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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공일치/S.C.I. -Holding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57화

by hyuny07 2019. 6. 21.

마법 살인범 12. 명리사(命理师)

 

놀이공원 보안실로 이동한 마한은 신분증을 꺼내 보인 뒤 경비원을 보안실 밖으로 내보냈다.

 

혼자서 홀 카메라를 돌려보며 조작을 찾기 시작한 지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바이 위탕과 쟌 자오의 말대로 홀 카메라에 조작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그의 이름은 S.C.I. 사람들에게는 폭탄이나 다름없었다.

 

아닌 걸 알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제발 바이 위탕의 장난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익숙한 동작으로 키보드를 몇 번 두드리자 화면 속 조작의 얼굴이 선명해졌다.

 

……머리는 더 길어지고, 흡음기는 제거된 상태였지만 분명 그는 조작이 확실했다.

 

심지어 그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마치 누군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게다가 그의 얼굴에는 카메라에 찍히는 것을 두려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갑자기 마한의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평소 냉정하고 뛰어난 심리적 자질을 갖춘 그에게는 예외적인 일이었다.

 

……이건 뭘 의미하는 거지?

 

마한은 뒤에 있던 의자에 잠시 앉아 가슴을 진정시켰다.

 

바로 그때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마치 맨발로 걷는 듯 가볍고 작은 소리였다.

 

마한은 재빨리 문 옆으로 가 벽을 등지고 섰다. 벽에 귀를 대고 온 신경을 다가오는 발소리에 집중했다.

 

작긴 했지만 확실히 발소리는 보안실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윽고 보안실 앞에서 발소리가 사라졌다.

 

상대가 보인실 문 앞에 멈춰 선 것이다.

 

잠시 그대로 있자 보안실 손잡이가 천천히 돌아가더니 안쪽으로 스르륵 열렸다. 안을 들려다 보려는 듯 문은 아주 살짝만 열리고 멈춰 섰다.

 

상대가 얼굴을 내밀기도 전에 마한은 한 손으로 문손잡이를 홱 하고 잡아당기며 안으로 꼬꾸라지는 상대를 한쪽 팔로 억압한 뒤 문을 닫았다.

 

안으로 끌고 들어가는데 뒤에서 비명이 들렸다. - 여자였다.

 

놀란 마한이 잡은 손을 놓고 고개를 돌렸을 때는 화려한 파티복을 갖춰 입은 여자가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여자는 아픈 듯 자신의 발목을 몇 번 주무르더니 긴 머리를 휙 하고 쳐들며 마한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당신이 어떻게?”

 

마한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당신이 어떻게? 나 힘없는 거 알면서 일부러 그랬죠!”

 

진가이는 마한을 향해 매섭게 쏘아붙였다. 그녀는 옆 테이블을 짚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손에 들린 하이힐의 굽이 부러져 있었다.

 

테이블에 기댄 채 다시 발목을 주무르는 진가이에게 마한이 미간을 찡그린 채 물었다.

 

왜 온 겁니까?”

 

진가이는 흘깃 마한의 눈치를 살폈다.

 

나는 그냥 당신이 여기서 뭐 하나 궁금해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그녀는 당돌하게 마한을 올려다보았다.

 

당신 스파이예요?”

 

마한은 고개를 젓고서 컴퓨터 앞으로 걸어갔다. 화면을 다시 돌려보면서 마한이 무심하게 물었다.

 

괜찮습니까?”

 

발이 좀 아파요.”

 

진가이는 미간을 찡그리며 재빨리 발을 주무르는 척했다. 하지만 마한은 자신을 보지 않고 있었다. 빠르게 화면을 돌아보는 마한을 향해 진가이가 물었다.

 

당신은 여기서 뭐 해요?”

 

아무것도.”

 

마한은 S.C.I.로 가져갈 복사본을 만든 뒤 다른 영상도 돌려보기 시작했다. 홀 카메라에 조작이 찍혔다면 다른 카메라에도 찍혔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갑자기 진가이가 마한의 옆으로 성큼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 조 선생님 아니에요?”

 

“?!!”

 

놀란 마한은 진가이를 돌아보았다.

