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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공일치/S.C.I. -Holding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58화

by hyuny07 2019. 6. 27.

제가 헷갈려 만들어 보았어요;;;

마법 살인범 13. 마술

 

갤러리에서 나온 바이 위탕은 뒤따라 온 마한에게 비밀리 갤러리 감시를 지시했다.

 

마한은 어리둥절해 하는 진가이를 먼저 돌려보내고서 갤러리 주변에 CCTV를 설치했다.

 

S.C.I.로 돌아가는 차 안에는 정적이 감돌고 있었다.

 

바이 위탕은 무표정한 얼굴로 전방만을 주시한 채 운전하고 있었고, 쟌 자오는 조수석에 앉아 차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

 

차는 수많은 사람과 화려한 간판들이 늘어진 중심가를 지나 한산한 도롯가로 나왔다.

 

멍하니 풍경을 응시하던 쟌 자오는 그제야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차의 방향이 경찰청이 아닌 산길을 타고 위로 올라가고 있던 것이다.

 

쟌 자오는 의아한 얼굴로 바이 위탕을 돌아보았다.

 

너 어디가?”

 

지리 좀 익혀 두려고.”

 

바이 위탕이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그럼에도 쟌 자오는 여전히 이해가 안 갔다. 그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무슨 지리?”

 

그러자 바이 위탕이 핸들을 가볍게 조작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했다.

 

온천 별장 말이야,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잖아.”

 

……

 

처음엔 어리둥절하던 쟌 자오는 크리스마스라는 말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그가 바이 위탕을 매섭게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생쥐! 지금이 농담이나 할 때야?!”

 

누가 농담했다고 그래?!”

 

바이 위탕은 미간을 찡그리며 불만스러운 어조로 대꾸했다.

 

날짜를 계산해 보니깐 얼마 안 남았다는 거지!”

 

쟌 자오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런 그를 노려보았다.

 

이 사건이 끝나기 전까지는 꿈도 꾸지 마!”

 

그럼 크리스마스 전에 마무리 지으려면 우리 노력해야겠네!”

 

쟌 자오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바이 위탕은 찡끗 윙크까지 곁들이며 태연스럽게 대꾸하더니 핸들을 두드리며 흥얼거렸.

 

우리의~~ 행복을 위해~~”

 

쟌 자오는 하도 황당해서 말문이 막혔다. 그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얼굴로 흥얼거리는 바이 위탕을 멀뚱히 바라보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는지 서둘러 화제를 바꿔 물었다.

 

바이야, 너 지금 무슨 의견 있지 않아?!”

 

그의 질문과 동시에 차가 부드럽게 정차했다.

 

쟌 자오는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차는 어느새 산 중간 지점까지 올라와 있었다.

 

차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크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별장이 있었다. 그리고 그 별장 뒤쪽으로 그보다 작은 크기의 별장이 줄지어 늘어져 있었다.

 

고개를 돌려 앞을 보자 유리창 너머로 S시의 화려한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바이 위탕은 차에서 내려 차에 등을 기대고 섰다.

 

산에 난 도로 위를 차들이 영롱한 불빛을 내며 줄지어 달려가고 있었다.

 

반짝이는 도시의 야경을 응시한 채 바이 위탕은 가만히 미소 지었다.

 

나는 의견이 없어. 그러니 너의 의견을 듣고 싶어.”

 

쟌 자오도 차에서 내려 그의 옆에 섰다.

 

그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나는 의견이 있는 거야?!”

 

고양아, 너 지금 흥분해 있잖아.”

 

바이 위탕은 고개를 돌려 쟌 자오를 바라보았다.

 

말해봐.”

 

바이 위탕의 말에 쟌 자오는 웃음을 지우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너는 왜 하필 이 상황에 조작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고 생각해?”

 

바이 위탕은 고개를 저었다.

 

잘 모르겠어.”

 

쟌 자오는 잠시 뜸을 들였다. 이윽고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솔직히 나도 그의 의도를 정확히 몰라.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서…… 나는 약간의 힌트를 얻었어.”

 

무슨 힌트?”

 

게임과 장난감!”

 

쟌 자오가 느릿한 어조로 또박또박 말했다. 바이 위탕은 그의 말을 이해하려는 듯 잠시 허공을 응시하다 쟌 자오를 내려다보며 빠르게 물었다.

 

네 말은 이번 사건이 조작의 게임이라는 거야? 참여하는 사람은 장난감이고?!”

 

맞아~~ 이 오래된 사건을 발견한 조작은 분명 게임이라 여긴 거야. ……과거와 현재 사건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장난감이고 피해자도 마찬가지야. 게다가…… 살인범까지 포함해서.”

 

바이 위탕은 잠시 망설였다.

 

살인범도 장난감이라고?”

 

맞아…….”

