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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공일치/S.C.I. -Holding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44화

by hyuny07 2019. 3. 24.

살인범 훈련소 16. 계획.

 

고양아, 어떻게 하려고?”

 

바이 위탕이 차에 시동을 걸며 물었다. 쟌 자오는 턱을 매만져가며 간사하게 웃었다.

 

~~글쎄~”

 

그러더니 차가 출발하자 갑자기 생뚱맞은 질문을 던졌다.

 

바이야, 피해자들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해?”

 

너 지금 화제 바꾼다 이거지?”

 

바이 위탕은 빙그레 웃었다.

 

"난 진지하다구!"

 

쟌 자오는 바이 위탕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 피해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너도 염두에 둔 게 있을 거 아니야!”

 

정말, 이 고양이는 속일 수 없다니깐~!”

 

바이 위탕은 졌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더니 이내 웃음을 거두고 나서 자기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양봉이 불을 지르고 소동을 일으켰던 그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제뇌와 양봉은

모두 범죄에 이용당했잖아.

그들에게 가장 먼저 당한 피해자들, 그러니깐 자선가랑 거리에서 마약 팔던 여자는 무작위로

고른 느낌이라면, 마지막 두 번은 표적이 분명했어. 게다가 서로 연관된 느낌이라 무작위보단

특별히 고른 듯해 보였고.”

 

쟌 자오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일리가 있어. 또 있어?”

 

또 있지."

 

바이 위탕은 말을 이어갔다.

 

가정암, 제요, 그리고 장화까지 해서…… 그들은 피해자가 됐거나 범행의 표적이 이었어. 이건

위의 두 가지 범죄와는 다르게 느껴졌어……. , 나는 일단 이정도야.”

 

바이 위탕은 쟌 자오의 얼굴을 살짝 고개 숙여 들여다보더니 씩 웃었다.

 

어때, 전문가 양반. 너는 이미 생각하고 있는 게 있잖아? 너희가 하는 게 바로 이런 행동의

동기를 연구하는 거잖아. 이제 그 실력을 발휘할 기회야.”

 

!”

 

코웃음 치며 바이 위탕을 노려보던 쟌 자오는 차창 밖으로 시선을 던지며 입을 열었다.

 

사실 내가 생각한 것도 너와 거의 비슷해. 다만 약간의 의견을 추가해 정리해볼게.”

 

한 수 가르쳐 주시죠!"

 

바이 위탕은 흥미롭다는 얼굴로 눈을 반짝였다.

 

나는 피해자를 세 가지의 의도로 분류해 봤어.”

 

세 가지?”

 

쟌 자오는 오른손 집게손가락으로 차창을 가볍게 두드리며 설명을 시작했다.

 

첫 번째로 제뇌와 양봉의 공격 대상이 네 말대로 처음에는 무작위가 맞아. 하지만 그럼에도

피해자들은 양봉과 제뇌가 가진 정의에 부합하는 인물이었지. 그들에게 범죄를 사주한 인물은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보다 그들의 인격분열을 증명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어.”

 

바이 위탕이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해봐.”

 

두 번째는 윌슨 박사야. 존 킹을 저격하고 양봉을 유흥가로 내몰고, 심지어 로라 여사가 자신을

공격하도록 만들었어. 나는 이 세 번의 시도가 어떤 의도를 품고 있다고 봐.

 

우선, 그 만찬에서의 저격 사건으로 살인범 훈련소가 경찰의 시야에 들어왔고, 이후 양봉의

일로 살인범 훈련소라는 게 경찰들 사이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어. ……마지막에는 윌슨

박사에게 편지가 오고, 그를 공격하도록 사주했지. 그리고 이 사건은 경찰들의 시선을 전부

살인범 훈련소로 쏠리게 했어."

 

쟌 자오는 바이 위탕을 돌아보았다. 바이 위탕은 미간을 찌푸린 채 핸들을 가볍게 두드리고

있었다.

 

그렇네, 고양아. 네 말을 듣고 보니 우리가 계속 끌려다닌 거였어. 즉 다시 말해 지금까지

우리가 원해서 살인범 훈련소로 초점을 둔 게 아니라……누군가 그걸 원했다는 거잖아.”

 

“bingo!”

