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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공일치/S.C.I. -Holding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61화

by hyuny07 2019. 7. 19.

마법 살인범 16. 비행.

 

마한이 나간 지는?”

 

사진을 테이블 위로 내던지며 바이 위탕이 장평에게 물었다.

 

그의 얼굴에 긴장의 빛이 감돌았다.

 

갑자기 바뀌어 버린 그의 안색을 살피며 장평이 서둘러 대답했다.

 

……십 분 정도 전에요…….”

 

바이 위탕은 쟌 자오를 돌아보았다.

 

고양아, 어느 쪽? 심잠 아니면 진가이?”

 

쟌 자오는 고개를 숙인 채 잠시 생각했다.

 

진가이!”

 

나도 그렇게 생각해!”

 

동감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바이 위탕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곧이어 전화가 연결되고 수화기 너머로 마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장!

 

너 진가이 집이 어딘지 알아?”

 

, K 거리에 있는 D 아파트 13충입니다. 그녀가 조금 전에 알려준 겁니다.

 

마한이 빠르게 물었다.

 

대장, 사진 보셨습니까?

 

그래!”

 

서둘러 사무실을 나온 바이 위탕은 쟌 자오와 함께 주차된 차량으로 달려가며 마한에게 말했다.

 

공성은 장진진과 심영을 죽였어. 이제는 진가이를 찾아갈 가능성이 커. 녀석은 총을 소지하고 있으니 주의하도록!”

 

.

 

마한의 차가 진가이의 아파트 앞에서 멈추었다.

 

대장, 제가 먼저 진가이 집으로 가겠습니다.

 

그래, 우리도 서둘러 가지.”

 

.

 

마한은 전화를 끊고서 쏜살같이 차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 안으로 뛰어 들어가며 품 안에서 총을 꺼내 들었다.

 

그는 13층으로 곧장 가는 대신 12층에서 내려 계단을 이용해 13층으로 올라갔다.

 

진가이의 집 현관문이 살짝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

 

발소리를 줄여가며 빠르게 현관으로 다가가 벽에 귀를 대고 조용히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집 안은 쥐 죽은 듯 완벽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아무도 없다고 판단되자 그는 힘껏 문을 열어 총을 겨눈 채 안으로 뛰어들었다.

 

동시에 형광등의 하얀 불빛이 눈이 들어왔다.

 

바닥에는 아무렇게나 벗어 던진 옷가지들이 뒹굴고 있었다.

 

옷들은 오늘 진가이가 입었던 것들이었다.

 

마한은 방들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도 없었다.

 

주위를 살피던 그의 눈에 김이 피어오르고 있는 우유가 들어왔다.

 

……마한은 통유리창을 열고 베란다로 나갔다.

 

난간 너머로 고개를 숙이고 아파트 입구 쪽을 응시했다. 잠시 그 상태로 기다려봤지만, 건물에서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아직 건물 안에 있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건물 내부를 살펴볼 생각으로 다시 현관문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복도에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듯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평범한 발걸음 소리가 아니라 소리가 나지 않도록 상당히 조심스럽게 걷는 소리였다. 게다가 두 명이었다.

 

마한은 총을 겨눈 채 빠르게 현관문으로 다가가 벽을 등지고 숨을 죽인 뒤 타이밍을 노렸다.

 

발자국 소리가 현관문 앞에서 멈췄다. 곧이어 닫혀있던 현관문이 서서히 열렸다.

 

상대의 발이 현관문에 들어오는 순간 마한은 잽싸게 몸을 돌려 상대에게 총을 겨눴다. 그와 동시에 상대방도 마한에게 총을 겨눴다.

 

서로에게 총을 겨눈 두 사람. 그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본 채 어리둥절해졌다.

 

대장!”

 

먼저 총을 내린 것은 마한이었다.

 

문 앞에 서 있던 사람은 전속력으로 달려온 바이 위탕과 쟌 자오였다.

 

사람은요?”

 

쟌 자오가 다급하게 물었다.

 

없습니다.”

 

마한은 고개를 저었다.

