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살인범 10. 재회
천유의 응급 수술이 진행되고 있는 수술실 문 위로 수술을 알리는 표시등이 켜져 있었다.
수술은 세 시간을 넘어가고 있었지만, 표시등이 언제 꺼질지 알 수가 없었다.
제요는 수술실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멍하니 수술실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을 잃어버린 얼굴과 초점을 잃은 눈에서는 그 어떤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주의를 갖고 보면 그녀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솜을 데리고 쓰레기 더미로 숨으면서 고여 있던 물에 온몸이 젖었기 때문이다.
조호는 그런 그녀의 바로 등 뒤에 선 채 세 시간 내내 묵묵히 그녀 곁을 지키고 있었다.
몸이 떨리는 것이 추워서인지 아니면 무서워서 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제요.”
그가 나지막이 불렀다. 제요는 그로부터 몇 초가 지나고 나서야 반응했다.
천천히 등 뒤로 고개를 돌린 그녀의 눈은 아무것도 담지 못한 채 텅 비어 있었다.
조호는 외투를 벗어서 그녀에게 억지로 들이밀었다.
“갈아입고 와.”
제요는 두 손에 옷을 쥐고 멍하니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잠시 후, 조호의 외투로 갈아입은 그녀가 화장실에서 걸어 나왔다. 그녀는 정신이 나간 상태로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
조호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지난번 사건부터 줄곧 그녀를 곁을 지켰던 그에게는 제요가 친숙한 편이었고, 그로 인해 지금 그녀가 느끼는 불안감도 느낄 수가 있었다.
조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위로해 좀 해줘야겠지? 무슨 말이 좋을까나~~~
“그…….”
조호는 신중히 단어를 골랐다.
“너무 걱정하지 마, 천유는 아무 일 없을 거야.”
하지만 제요는 아무것도 못 들은 듯 반응이 없었다.
조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걸 위로라고 하냐?! 진짜 이렇게 형편없다니~~
그가 그렇게 속으로 자신을 꾸짖고 있을 때, 갑자기 제요가 입을 열었다.
“만약 천유가 죽으면, 나는 정말 가족이 아무도 없어요.”
순간 조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싶어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제요는 위로받기 위해 말한 게 아닌 듯 정면을 향한 채 계속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나랑 천유는 어릴 때 알게 됐어요. 그녀는 나보다 솔직하고, 활발하죠. 그게 다른 사람한테는 어른스럽지 못하게 보일 테지만, ……사실 천유는 항상 나를 챙겨주고 있어요.”
조호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오빠가 그렇게 된 이후로 천유는 나랑 같이 살기 위해 이사까지 왔어요.
……사는 집은 거기였는데, 나 혼자 있으면 외로울까 봐, 걱정해서……. 아까 전에 천유가 남자를 잡고 우리를 도망치게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모두 죽었을 거예요. 난 왜 이렇게 쓸모가 없을까요.”
제요의 말에 조호는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그가 다독이듯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뭐, 좋아. 하지만 아가씨, 기운 내야지! 그리고 넌 쓸모없지 않아!”
제요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조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생각해 봐, 그때 네가 뛰지 않았다면 너희 셋 다 죽었어! 너는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상처 입은 이솜도 챙겼지. 게다가 우리 대장도 불렀고~~
따지고 보면 네가 너를 포함한 세 명의 목숨을 구한 건데 어떻게 네가 쓸모없냐?”
제요는 다소 혼란스러운 얼굴로 멍하니 조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내가 재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나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은 모두 불운이 따른 다구요!”
“걱정 마!”
조호는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가슴을 두들겼다.
“너 S.C.I.사람들 다 봤지?”
“……네.”
조호가 갑자기 화제를 바꿔 묻자 제요는 어리둥절해졌다.
“내가 한 가지 얘기해 줄게.
S.C.I.에는 모두 엘리트밖에 없어. 우리 대장이랑 쟌 박사님, 공 선생님은 말할 것도 없고. 마한이라는 사람은 비호대의 명사수야.
(비호팀/飞虎队 - 공군의 비밀 항공 용병/ 신속하고 용맹하기 때문에 날아다니는 호랑이 같다 하여 일반적으로 ‘플라이 타이거스‘ 라고 불린다-네이버)
그리고 서경은 군대에서 전문 기계 기술자(机械师)로 활동했고, 장평은 컴퓨터만 있으면 펜타곤(五角大楼 - 미국 국방부)침입은 식은 죽 먹기지.