 

그를 아십니까?”

 

.”

 

진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제 명리사(命理师)예요.”

 

명리사?!”

 

마한은 흥분한 자신을 잠시 진정시키기 위해 숨을 크게 내쉬고 다시 물었다.

 

당신 방금 저 사람을 조 선생님이라고 불렀는데, 그의 이름이 뭡니까?”

 

, 조작이라고…… 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덧붙였다.

 

친구가 소개해줬는데 신기가 대단해요.”

 

마한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세상에…….”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심잠과 함께 행사장에 마련된 룸을 찾았다.

 

심영은 친구들로 보이는 몇몇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영아, 여기 두 형사께서 잠시 시간을 내줬으면 하시는데.”

 

심잠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심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이 위탕과 쟌 자오를 번갈아 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와 함께 있던 일행들은 눈치껏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심잠의 옆으로 공성이 다가갔다.

 

회장님, 저는 남을까요?”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흥미로운 눈길로 공성을 주시했다.

 

제 변호사입니다.”

 

심잠이 소개했다.

 

그리고 공성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공성은 바이 위탕과 쟌 자오를 보며 미소 지은 채 물었다.

 

두 분은 공식 절차를 밟고 오신 겁니까?”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변호사를 상대한다면 ——전술C

 

쟌 자오는 난감한 얼굴로 바이 위탕을 바라보았다.

 

바이야, 우리 관련 허가 없잖아.”