 

손가락을 튕기며 옅은 미소를 짓던 쟌 자오는 이내 고민에 잠긴 얼굴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세 번째인 가정암을 살해하고, 제요와 장화가 살해 표적이 된 건 도저히

모르겠어."

 

쟌 자오의 말을 끝으로 두 사람 사이에는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바이 위탕이 핸들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고양아, 결론이 안 나는 건 배제해 버리는 게 어떨까?”

 

그게 무슨 소리야?”

 

쟌 자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음 그게, 심리분석을 배제하고 보면 보통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잖아.”

 

바이 위탕은 정면을 응시한 채 떠오르는 대로 내뱉기 시작했다.

 

원수를 죽인다거나……치정에 의한 살인……혹은 입막음하려고…….”

 

“.....!!!!.......”

 

거기까지 말하던 바이 위탕은 갑자기 무언가 깨달은 듯 멍해졌다. 쟌 자오의 머릿속에도 한 줄기

그럴싸한 이론이 스치고 지나갔다 —— 입막음?!

 

바이야!! 너 역시 천재야!!”

 

쟌 자오는 의자에서 방방 뛰며 바이 위탕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바이 위탕은 환하게 웃으며 볼을

내밀었다.

 

, 그럼 뽀뽀 한 번.”

 

!”

 

너무 흥분이 지나친 나머지 쟌 자오는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살짝 입술을 갖다 댔다 떼는 순간, “하고 소리가 나자 쟌 자오는……

 

……침묵……

 

"! 이 생쥐 녀석!! 넌 죽었어!!"

 

얼굴을 붉게 물들인 고양이는 발톱을 세우고 달려들었다.

 

어어, 조심해 고양아! 나 운전하고 있다고!!”

 

그러나 생쥐의 입은 치즈 더미에 빠진 것 마냥 헤벌쭉 해져 다물어질 줄 몰랐다.

 

상관없거든!!”

 

경찰서로 돌아오는 길, 은색의 스포츠카는 "s"자의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을 펼쳐 보였다~~~

 

 

 

경찰서에 도착한 두 사람은 제일 먼저 팀원들에게 그들의 다음 계획을 전했다. 회의가 끝난

뒤에는 바이 위탕이 정가(丁家)네 쌍둥이와 짧은 전화 통화를 마쳤다.

 

이후 두 사람은 사무실에 앉아 흥분된 표정으로 대어가 낚이기를 기다렸다.

 

12.

 

바이 위탕의 휴대전화로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마한이었다.

 

[오후 2, 창의(创意)빌딩 13]

 

걸렸군!”

 

바이 위탕은 상기된 얼굴로 쌍둥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창의 건물은 현재 바이 그룹 산하의 엔터테인먼트사가 있는 곳으로 이날 오후에 제요가 소속된

밴드의 준결승이 있을 예정이었다.

 

오후 230.

 

준결승전은 예정대로 거행됐다.

 

현장은 준결승전을 보러온 사람들로 북적였고, 사람들 사이에는 정조혜도 있었다.

 

그가 말도 없이 대회장에 나타났을 때는 스태프들과 관계자들 사이가 크게 술렁였다.

그건 그가 바이 유탕의 심복일 뿐만 아니라 바이 그룹의 대주주 중 한 명이기 때문이었다.

 

정조혜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대회장 곳곳을 한가로이 거닐었다. 그러다 마침 다음 공연을 위해

무대에 오르는 제요와 마주치자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제요는 웃는 것도 아니고 찡그린 것도 아닌 어정쩡한 얼굴로 그의 인사를 받았다. 솔직히 그를 보기가 민망해 모른 척하고 싶었다.

 

어쨌든 그도 바이 그룹의 반은 사장이었고, 하필이면 마약 중독 발작으로 추태를 보인 자신을 제지하고 소파에 눕힌 게 바로 그였기 때문이었다.

 

정조혜와 제요가 인사를 나누자 스태프와 관계자들 사이에 또 한 번 술렁임이 일었다. 그리고는 정조혜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대해 온갖 추측이 일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원래 제요와 밴드는 준결승전 진출 자격을 박탈당했었다. 마약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자격 박탈은 취소되었고, 오늘 급히 준결승전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추측과는 다르게 정조혜가 이곳에 온 목적은 따로 있었다. 무대 위로 제요와 밴드가 오르자 정조혜는 혼자 있는 장화에게 다가가 아는 척 인사를 건넸다.