거기다 장용과 왕조는 경찰에 들어오기 전에 명탐정이었어. 자, 그럼 이제 나를 봐봐. 나는 어디가 엘리트 같아?”
조호의 물음에 제요는 솔직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 조호라는 사람은 어디에도 형사의 위엄이 보이지 않는 걸…….
솔직한 그녀의 반응에 조호는 당연하다는 듯이 웃었다.
“내가 말해줄게, 나는 바이 대장이 직접 뽑은 사람이야. 나는 5년간 적진에 스파이로 잠입해 있었거든. 중요한 건 내가 전혀 들키지 않았다는 거야~~ 이 말은 곧, 우리에게는 행운이 따른다는 거지!”
제요의 눈에 한줄기 희망의 빛이 차올랐다.
그녀의 변화를 눈치 챈 조호가 거드름 피우듯 가슴을 활짝 폈다.
“다른 건 장담할 수 없어. 하지만 행운만 두고 따지 지면, 나한테는 분명 행운이 있어. 행운이 있으니깐…… 천유는 분명 괜찮아!”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수술을 알리는 표시등이 꺼졌다.
잠시 후, 수술실 문이 열리고 수술복 차림의 의사가 두 사람에게 걸어왔다.
“의사 선생님……천유는…….”
제요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후~~~”
의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운이 좋았어요.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괜찮은 건가요?”
천유의 두 눈에 놀라움과 기쁨이 차올랐다.
“네, 괜찮습니다.”
의사는 장갑을 벗으며 덧붙였다.
“일단 지금은 마취해 자고 있으나, 저녁때가 되면 깨어날 겁니다.”
말을 마치고 의사는 두 사람을 지나쳐 걸어갔다.
“봤지~~~~~~~ 아???”
의사가 사라지고 나자 조호는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제요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흥분한 제요가 양팔로 그의 목을 와락 껴안으며 달려드는 통에 그는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그의 목을 꼭 껴안고 제요는 병원이 떠나갈 듯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
병원에 도착한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이 제일 먼저 마주친 장면이 바로 이 장면이었다.
통나무처럼 뻣뻣하게 굳어버린 조호와 그런 그의 가슴에 매달린 채 시원스럽게 울어대는 제요…….
제요가 다소 진정된 뒤에야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그녀에게 사건의 경위를 들을 수 있었다.
요 며칠간 이솜의 상태는 상당히 이상했다.
평소에도 가끔 술 취해 헛소리를 하곤 했지만, 요즘같이 매일 술 취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던 중 오늘 아침, 이솜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를 받은 이솜은 무언가 당황한 눈치더니 곧장 전화를 끊고 현관으로 달려갔다.
제요와 천유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휘청거리는 그녀가 혹여 사고라도 날까 걱정돼서 그녀를 뒤 쫒아 나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 보게 된 것이 검은 옷의 남자가 칼로 이솜을 찌르려고 하는 장면이었다. 두 사람은 황급히 이솜에게 달려가 그녀를 뒤로 잡아당겼다.
뒤로 밀리며 벽에 부딪힌 이솜은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그런 이솜에게 남자가 다시 달려들었다. 천유는 그 남자를 붙잡고, 제요에게 이솜을 데리고 도망가라고 소리쳤다.
이후에는 제요가 이솜을 데리고 필사적으로 달려 쓰레기 더미에 몸을 숨기고, 바이 위탕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가 끝나자 바이 위탕이 물었다.
“범인이 왜 이솜을 죽이려고 했는지 짐작 가는 거라도 있어??”
제요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도 이솜을 알게 된 지는 좀 됐지만, 이전의 일은 거의 언급하지 않아 잘 몰라요.
제가 아는 거라고는 이솜이 술에 취할 때마다 무슨 좋은 남자가 살인은 목숨으로 보상해야 한다, 라고 헛소리를 자주 했다는 거예요.”
“그럼 제요는 마법진 살인 사건에 대해 아는 거는 있어요?”
쟌 자오가 불쑥 물었다.
“아~~ 제가 아는 건 그날 신문을 통해서 봤던 게 다예요. 그 선생님이 죽고, 뒤이어 어린애가……맞다!”
제요가 갑자기 소리쳤다.