 

~~~”

 

바이 위탕은 턱을 긁적였다.

 

그렇지, 비공식적으로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할 권리가 있고 말이야.”

 

쟌 자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렇게 하자, 네가 돌아가서 체포 영장을 청구해.”

 

체포 영장?”

 

바이 위탕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체포해서 심문하자고?”

 

~~ 관련 증거에 따르면 심영은 10년 전 살인 혐의를 받고 있잖아. 심 회장은 그녀의 범죄를 알면서도 숨긴 혐의를 받고 있고…….”

 

쟌 자오는 변호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공 변호사님, 우리 잠시 대화를 나눌까요? 아니면 공식 절차를 밟을까요?”

 

쟌 자오의 말에 옆에서 바이 위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 맞다. 오늘 놀이공원 개장 날이었지! 아직 회장이 인사도 못 한 상태에서 남매가 쌍으로 경찰청에 불려 가면 내일 주식이 크게 떨어지겠네.”

 

경찰이 이러는 거는 협박 아닙니까?”

 

공성이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다. 바이 위탕이 싱긋 웃으며 태연하게 받아쳤다.

 

우리는 아직 경찰 수첩도 내밀지 않았단 말이죠~ 그러면 사적인 만남 아닙니까? 이건 물음에는 반드시 대답이 있는 뭐 그런 대화정도죠.”

 

다시 말하려는 공성을 심잠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당신은 나가 있어. 우리는 개인적으로 이야기하지.”

 

변호사가 나가고 네 사람은 가운데 작은 테이블을 둔 채 소파에 마주 앉았다.

 

심영은 긴장한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당신이 묻고 싶은 게 뭡니까? 어서 물어보시지요.”

 

심잠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담배를 입에 물고 다리를 꼬며 소파에 등을 기댔다.

 

심영, 십 년 전 서가려 사건에 대해 기억나는 거 있습니까?”

 

바이 위탕은 심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

 

심영은 잠시 침묵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잘 기억이 안 나요.”

 

우리는 이미 공려평과 이솜에게 들어 그 당시의 일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요.”

 

쟌 자오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저는 당신들이 그 당시 일을 잊었을 거고 생각하지 않아요.”

 

쟌 자오의 말에 심영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이윽고 그녀가 고개를 들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동명이 서가려를 죽이는 것을 제가 봤어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된 겁니까?”

 

바이 위탕이 추궁하듯 물었다.

 

당시 나랑 진진이랑 려평이는 춤 연습을 끝내고 탈의실로 들어가려다 동명과 부딪혔어요. 그의 몸에는 피가 잔뜩 묻어 있었고,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죠.

그가 밖으로 달려 나가고 나서 우리도 뭔가 이상한 생각에 서둘러 탈의실 안으로 달려 들어갔는데…… 서가려가 바닥에 쓰려져 있었어요.”

 

심영은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말을 이었다.

 

우리는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지만 그때 이솜이랑 경요가 들어와서는 동명의 범죄를 숨기자고 했어요. ……그래서 우리도 두 사람을 도와 현장을 훼손한 거구요.”

 

당신들은 왜 그녀들을 도운 겁니까?”

 

바이 위탕이 물었다.

 

우리는 동명을 지키려고 한 거예요. 얼마 뒤에 뮤지컬 무대가 있었는데 우리에게는 정말 중요한 기회였어요. 동명은 그

무대의 코치여서 우리에게 꼭 필요했구요.”

 

쟌 자오는 잠시 바이 위탕과 눈빛을 주고받고서 느닷없이 심잠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어젯밤에 공려평의 아기를 돌봐준 거죠?”

 

그녀가 중요한 할 일이 있다고 하면서 저한테 잠시 아기를 돌봐줄 수 있냐고 부탁했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심잠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

 

그녀의 말에 당신은 군말 없이 그걸 들어 줬다고?”

 

바이 위탕이 의혹 섞인 얼굴로 물었다.

 

당신은 그렇게 말을 잘 듣는 사람 같지 않은데.”

 

심잠은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가볍게 미소 지었다.

 

저는 심씨 그룹의 회장이고 그녀는 그저 가정주부일 뿐이죠. 하지만 그녀에게는 언론에 알릴 능력이 있었죠.

 

제 여동생이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 살인 사건의 마지막 사건을 위조했으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보통은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이 사건에 신경 쓴 이유가 그건가?”

 

바이 위탕이 물었다.

 

맞습니다.”

 

심잠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에 그 연쇄살인범이 다시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했고, 게다가 그 피해자가 장진진 이라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죠.”

 

바이 위탕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쟌 자오를 돌아보며 무언의 물음을 던졌다.

 

——어때?

 

쟌 자오도 눈짓으로 대답했다.

 

——다 됐어,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아.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두 사람에게 작별 인사를 하며 룸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로 향하면서 쟌 자오가 바이 위탕에게 물었다.

 