 

빠르게 집안을 살펴본 쟌 자오가 입을 열려는 찰라, 베란다 밖에서 여자의 비명이 들려왔다.

 

쟌 자오는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옥상이야!”

 

바이 위탕은 마한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을 통해 무언의 지시를 받은 마한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몸을 돌려 베란다로 달려갔다.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방금 온 길을 되돌아가 옥상으로 달려갔다.

 

옥상에서는 진가이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살을 밸 것만 같은 날카로운 겨울바람이 얇은 잠옷을 뚫고 그녀를 휘감았다.

 

그런 그녀의 눈앞에 검은 총구가 겨눠지고 있었다. 총구를 겨운 채 남자가 조금씩 앞으로 다가오자 그녀는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몇 발자국만 더 가면 추락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공성!”

 

옥상으로 뛰어들며 바이 위탕이 소리쳤다.

 

그런 그에게 진가이의 시선이 향한 틈을 타 공성은 재빨리 진가이를 잡아당겼다. 한쪽 팔로 그녀의 목을 감싸면서 다른 손에 든 총을 그녀의 관자놀이에 겨누었다.

 

오지 마!”

 

그 자세 그대로 뒤로 물러서며 공성이 소리쳤다.

 

그들의 뒤는 더 이상 옥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성을 잃은 공성에게 뒤를 살필 판단력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가 다시 뒤로 물러서려는 듯하자 쟌 자오 황급히 소리쳤다.

 

진정해요!”

 

그리고는 서둘러 덧붙였다.

 

더 이상 가면 안 돼요!”

 

그 소리에 놀란 공성의 발이 멈추었다.

 

그는 실핏줄이 터져 붉게 물든 눈으로 쟌 자와 바이 위탕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당장 꺼져! 가까이 오지 마!”

 

당신은 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해치려고 하는 거죠?!”

 

쟌 자오가 말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진가이를 가리키며 덧붙였다.

 

당신은 그녀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잖아요.”

 

공성은 두 사람을 노려보던 눈길을 진가이에게 돌렸다.

 

그래~~ 내가 그녀를 위해 많은 일을…….”

 

공성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렇게 멍하니 중얼거리던 공성은 돌연 인상을 찌푸리며 빠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갈았다.

 

하지만 너는 내가 누군지 모른다고 했어!”

 

난 정말 당신이 누군지 몰라요!”

 

진가이가 단호하게 외쳤다.

 

그녀는 힐끗 공성을 올려다보았다.

 

우리는 오늘 오후에 주차장에서 한 번 만난 것뿐이잖아요. 내가 비겁하다고 놀려서 그래요? 아니면 겁쟁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일 건 없잖아요!!”

 

한편, 베란다로 나간 마한은 난간 밖으로 몸의 반을 내민 채 위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진가이와 공성이 바로 옆집 위에 서 있었다.

 

반쯤 내밀었던 몸을 바로 세운 마한은 옆집을 똑바로 응시한 채 천천히 호흡을 내쉬며 뒤로 물러섰다.

 

베란다의 끝에 뒤꿈치가 닿는 순간, 그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달려가더니 폴짝 공중으로 뛰어올라 베란다 난간을 밟고 순식간에 옆집 베란다로 넘어갔다.

 

바닥을 한 차례 구르며 성공적으로 옆집으로 이동한 그는 몸을 일으키는 동시에 다시 베란다 밖으로 몸을 내밀고 옥상의 상황을 주시했다.

 

가려야~ 가려야, 드디어 널 만났는데. 일부러 나를 모른 척하는 거야?”

 

공성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안심해, 널 해치려고 하는 사람은 내가 다 죽였어~~~”

 

지금 무슨 헛소리예요?!”

 

진가이는 짜증이 솟았다.

 

도대체 가려(佳丽)가 누구예요? 나는 가이(佳怡), 진가이라고요! 사람 잘못 봤어요!!”

 

서가려!”

 

쟌 자오가 불쑥 소리쳤다.

 

그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진가이를 노려보았다.

 

저 여자는 죽음이 두렵지도 않나~~~

 

진가이는 쟌 자오를 돌아보았다. 자신을 보고 있는 그의 눈빛 속에서 빠르게 의도를 알아챘다.

