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살인범 09. 추측
“이름이 뭐예요? 빨리 알려줘요!”
마한의 볼에 키스한 직후부터 진가이는 마한의 옷깃을 붙잡은 채 필사적으로 이름을 알려달라며 매달리고 있었다.
마한이 살면서 이렇게 난감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마한은 어이없는 눈으로 진가이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이 흥분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요즘 여자들은 다 왜 이래?
“당신 그게 무슨 표정이에요?!”
진가이가 마한의 옷깃을 이리저리 흔들며 당당하게 외쳤다.
“나를 차지하는 건 당신한테 더 좋은 거 아니에요?!”
그렇게 한참을 두 사람이 제자리에서 대치하고 있을 무렵, 뒤에서 그들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마한과 진가이는 뒤를 돌아보았다.
쓰러졌던 심영은 일어나 어깨에 남자의 외투를 덮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
그런 그녀를 데리고 잔뜩 화난 표정의 남자가 마한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너!”
남자는 다짜고짜 마한의 얼굴 앞에 손가락을 들이밀었다.
“왜 그들을 도망가도록 놔둔 거지?!”
마한은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흘러가는 상황이 우스웠지만, 그는 말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었고, 남과 다투는 것은 더더욱 싫어했다.
마한은 차라리 실내가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나오지를 말았어야 했어'
그런 생각을 하며 마한이 몸을 돌려 걸어가자 무시당한 것에 울컥한 남자가 뒤쫓아 왔다.
“거기 서!”
그는 마한 앞을 가로막은 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마한을 쏘아보았다.
“너 설마 아까 그 녀석들이랑 한패 아니야?”
다시 말하지만, 마한은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더욱이 그는 성질도 더러웠다.
사실 S.C.I.에 있는 사람들은 쟌 자오를 제외하고는 모두 성질이 더러웠다.
본질적으로 그들은 사나운 맹수에 속한 것이다~~
그 말인즉슨,
S.C.I.는 전 경찰청을 통틀어 엘리트만 차출하여 조직된 팀이라는 것이었고, 그 안에는 생각이 짧은 사람이 없다는 뜻이었다.
마한은 곧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여기서 이 남자와 다툼이라도 생기면 문제가 생길 수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게다가 남자의 옆에는 심영(沈灵)이 있었다.
하지만 참을 수 있는 마한과는 반대로 그 곁에 서 있던 진가이는 참을 수 없었다.
“당신 정말 잘났다. 조금 전까지는 바닥에서 무섭다고 벌벌 떨더니 이제는 구해주니깐 보따리 내놓으라는 심보는 뭐예요?! 나쁜 놈~!!”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그러면서 남자가 다가오려는 듯한 몸짓을 보이자 진가이는 재빨리 마한의 등 뒤로 몸을 숨기고는 고개만 내놓은 채 계속 남자를 도발했다.
“당신 꼴 좀 봐요. 나잇값도 못하고 그게 뭐예요? 이제는 다리가 안 아픈가 보죠? 아까는 겁먹고 바닥에 엎드려 있었으면서?! 겁~ 쟁~ 이~”
“너!”
남자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진가이는 마한을 콕 가리켰다.
“벙어리 씨! 사양 말고 남자를 때려요!”
마한은 어이없는 얼굴로 트러블메이커 진가이를 힐끗 노려보았다.
자신에게 매달려 있는 그녀에게서 여동생 마힌이 겹쳐 보였다. 가만 보니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 것이…….
마한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몸을 돌렸다.
“가죠.”
진가이는 스치는 마한의 얼굴에서 어렴풋하게 떠오른 미소를 보았다.
왠지 모르게 흐뭇한 기분에 사로잡힌 그녀는 마한을 따라 되돌아……
“잠깐! 너 이름이 뭐야?! 우리가 당장 조사하겠어!”
남자가 서슬 퍼런 얼굴로 식식대며 마한의 등 뒤에 대고 소리쳤다.