“이솜은 그날 뉴스를 보고 나서부터 이상해진 거예요!”
“어떻게 이상해졌는데요?”
쟌 자오가 다급하게 물었다.
“그날 우리는 아침 식사 중이었거든요.
근데 뉴스에 그 사건이 나오자마자 이솜은 뭔가 충격 받은 것 같더니 그릇까지 깨버렸어요.
이후에는 방에 틀어박혀서 문까지 걸어 잠갔어요. 아무리 두드려도 대답도 없고…….
제가 들은 건 방안에서 엄청 큰 소리로 울면서 누군가랑 통화하는 소리였어요. 무슨 말을 했는지는 주의 깊게 듣지 않아서 잘…….
아무튼 그 뒤로 이솜은 술을 마시기 시작해 지금처럼 변했어요.”
말을 마친 제요는 서둘러 천유에게로 달려갔다. 조호도 그녀의 곁을 지키라는 바이 위탕에 지시에 그녀를 따라갔다.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이솜의 병실로 향했다.
병실 밖에서는 왕조가 어깨를 문지르며 문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그는 다가오는 두 사람을 발견하자 급히 등을 떼고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녀 상태는?”
바이 위탕이 물었다.
“별일 없습니다. 조금 전까지는 심히 날뛰었지만, 천유가 괜찮다는 소식을 듣고는 진정되었습니다.”
바이 위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쟌 자오와 함께 병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병실에는 이솜 혼자였다. 그녀는 침대 위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다가오는 두 사람의 발소리에도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이솜.”
심지어 가까이 다가온 바이 위탕이 그녀를 불렀음에도 그녀는 못 듣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줄곧 창문 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바이 위탕과 쟌 자오의 눈이 마주쳤다.
“공려평.”
쟌 자오가 말했다.
……!……
그러자 그녀가 흠칫 어깨를 떨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서…… 서가려가 왔어요? 걔가 여기 있는 거예요?”
“서가려는 죽었어. 어떻게 죽었는지는…… 뭐, 네가 가장 잘 알 테고.”
바이 위탕이 담담하게 말했다.
“나…… 나는 몰라요.”
이솜은 당황한 얼굴로 머리를 마구 흔들었다.
“나는 모른다구요.”
“공려평과 아는 사이죠?”
쟌 자오가 말했다.
“그녀가 죽었어요.”
“그게 무슨…….”
놀란 이솜의 눈이 커졌다.
“려평이도…… 죽었다니……. 이건 분명 인과응보야. ……인과응보!”
이솜의 병적인 반응에 쟌 자오는 미간을 찡그렸다.
“당신과 장진진 그리고 공려평. 거기에 안경요와 심영까지. ……당신들은 왜 서가려를 죽인 거죠?”
“아니에요. ……아니, 우리는 안 죽였다고요! 우리는 단지…….”
“단지 현장을 조작했다?”
바이 위탕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
“뭐지? 도대체 너희들은 누구를 감싸고 있는 거지?”
“우리는…… 우리는 장난으로……. 가려가 평소에 버릇이 없어서…….”
그녀는 숨이 가쁜지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거짓말도 적당히 하세요!”
쟌 자오가 넌더리가 난다는 듯이 외쳤다.
“내가 맞춰보죠. ……어떤 남자를 위해서가 아닌가요?”
“…!!…”
이솜의 눈동자가 심하게 요동쳤다.
“그…… 그걸 어떻게……?”
“그게 누구지?”
바이 위탕이 추궁하듯 물었다.
“우리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이 희생될 거야. 게다가 네 목숨을 살리려고 애쓴 제요와 천유에게 미안하지.”
바이 위탕의 말에 이솜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체념한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는 성이 동(童)이에요. ……동명(童明). 우리 댄스 코치였어요.”
“그가 서가려를 죽인 건가?”
“……네.”
“당신은 그걸 봤나요?”
쟌 자오가 물었다.
“아니요.”
이솜은 시선을 떨어뜨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심영…… 심영이랑 장진진이 봤어요. ……다른 쪽에서 려평이도 봤구요.”
“동명은 왜 서가려를 죽인 거죠? 당신들은 왜 그의 범죄를 숨길 수 있도록 도운 거구요?”
“동명은……. 그…… 어린 여자애를 좋아해서…….”
