를 열어 치료 기록부를 꺼내 들었다. 치료 기록부 위에는 치료를 시작하면서 찍은 듯 보이는 사진 한 장이 붙어 있었
다. 카메라를 보며 활짝 웃음 짓고 있는 그 모습은,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연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의 치료 보고서를 좀 살펴봤어요. 그리고 내가 알게 된 건, 그가 자살한 이유가 당신을 보호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치
료 당시, 그의 또 다른 인격은 당신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어요. ……그는 약해서 자살한 게 아니에요. 당신을 사랑했기 때문에,
당신을 지키려고 자살한 거예요.”
존킹은 손이 하얘질 정도로 서류를 움켜쥐었다. 망연히 차에 오르는 그의 얼굴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교도소를 나온 쟌 자오는 다시금 교도소를 뒤돌아보았다.
이 거대한 교도소는 마치 층층이 수많은 악령이 갇혀 있는 지옥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지옥에 대한 신의 정의처럼, 악령이 벌을 받게 하느냐 아니냐에 대한 의미가 아니라, 대신 그 피해를 입은 망령들이 편히 쉬게 하고, 지옥의 문턱을 헤매는 영혼들을 구하는 것이리라.
바이 위탕은 높은 계단을 올려다보며 차에 기댄 채 서 있었다.
얼마 뒤, 계단 끝에 쟌 자오의 모습이 보이자 그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
어떤 사람들은 강산은 바꾸기 쉬워도 본성은 바꾸기 힘들다고 믿는다.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한 번 읽고 한 번 외우면 모두 부처가 된다고 믿는다.
중요한 건, 당신의 곁에서 진정으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과 당신이 사랑할 가치가 있는 사람을 알아볼 수 있냐는 것이다.
계단을 내려온 쟌 자오는 바이 위탕을 마주 보고 섰다.
바이 위탕은 품속에서 티켓 두 장을 꺼내 들었다.
“콘서트 어때?”
“제요밴드 콘서트잖아?”
쟌 자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티켓과 바이 위탕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방금 왔다 갔어.”
그러면서 바이 위탕이 손가락을 들어 길 쪽을 가리켰다.
“다짜고짜 표를 던지더니 마약 끊고 싶다더라. 네가 좀 도와줘.”
“부탁한다고 들어주는 거야? 네가?”
쟌 자오는 조수석에 올라타며 바이 위탕에게 물었다.
“준결승전도 다시 할 수 있도록 해줬잖아.”
바이 위탕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걸 누가 알겠어?”
차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이 위탕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날 방욱이 물었잖아. 너한테 그 심리 어쩌고 하는 학회에 왜 안 오냐고. 그랬더니 너는 영원히 모를 거라고 했잖아.”
쟌 자오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근본적으로 나는 심리학자를 의사라고 생각해. 그렇다면 의사의 본업은 무엇일까?”
바이 위탕은 “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방욱 같은 인간은 평생 가도 못 깨닫겠군~~ 역시 고양이는 고양이야.”
“그게 도대체 무슨 논리야?”
“허! 이게 어때서? 그럼 고양이를 고양이라고 하지, 뭐라고 하냐?”
“죽었어, 생쥐 녀석!”
‘퍽!’
“넌 왜 이렇게 폭력적이냐?”
“나는 생쥐를 때린 거거든!”
“……뭐, 좋아!”
'쪽♥'
“뭐, 뭐야?!”
“왜? 나는 고양이한테 뽀뽀한 건데!?”
“죽었어, 너~!”
“어어, 고양아! 나 운전 중이야~~”
“상관없거든!!”
은색의 스포츠카는 S자의 곡예 주행을 펼치며 도로를 달려갔다.
누군가 말했다.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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