마한은 우뚝 걸음을 멈춘 채 고개를 돌려 무표정한 얼굴로 남자를 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남자에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마한을 보면서 남자는 순간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자신과 거리가 상당히 가까워 졌음에도 그의 걸음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던 것이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뒤로 두어 발자국 물러섰다.
“너…… 너 뭐하는 거야…….”
그제야 걸음을 멈춘 마한이 잠시 남자를 빤히 응시하더니 등골이 오싹할 만큼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 이 주변에 카메라가 있다고 생각해?”
…………남자는 경악했다.
“아~~~”
마한은 씩 미소 지은 얼굴로 심영에게 시선을 던지며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카메라가 없다는 걸 알았으니 일부러 여기서 납치하려고 했던 걸 텐데, 겁주자마자 도망치다니 유괴범이 너무 소심 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차 안에 있는 사람은 기절한 것 치고는 너무 오랫동안 가만히 있고…….”
잠시 말을 끊은 마한은 남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덧붙였다.
“혹시 연극일 지도 모르죠…….”
마한을 제외한 세 사람은 모두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잠시 뒤, 남자의 얼굴이 차츰 일그러지는가 싶더니 그의 얼굴은 조금 전의 당당하던 얼굴과는 확연히 달려져 있었다.
남자의 변화를 눈치챈 심영이 무언가 깨달은 듯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남자를 돌아보았다.
볼일을 끝낸 마한은 다시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주차장을 나가기 직전, 등 뒤에서 ‘짝-’ 하고 뺨을 갈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자 심영이 날카롭게 남자를 쏘아보고 있었다.
“공성(孔诚), 네가 감히 날 속였어? 날 죽이려고!!”
“심영아, 심영. 내가 설명 할…….”
………………
진가이는 상황이 재밌게 돌아간다고 생각하면서 두 사람을 잠시 지켜보다 점점 멀어지는 마한의 뒤를 서둘러 쫓아갔다.
“나 알겠어요. 저 남자가 특별히 사람을 구해 연극까지 하면서 저 여자를 납치하려고 했던 거죠?! 근데 한창 연극 중일 때 당신이 끼어든 거구요. ……당신은 어떻게 알게 된 거예요? 진짜 신기하다!”
마한은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진가이는 이미 그 정도는 예상했다는 듯 그를 따라가며 일방적으로 떠들어댔다.
주차장을 나와 카지노 입구에 다다라서야 드디어 마한이 진가이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안에 들어가서는 나를 모른 척할 수 있습니까?”
진가이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마한은 카지노 문을 열고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따르며 안으로 들어가던 진가이는 순간 깨달았다. ……아직도 이름을 못 들었잖아~~~
한편,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S.C.I. 사무실로 돌아와 있었다.
“장평, 네가 그 위영이 당시 그 경찰 위영인지 알아봐.”
바이 위탕이 말했다.
“네.”
장병은 컴퓨터를 두드려 예전 인사 파일을 빠르게 뒤지기 시작했다.
“고양아, 뭐 보냐?”
바이 위탕은 서류 한 장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쟌 자오에게 다가가며 호기심 섞인 목소리로 물었
다.
“공려평이 그날 이름을 몇 개 적었잖아. 이건 그녀들의 프로파일인데……. 어딘가 좀 이상해.”
쟌 자오가 말했다.
“어디가 이상한데?"
“봐봐!”
그러면서 쟌 자오가 서류를 넘겼다.
“이 몇 사람과 공려평은 올해 서른한 살이야. 그렇다면 십년 전에는 스물한 살. 장진진과 안경요, 이솜은 스물두 살, 십년 전에는 열여덟 살이야. 제일 어린 건 심영으로 올해 스물일곱 살, 십년 전에는 열일곱 살 이었어. 하지만 서가려는 사망 당시 나이가 열세 살에 불과해!”