그녀의 말에 깜짝 놀란 바이 위탕과 쟌 자오가 서로를 돌아보았다.
“서가려는 그때 13살이었으니까 완전히 어리다고는 볼 수 없을 텐데. 설마 소아성애자?”
바이 위탕이 냉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강제로 하려다 안 되니깐 살인을 저지른 거군?”
“그는…….” 단지 실수한 거예요. 그때 나랑 경요가 그를 좋아해서……. 그래서 그의 범죄를 숨길 수 있도록 도운 거예요.”
이솜은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 날 이후로 나는 심한 죄책감이 시달렸어요. 결국 해외로 나가 한동안 요양해야만 했죠. 다시 국내로 돌아왔을 때는 동명이 안경요의 남자친구가 되어 있었어요.”
“그럼 그날 아침에 통화한 건 누구죠?”
쟌 자오가 물었다.
“려평이가 나한테 전화한 거였어요. 나한테 알려줄 중요한 일이 있다고 했어요.”
…….…….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이 병원을 나섰을 때는 시계가 저녁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떡할까, 고양아. 심장의 그 놀이공원으로 가?”
“응.”
조수석에 앉은 쟌 자오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이 위탕은 장용에게 전화를 걸어 안경요와 동명의 현재 동향을 파악하라고 지시한 뒤, 동명을 찾아 경찰청으로 데려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핸드폰은 주머니에 넣으면서 바이 위탕은 쟌 자오의 얼굴을 살폈다.
“왜 그래, 고양아. 완전 넋이 나가서는. 무슨 생각하는 거야?”
“아~~~ 이솜이 했던 말들. 자꾸 생각나네.”
쟌 자오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번 생각해봐, 그 당시의 진짜 목격자는 세 명뿐이었고, 그중에 공려평과 장진진은 사망했어. 남은 건 심영뿐이야. 다시 말해 심영까지 죽고 나면 동명이 서가려를 죽였다고 증언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거지.”
“확실히.”
바이 위탕은 그의 의견에 동조하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
“이 사건은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 있어. 뭐 일단은 단서가 좀 생겼으니깐……. 공려평이 이솜에게 말하려고 했던 게 그 당시 사건의 전말일 지도 모르지.”
“너는 범인이 동명이라고 생각해?”
쟌 자오가 바이 위탕을 돌아보며 물었다.
“아~~~”
바이 위탕은 실소를 터트렸다.
“고양아, 지금 나 시험하는 거냐? 너는 범인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잖아!”
“나는 당시 이솜과 안경요가 심영에게 속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
“나도 그렇게 생각해. 원래부터 살인은 아이들 장난이 아니었어. 안경요와 이솜이 사랑에 눈이 멀어 동명의 범죄를 덮어준 점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다른 세 사람은 전혀 이유가 없어…….”
“게다가 가장 이상한 점은…….”
쟌 자오가 그의 말을 이어받았다.
“장진진과 공려평이 죽었다는 거야. 이솜과 안경요…… 그리고 심영이 아니고.”
“그건 그 두 사람을 만나보면 알겠지.”
(원문:去会会那对兄妹,就明白了:: 여기서 兄妹가 남매를 뜻합니다. 근데 남매로 언급된 사람들이 없어서 일단 두 사람이
라고 바꿔 번역했습니다.)
바이 위탕은 말을 마치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심잠은 카지노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비추고 있는 모니터실에서 미간을 찌푸린 채 한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화면 속에는 룰렛 게임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주위에는 구경꾼들도 많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룰렛을 하는 백치와 쌍둥이에 쏠려 있었다.
“그가 얼마나 땄지?”
심잠이 등 뒤에 서 있는 부하에게 물었다.
“모두 합해서 거의 3백만(원화로 5억 1,474만 원)이 됩니다.”
부하가 대답했다.
“아~~”
심장은 서늘하게 웃었다.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바이 유탕. 감시 내 개장식에 사람을 보내 나를 망신시키려 하다니~~ 그나저나…… 저 녀석은 타짜인가?”
“아닙니다.”
부하가 고개를 저었다.
“그가 이긴 것은 모두 룰렛과 불랙잭으로…….”
“알겠군.”
심잠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애티도 벗어나지 못한 저 귀여운 꼬마가 전설적인 숫자의 천재다, 이거군.”
“회장님, 그를 제지하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필요 없어.”