네 생각에 그가 한 말이 진실 같아?”

 

바이 위탕은 잠시 생각했다.

 

반은 진실, 반은 거짓이 아닐까.”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멀리서 마한이 바이 위탕의 차 옆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옆에는 멀리서 보기에도 미모가 뛰어난 여성이 서 있었다.

 

게다가 어딘가 좀 낯이 익었다.

 

쟌 자오는 마한을 보는 순간 잠시 잊고 있던 조작이 떠올랐다.

 

그는 서둘러 마한에게 달려가 그의 옷을 붙잡고 빠르게 물었다.

 

어때요? 있었나요?”

 

마한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씨디 한 장을 내밀었다.

 

확실합니다.”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다른 사람을 통해 확인을 받고 나니 말문이 막혔다.

 

조작은 정말 죽지 않았던 것이다.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한참을 넋이 나가 있었다. 그러던 중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바이 위탕이 마한 옆에 서 있는 진가이에게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그 눈빛을 눈치라도 챈 듯 마한이 설명했다.

 

더 안 좋은 상황이 생겼습니다. 그녀가 조작을 압니다.”

 

?”

 

?”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깜짝 놀랐다.

 

뭐가 이상한 거죠? 그는 내 명리사예요.”

 

진가이가 말했다.

 

많은 사람이 그에게 물어보러 가는걸요.”

 

명리사?”

 

쟌 자오가 기겁한 얼굴로 소리쳤다.

 

점쟁이라는 거예요?”

 

맞아요.”

 

진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죄에 대해 속죄하면 올바른 길로 안내해 줘요.”

 

그가 어디에 사는지 아나요?”

 

쟌 자오가 물었다.

 

그의 사무실은 알아요. 하지만 어디 사는지는 잘…….”

 

안내해!”

 

바이 위탕은 일언반구도 없이 빠르게 차 뒷문을 열어 진가이를 밀어 넣었다. 쟌 자오, 마한도 차에 서둘러 올라타고서 네 사람은 진가이가 말하는 곳으로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차는 S시의 중심가로 달려갔다. 진가이가 말한 장소는 보행로 쪽에 위치해 있어 네 사람은 차에서 내려 건물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거리는 S시의 중심가답게 쇼핑몰과 패션 브랜드숍, 대형 마트와 고급 레스토랑이 밀집해 있었다.

 

진가이의 안내를 받으며 네 사람이 도착한 곳은 고풍스러운 갤러리 앞이었다.

 

갤러리 안으로 들어가자 상당히 옷 스타일에 신경 쓰고, 레게머리를 한 젊은 남자가 멀리서 다가왔다.

 

가이씨?”

 

진가이를 알아본 남자가 상당히 어색한 발음으로 중국어를 구사하며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오늘 예약을 안 한 거로 아는데요.”

 

네 사람 앞에 다가온 남자는 전신에서 예술가 분위기가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얼굴로 보아 이탈리아 쪽 사람 같았다.

 

앤디, 조 선생님은 있어요?”

 

진가이가 물었다.

 

오늘은 친구들이랑 선생님 좀 뵈려고 왔어요.”

 

…… 와우!”

 

앤디는 진가이의 말에 뒤에 서 있던 세 사람을 찬찬히 훑어보다 순간 쟌 자오를 보자 뭔가 놀란 듯 입을 벌렸다. 그가 쟌 자오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당신이 그 그림의 모델 맞죠?”

 

무슨 그림?”

 

바이 위탕이 물었다.

 

! 당신도 있어요!”

 

앤디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바이 위탕 얼굴 앞에 손가락을 들이밀며 소리쳤다.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들어와서 봐요.”

 

앤디는 네 사람을 2층으로 안내했다.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나무로 된 계단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2층은 화실로 꾸며져 있었다.

 

곳곳에는 많은 유화가 쌓여 있었고, 그중에서도 특히 벽 한가운데 걸려 있는 두 점의 그림이 눈에 띄었다.

 

한눈에 봐도 그건 분명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의 초상화였다.

 

그림은 신기하리만치 두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그러니 앤디가 두 사람을 보고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앤디, 손님인가?”

 

3층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계단을 내려오며 다시 나무 계단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그는 ……백색의 스웨터와 검고 긴 머리……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막상 눈앞에 그를 보고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조작!”

 

바이 위탕이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그는 허리춤에서 수갑을 꺼내 들고 조작에게로 다가갔다.

 

~~”

 

조작은 당황한 듯 재빨리 쟌 자오의 뒤로 몸을 숨긴 채 겁에 질린 얼굴로 그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바이 위탕의 얼굴이 더욱 흉흉해졌다.

 

그는 장난치는 아이처럼 과장된 동작으로 눈을 깜박이며 쟌 자오의 어깨 너머로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여러 사건의 살인 용의자야, 그러니 당신을 경찰청으로 데려가겠어.”

 

바이 위탕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조작은 천진난만한 얼굴로 쟌 자오에게 찡긋 윙크하더니 그의 귓가에 바싹 다가가 속삭였다.

 