 

고생이 많습니다.”

 

그러면서 안쪽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내밀었다. 장화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담배를 건네받았다.

정조혜가 라이터를 켜자 장화는 살짝 고개 숙여 담배에 불을 붙였다.

 

 사람은 제요의 무대를 지켜보며 간간히 대화를 주고받았다. 노래가 중반을 지날 즈음,

정조혜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장화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조용히 대회장을 떠났다.

 

 

한편,

 

 

창의 빌딩 맞은편 건물에는 의문의 검은 가방을 한 손에 든 채 계단을 올라가는 이가 있었다.

마한이었다.

 

조금 전 사격 클럽을 갔던 마한은 자신의 탈의함에 의문의 검은 가방이 들어있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단번에 깨달았다. 가방은 그의 예상과 정확히 들어맞는 배럿 M82A1형 저격소총이 들어 있었다.

 

마한은 그 가방을 들고 곧장 이곳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중간에 화장실을 들려 바이 위탕에게

문자를 보냈다.

 

마한은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이용해 옥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가 막 4층 계단에 올라섰을 무렵, 4층으로 통하는 비상구 문 앞 누군가 서 있었다. 하늘색

작업복을 입은 청소부였다. 그의 옆에는 끌고 다니는 대형 청소 카트가 세워져 있었다.

 

마한은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청소부는 말없이 올라오는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윽고 4층에 다다른 마한이 청소부를 지나치는 순간, 검은 가방은 순식간에 똑같은 디자인의 다른 가방으로 바뀌어 있었다.

 

마한은 걸음을 재촉하며 위로 계속 올라갔고, 청소부는 청소 카트를 끌고 건물 안의 밀폐된

방으로 사라졌다.

 

오후 250.

 

옥상에 도착한 마한은 문을 잠근 뒤 옥상의 가장자리로 이동했다. 창의 빌딩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그는 검은 가방을 열어 배럿 M82A1을 꺼내 들었다. 

섬세한 손놀림으로 총을 조립하고 마지막으로 총알까지 장전 완료한 마한은 조준경 너머로 보이는 창의 빌딩 13층의 한 곳을 향해 초점과 각도를 맞추기 시작했다.

 

오후 3.

 

대회장은 비등점 밴드의 공연으로 들끓었다. 제요가 노래를 부르는자 그녀에게서는 어린

소녀의 청순함보단 갖은 풍파를 견뎌낸 듯한 깊은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순식간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무대 앞에 자리한 심사위원들은 모두 만족스러운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훌륭해. 분명 유명해지겠어.

 

심사위원들의 표정을 읽은 장화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저 녀석은 보물이야. 내가 발굴한 보물-!

 

팔짱을 낀 채 고개를 크게 주억거리자 머리가 핑하고 돌았다.

 

…… 이상하게 아까부터 머리가 어지럽단 말이야.

 

마한은 장화의 심장을 조준했다.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조준경을 들여다보았다.

곧이어 정화의 몸이 살짝 비틀거리는 순간, 마한은 방아쇠를 당겼다.

 

그 소리는 첫 곡을 마친 제요가 다음 곡을 준비하기 위해 잠시 멈춘 사이 적막감을 뚫고

들려왔다. 그게 무슨 소리인지는 단번에 알았다. 분명 유리 깨지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 소리가

왜 들려온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장화는 욱신욱신 쑤셔오는 가슴에 손을 올렸다. 손바닥에 축축한 무언가에 닿았다…… 장화는

고개를 숙여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아찔할 정도로 새빨간 피로 손은 범벅되어……

 

문득 장화의 머릿속에 한 인물이 떠올랐다. ……너 결국 내 입을 막으려고……

 

뒤이어 머리가 무거워지고 의식이 흐려지면서 정신을 잃었다. 쓰러진 장화 곁으로 사람들이

달려왔다. 단순히 쓰러진 줄 알았던 사람들은 그의 가슴에 핀 붉은 핏자국을 보자 기겁을 하고는

도망치며 비명을 내질렀다.

 

비명을 듣고 정조혜가 다시 대회장으로 들어왔다. 그는 곧바로 쓰러진 장화에게 다가가 몸을

살폈다.

 

빨리 구급차를…….”