 

서가려인 척하라고? …….

 

속으로 혀를 차며 그녀는 눈살을 찌푸린 채 공성을 올려다보았다.

 

그래, 좋아요. 내가 서가려예요.”

 

가려? 정말로 가려야?”

 

그 한마디에 공성의 험악했던 기운이 말끔히 사라졌다.

 

진가이를 보며 바보처럼 웃음 짓는 그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배어 있었다.

 

네가 이렇게 자라다니, 네가 준 회중시계를 내가 계속 가지고 있었어. , 봐봐.”

 

진가이는 갑자기 변해버린 공성의 태도에 사뭇 놀랍다는 듯이 눈을 부라렸다.

 

……갑자기 이 남자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의 진짜가려는 이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지 않을까.

 

우리 내려가는 게 어때요?”

 

진가이가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건넸다.

 

당신이랑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 좋아!!”

 

공성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내려가자! 내려가~~ 여긴 너무 춥네.”

 

그러면서 몸을 돌린 공성은 앞으로 걸어가며 진가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순간, 진가이의 뇌리에 이 손을 잡으면 안 된다는 경고가 들어왔다.

 

저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은 손이야.

 

……손을 피해 본능적으로 뒤로 한발……

 

조심해!”

 

쟌 자오가 소리쳤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바이 위탕이 손을 뻗으며 몸을 날려봤지만,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손을 스치고 말았다.

가려야!!!!”

 

아연실색한 공성이 손을 내밀며 달려갔지만, 그 또한 이미 늦은 뒤였다.

 

진가이는 슬로우 모션처럼 세 사람과 자신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귓가에하는 바람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그녀의 몸은 중력에 이끌려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강하게 아래로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릿속은 텅 비어버렸다.

 

바로 그때였다.

 

!”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느껴지던 중력이 사라지고 몸이 공중에서 멈춰서 버렸다.

 

어디선가찌익-”하고 옷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인상을 찌푸린 채 자신을 붙잡고 있는 마한이었다.

 

그의 몸은 절반 이상이 난간 밖으로 나와 있었다. 한 손으로 난간을 붙잡은 채 다른 한 손으로는 자신의 잠옷을 붙잡고 있었다.

 

얇은 옷가지는 무게를 견디지 못해 천천히 끊어지고 있었다.

 

나를 잡아!”

 

마한이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그의 귓가에 어깨가 틀어지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팔 전체로 퍼지는 통증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빨리!”

 

!”

 

정신을 차린 진가이는 재빨리 기어 올라 마한의 팔을 붙잡았다.

 

마한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성인 여성의 무게를 한쪽 팔로, 그것도 틀어진 어깨로 받아내고 있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소리쳤다.

 

꽉 잡아!”

 

!”

 

진가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팔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마한은 난간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천천히 굽혔던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몸을 거의 다 끌어올렸을 때, 뒤로 젖힌 몸이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지며 진가이와 함께 베란다 안으로 떨어졌다.

 

옥상에서는 바이 위탕과 쟌 자오가 숨 쉬는 것도 잊고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모습이 베란다 안으로 사라지자 두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렸다.

 

바이 위탕은 넋을 잃고 멍하니 서 있는 공성에게 다가갔다. 그의 손에서 총을 빼앗아 쟌 자오에게 넘기고 그에게 수갑을 채웠다.

 

 

 

 

마한은 바닥에 누운 채 한참이나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호흡이 진정되자 조금씩 정신이 들었다.

 

틀어졌던 어깨에서는 더 이상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너무 추웠다.

 

그는 자신의 몸 위에 엎드려 있는 진가이에게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습니까?”

 

진가이는 천천히 고개를 마한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차츰 눈물이 차오르는가 싶더니 갑자기으앙!”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그녀는 마한의 옷자락을 움켜쥔 채 서럽게 울어댔다. 콧물을 흥-하고 마한의 옷에 풀고…….

 

시간이 지나자 진가이의 눈물도 차츰 잦아들었다.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상태가 눈에 들어왔다.