 

쟌 자오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공려평의 사건은 조작이 아니면 아무도 할 수가 없어.”

 

그가 공려평을 죽였다는 거야?”

 

아니~~”

 

쟌 자오는 고개를 저었다.

 

정확히는 공려평이 스스로 자신을 죽인 거야.”

 

무슨 소리야?”

 

그녀가 자신에게 행한 자살 방식은 마법 살인범이 사냥감을 상대했을 때와 똑같은 방식이야.”

 

쟌 자오는 바이 위탕을 올려다보았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그는 왜 이런 방법을 선택한 거지?”

 

바이 위탕은 쟌 자오의 생각을 따라가며 천천히 말했다.

 

확실히 처음 사건 현장에 갔을 때 이상했었어. 공려평의 죽음은 겉으로 보기에는 완전히 마법 살인범의 손에 죽은 것 같았지만, 실제로 그녀를 죽인 것은 그녀 자신이었지. 그럼 그 말은…… 그녀가 바로 마법 살인범이라고?!”

 

쟌 자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고양아, 너 중국어 좀 하면 안 되냐?!”

 

바이 위탕이 미간을 찡그린 채 투덜거리자 쟌 자오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그가 자신에게 중국어를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실로 오랜만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녀는 자신을 죽일 때 마법 살인범으로 변했던 거야.”

 

……!……

 

 

바이 위탕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반쯤 벌어진 입과 충격에 물든 바이 위탕을 얼굴을 바라보며 쟌 자오는 설명하기 시작했다.

 

생각해 봐. 조금 전의 진가이를 예로 들자면, 조작은 그녀의 원래 기억을 혼란시키면서 다른 기억을 심었었어. 그렇다면 공려평도 가능하지 않겠어?!”

 

바이 위탕은 굳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잠시 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알겠어, 조작은 공려평에게 최면으로 암시를 준 거야. 특정 시간 동안 그녀 스스로가 마법 살인범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기억을 심었을 테고, 그리고 이 특정 시간이라는 건 분명 그녀가 잘 때였을 거고.”

 

맞아!”

 

쟌 자오는 바이 위탕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똑똑해, 이제 다른 게 떠오르지 않아?”

 

조작은 20년 동안 연구 센터에 갇혀 있었어. 마법 살인범의 범행은 10년 전에 갑자기 멈춰 섰고. 그 말은 곧, 조작 본인이 마법 살인범이 될 수 없다는 거지. 가만……, 그럼 그는 어떻게 마법 살인범의 기억을 알 수 있었던 거지?”

 

그렇게 물으며 쟌 자오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의 머릿속에 생각하나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아니면 그는 진짜 마법 살인범을 알고 있고 실제로 그의 기억을 읽은 거야!”

 

쟌 자오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지금까지 모은 정보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살인범은 두 명이야. 진짜 마법 살인범과 서가려를 죽인 살인범.”

 

맞아!”

 

바이 위탕이 동의를 표했다.

 

그 당시 서가려 사건을 마법 살인범 소행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다른 거였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심영, 려평, 장진진 뿐이었고. 장진진의 사건 현장에 나타난 마법진은 예전과 그 형태가 달랐어. , 이건 입을 막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는 거야!”

 

지금은 공려평도 죽었잖아.”

 

쟌 자오가 말을 이어받았다.

 

다시 말해, 내막을 하는 사람은 이제 심영뿐이야.”

 

만약 심영이 아무 일 없다면…….”

 

바이 위탕이 중얼거렸다.

 

당시 사건이 그녀, 혹은 그녀와 가까운 사람이 했다는 것을 의미하는군.”

 

정확해, 이제 우리에게는 두 가지가 남아 있어.”

 

쟌 자오가 말했다.

 

하나는 위영 사건이고, 또 하나는 손천 사건이야.”

 

나는 위영이 이솜을 죽이려고 해서…… 그 점쟁이(=조작)와 관련이 있을 거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바이 위탕은 잠시 말을 끊더니 뭔가 생각하는 얼굴로 인상을 찌푸렸다.

 

이 일은 목적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게다가 그 방식에는 심미성도 떨어지고. 이건 조작 스타일과 완전히 달라.”

 

아아…… 미적인 거 말이지~~”

 

쟌 자오가 웃었다.

 

모두가 말하길 악마에게는 신용이 없다고 해. 그리고 원칙도. 그들에게는 오직 미적인 것만 있다고 하지~~ 확실히 여기에는 미적 감감이 부족해. 절대 조작 스타일이 아니야.”

 

그럼 누구일 것 같은데?”

 

바이 위탕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건 내가 지금까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거지만 다행히도 우리 손에 위영이 있어.

 

……일단 돌아가서 심문하면 무언가 새로운 진전이 있지 않을까 싶어. ……지금 내가 신경 쓰이는 건 손천 사건이야.”