너무 흉악하네.”

 

잠시 넋이 나가 있던 쟌 자오는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그는 느릿느릿 돌아서서 조작을 정면으로 마주한 채 미소 지었다.

 

당신은 우리가 당신을 발견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다시 말해 당신은 완전한 준비가 되어 있던 거예요, 그렇?”

 

쟌 자오의 말에 조작은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앤디에게 다가가 물었다.

 

앤디, 여기서 나랑 일한지 얼마나 됐지?"

 

? ……, 삼년이요.”

 

앤디가 멍한 얼굴로 대답했다.

 

마한과 쟌 자오, 바이 위탕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조작은 도주한지 불과 몇 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삼년이 나올 수 있는 거지?

 

가이양, 내가 상담해준 지 얼마나 됐지?"

 

조작이 계속 물었다.

 

진가이는 잠시 생각했다.

 

거의 1년 쯤 됐어요.”

 

그녀가 바이 위탕과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당신들을 여기 안내하라는 이유가 선생님을 잡으려는 거였어요? 분명 당신들이 잘못 안 거예요. 조 선생님은 좋은 분이라구요!”

 

쟌 자오는 조작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최면에 기억을 심은 건가요?”

 

조작은 천진한 아이처럼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고개를 가로저으며 두 손을 내밀어 보였다.

 

그의 손바닥에는 흔히 있는 지문이나 손금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깨끗한 손바닥에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

 

게임이 다시 시작됐네요, 그렇죠?”

 

쟌 자오가 말했다.

 

조작은 손을 내밀어 쟌 자오의 턱을 가볍게 건드렸다. 그의 시선 끝에 굳은 얼굴로 서늘하게 자신을 노려보는 바이 위탕이 보였다. 조작은 재빨리 손을 거두며 싱긋 웃었다.

 

좋은 놀이 친구도 있고, 장난감도 많이 있잖아.”

 

조작이 말했다. 쟌 자오는 가만히 그의 말을 듣고 있다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조작을 내버려 둔 채 진가이에게 다가가 그녀의 귓가에 두 손가락을 딱, 하고 튕겨냈다.

 

그러자 진가이는 잠시 어리둥절해 하더니 갑자기 눈이 초점을 잃고 멍해졌다.

 

쟌 자오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그리고는 그녀의 귀에 대고 3분 가까이 속삭였다. 말을 끝내고 다시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쟌 자오가 물었다.

 

진가이씨, 여기 처음 온 게 언제죠?"

 

…….”

 

진가이는 미간을 구기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 그게, 삼일 전~아 머리 아파…….”

 

쟌 자오는 다시 손을 뻗어 그녀의 귀에 대고 두 손가락을 딱, 하고 튕겨냈다.

 

곧바로 진가이의 눈빛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다들 나를 쳐다보고 있는 거지?

 

~~”

 

쟌 자오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당신은 이 두 그림을 지령을 내리는데 썼어요. 오늘을 위해서 말이에요. 우리를 만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동적으로 당신이 지정한 최면상태에 들어가 기억이 혼란스러워지죠.”

 

조작은 기쁜 듯 손뼉을 치며 환하게 웃다가 갑자기 웃음을 지우고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이제 나를 잡을 거야?”

 

조작의 말에 쟌 자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불가능해요. 우리에게는 증거가 없으니까요.”

 

바이 위탕은 수갑을 주머니에 넣고 쟌 자오를 잡아 당겼다.

 

고양아, 가자.”

 

쟌 자오는 바이 위탕이 이끄는 대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조작은 떠나는 그들이 몹시 아쉬운 듯 발을 재촉해 그들의 뒤를 몇 걸음 따라갔다.

 

마치 함께 놀던 친구가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는 꼬마 같았다.

 

1층으로 내려간 바이 위탕이 문을 나서기 직전, 2층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조작이 갑자기 말했다.

 

인생은 놀이와 같아~~ 안 그래?”

 

바이 위탕은 고개를 들어 한참 동안 조작을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지만 놀이가 인생은 아니지.”

 

조작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인생을 게임으로 여기는 사람이라면, 자신도 그 게임처럼 운명이 정해져 있지. ……안 그래?”

 

말을 마친 바이 위탕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문 밖으로 사라졌다.

 

조작은 목을 길게 빼고 그들이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그 모습을 응시했다.

 

그의 눈빛이 고요하게 잠겨 들었다. 그는 두 그림 앞으로 걸어가 가만히 손을 내밀어 그림 속 사람의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의 검은 눈동자 속에 옅은 슬픔이 차올랐다.


저는 왜 조작에게 자꾸 마음이 갈까요? 나쁜 사람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ㅋㅋ

 

그리고 조작 말투가... 도대체 조작이 어떤 사람인지 가늠이 안 가서 조금 천진난만한 어른처럼 보일 수 있도록 했는데 말투 괜찮은가요?

 

그리고 제가 원래는 전체적으로 맞춤법 검사기로 싹 돌리고 올리는데요. 오늘은 검사기가 자꾸 에러 나서ㅠㅠ 그냥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