 

구급차는 필요 없습니다!”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 무리에서 신고하자는 목소리가 튀어나오자 정조혜는 장화의 맥을 짚으며

고개 흔들었다.

 

그냥 경찰에 신고하세요.”

 

할 일을 마친 마한은 처음과 같은 상태로 총을 가방 속으로 집어넣고는 빠르게 옥상을 벗어났다.

 

올라올 때와 마찬가지로 내려갈 때도 계단을 이용했다. 한걸음에 4층까지 내려가자 비상구 앞에

청소부가 서 있었다.

 

 마한은 다소 침착한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다시 청소부를 지나치는 순간, 손에 있던 검은 가방은 순식간에 처음 그가 가져온 가방으로 바뀌어 있었다.

 

 

1분 뒤,

검은색 가방은 든 마한은 군중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3분 뒤,

출동한 경찰차가 장화를 싣고 떠났다.

 

20분 뒤,

사격 클럽에 도착한 마한은 탈의함에 가방을 집어넣고는 다소 흥분된 모습을 보이다 집으로

달려갔다.

 

30분 뒤,

누군가 마한의 탈의함을 열었다. 검은색 가방을 열자 배럿 M82A1형 저격소총이 들어 있었다.

총에는 생긴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발사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입꼬리가 위로 솟으며 스산한 웃음이 입가에 지어졌다.

 

 

갑작스러운 사건 발생으로 순수하게 공연을 보러 왔던 사람들이 말이 묶인 채 경찰의 조사를

받아야 했다. 제요는 경찰 조사 대신 S.C.I.의 사무실로 불려갔다.

 

마치 자신이 올 것을 예상하고 기다리고 있었던 듯한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을 보자 제요은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걱정할 필요 없어요. 그냥 참고 조사 좀 하려는 거예요.”

 

다정한 목소리로 제요를 의자에 앉히며 쟌 자오는 가정암 집에서 찾은 여고생 사진을 꺼내

들었다.

 

혹시 이 사람을 본 적 있나요?”

 

제요는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였다. 어딘가 본 듯했지만 확신은 없었다.

 

……. 그런 것 같긴 한데 이미지가 좀 달라요.”

 

아는 사람인가?”

 

바이 위탕이 물었다.

 

아니요.”

 

제요는 고개를 저었다.

 

한 번…… 딱 한 번 본 적이 있어요. 전에 거리에서 장화 매니저가 여자랑 같이 있는걸요…….

그때 두 사람 좀 심하게 말다툼 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그 여자가 이 사진 속 여자보다 좀 더

세련되고 나이도 더 많아요.”

 

순간 바이 위탕과 쟌 자오의 두 눈이 마주쳤다. 쟌 자오는 잡지에서 오려낸 사진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이 사람 맞나요?”

 

! 이 여자 맞아요!"

 

제요는 고개까지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쟌 자오는 사진을 주머니에 넣으며 미소 지었다.

 

고마워요. 이제 조금 기다렸다가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가면 돼요. 대신 사람들한테는 여기 온 거

비밀로 해 줄래요?”

 

.”

 

제요는 조호를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왕조, 장용!"

 

바이 위탕의 부름에 두 사람이 앞으로 달려왔다.

 

너희 두 사람은 24시간 내내 방정을 주시하도록. 무엇을 하는지,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 등, 전부

알아내도록 해. 절대 들키지 않도록!”

 

!"

 

힘찬 대답과 함께 두 사람은 곧바로 사무실을 나섰다.

 

장평, 방정에 대한 자료를 전부 찾아봐. 특히 그녀의 고등학교 시절을.”

 

.”

 

고양아.”

 

팀원들에게 지시를 다 내리고 바이 위탕은 쟌 자오를 돌아보았다.

 

이다음은 어떻게 할까?”

 

쟌 자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선은 마한의 연락을 기다릴 수밖에 없어. 곧 있으면 상대방 쪽에서 다시 지령을 내릴 거야.

그때 되면 그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게 되겠지.”

 

바이 위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서경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대장, 장화가 깨어났습니다.”

 

어떻게 할까?”

 

바이 위탕은 쟌 자오를 돌아보며 물었다.

 

고양아, 다시 연기 콜?”

 

쟌 자오는 피식 웃었다.

 

그거 좋지.”

