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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타요/BL수액

[BL영화/리뷰] 부디 내게 닿지 않기를 (No Touching At All , 2014)

by hyuny07 2018. 6. 27.

과거를 잊고 사랑할 시간

본 리뷰는 다수의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연기는 만점, 연출은 마이너스.


두 실력파 배우의 연기는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지만, 많이 요약된 내용으로 인해 인물 파악이 힘들었어요

영화는 여름, 가을, 겨울을 빠르게 보여주며 이야기를 진행해요. 하지만, 주인공이 입은 옷으로 계절을 파악해야 했기 때문에 어려웠어요. 옷이 바뀌면, '~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거구나' 라고 생각해야 했지요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자꾸 중간중간 캐릭터와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생각하다 보니 몰입이 깨지더라구요. 결국 저는 마지막까지 시간따라 가기 급급했답니다.

 영화의 캐릭터 감정 표현이 부족해요. 원작을 보면, 한 페이지에 시마의 감정이 많이 담겨 있어요. 전혀 취향이 아니었던 토가와한테 점점 눈길이 가고, 결국 좋아하게 되는 과정이 잘 나와있죠. 하지만, 영화에 시마의 마음변화를 담기에는 1시간 20분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토가와가 시마가 한 달이상 떨어졌다가 다시 연락을 주고 받는 장면이에요. 이 장면 속 두 캐릭터의 감정과 생각이 전혀 전달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게 되니깐 감동이 줄더라구요

그래도 눈이 날이는 장면 연출은 좋았어요. 부족한 감동이 눈으로 채워지더라구요.

마지막 장면은 제 머릿 속에 영구 소장용이에요. 마음이 통한 두 사람과 가로등만 켜진 밤거리에 떨어지는 눈은 정말 이뻐요.

 그래서 저는 원작 먼저 보고, 영화 보시길 권해요. 원작을 봐야 중간중간 시간이 어느정도 지났는지도 알고, 두 사람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서브 캐릭터(데구치)의 마음도 알 수 있어요. 데구치가 원작에선 꽤 비중이 높았는데, 영화에서는 얼굴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아쉬웠어요.

연출의 세심함이 부족한 장면도 있었어요. 영화에서 데구치의 키가 시마와 거의 비슷하게 나와요. 아무리 데구치의 역할이 줄었다고 해도 원작 팬들은 다 알고 유심히 볼 텐데 말이죠. 내가 알던 데구치가 아니라, 또 다른 캐릭터 처럼 느껴져 여기서도 몰입도가 떨어졌어요.


 

시마 대하여.

시마는 어두운 캐릭터로 나와요. 하지만, 미소짓게 만드는 반전 매력이 있어요. 영화 첫 장면에서, 울리는 알람시계를 끄기 위해 푹 파묻혔던 이불 속에서 손을 뻗는 모습이나 머리 뒤에 생긴 까치집에 대충 물을 묻히며 누르는 장면은 영화만의 매력이에요


그리고 저는 영화 속 시마의 표정이 원작보다 잘 표현됐다고 생각해요. 물론, 감정이 드러나는 부분에서는 부족함이 보이지만, 토가와를 보면서 찡그리는 얼굴은 시마에게 빠진 토가와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에요.

시마는 속마음을 이야기 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예전 직장 일로 인해, '사랑받지 못할'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어요

영화 후반, 쿄토로 이동을 하게 된 토가와에게 시마는 어차피 몸뿐인 관계아니였냐며 헤어지자고 이야기를 하죠. 그러면서 가정을 꾸리라고 말해요. 자신은 아이를 낳을 수도 없으니 여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라고 해요

결국 토가와와 마지막 순간을 그렇게 보내버리고, 나중에 자신의 집에서 무너져 내리죠. 통곡을 하는 시마의 모습 속에서 토가와를 향한 시마의 마음을 어떤 말보다 강하게 받았어요.

 

토가와에 대해서. 