 

……끌어 올려지면서 뜯어지고 풀어진 잠옷이 활짝 열린 채 속옷이 그대로 보이고 있었다.

 

그녀는 마한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게 다 당신 때문이잖아요! 당신이 책임져요!”

 

마한은 그녀의 말에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그의 시선 끝에 그녀의 상체가 들어왔다.

 

사람 살리기 바빠 죽겠는데 그런 것 따위에 신경 쓸 여유가 있나……

 

인제 보니 풀어헤친 옷 사이로 그녀의 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어때요?”

 

그의 시선을 느낀 진가이가 당당한 얼굴로 물었다.

 

몸매 좋죠?!”

 

마한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평범한데.”

 

뭐라구요?”

 

진가이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의 옷깃을 잡아 흔들었다.

 

어디가 평범하다는 거예요? 나는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8등신 몸매라구요! 게다가 얼마 전에는 속옷 광고도 찍었다구요

~!!!”

 

마한은 고개를 저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깨보다 머리가 더 아팠다.

 

——이 여자랑 가능한 한 멀리 떨어져 있어야 정신 건강에 좋겠어!!

 

……………………

 

다시 한 번 공성을 호송차에 태워 경찰청으로 보낸 뒤,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마한과 진가이를 뒷좌석에 태우고 출발했.

 

부상당한 마한을 병원에 데려다주기 위해서였다. 거기에 진가이도 함께하기로 했다.

 

당신 정말 서가려랑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겁니까?”

 

마한이 진가이에게 의혹의 시선을 보내며 물었다.

 

없어요!”

 

진가이는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난 들어본 적도 없다구요! 아까 그 남자도 갑자기 들이닥쳐서는 가려, 가려 어쩌고 하던데, 그렇게 나랑 비슷하게 생겼어요?”

 

그녀의 질문에 마한은 앞좌석에 앉은 쟌 자오와 바이 위탕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이 위탕이 백미러로 진가이를 보며 물었다.

 

너 형제는?”

 

나는 외동이에요!”

 

진가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못 믿겠으면 조사해보던가요.”

 

바이야, 그녀는 상관없어. 단지 서가려와 조금 비슷한 것뿐이야.”

 

쟌 자오가 말했다.

 

게다가 그녀는 23살도 넘었잖아?”

 

그 말에 마한이 깜짝 놀라 눈을 치켜떴다.

 

“23살을 넘었다고?”

 

진가이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게 뭐요?! 25살인 게 어때요? 제일 예쁠 때잖아요! 안 그래요?!”

 

진가이는 태연하게 받아넘겼다.

 

쟌 자오는 싱긋 미소 지으며 바이 위탕에게 고개를 돌렸다.

 

정말 여자의 나이는 겉만 봐서는 알 수가 없다니까.”

 

그 말에 바이 위탕은 순간적으로 잘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이윽고 그가 무언가 깨달은 듯 입을 크게 벌렸다.

 

고양아, 설마…….”

 

맞아!”

 

쟌 자오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전부…… 그 사람 덕분에 알게 됐다는 거지.”

 

 

 

 

놀이 공원의 사건이 마무리될 즈음, 조정은 병원으로 이동해 간단하게 치료를 받았다.

 

백치는 초조하게 병실 앞을 맴돌고 있었다.

 

내가 경찰인데……, 사람을 보호하는 경찰이 다른 사람한테 보고 받기나 하고~~~

 

게다가 하필이면 저 원수한테!!

 

그가 괜찮다는 것만 알면 바로 돌아갈 거야!

 

제자리를 132번 맴돌았을 때, 드디어 병실 문이 열리며 트레이를 들고 간호사가 걸어 나왔다트레이에는 피가 묻은 거즈와 약병이 담겨 있었다.

 

트레이에서 간호사의 얼굴로 시선을 옮겨간 백치는 순간 움찔하고 말았다. 그녀의 인상이 상당히 험악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이런 인상의 간호사를 정말 무서워했다.

 

그는 주먹을 꼭 쥐고 용기 내어 간호사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조정은 좀 어때요?”