쟌 자오의 말에 바이 위탕은 자료들을 살펴보며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 평균 이십 대의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열세 살짜리 꼬마와 트러블이 있던 거지? 게다가…… 나이 차이가 이렇게 많이 나는데 왜 같이 춤추는 법을 배웠던 거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학교는 그 사건이 있고 난 뒤 폐쇄돼서 알 수가 없어.”
쟌 자오가 자료를 뒤적이며 답답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면 다른 사람을 찾아서 물어봐야 해.”
그때 갑자기 뒤에서 장평이 "아~ 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
바이 위탕과 쟌 자오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뭐가 웃기지?”
바이 위탕이 물었다.
“아~~~ 대장, 위영이 당시에 무슨 이유 때문에 쫓겨난 줄 아십니까?”
장평이 자료를 보며 물었다.
“뭔데?”
두 사람은 장평에게로 다가갔다.
“보세요!”
장평은 위영의 자료를 가리켰다.
“「고의로 현장을 파괴하다」”
“고의로 현장을 파괴했다고요?”
쟌 자오는 미간을 찡그렸다.
“어떻게 된 거죠?”
두 사람이 확인한 위영의 사직 사유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경찰관의 기본 규범을 위반한 채 살인 사건 현장을 고의로 파괴함]
“어느 사건인지 알아낼 수 있나?”
바이 위탕이 물었다.
“……아, 그게 바로 서가려 사건이에요. 보세요, 여기 적혀 있어요!”
그러면서 장평이 자료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그는 그 마법진을 바꿔 놓았다]”
“그게 어떤 모양으로 바꾼 거죠?”
쟌 자오가 다급하게 물었다.
“사진 있어요?”
장평은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게도 사진은 없습니다. 저희가 볼 수 있는 건 모두 앞서 찍었던 것뿐입니다.”
“고양아.”
바이 위탕은 기억을 더듬었다.
“그날 아래층에 내려갔을 때, 문 형사한테 위영에 관해 물었더니 마치 무언가 숨기는 듯한 얼굴이었어.
게다가 그날 이솜도 있었는데, 술 취한 그녀가 좋은 남자면 살인은 목숨으로 보상(杀人偿命)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쟌 자오가 자료를 덮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일단 위영을 조사하고, 이솜에게 다시 가보자!”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두 사람의 발걸음이 나란히 밖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장평의 테이블 위의 전화기 울리더니 곧이어 장평이 나가려는 두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대장, 공려평이 사망했습니다!”
“뭐?!”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일순 멍해졌다.
“형사팀이 집을 감시하고 있던 거 아니었나? 어떻게 죽을 수 있지?!”
바이 위탕이 격분하여 따지듯 물었다.
“그게…… 자살이랍니다.”
장평이 쭈뼛거리며 대답했다.
…………
15분 후,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공려평 집 앞으로 빠르게 달려왔다.
그녀의 집으로 올라가자 애호와 강력팀 형사들이 현장 밖을 배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오랜만에 보는 공손도 있었다. 그는 팔짱을 낀 채 문밖에 서 있었다.
“공 선생님?”
바이 위탕과 쟌 자오가 놀란 얼굴로 그에게 서둘러 다가갔다.
“어떻게 여기 계신 겁니까?”
바이 위탕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공손은 미간을 찌푸린 채 살벌한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바이 대장께서 언제 나를 제명하셨나 보지?”
“……아니 그게, 휴가 내지 않으셨습니까?”
바이 위탕은 재빨리 웃는 얼굴을 만들어 대답했다.
그리고는 슬쩍 고개를 돌려 쟌 자오와 눈을 마주했다.
살기가 대단한데~~
공손은 상당히 못마땅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여기 살인 사건이 있다는 문자를 받고 왔어. 감식반은 내가 휴가인지 몰랐으니깐.”
태연스러운 얼굴과는 다르게 공손은 속으로 빌어먹을 바이 유탕을 잘끈 씹어 주고 있었다.
또 밤새도록 하다니~~ 짐승!
“근데 왜 안 들어가는 겁니까?”