심잠은 손을 저어 부하를 제지하고는 모니터 속 백치를 쏘아보며 히죽 웃었다.
“이 정도 돈은 나에게 새 발의 피만도 못해. ……그나저나 저 꼬마 녀석에게 상당히 관심이 생기는군.”
………………
카지노 안,
쌍둥이는 손이 얼얼해져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돈을 세고 또 세었다.
기분 좋아!
하지만 단순히 돈을 따서가 아닌 그들이 기뻐하는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건 바로……심잠의 돈!!!
생각해 봐라, 심잠은 ‘짠돌이’로 유명한 사람인데 그런 그가 이렇게 한꺼번에 많을 돈을 잃게 됐으니 얼마나 배가 아프겠는가? 짜릿해~~~~
한편 어디까지 하나 싶어 세 사람을 지켜보고 서 있던 조정은 인내심의 한계가 다다랐다.
쌍둥이에게 휘둘리는 백치를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그는 몰려든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백치의 팔을 덥석 잡았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그리고는 백치를 끌고 다시 사람들 틈 사이로 헤쳐 나왔다.
그가 이끄는 대로 끌려 나온 백치는 반쯤 정신이 나간 얼굴이었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땄는지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도박에 대해 전혀 아는 것 없이, 그저 열심히 머리만 굴려 계산했을 뿐이었다.
조정에게 끌려 나와 주위가 한산해지자 백치는 정신을 차리는 동시에 인상을 구겼다.
자신의 손목을 잡은 채 앞으로 끌고 가는 사람은 분명 자신의 생애 최대 ‘원수’였다.
“뭐 하는 거야?! ……당장 손 놓으라고~~~”
백치는 손목을 비틀며 팔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조정은 순간적으로 화가 치솟았다.
“땅꼬마! 나는 너를 위해서라고!”
자신도 모르게 말투가 거칠어졌다. 잡고 있던 손을 내치며 한마디 더 해줄 생각으로 몸을 돌린 조정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백치가 두 눈을 부릅뜬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던 것이다. 게다가 그 눈빛에는 상당히 억울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애처롭던지 조정은 순식간에 화가 풀렸다.
아이고, 상전 마마~~~ 어렸을 때는 그렇게 우러러봤으면서……. ……그래, 죄지은 내가 죄인이지. 하필 원한을 사가지고~~~~
한편 백치의 뒤를 따라 무리에서 빠져나온 조혜의 눈에 멀리서 백치와 마주 보고 있는 조정이 보였다. 백치를 내려다보는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조혜는 성큼 백치에게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조정을 향해 차갑게 눈을 내리깔았다.
“어이, 감히 바이가(白家) 사람을 괴롭혀? 오래 살기 싫은가 보지??”
사실 조정은 쌍둥이가 누군지 몰랐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설마 내가 어렸을 때 괴롭혔던 사람인가?!'
그러나 기억 속에 쌍둥이의 모습은 없었다.
조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적당히 하시죠, 눈에 너무 띕니다.”
조정의 말에 쌍둥이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들의 기백에도 전혀 주눅 든 기색이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가 말하는 어투는 꼭…… 배우 같았다.
(자~ 직역 갑니다. 원문:而且这说话的气势——是个角色。여기서 角色가 배역, 인물, 명사 뜻입니다. 직역하면 어딘가 좀
이상한데 아무리 다른 뜻을 찾아봐도 안 나와서 직역했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오늘은 좀 심하게 날뛰긴 했다.
이 일로 만약 백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S.C.I. 전체에게 미움을 사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그런 것을 무서워할 쌍둥이가 아니었다~~
평소에 제일 많이 싸우는 것이 바이 위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곳에는 ‘큰 형수님' 이 있었다.
만약 S.C.I.에 미움을 산다면, 쌍둥이는 바이 유탕에 의해 태평양에 던져져 상어 밥이 될 가능성이 컸다~~
좋아, 이제 그만둘 때야.
“치치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쌍둥이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들은 어깨를 감싸고 있던 백치를 조정에게로 밀어버렸다.
조정이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그를 받아내면서 백치는 졸지에 그에게 안긴 꼴이 되었다.
쌍둥이는 백치를 향해 손을 흔들며 “치치야, 내일 선물 사줄 게~~~” 하고는 부랴부랴 떠나갔다.