 

쟌 자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마치 뭔가 의식이 시작된 것 같아.”

 

너는 여전히 손천과 이 일련의 사건들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당시의 마법 살인범이 다시 나타났다는 거야?”

 

바이 위탕이 물었다.

 

그럼 그건 조작의 게임 일부라는 거고?”

 

쟌 자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다고 보기에는 나도 미적 감각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이전 조작의 자료를 살펴봤을 때 그의 사건에 희생자들은 뭐랄까…… 모두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들이었어. 물론 그 방식이 극단적이긴 했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는 어린아이를 죽인 적은 없어.”

 

바이 위탕은 쟌 자오의 의견에 다소 불만이 있는 듯했다.

 

그 녀석이 형한테 총을 쏜 건은 기억 안 나냐? 형은 그때 어린아이였다고!”

 

쟌 자오는 피식 웃었다.

 

그럼 그는 왜 그때 도망치지 않았을까?”

 

바이 위탕은 순간 멈칫했다. 확실히 그때 당시, 조작은 도망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신고를 하고 사람도 불렀었다. 그리고 스스로 자료실로 달려가 사건 기록 일부를 불태우다 그는 체포되…….

 

고양아, 그럴 리가 없어. 그럼 그때 당시 일은…….”

 

쟌 자오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건 그냥 내 짐작일 뿐이야. 단지 뭔가 좀 수상쩍은 느낌이 드는 것뿐이고. 너도 조작의 손바닥을 봤잖아. 그렇게 넓은 범위의 지문을 지우는 것은 짧은 시일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야.”

 

~~~”

 

바이 위탕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가 그때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 수가 있어야지! 영감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모두 비밀스럽기만 하고.”

 

~~”

 

쟌 자오가 어딘가 김빠지는 대답을 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했다.

 

고양아, 너 무슨 생각 하냐?”

 

바이 위탕은 살짝 달라진 쟌 자오의 표정만 보고도 지금 그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었다.

 

그가 뭔가를 깨달았을 때는 대개 이런 모습이었다.

 

마법 살인범의 조건에 맞은 사람은 많지 않아.”

 

쟌 자오가 중얼거렸다.

 

맞아.”

 

우리는 좀 미련한 방법을 써야 할지도 몰라.”

 

쟌 자오의 말에 바이 위탕은 잠시 생각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고양아, 네 말은 리스트를 만들어서 조건에 맞지 않은 사람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자는 거지? 최종적으로 남은 사람이 진범이고?!”

 

!”

 

쟌 자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무래도 범위는 있어야겠지?”

 

바이 위탕이 턱을 매만졌다.

 

대략적인 범위를 알려줘 봐.”

 

십 년 안에 변고가 있어야 해. 예컨대, 출국, 병사(病故) ……그리고 마법진을 접할 수 있는 전문가여야 하고. ……연령대는 35세에서 50세 사이. ……남성에 독신이어야 해.”

 

쟌 자오가 한숨을 내쉬고 덧붙였다.

 

마지막 조건은…… 그가 조작을 알아야 해.”

 

추측이 대담한데.”

 

바이 위탕이 차 문을 열며 웃음기 배인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의 의견인 이상, 우리는 따라야겠지요.”

 

두 사람은 차에 올라탔다.

 

바이 위탕은 차에 시동을 걸다 말고 문득 생각난 듯이 쟌 자오를 돌아보았다.

 

맞다, 고양아. 나 크리스마스 준비 다 했어.”

 

준비?”

 

쟌 자오는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준비?!”

 

바이 위탕은 손가락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상자 하나를 가리켰다.

 

봐봐. ……준비 완료!”

 

쟌 자오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이 위탕을 힐긋 흘기고서 천천히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보는 순간…… 그대로 돌이 되었다.

 

잠시 뒤 그는 얼굴이 목부터 점점 새빨갛게 달아오르더니 머리 위로 연기가 피어올랐다.

 

바이 위탕! 이 변태 새끼!!”

 

쟌 자오가 새빨개진 얼굴로 소리쳤다.

 

그가 당장이라도 상자를 창문 밖으로 던져 버릴 듯 손을 뒤로 젖혔다.

 

!”

 

바이 위탕은 잽싸게 그의 손에서 상자를 뺏어 들었다.

 

안 돼, 고양아~ 이거 내가 쌍둥이한테 간신히 구해달라고 한 거란 말이야!”

 

그리고서 바이 위탕은 상자를 쥔 손을 등 뒤로 숨겼다.

 

쟌 자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이 위탕을 노려보았다. 새빨개진 그의 얼굴이 이제는 익을 때로 익은 사과처럼 보였다.

 

…… 이걸 쌍둥이에게 말했다고?!”

 

맞아~~ 형이 준비는 철저히 해야 한다고 했어, 그리고 기초적인 지식도 알려…….”

 