바이 위탕이 사람들 쪽으로 시선을 던지며 물었다.
공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들 들어갈 엄두를 못 내는 거야.”
그리고서 살짝 문을 열었다.
바이 위탕은 처음 듣는 소리에 신선한 기분이었다.
경찰이 들어갈 엄두도 못 낸다고? 안에 귀신이라고 있나?
그러면서 쟌 자오와 함께 살짝 열린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가 일순 멍해지고 말았다.
……
공려평의 사체는 벽에 달린 선풍기에 매달려 있었고, 그녀의 목덜미에는 길게 칼자국이 나 있었다. 목덜미에
서 흘러나온 피가 그녀의 발밑에 피 웅덩이를 만들었다.
그것 뿐만 아니라 천장, 벽, 바닥 할 것 없이…… 모두 붉은색의 마법진이 잔뜩 그려져 있었다.
……한 마디로 괴상하기 짝이 없었다.
형사들은 현장을 파괴할까 두려워서 들어갈 엄두도 못 내고 있던 것이다.
멍해진 두 사람 옆에서 공손이 말했다.
“내가 들어가지 말라고 했어. 현장은 자오군이 먼저 보는 게 좋을 것 같았거든.”
쟌 자오는 문 앞에 선 채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잠시 뒤, 그가 공손에게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공 선생님은 그녀가 자살했다고 보시나요?”
그의 물음에 공손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네 생각은?” 하고 다시 쟌 자오에게 물었다.
“자살.”
쟌 자오는 짤막하게 대답하고 덧붙였다.
“하지만 무의식적인 상태였다고 생각해요.”
그때 복도 끝에서 애호가 달려왔다.
그는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바이 위탕 앞에서 고개를 푹 쉬였다.
“대장, 저희 녀석들 잘못입니다. 감시를 게을리 해서 이렇게 사고가 난 겁니다.”
바이 위탕이 괜찮다는 듯 그의 어깨를 다독였다.
“누가 여자를 감시했지?”
“저희가 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상당히 유능하고 노련해 보이는 형사 두 명이 다가왔다.
"저희는 정말로 한 발짝도 떠난 적이 없습니다. 온종일 감시했지만 여자는 한 번도 밖에 나온 적이 없었고, 집 안으로 들어간 사람도 전혀 없었습니다.
출근시간이 지나서도 나오지 않길래 문을 두드렸다가 이상한 느낌에 강제로 문을 열었을 때는 이미……."
바이 위탕은 두 형사에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고개를 돌려 쟌 자오를 바라보았다.
"고양아, 너 방금 무의식 자살이라고 했지?"
쟌 자오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바이 위탕에게 물었다.
“너는 이 현장에서 뭐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바이 위탕은 집안을 한 차례 둘러보았다.
“발자국이 없어.”
“맞아!”
쟌 자오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그림들은 매우 난잡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규칙이 있어. 바로 사방에서 안으로 접히는 나선형이야.”
“그 점에 끝에는 사망자의 피로 흥건하고……. 만약 누군가 그림을 그렸더라면 다시 목을 매는 척해야 했기 때문에 발자국이 안 남을 수가 없겠지.”
바이 위탕이 말을 이었다.
“집에서 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어.”
그때였다.
"너희들 여자 손을 좀 봐!"
갑자기 공손이 소리쳤다. 고개를 돌리자 그가 공려평의 손을 가리키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공려평의 손과 팔로 쏠렸다. 자세히 들여다본 그녀의 손과 팔에는 붉고 가느다란 선이 가득했다.
자해??
“그녀는 자신의 팔을 그어 그 피로 그림을 그렸던 거야. 머리 위에 있는 것들은 오래전에 그렸는지 이미 다 말라 있고, 선명도도 다 달라.”
공손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정상인이 할 일이 아니야.”
“감각적 최면.”
쟌 자오가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에??”
깜짝 놀란 사람들의 시선이 쟌 자오에게로 쏠렸다.