 

특별히 마련 특수 병실의 침대 위에는 온몸에 각종 선을 단 채 장화가 누워있었다. 침대 주위에

늘어진 온갖 치료 장비가 마치 격리된 중환자실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잠시 뒤, 정신을 차린 장화의 눈앞에 하얀 천장이 들어왔다. 그의 기억은 대회장에서 제요의

공연을 보던 것까지라 어떻게 해서 자신이 여기 와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머리는

몽롱하니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왼쪽 가슴에서는 통증이 느껴졌다.

 

기분은 좀 어떠세요?”

 

장화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서

있었다. 장화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저는 어떻게…….”

 

겨우 목숨을 건졌으니 움직이면 안 됩니다!”

 

바이 위탕은 일어나려는 그를 막더니 다시 침대에 눕혔다.

 

? 제가…….”

 

당신은 저격을 당했습니다. 총알은 심장에서 1센티미터도 떨어지지 않는 곳에 박혔죠.”

 

바이 위탕은 아주 그럴싸하게 말을 꾸며댔다.

 

"의사 말로는 적어도 3개월은 더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

 

"당신을 죽이려고 했던 사람이 누군지 아십니까?"

 

장화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바이 위탕은 쉼 없이 몰아붙였다.

 

말하는 게 좋을 겁니다. 당신이 죽지 않았다는 걸 상대방이 알면 사람을 보내서 당신을 죽이려

할지도 모르니까요.”

 

장화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곧이어 무슨 결심을 한 듯 그는 주먹을 꽉 주었다.

 

너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좋아. 감히 네가 날 죽이려 하다니. 이제 나도 의리 따위 지킬 필요도

없겠네. , 방정! 그 더러운 여자가 내 입을 막으려고 한 겁니다!”

 

바이 위탕과 쟌 자오의 눈이 마주쳤다. 바이 위탕은 주머니에서 녹음 펜을 꺼내 전원을 켰다.

 

왜 방정이 당신을 죽이려고 했죠?”

 

바이 위탕이 물었다.

 

"왜냐하면…… 내가 그녀의 과거를 알고 있으니까! 그 여자, 지금 까지 있던 살인 사건들 모두 그

여자가 저지른 겁니다.”

 

흥분한 장화의 목소리가 커졌다.

 

자세히 말해주실까요?”

 

바이 위탕이 물었다.

 

"당신들도 아시지 않습니까. 그 여자 콧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서는, 도대체가

연예인보다 더 유명한 스타 매니저라니. 이게 말이 됩니까? 그년 아주 잘난 듯 보여도 원래는

창녀였습니다!"

 

말 좀 곱게 씁시다.”

 

바이 위탕이 미간을 찌푸렸다.

 

, 네네, 그러죠.”

 

장화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바이 위탕의 눈초리를 피해 다시 입을 열었다.

 

저와 가정암은 고등학교 때 알던 사이로 술집을 드나들며 친해졌죠.

둘 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다 보니 돈 좀 벌고 싶단 생각이 간절하더군요. 그래서 처음에는 큰돈 좀 벌어보자, 하는 마음에 지하도박장에 가게 됐죠. 처음에는 좀 땄습니다. 그래서 가정암과 저는 큰돈을 벌 수 있단 기대에 점점 더 빠져들었죠.

하지만 할수록 돈을 점점 잃어갔고, 마지막에는 도박장 주인한테까지 손을 벌렸죠. 결국 그 돈도 다 잃고, 돈은 없는데 이자는 불어나고. 돈 갚으라는 협박이 점점 변하더니 얼마 안가서는 목숨까지 위태로울 지경이었죠."

 

장화는 한숨을 쉬었다.

 

근데 저희가 돈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가정암한테 네 여자친구 미모가

뛰어나니깐 그녀를 내세워서 돈을 갚자고 제안했죠.”

 

쟌 자오는 경악했다.

 

그게 방정??”

 

…….”

 

장화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계속하시죠.”

 

바이 위탕이 재촉했다.

 

"처음에 가정암은 거부했습니다. 자기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했죠. 그런데 그 녀석도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니깐 결국 동의하더군요. 그래서…… , 그녀를 이용해서……빚을

갚았습니다.”

 

장화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지원한 겁니까?”