토가와는 줄담배 피는 아저씨같지만, 곤란한 상황에서 시마를 도와주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드릴 줄 아는 멋진 사람이에요

영화 속에서 토가와는 정말 아저씨 같아요. 배우와 캐릭터가 너무 잘 어울려서, 저런 아저씨한테 빠진 시마를 구출해 오고 싶어지지요.

 

하지만, 줄담배 피는 아저씨 토가와한테도 반전 매력은 있어요. 토가와와 시마가 하룻 밤을 같이 보낸 날, 시마가 먼저 출근을 하죠. 지각한 토가와가 시마에게 슬쩍 다가와 왜 먼저갔나며 속삭여요

이 장면을 통해 토가와가 시마와 '같이 출근' 하는 걸 꺼려하지 않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시마에게 먼저 떠난 자신의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해요. 아주 담담히 이야기를 꺼내죠. 토가와는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받아들이고 살고 있는거예요. '왜 나만..'이라며 세상을 원망하기 보다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죠.

토가와가 그런 이야기를 하기 전까지는 전혀 그런 낌새가 느껴지지 않아요. '불쌍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규정짓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봐요.

영화를 보면 볼 수록 토가와는 정말 멋진 사람이구나라는 걸 계속 깨닫게 돼요. 원작의 토가와처럼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 속 토가와도 원작만큼 매력있는 캐릭터예요.


토가와와 시마역의 배우는 실제로 정말 멋진 사람들 이에요.

2018/05/30 - [BL/BL영화] - [BL영화/정보] 부디 내게 닿지 않기를 (2018년 6월 팬싸인회 정보) (영상/무자막)

  

내가 뽑은 명장면.

첫 번째 명장면

쿄토로 이동한 토가와가 금연한다며 담배곽 위에 금할 금()을 새겨 시마에게 맡겨요. 후에 토가와는 쿄토로 이동하죠. 토가와를 잊은 척 또 다시 평범한 회사생활을 이어가던 시마가 서랍 속에 있던 담배를 보고 오열하며 무너져요. 

두 번째 명장면

이건 특정 장면이 아니예요. 단순히 침대와 한 몸이 된 시마가 너무 귀여웠거든요. 첫 장면에서 시마가 침대의 이불 속에서 손을 뻗는 장면 부터, 토가와와 관계 후 토가와가 던져 준 옷을 입고 토가와 쪽으로 몸을 돌려 푹 파뭍히는 모습도 귀여워요

영화 보실 때 침대와 함께 있는 시마를 보면 엄마미소가 나올 거예요.

 

리뷰를 마치며.

원작의 시간 흐름을 영화에서 느끼기 어려웠다는 점이 가장 아쉬워요


또한, 영화만보면 시마가 토가와한테 왜 빠진건지 이해가 불가능해요시마가 눈으로 쫓고는 있지만, 그게 사랑이라고 이해하고 받아드리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너무 쉽게 사랑에 빠져서 '시마는 잘해주면 누구나 좋아하는 건가?' 생각할 정도였어요.


 

하지만, 저는 이 영화가 좋아요. 능글맞은 토가와와 둘의 미래에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시마를 두 배우가 훌륭히 연기해줬다고 생각해요.

캐릭터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연출은 부족했지만,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는 연기는 훌륭했어요.

게다가 두 배우의 키 차이가 원작이랑 거의 비슷해서 몰입감 있게 봤어요. 데구치의 키는 에러지만, 시마와 토가와의 키 차이는 만점이에요. 실제로 시마를 연기한 배우의 키가 163cm정도 이고요, 토가와를 연기한 배우의 키는 180cm예요. 시마역 배우는 비율이 워낙 좋다보니 키가 170cm가 안 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이 영화가 흥행을 했다면, 번외편으로 데구치가 주인공으로 나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데구치역의 배우도 괜찮은 비쥬얼이었기에, 더욱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시마와 비슷한 키로 나온 시점에서 이미 번외편은 생각도 안 했다라는 느낌은 강하게 받았지만, 데구치를 못 봐서 아쉽긴 하더라구요.

 

우리는 오로지 사랑을 함으로써 사랑을 배울 수 있다. - 아이리스 머독.