“이게 최면 마취라고?”
공손이 물었다.
“틀림없어요.”
쟌 자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학 분야에서는 일찍이 누군가 이런 방법을 쓴 적이 있어요.”
“최면 마취를?”
바이 위탕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쟌 자오가 설명했다.
“어떤 사람들은 마취제에 면역을 갖고 있어. 그 말은 아주 많은 양을 주사해야 마취 효과를 낼 수 있거나 어떨 때는 아예 마취가 안 될 수 있다는 거야.
게다가 마취제는 많이 쓰일수록 몸에 해로워. 그래서 최면술사가 최면을 걸어 사람의 감각을 마비시키는 거지. 최면을 통해 환자의 통각을 마비시킨 뒤 수술 후 다시 깨워주면 되니까.”
쟌 자오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차분히 인내를 갖고 설명했다.
“……”
그의 설명을 들은 사람들 머릿속에 한 가지 물음이 떠올랐다. 하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입을 여는 이가 없었다.
그런 그들의 생각을 대변하듯 바이 위탕이 나서서 물었다.
“그런 건 특수한 경우잖아??”
그러자 다른 경찰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공손과 쟌 자오는 매섭게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이 몰지각한 녀석들~~~
“잠깐만~~”
잠시 생각한 바이 위탕이 알겠다는 듯 손을 들어보였다.
“두 사람의 말뜻은, ……그러니깐 공려평이 먼저 자신의 피로 온 집안에 마법진을 그려놓고, 자신은 목매달아 죽었고, 거기에 칼로 자신의 목까지 그었다. 이거야?”
바이 위탕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쟌 자오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누가 자신에게 그렇게 잔인한 방법을 쓸 수 있는 거지?”
그러자 쟌 자오가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그녀~ 자~ 신~”
감식반의 현장 조사가 끝난 뒤,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
집안 한가운데서 사방에 그려진 마법진을 바라보는 감각은 소름끼칠 정도였다!
공손은 감식반이 공려평의 사체를 들것 위에 눕히자 간단하게 감식을 진행했다.
“아침에 죽은 것 같아, 죽은 지는 아직 세 시간이 채 넘지 않았고. ……흉기는 커터 칼로 그녀 바로 아래의 피 웅덩이 속에 떨어져 있어서 처음에 알아차리지 못했어.”
공손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덧붙였다.
“몸에 상처가 너무 많아. 최근에 생긴 것도 있고, 오래된 것도 있어. ……자세한 것은 청으로 돌아가 부검을 거친 뒤 보고하지.”
그리고서 몸을 돌리는 공손을 쟌 자오가 불러 세웠다.
“공 선생님.”
그는 공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부검할 때 공려평의 몸에 있는 상처를 시기별로 세어주실 수 있나요?”
쟌 자오의 부탁에 공손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고양아, 너 또 무슨 꿍꿍이냐?”
바이 위탕이 쟌 자오의 어깨에 팔을 둘러 자신 쪽으로 바싹 끌어당기며 물었다.
“자, 말해봐!”
쟌 자오는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그의 손을 매섭게 내쳤다.
“발 치워!”
바이 위탕은 멋쩍은 얼굴로 손을 내렸다. 그러다 자신과 쟌 자오의 왼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가 보였다. ……멋쩍은 기분은 어느새 날아가고 다시 기분이 좋아지며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를 따라 반지로 시선을 내렸던 쟌 자오의 머릿속에 잊고 있던 사실 하나가 번뜩 스쳐 갔다.
“어…….”
당황한 쟌 자오의 표정을 통해 바이 위탕도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아기!!!!
신속하게 각 방을 샅샅이 뒤졌지만 없다!
“쉬잇!!”
바이 위탕이 사람들을 둘러보며 외쳤다.
“모두 조용!”
부산스럽게 움직이던 사람들의 움직임이 모두 올 스톱되었다.
……현장이 조용해지자……희미하게~~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 같았다.