 

바이 위탕이 냉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어쨌든 그 여자 행실도 그다지 올바른 건 아니라서 평소에도 꽤 제멋대로였고,

가정암이랑 어울리……

 

지원한 거라고 물었습니다!”

 

바이 위탕은 주절주절 변명을 늘어놓는 장화의 말을 가로막았다.

 

……저희가…… 저희가 약을 먹여서 얌전해진 그녀를…….”

 

그래서!”

 

"저희는 절대! 절대 그녀를 중독시킬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습니다. 근데 약에 중독

돼서는……

 

무슨 약?”

 

그 도박장 앞잡이가 준 건데 색이 들어 있고……중독되지는 않을 거라고 했는데……중간에 더

먹였던 건지도……아무튼 그날 이후 사실을 안 방정은 용서할 수 없다며 가정암과

헤어졌습니다.”

 

그 뒤엔?”

 

바이 위탕은 미간을 찌푸렸다.

 

좀 시원시원하게 말하면 안 됩니까?!”

 

, . 그러죠.”

 

장화는 급히 말을 이었다.

 

그 뒤에는 가정암과 저도 틀어져서 서로 연락도 안 하고 지냈죠. 근데 나중에 들려오는 소식에

방정이 대학을 들어갔고, 가정암은 다른 사람이 된 듯 공부며 일을 닥치는 대로 하더니 연줄로

M대 담당 교사가 됐다고……. 저는 잘 못살고 있었는데 말이죠……. 후에 다시 들려온 소식은

방정이 학교를 자퇴하고 나라를 떠났다는 거였습니다."

 

그럼 어떻게 다시 방정과 만난 겁니까?”

 

그게 어느 날 우연히 텔레비전에 그녀가 나오기에 제가 가정암을 찾아가서 아직도 그녀와 알고

지내는지 물었죠. 그날, 녀석이 술은 진탕 마시고는 저한테 그러더군요. 자신이 학생 두 명의

자료를 방정에게 넘겨줬다고요. 그녀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자신은

알면서도 말릴 수도 없다고…….

그제야 저는 이 녀석이 그녀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그런 행동을 했고, 그 여자는 녀석의

죄책감을 이용해 개처럼 부려먹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그 뒤로…….”

 

그래서 그걸 가지고 그녀를 협박한 건가요?”

 

쟌 자오가 입을 열었다.

 

그녀에게 직업을 요구하고, 그리고 또 뭘 부탁했죠?”

 

저는……, 아무것도…….”

 

장화는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제가 어떻게 그녀에게 요구라는 걸 하겠습니까. ……아시지 않습니까. 그 여자가 저보다 돈도

많고 권력도 빵빵한걸요.”

 

가정암을 죽인 게 당신이지?”

 

싸늘한 눈길로 장화를 내려다보며 바이 위탕은 단정 지어 말했다. 장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 아닙니다.”

 

그럼 왜 당신 지문이 병에 남아있죠?”

 

지금이 기회라 여긴 쟌 자오는 거짓말을 지어 미끼를 던졌다.

 

그럴 리가, 그 약병은……

 

장화는 급히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이미 두 사람이 던진 떡밥에 걸린 뒤였다.

 

계속 말해보지.”

 

바이 위탕이 싸늘하게 웃었다.

 

누가 당신한테 약병이라고 했던가? 음료수병일 수도 있잖아?”

 

, 나는…….”

 

왜 가정암을 죽인 거죠?”

 

쟌 자오가 물었다.

 

, 그게 저는 방정이 시키는 대로 따랐던 거예요. 가정암이 화장실에서 약을 먹었던 건 평소

챙겨 먹던 비타민을 먹기 위해서였어요. 다만 그 안에 들어 있던 게 비타민이 아니라 방정이

저에게 주면서 바꿔치기하라고 했던 약이…….”

 

거기까지 듣던 바이 위탕은 녹음 펜을 끄더니 갑자기 장화 몸에 연결된 선을 거칠게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당황해하는 장화를 노려보며 문밖을 향해 말했다.

 

들어와.”

 

병실 문이 열리며 경찰 두 명이 걸어 들어왔다.

 

이야~ 바이 팀은 연기도 잘하네.”

 

나머지는 자네들에게 맡기지.”

 

바이 위탕은 두 경찰의 어깨를 두드렸다.

 

당신들……이게…….”