 

그의 말에 간호사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위아래로 훑었다.

 

당신은 누구죠? 환자의 가족인가요?”

 

간호사의 째려보는 듯한 시선에 백치는 본능적으로 어깨를 떨며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아니요.”

 

그럼 대답해 드릴 수 없어요.”

 

간호사는 냉정하게 말하고 몸을 돌려 백치를 지나쳤다.

 

백치는 엉덩이를 좌우로 씰룩거리며 걸어가는 간호사의 뒤통수를 노려보며 속으로 외쳤다.

 

가족이 아니면 묻지도 못해?! 큰 병도 아니고~~ 조금 다친 거잖아~~ 진짜 그만 없으면 다 좋을 텐데~~ 그래……아예 싹을 잘라버리자!”

 

문 앞을 두 바퀴를 더 돌며 고민한 백치는 들어가서 물어보기로 했다.

 

괜찮은 것만 확인하면 바로 갈 거야~~

 

이건 좋은 경찰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거야!

 

백치는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듯 중얼거리며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한 차례 숨을 크게 내쉰 그는 조심스럽게 병실 문을 열었다.

 

조정은 소파에 기대어 한 손으로 신문을 들고 보면서 귤을 까먹고 있었다.

 

입구에서 N 바퀴를 돌던 녀석이 드디어 들어오자 그는 싱긋 미소 지으며 신문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백치는 조정 앞으로 빠르게 다가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내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다치게 만들고……. , 나는 반성했어. 하지만 네가 나빠. 누가 너더러 나를 보호하래? 게다가 날 구해주면 뭐 해? 정작 자신은 다치기나 하고……. 이걸로 내가 용서할 거란 생각은 꿈도 꾸지 마. 난 여전히 네가 너무 싫으니까! 그러니 이건 그것과 별개의 일이야!”

 

말을 하는 사이 백치의 얼굴은 새빨개져 있었다.

 

그의 말에는 조리가 없었다. 사과하는 건지, 뭔지 참…….

 

조정은 고개를 숙인 채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았다.

 

말을 마친 백치는 한숨을 내쉬더니 , 그럼 나……나는 갈게!”하고는 몸을 휙- 돌렸다.

 

조정은 재빨리 몸을 일으켜 그의 팔목을 붙잡았다.

 

잠깐만~~~”

 

……뭐야?!”

 

그러면서 손을 뿌리치려던 백치의 눈에 자신을 잡고 있는 조정의 팔이 들어왔다. 정확히는 그의 팔을 감싸고 있는 붕대였다.

 

백치는 이도 저도 하지 못한 채 가만히 조정을 노려보았다.

 

조정은 그 눈을 마주한 채 활짝 웃으며 반대쪽 손으로 백치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짧게-”하고 이마에 입맞춤했다.

 

살려줘서 고마워~~”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백치는 넋이 나가버리고 말았다. 마치 날개처럼 가벼운 입맞춤과 말하는 어투가 익숙하게 다가왔다.

 

시간이 지나자 백치는 서서히 정신이 들었다. , 지금 조정이 자신의 이마에…….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잘 익은 홍시처럼 붉어졌다.

 

머리에서는 뜨거운 김이 피어올랐다.

 

그는 황급히 조정을 밀어젖혔다. 붉게 충혈된 눈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았다.

 

백치는 한쪽 팔로 눈물을 훔치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저 인간이 정말 싫어! 어떻게 마음대로 이럴 수 있는 거야?!”

 

분개하며 복도로 나온 백치는 병원의 긴 복도를 빠르게 걷으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나쁜 놈~~~!!!

 

복도를 성큼 걸어가던 그는 계단 통로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뒤에서 누군가 백치의 몸을 붙잡았다. 소리 지를 틈조차 없었다.

 

상대의 손이 그의 목덜미를 강하게 움켜쥐고 있었다. 등골에 한기가 흘렀다.

 

백치의 시선 끝에 날카롭게 번뜩이는 물체가 보였다. 그리고 그게 무엇인지 깨닫는 찰라, 상대가 그의 목을 향해 빠르게 칼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