바이 위탕과 쟌 자오는 소리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소리는 베란다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공려평의 집은 구식 주택 건물로 3평 정도의 베란다가 있었다.
……베란다에는 세탁기 한 대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 수건이 덮여 있었다.
소리는 그 안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바이 위탕은 세탁기로 다가가 수건을 치우고 그 안에서 조심스럽게 아기를 꺼내 들었다.
……아기는 이제 갓 1살이 되었을까 싶을 정도로 갓난아기였다.
……아기는 자신을 안고 있는 바이 위탕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곧 자세한 불편한지 얼굴을 찡그리며 손과 발을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바이 위탕은 아기를 안아 든 순간부터 돌처럼 굳어 있었다. 아기가 버둥거리며 찡얼대자 그는 눈만 대굴 굴려 난감한 얼굴로 쟌 자오를 바라보았다.
“고양아, 어떻게 해?”
쟌 자오는 쯧쯧 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바이군, 아기를 그렇게 안으면 어떡해? 마치 공 던지듯이 안고 있구만!”
“죽을래! 농담 하지 마……. 얘는 너무 연약하단 말이야. 꽉 안았다간 죽을 수도 있다고~~~”
바이 위탕의 손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가 태어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자세가 불편한가봐!”
당황한 건 쟌 자오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힘주지 마!”
“힘 안 줬거든!”
“멍청한 생쥐 녀석! 어떻게 아기를 안을 줄도 모르냐?”
“그럼 네가 안든가!”
“난 못해.”
“그럼 나는? 나는 왜 안아야 하는데?!”
“넌 집안일을 할 줄 알잖아! 게다가 너는 포유류고!”
…………
다소 커진 두 사람의 목소리가 불편했던지 아기가 갑자기 얼굴을 찡그리며 "으앙" 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
“아기가 울잖아!”
쟌 자오가 발을 동동 굴렀다.
“빨리 어떻게든 해봐!”
“망할 고양이 녀석!”
바이 위탕은 사람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디 여자 없어?”
그의 물음에 애호와 형사들은 서로를 둘러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커졌다.
“바이 군! 자네 아기를 아프게 한 건가?”
쟌 자오가 과장된 몸짓으로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기겁한 얼굴로 아기를 가리켰다.
“없어?”
바이 위탕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힘 하나도 안 주고 있는데~~ 누가 빨리 방법 좀 생각해봐!”
“대장! 요람이 있습니다!”
애호가 방안에서 요람을 들고 나오며 소리쳤다.
“빨리 가져와!”
애호가 요람을 가져오자 바이 위탕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듯 서둘러 아이를 요람에 눕혔다.
그러자 아기의 울음이 신기하게도 뚝 하고 멈췄다. 아기는 언제 울었냐는 듯 방긋거리며 옹알옹알 거렸다.
꼭 무언가 말하는 것 같았다.
바이 위탕은 땀을 훔치며 한숨을 내쉬었다.
쟌 자오는 난생 처음 보는 바이 위탕의 쩔쩔매는 모습에 웃겨 죽을 것 같았다.
“공려평은 왜 아기를 세탁기에 넣었지?”
그렇게 물으며 바이 위탕이 아기에게 조심스럽게 손가락 하나를 내밀었다.
아기의 작은 손이 그의 손가락을 꼭 쥐었다.
“어쩌면…….”
쟌 자오는 집안을 둘러보았다.
“그녀는 무언가 아기를 다치게 할까 봐 두려웠던 게 아닐까?”
“고양아, 너 방금 공 선생한테 공려평의 시기별 상처 개수를 세어달라고 했지? 그거 무슨 뜻이냐?”
그러자 쟌 자오가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키며 물었다.
“너 천장에 도안이 몇 개 있는 것 같아?”
“……”
바이 위탕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잠시 뒤, 그가 고개를 내리며 말했다.
“열세 개.”
“그럼 바닥과 벽에는?”