조정은 품에 안긴 백치를 보며 상당히 놀라는 중이었다.
‘이 녀석 키가 이렇게 작았구나.’
그런 태평한 생각에 잠긴 조정과는 다르게 백치는 고슴도치에라도 안긴 듯 심히 불편한 얼굴이었다.
쌍둥이가 사라지고 나자 백치는 그의 가슴팍을 있는 힘껏 밀어내고는 황급히 어디론가 달려갔다.
그가 향하는 곳은 ——화장실.
불쾌해, 불쾌해! 녀석이 만졌던 곳을 빨리 소독해야 해~~~
시끄러운 홀을 떠나 화장실이 있는 복도로 들어섰다. 백치는 걸음을 서둘렀다. 그러다 갑자기 옆에서 한 인물이 튀어나왔다. 미쳐 피할 새도 없었다. 백치는 그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알싸한 통증이 느껴지는 코를 매만지며 고개를 들어 상대의 얼굴을 확인했다.
자신 앞에 있는 사람은……바로 심장이었다.
“괜찮나?”
심장이 웃으며 물었다. 그는 손을 내밀어 백치의 이마를 가볍게 문질렀다.
“모두 내가 급하게 간 탓이네.”
“괜…… 괜찮아요.”
백치가 어색한 얼굴로 대답했다.
……마침내 심잠이랑 대화를 하다니……!!
“굉장하더군.”
심장이 말했다.
“VIP 회원으로 올라갈 수도 있겠어.”
“VIP요?”
백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보통 아래층은 일반인들과 도박꾼이 있고, 그들보다 뛰어난 진짜 고수들은 VIP실에 있지. ……어때, 한 번 가볼 텐가?”
심잠이 덧붙였다.
“게다가 마침 나도 그곳에 볼일이 있거든."
백치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마한의 눈에 심잠과 함께 걸어가는 백치가 보였다.
어디로 가는 것인지 그들은 카지노를 가로질러 복도 쪽으로 가고 있었다.
불안감이 엄습했다.
확실히 쌍둥이가 지나치게 날뛰긴 했다.
백치가 머리는 좋을지언정 근본적으로 그는 어리벙벙한 사람이었다.
……불리해.
그런 생각을 하며 앞으로 걸어가려는 마한의 팔을 뒤에서 누군가가 붙잡았다.
고개를 돌리자 조정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마한에게 고개를 저어 보이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자신이 간다는 의미였다.
마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조정은 그를 지나쳐 빠르게 백치의 뒤를 쫓았다.
마한의 복도로 사라지는 조정의 뒷모습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리고 그런 마한의 모습을 진가이가 멀찍이 떨어진 거리에서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카지노에 들어오고부터 줄곧 그를 관찰하고 있었다.
‘아? 지금은 화가 나서 이를 갈고 있네~~~ 도대체 어떻게 된 게 요즘 괜찮은 남자들은 죄다 남자를 좋아하지? 여자 매력이 없나???
아니야, 또 이런 생각을 하다니, 안 돼! 저건 이 아가씨 마음에 들었어. 그가 양성애자라면 내가 이성애자로 바꿔 줘야지!!’
“엣취~”
마한은 한바탕 재채기를 쏟아냈다. 따뜻한 실내임에도 이상하게 등골에 한기가 흘렀다~~
………………
심잠은 백치의 어깨를 다정하게 감싸 안은 채 복도로 들어섰다.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백치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딱히 말로 표현하기에는 애매했다. .
단지 그의 행동에 선의가 없다는 것만 어렴풋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가겠다고 한 마당에 다시 안 가겠다고 취소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쩔 줄 모르는 마음에 애가 타면서도 그는 가만히 심잠이 이끄는 대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먼 곳에서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땅꼬마! 화장실은 그쪽이 아니야.”
백치가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렸을 때는 조정이 이미 두 사람 등 뒤까지 다가와 있었다.
조정은 백치의 팔을 붙잡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심잠을 향해 놀랍다는 듯이 눈을 치켜떴다.
“심 회장님? 어떻게 여기에?”
“……조 마술사~~~”
심잠은 일순 멍한 얼굴로 그를 보다가 곧바로 표정을 바꿔 만면에 웃음을 띄운 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따가 자네 연기 기대하고 있네.”
“네.”
조정은 백치의 어깨를 감싸며 자신 곁으로 바싹 끌어당겼다.