~~~!!!”

 

쟌 자오는 그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 허겁지겁 손을 뻗었다.

 

입 닥쳐! 당장 그 물건 갖다 버려!”

 

고양아, 내가 형한테 듣기로는 형이랑 공 선생이 제일 처음 한 곳에 차 안이래.”

 

하지만 바이 위탕은 능숙하게 그의 손길을 피하며 태연하게 말했다.

 

닥쳐!”

 

쟌 자오는 다시 그의 입을 막기 위해 손을 뻗었다.

 

어쩜 형제가 하나같이 못 됐냐! 넌 경찰이야! 어떻게 차 안에 그딴 것을 가지고 있을 수 있어?!”

 

경찰도 사람 아닌가 뭐~ 누가 경찰은 이런 거 가질 수 없다고 했…….”

 

!! 더 이상 말하지 마!!”

 

고양아, 왜 그렇게 부끄러워해? 말조차 못 하게 하면 그때는 어떻게 하려고?!”

 

네 머리통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 들어 있는 거야! 당장 갖다 버려!”

 

못 버려~~ 맞다, 고양아. 나 많이 샀어~~ 넌 레몬 맛을 좋아하니깐…….”

 

!!!! 바이 위탕!! 생쥐 너 죽을래! 안 되겠어! 내가 전 인류를 대표해서 넌 박멸해버리겠어!”

 

고양아, 나 운전 중이야! 운전 중이라고~!”

 

상관없어!”

 

여기 산 중턱이라 떨어지면 끝장이야!”

 

죽기 딱 좋네!”

 

……………………

 

놀이 공원 내.

 

어둠이 내려앉은 놀이 공원에서는 잠시 뒤에 개장식의 하이라이트 행사가 열릴 예정이었다.

바로 -- 조정의 마술쇼.

 

오늘 그의 마술쇼는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놀이 공원 한쪽 벽면에 커다란 간판을 등장시키는 것이었다.

 

공연 시간이 임박할수록 사람들은 점차 놀이 공원 밖의 화려하게 꾸며진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광장의 상공에서는 두 대의 헬리콥터가 사람들 머리 위를 맴돌고 있었다.

 

백치는 고개를 뒤로 젖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조정은 지금 저 헬리콥터 안에 있었다.

 

마술쇼가 시작되면 저 두 대의 헬리콥터가 거대한 장막을 공중에 칠 것이다. 이후 특수 재질로 만든 장막이 불타오르면서 놀이 공원 외벽을 따라 거의 10미터 높이의 거대 네온사인 간판이 공중에서 깜짝 등장할 예정이었다.

 

실로 웅장하고 화려한 일관된 조정의 마술 스타일이었다.

 

공연 시작 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헬리콥터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조정이 헬리콥터에서 거침없이 뛰쳐나와 공중에 섰다. 흔들리는 것도 없이 마치 땅을 딛고 있는 듯 자연스러웠다.

 

백치는 조정을 향해 눈을 흘기며 입술을 삐쭉거렸다. , 분명 와이어가 매달려 있을 거야!!

 

조정은 사람들을 보며 싱긋 웃었다그리고서 그는 마치 아무것도 없다고 보여주듯 손바닥을 앞뒤로 뒤집어 보이고서 한쪽 손에서 가늘고 기다란 흰색 끈을 뽑아 두 대의 헬리콥터 받침대에 연결했다.

 

그런 다음 그가 손가락을 한번 튕기자 순식간에 끈이 커다란 새하얀 장막으로 펼쳐지며 광장 주위를 둘러쌌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조정은 사람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와 함성을 받으며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그의 등에 와이어가 달려 있을 거라는 백치의 예상과는 다르게 그의 몸 어디에서도 끈은 보이지 않았다.

 

심잠은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광장 앞 연단에 올라 놀이 공원의 공식 개장을 힘차게 알렸다.

 

동시에 조정이 손을 뻗어 공중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갑자기 순백의 장막이 파란 불꽃을 내뿜으며 순식간에 타오르더니 텅 빈 놀이 공원의 외벽 위의 허공에서 갑자기 거대한 네온사인 간판이 나타났다.

 

동시에 화려한 폭죽이 터지며 밤하늘을 수놓기 시작했다.

 

……

 

사람들은 연이어 하늘을 수놓은 폭죽쇼를 감상하며 환호하다 순간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네온사인 간판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이 점차 커다래지며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더니 곧이어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허겁지겁 밖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백치는 가만히 서서 거대한 네온사인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불빛 한가운데에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고, 그 마법진 가운데에 한 여성이 목에 칼이 꽂힌 채 대롱 매달려 있었다.

 

백치의 귓가에 심잠의 처절한 절규가 들렸다.

 

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