바이 위탕은 바닥과 벽을 둘러보며 숫자를 세더니 기겁한 얼굴로 소리쳤다.
“모두 열세 개?!”
쟌 자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다시 물었다.
“공려평이 장진진과 손천의 살인 현장에서 종이 부적을 태웠던 거 기억해?”
바이 위탕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뜻은, 그러니깐 이게 다……어떤…종교…의식이라고?”
“공려평은 어딘가 몽롱한 모습이었어.”
쟌 자오가 말했다.
“그녀는 최면에 걸렸던 거야.”
“최면?”
“너 생각해봐.”
쟌 자오는 턱을 매만졌다.
“공려평와 그녀들은 당시에 분명 무언가를 감추었어. 게다가 그건 꽤 양심에 가책을 느끼는 일이었지……. 그 마법진은 분명 쉽게 떨쳐버릴 수 없는 그림자였을 테고.
만약 이런 상황에서 평소에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면, 이런 타입의 여자가 어디 가서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고…….”
“점쟁이!”
바이 위탕이 알겠다는 듯 빠르게 외쳤다.
“그럼 점쟁이가 그녀에게 최면을 걸었다고?”
쟌 자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면은 무의식 상태로 만들어. 만약 네가 공려평이라고 생각해봐. 어느 날 정신을 차렸더니 자기 집 천장에 익숙한 마법진이 잔뜩 그려져 있다면 넌 어떨 것 같아?”
바이 위탕이 피식 웃었다.
“양심에 가책을 느끼는 일을 저질렀다면 겁에 질려 죽으려 했겠지.”
“게다가 얼마 뒤에 장진진이 죽었다는 소리를 들었다면?”
쟌 자오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며 물었다.
“다음은 자기 차례라고 생각했겠지.”
바이 위탕이 대답했다.
“손천이 죽었을 때는 다음 차례가 자신의 아이가 될 거라고 본 거였군. 그래서 아기를 세탁기에 숨긴 거고.”
쟌 자오는 소매를 걷어 올렸다.
"바이군, 정말 똑똑하구만!"
바이 위탕도 자신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
"고양아, 칭찬할 때 하는 그 “바이군(小白)” 소리 좀 안 하면 안 되냐?!"
“하지만 단지 추측일 뿐이니깐…….”
쟌 자오가 말했다.
“조금 무리일지도.”
…………
바이 위탕은 애호와 형사들에게 공려평의 집 수색을 철저히 하도록 지시한 뒤, 다른 경찰들에게는 그녀의 직장으로 가 특별히 친하게 지낸 동료와 친구들을 통해 그녀가 점쟁이 혹은 그와 비슷한 말을 꺼내는 것을 들어본 적 있는지 조사를 지시했다.
“맞다.”
바이 위탕이 갑자기 말했다.
“어차피 추측이니깐, 나는 좀 과감한 방법도 생각하고 있어.”
쟌 자오가 그를 보며 미소 지었다.
“너 지금 위영의 행동이 그 ‘점쟁이’와 관련 있을 수 있다고 보는 거지?”
바이 위탕은 씩 웃었다. 그리고 주변을 슬쩍 두리번거렸다. 자신들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바이 위탕이 쟌 자오의 귓가에 빠르게 속삭였다.
“고양아, 우리 정말 마음이 잘 통 하는데~~~ 그럼 내가 가장 원하는 게 뭔지도 잘 알고 있겠네. 크리스마스 때 기대할게~~”
순식간에 쟌 자오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는 구둣발로 바이 위탕의 발등을 힘껏 밝으며 이를 갈았다.
“생쥐! 너 죽을래!!”
“컥컥~~”
바이 위탕은 과장된 몸짓으로 헛기침을 하더니 멀쩡한 얼굴로 돌아와 다시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돌아가면 우리가 손잡고 위영을 심문할 수도 있지.”
쟌 자오는 슬쩍 그를 노려보고서 고개를 홱 돌리며 화제를 바꿨다.