“이 녀석은 이번 공연의 제 조수예요.”
“아~~ 그래~~~?”
심잠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무언가 말하려고 입을 다시 여는데, 한 발 빠르게 조정이 끼어들었다.
“저희는 아직 준비할 게 있어서요. 그럼, 이따가 공연할 때 뵙죠.”
그는 심잠이 대답하기도 전에 몸을 돌려 백치를 끌고 빠르게 되돌아갔다.
심잠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을 응시했다. 잠시 뒤, 그는 스산한 웃음을 지으며 복도 안쪽으로 사라졌다.
백치를 이끌고 서둘러 복도로 나온 조정은 화장실 앞에서 겨우 걸음을 멈췄다. 흘깃 돌아본 복도에는 심잠이 사라지고 없었다.
조정은 한숨을 내쉬고서 백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너 괜찮아?”
백치는 신분 계급이 뚜렷한 사람이었고, 좋고 싫음도 매우 분명한 아이였다.
그래서 그는 손을 들어 두 손가락으로 조정의 소매를 집어 들고, 바퀴벌레 버리듯 던져 버렸다.
진저리치며 어깨의 먼지를 털어낸 그는 화장실 쪽으로 휙 돌아섰다. 문을 열고 화장실로 들어가기 직전, 백치가 이를 갈며 소리쳤다.
“소독!!”
조정은 백치가 사라진 화장실 문을 노려보며 구둣발로 바닥을 거칠게 걷어찼다.
저 꼬마 녀석! 소심 쟁이! 젠장, 하나도 안 귀여워!
화장실로 들어간 백치는 세면대로 걸어가 손바닥에 물을 받았다. 차가운 물로 연거푸 세수하자 조금 정신이 들었다.
……절로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조금 전 조정이 와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자신은 하나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백치는 자신 옆에 누군가 서 있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밖에 없을 거라고 여겼던 백치는 깜짝 놀라 고개를 홱 쳐들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거울 속의 자신이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옆에는 한 사람이…….
낯선 인물의 얼굴을 확인하자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창백한 얼굴, 기다란 검은 머리,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드러난 가느다란 목, 그리고 희미한 팔자 주름…….
“당신이었어요?!”
백치는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눈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어떻게 여기 있는 거예요? 저번에는 덕분에…….”
그러다 한순간 머릿속에 새하얘졌다.
백치의 물음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그 사람이 갑자기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백치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한 것이다.
백치는 어리벙벙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 사람은 입술을 떼고 다시 백치를 바라보았다. 어리둥절한 백치의 얼굴이 재미있다는 듯 그는 씩 미소 지으며 입술을 살짝 핥더니 백치의 귓가에 속삭였다.
“칼끝을 너무 사소한 일에 노출하면 안 돼~ 귀찮은 일이 생길 거야. 똑똑한 사람은 바보인 척하는 법도 배워야 해.”
그리고서 백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다정한 어투로 물었다.
“알겠지?”
“네…….”
백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착하다~~~”
그는 다시 고개를 숙여 백치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고서 멍해진 백치를 내버려 둔 채 몸을 돌려 걸어갔다.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뒤에야 백치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 사람의 모습은 사라지고 난 뒤였다.
백치는 쓸모없는 자신을 욕하며 빠르게 밖으로 달려갔다. 화장실 문을 활짝 열어 재끼며 밖으로 나가는 동시에 안으로 들어오려던 조정의 가슴과 정면충돌했다.
“……”
조정은 아픈 가슴을 비비며 미간을 찡그렸다.
“너 뭐야? 귀신이라도 쫓아 오냐?”
백치는 '귀신'이라는 소리에 문득 그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은 매번 이렇게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모습을 순식간에 감추는 것이 마치 귀신같은…….
“어이!”
조정이 백치의 얼굴 앞에 손바닥을 흔들었다.
“너 괜찮아? 왜 그래? 진짜 귀신이라도 본 거야?”
그 소리에 다시 정신을 차린 백치가 황급히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그 사람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조정만이 마치 바보를 보는 듯한 얼굴로 여전히 자신 앞에 손을 흔들…….
조정이 자신을 막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을 쫓아갔을 수도 있었다.
……이 원수!
……백치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동시에 격렬한 분노가 백치의 내부에서 끓어올랐다.