 

장화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닥에 널브러진 선과 바이 위탕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무슨…… 이게 어떻게…….”

 

한 경찰관이 그를 침대에서 끌어 올렸다. 그제야 자신의 왼쪽 가슴을 제대로 내려다볼 수 있게 된

장화는 애초부터 총구멍은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당신이 맞은 건 혈장을 넣은 공포탄(练习弹0이에요.”

 

쟌 자오가 말했다.

 

…… 지금 날 속였어?”

 

속여?"

 

바이 위탕은 그를 내려다보며 이죽거렸다.

 

"어디 평생 감옥에서 잘살아 보라고. 이 쓰레기 새끼야."

 

장화가 두 경찰에게 연행되어 가는 걸 지켜보면서 바이 위탕과 쟌 자오의 가슴속에는 슬픔이

몰아쳤다. ……방정의 행동은 지독히도 잔인했지만 반대로 그런 그녀가 너무나 가여웠다.

 

……그녀가 가장 큰 피해자였다.

 

 

S.C.I.로 돌아온 두 사람은 말없이 바이 위탕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지금에 이르러 사건의

윤곽이 어느 정도 잡힌 이 시점의 모든 증거가 방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방정이 배후인지, 아니면 그녀 또한 장기 말일 뿐인지…….

 

Didididdididi~~~~~

 

바이 위탕의 전화가 울렸다. 마한이었다.

 

그래, 마한. 어때?”

 

바이 위탕은 스피커 버튼을 눌러 쟌 자오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긴 침묵만이 흘러나왔다. 마한은 한참을 망설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장, 또 다른 메일이 왔습니다. 사냥감2 입니다.”

 

이번엔 누구지?”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초조하게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게…….”

 

마한은 모니터에 비친 익숙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공 선생님이……

 

………?!!…………

 

두 눈이 마주친 바이 위탕과 쟌 자오의 얼굴은 온통 의문투성이였다.

 

 

다음날,

 

3일간의 감금 생활 끝에 드디어 출근할 수 있게 된 공손은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그는 평소에는

먹지 않는 아침 식사도 꼬박 챙겨 먹고 나왔다. 정조혜는 그 아침 메뉴 속에 약간의 재료를 첨

해 뒀었다.

 

길을 걷던 공손은 현기증을 느끼고는 제자리에 멈춰 섰다. 동시에 거북이걸음으로 뒤따라오던 차 한 대도 멈춰 섰다. 바이 유탕은 핸들에 몸을 숙인 채 공손을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어째 어제보다 더 아파 보이냐? 도대체 무슨 체질 인거야? 내가 3일간 지극정성으로 보살핀 건 다 어디로 가고? 설마 더 기다려야 되는 거야? 나를 얼마나 더 금욕시키려고…….

 

투덜거리면서 공손을 바라보던 바이 유탕은 뭔가 잘못 굴러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총알이 허공을 가르며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이 유탕의 시야에 공손이 바닥으로 쓰러지는 모습이 슬로우 모션처럼

비춰졌다.

 

바이 유탕은 차에서 내려 공손에게로 다가갔다.

 

먼 곳에서도 선명한 붉은 자국이 제발 자신이 생각하는 그것이 아니기를 간절히 빌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내려다본 그것은 의심할 수 없는 붉은 핏자국……

 

세상의 소리가 지워지고, 사방엔 어둠이 짙게 깔렸다. 공허한 어둠 속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공손과 자신만이 존재했다.

 

서서히 발밑이 무너져 내려갔다.

 

……공손……

 

바이 유탕은 주저앉아 공손을 감싸 안았다. 평소 가벼웠던 몸이 지금은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늘어진 팔을 보자 정신이 아찔해져서 이성을 잃을 것만 같았다.

 

공손……

 

먼 곳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정조혜는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며 중얼거렸다.

 

일 났네. 형님한테 말씀드리는 걸 깜박했어.”

 

괜찮지 않아?”

 

정조란은 별일 아니라는 듯 태평한 표정을 지었다.

 

형님이 공 선생의 맥을 짚기만 하면 바로 괜찮다는 걸 알 수 있잖아.”

 

네 눈에는 형님이 멀쩡한 걸로 보이냐?”

 

그러면서 정조혜가 손가락으로 바이 유탕을 가리켰다.