“나는 우리가 오늘 경찰청으로 돌아가기 전에 다른 곳에 들려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의 말에 바이 위탕이 다시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이제는 내가 알아맞힐 차례네. 그거 심잠이 하는 놀이공원 개막식 맞지? 그가 마지막으로 공려평을 본 사람이니까!”
“흥!”
쟌 자오는 미간을 찡그렸다.
“회충!”
하지만 바이 위탕에게는 그 단어가 다른 식으로 해석되어 들렸다.
그가 다시 쟌 자오에게 속삭였다.
“네 뱃속에? 내가 언제 뚫고 들어간 거야?”
“닥쳐!”
쟌 자오는 얼굴을 붉히며 그를 힘껏 걷어찼다.
“죽어, 생쥐새끼, 진짜 역겨워 죽겠어!!”
…………
“가자.”
차키를 한 손에 꺼내 들은 바이 위탕이 쟌 자오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그들이 현관을 나서려는 찰라, 뒤에서 애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장! 아기 데려가셔야죠!”
“하?!”
쟌 자오와 바이 위탕의 입이 헤벌려졌다.
애호는 요람을 든 채 두 사람 곁으로 살랑살랑 걸어오더니 요람을 바이 위탕 가슴에 억지로 들이밀었다.
“현장이 봉쇄되고 나면 아무도 그를 데리고 있을 수 없잖아요. 그러니 두 분께서 데려가셔야죠. 게다가 아기도 목격자인 셈이니 절차를 타르면 S.C.I.로 가는 게 맞잖아요.”
바이 위탕은 괴로운 표정으로 아기를 받아 들고 쟌 자오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애호 저 자식, 여전히 모자라는구만!”
바이 위탕이 운전석의 안전벨트를 매면서 이를 갈았다.
“여전히 절차나 따지고 말이야!”
요람을 무릎 위에 올려둔 채 쟌 자오가 큭큭 하고 웃었다.
“그나저나 걔는 왜 안 우냐?”
차에 시동을 걸며 바이 위탕이 물었다. 그는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힐긋 아기를 돌아보았다.
쟌 자오는 손가락으로 아기 배를 살짝 건드렸다.
그러자 아기가 “까르륵”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진짜 재밌다! 엄청 부드러워.”
그러면서 쟌 자오는 몇 번이고 아이의 배를 쿡쿡 찔렀다.
그러다 순간 힘을 잘못 줬는지 아이가 갑자기 “으앙”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바이야! 울어! 어떡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을 반짝이며 놀던 쟌 자오가 당황한 채 손발을 허우적거렸다.
“나는 안 울었는데!”
바이 위탕이 우쭐거리는 표정으로 외쳤다. 쟌 자오는 순간 이상한 느낌이 다리에서 느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 해……. 뭔가……축축해.”
그는 요람을 들어 아래를 살폈다.
“엑! 오줌 쌌어!”
쟌 자오는 요람을 든 손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바이 위탕이 기겁한 얼굴로 소리쳤다.
“고양아! 바닥에 떨어진다고!”
쟌 자오는 인상을 한껏 구겼다.
“너 지금 내 바지가 젖은 상황에도 차만 신경 쓴다 이거지?!”
“바지가 젖었어? 그럼 빨리 벗어!!”
“응, 알겠어! ………………너 죽어!!”
쟌 자오는 요람을 바이 위탕 쪽으로 들이밀었다.
“으~~ 고양아! 나 운전……. 저리 치워, 옷에 다 묻잖아…….”
“어려운 일일수록 함께 해야지!”
……………………
S.C.I.로 돌아가는 길, 차는 S자로 움직이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덕공일치 > S.C.I. -Hold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56화 (0) | 2019.06.15 |
---|---|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55화 (0) | 2019.06.09 |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52화(수정) (0) | 2019.05.25 |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51화 (0) | 2019.05.19 |
[한글 번역] S.C.I.미안집 원작 1부 50화 (0) | 2019.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