백치는 이를 악물고 가능한 자신의 모든 힘을 끌어모아 조정의 발등을 향해 있는 힘껏 내리찧었다.
“크헉~~~”
조정은 발을 감싸고 주저앉았다. 그런 그의 머리통을 매섭게 쏘아봐준 뒤, 백치는 씩씩거리며 복도를 나갔다.
조정은 화가 나서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그는 이도 저도 하지 못한 채 애꿎은 벽만 박박 긁었다.
정말 그 할아버지에 그 손자네. 아버지, 도대체 제가 누굴 건드린 거죠?
…………
바이 위탕의 차가 놀이공원 앞에 멈춰 섰다. 바이 위탕이 주차를 하는 사이, 먼저 조수석에서 내린 쟌 자오는 놀이공원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그의 시선이 입구 앞에 멈춰 섰다. ……한순간 넋을 잃고 서 있던 그는 곧 정신을 차리고 어디론가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고양아?”
주차를 하던 바이 위탕은 갑작스러운 쟌 자오의 행동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차를 세우는 동시에 안전벨트를 풀러 재빨리 차에서 내린 그는 쟌 자오의 뒤를 서둘러 쫓아갔다.
쟌 자오는 놀이공원 안으로 들어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는 방금 한 사람의 그림자를 보았다. ……비록 한순간이기는 했지만, 그는 잘못 보지 않았다는 확신이 있었다.
……존재감이 뚜렷한 그 사람을 자신이 잘못 봤을 리 없었다.
“쟌 박사님?”
한참을 두리번거리며 그 사람을 찾고 있을 때, 옆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쟌 자오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그 남자는…… 심잠이었다.
“네, 안녕하세요.”
하지만 지금의 자신에게는 그를 상대할 여유가 없었다. 빠르게 인사만 하고 다시 주위를 살폈다.
“왜 그러십니까?”
심잠이 그의 곁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가까이 다가가며 살펴본 쟌 자오는 어둠 속에서도 아름다웠다.
역시 제일 특출 나군, 가까이서 봐도 흠잡을 데가 없어…….
"안색이 별로 좋지 않군요. 제가 뭘 도와드릴까요?"
심잠이 쟌 자오에게 바싹 다가서며 물었다. 그는 살며시 손을 들어 쟌 자오의 뺨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이 쟌 자오의 희고 투명한 피부에 닿기 직전, 갑자기 흰 그림자가 드리워지더니 손목에서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심잠은 용케 소리를 지르지 않았지만, 하마터면 그럴 뻔했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손목을 쳐낸 바이 위탕이 차가운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심잠은 미간을 찌푸렸다. 바이 위탕은 무술이 뛰어난 인물로 그는 손등과 팔이 아닌 정확히 손목만을 노려서 쳤다.
……통증이 심하군!
심잠은 쑤셔대는 고통을 느끼며 신음을 참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손목이 다쳤을 가능성이 컸다.
심잠은 다시 바이 위탕을 바라보았다. 얼음같이 차가운 눈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누가 형제 아니랄까 봐, 자기 물건은 철통같이 지키는군. 그나저나 큰 놈보다 이 작은 놈이 더 놀랍군~~
심잠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는 장소에 걸맞은 예의 바른 몸짓으로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고는 눈치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그가 떠나고 나자 바이 위탕은 걱정 어린 표정으로 쟌 자오를 바라보았다.
“고양아, 너 괜찮아? 도대체 뭘 본 거야?”
쟌 자오는 바이 위탕의 코트를 양손을 부여잡았다.
“바이야, 나 지금, 그 사람을 봤어…….”
그렇게 중얼거리는 쟌 자오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바이 위탕이 피식 웃었다.
“그게 다야? 그게 무서워? 생각지도 않게 한 사람을 본 게?!”
“농담이 아니야!”
쟌 자오가 화를 냈다.
“알겠어, 알겠어. 도대체 뭘 본 건데?”
바이 위탕이 웃음기 배인 목소리로 물었다.
쟌 자오는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마주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조작.”
……………………
홀 밖,
유리문 가장자리로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홀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다정하게 바라보며 자신의 두 손가락을 입술에 살짝 갖다 대었다가 다시 거울처럼 깨끗한 유리문에 꾹 눌렀다.
몸을 돌려 떠나가는 그의 목소리가 바람 소리에 섞여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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