 

핏기 하나 없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은 공손보다 더 죽은 사람 같았다.

 

조혜란은 기겁했다.

 

아니, 형님?!? 왜 맥을 안 짚는 거야?! 아니면 심장이나 숨소리라도 들어봐야지!!”

 

지금 같은 상황에 누가 그런 걸 생각하겠냐?!”

 

정조혜는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형님이 공 선생을 따라 순정(殉情)하지는 않겠지?”

 

사랑 때문에 죽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그게 왜 말이 안 돼!? 그럼 로미오와 줄리엣은 왜 죽었는데?”

 

그 사이 공손과 바이 유탕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구급차가 곧 올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요!”

 

사람들이 무리에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구급차라는 소리에 바이 유탕은 번뜩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가만히 공손을 내려다보았다. 꿈이 아니었다. 공손은 피를 흘린 채 차갑게 식어……?

 

바이 유탕 벌떡 일어났다. 뭔가 이상했다. 공손의 몸은 여전히 따뜻했고, 맥박도 뛰고 있었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천천히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까지……기절한 거였군……

 

신고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구급차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빨리 도착했다. 바이 유탕은

공손을 안아들고 구급차로 걸어갔다.

 

……그리고 차에 오른 순간, 바이 유탕의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구급차에는 흰 가운을 걸친 의사가 아니라 자신의 눈치를 살피며 어색한 얼굴로 앉아 있는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이 있었다.

 

병원에 도착한 바이 유탕은 직접 공손을 침대까지 안아 옮기고서 이불까지 다정한 손길로 덮어준

뒤 몸을 돌렸다. 죽을죄를 지은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그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서 있었다.

 

누구 아이디어지?”

 

히익~~~

 

바이 유탕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두 사람은 움찔 어깨를 떨었다.

 

쟌 자오가 슬쩍 바이 위탕에게 눈짓했다.

 

어떡해?’

 

바이 위탕은 체념한 얼굴로 눈짓했다.

 

별 수 있어? 도망쳐야지!’

 

잠시 바이 유탕이 공손에게 한눈 팔린 사이 두 사람은 슬금슬금 문 쪽으로 게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문이 가까워지자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동시에 문으로

손을…….

 

이 꼬마 녀석들! 아주 간땡이가 부었구먼. 겁도 없이 말이야. 좋아, 오늘 내 친히

너희들을 교육해주지!"

 

꺄아~~~~~~~”

 

병실 앞에서 상황을 살피던 쌍둥이는 두 사람의 비명 소리가 들려오자 깜짝 놀라 줄행랑쳤다.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머리를 감싼 채 병실을 이리저리 도망치고 있었다.

 

형님이 미쳐 날뛰고 있어~~~

 

하지만 아무리 도망쳐도 병실은 한정된 공간이었고, 두 사람은 결국 바이 유탕의 손아귀에

붙들리고 말았다.

 

 바이 유탕이 친히 그들에게 가르침을 내리려는 일촉즉발의 순간, 잠에서 깨어난 공손이 ..”하고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건 바이 유탕의 살기를 한순간에 사라지게 했을 뿐 아니라 구석에 몰린 채 죽음을

기다리던 새끼 고양이와 새끼 쥐의 목숨을 살린 게 되었다.

 

바이 유탕은 공손에게 달려갔다. 공손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떻게…….

 

그러면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바이

유탕의 얼굴에 기쁨의 환희가 가득 차올랐다.

 

……누가 보면 공손이 죽었다 깨어난 게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바이 유탕은 공손에게 환희를 넘어 기적을 보는 듯 했다.

 

정말 아까 일만 생각하면…….

 

바이 유탕은 구석에 숨어 있는 바이 위탕과 쟌 자오를 노려보았다.

 

세 사람의 행동이나 바이 유탕의 표정으로 보아 공손은 어렴풋하게나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유추할 수 있었다.

 

바이 위탕은 형님이 공손에게  정신 팔려 있는 틈을 타 쟌 자오를 데리고 몰래 병실을 빠져나왔다.

 

조심스럽게 닫히는 문틈 사이로 바이 유탕이 공손을 껴안는 게 보였다.

 

당신이 괜찮아서 정말 다행이야. 정말로 다행이야. 앞으로 당신 말 잘 들을게. 당신만 내 곁에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